두 이야기는 경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삼인상」은 신국과 월국 경계에 있으면서,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묏말골'.
「매미가 울 때」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미지의 공간, '파락'.
경계가 주는 신비로움과 긴장감으로부터 불안한 감정이 주인공으로부터 읽는 우리들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우선 「삼인상」의 '나'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묏맡골로 들어오게 됩니다.
어머니는 이 고장에 살게 된 것은 천운이라며 늘 말씀하셨었는데...
이곳은 독특한 풍습이 있었습니다.
바로 '삼인상'.
한 사람을 위한 상은 차릴 수 없고, 두 사람이 있는 곳에 꼭 세 사람의 상을 차리되 삼인상의 그릇을 함께 올려야 하는 풍습.
그래야 이 그릇의 주인인 '삼인'이 집을 살피고 지켜 준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또한 묏맡골의 제를 주관하는 당골의 배우자는 대대로 후대 당골의 운명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1년 안에 사망하게 됩니다.
'나'는 언젠지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 당골의 셋째 딸 '현'을 사랑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은 후대 당골로 여겨졌기에 어머니는 다른 이와 오랫동안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현을 향한 마음을 접을 순 없었습니다.
둘은 혼인을 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큰일이 생기게 됩니다.
신국과 월국 사이 전쟁으로 묏맡골에 이들이 들이닥치며 마을은 풍비박산이 나고 '나'에게도 불행이 시작됩니다.
호적이 없던 '나'는 전쟁에 역을 할 수 없자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그보다 장군이 나의 아내를 강제로 끌고 가게 되고...
왜 삼인상을 잘 모셨던 '나'에게 이런 불행이 오는 걸까...
하지만 이 둘의 연에 대해 예전 당골 어른의 말이 있었었는데...
"현이랑 네 연은, 짧고 길다. 나는 이게 무언지 모르겠다. 짧다면 그런 줄 알겠고, 길다면 안심하겠는데, 당산송께도 삼인들께도 여쭈고 기도했는데 어딜 보아도 짧고 길다 하는구나. 당골의 피는 제 운명은 못 본다. 그래서 나는 내 낭군이 그렇게 갈 줄 몰랐지. 현이도 제 운을 못 본다. 이 운이 뭔지, 이 연이 무엇인지 몰라서 나는 불안하다."
"길다는 말을 믿으시고, 절 놓지 못한 마음 그대로 절 받아 주세요. 당골 어른."
내가 말했다. 현이 당골 어른과 내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그래, 현이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다. 그럴 거야. 아무렴." - page 78 ~ 79
과연 이들은 어찌 될지...
다음으로 「매미가 울 때」의 '나'는 아내 승희와 여행을 가던 중 순식간에 벌어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뒤집힌 차 안에서 피 흘리는 승희의 얼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승희를 구하지만 승희의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봐선 그리 심각해 보이진 않지만 부위가 머리인 만큼 빨리 치료를 받기 위해 119에 전화하려는데...
이상하게도 휴대폰 전원이, 두 사람의 핸드폰 모두 먹통입니다.
"여기서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든가, 아니면 마을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 page 148
짙은 회색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나'와 승희는 걷다 어렴풋이 사람 형상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사람 걸음걸이가 이상한게 꺼림칙한데 다가가니 그 사람, 아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에 손바닥만 한 버섯들이 마치 나무에 기생한 것처럼 수십 송이의 버섯들이 얼굴과 상반신에 잔뜩 붙어 있는 기괴한 모습에 피하려는데, 그 존재가 '나'를 물려고 합니다.
한참을 도망치다 발견한 낡은 절 하나.
그곳엔 스님 한 분과 여러 명의 일반인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
스님이 천천히 입을 떼는데...
"파락입니다."
...
"파락이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중간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여긴 이승도 저승도 아닌 셈이죠. 한마디로, 두 세계 사이를 잇는 다리인 겁니다. 보통의 영혼들은 잠시 머물다 가지만, 이승의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은 영원히 이곳을 헤매게 됩니다. 여러분이 밖에서 본 괴물이 바로 그런 자들이지요. 몸에서 망자버섯이 자라면, 자기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파락의 일부가 되어 영혼이 바스러져 먼지가 될 때까지 이곳을 떠돌게 됩니다. 어찌 보면 죽음보다도 더 무서운 형벌이라 할 수 있지요."
...
"파락은 불안정한 세계이기에 곳곳에 틈새가 존재합니다. 이 틈새를 문이라 부릅니다. 문을 통하면 이승과 파락 사이를 드나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망자에 한해서지요. 산 자도 우연히 이 안으로 들어올 순 있지만, 자기 뜻대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파락이 그걸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죠." - page 171 ~ 172
문.
하늘에 떠 있는 검은 태양을 따라가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면 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곤 이곳에 왜 왔는지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아야만 오직 하나만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는 또다시 죽음을 맞지만, 이제는 영원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다시 살아나서 파락을 걷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 page 287
이번엔 짜릿함보다 뭉클함이 더 컸던 이야기들.
모두 부부의 '사랑'을 주 소재로 삼고 있으나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낯선 공간' 안에서 벌어진 이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모두가 인간다움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그러지 말라고.
힘들겠지만, 이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야 앞으로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관계' 속에서의 '사랑'을 지켜 나아가자고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속 지위 경쟁과 불안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이 상냥함과 이타심을 잃은 요즘.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었습니다.
이타심을 잃은 괴물은 되지 말기를...
앞으로의 매드앤미러 프로젝트가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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