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정욱 지음 / 북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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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 세탁소가 있다면 어떨까?

책을 읽기 전 즐거운 상상...?!

과연 소설 속에선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였습니다.

"리셋으로 꼬인 미래를 세탁한다.

그게 저희 일이잖아요?"

전대미문 '미래세탁소' 개업

사라진 내일의 문제를 해결해드립니다

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서른넷, 서울 상위권 대학을 나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금융 기업 오성증권에 입사한 '남태오'.

하지만 그는 강남에서 나고 자란 회사 동기들이 벤츠니 BMW니 하는 차를 살 때 36개월 할부로 간신히 아반떼를 사는 게 고작인, 선후배들이 주말마다 골프 라운딩을 가고 호캉스를 즐기는 동안 열 평 남짓한 원룸 오피스텔에서 게임을 하거나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처지였습니다.

때마침 2018년 이후로 끝났다고 생각했던 가상화폐의 가치가 끝 간 데 모르고 치솟았고 거기에 '영끌'을 시도해 투자를 하였습니다.

가상화폐가 자신을 저 위 세상으로 데려다주리라 확신하고 있었는데 전 세계의 경기를 부풀리던 거대한 거품이 터져버리게 된 것입니다.

사실 회삿돈을 횡령해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태오.

2022년 12월 31일 3년 만에 열리는 보신각 타종 행사로 모여든 사람들을 뒤로하고 회사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데...

그런데 어째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폐의 충격이 서서히 사라지며 숨쉬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죽음이란 이런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충격이 있었던 등은 물론, 팔과 다리, 머리 어디 한 군데 아픈 곳이 없었다. 태오는 살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 page 13

그가 누워 있는 곳은 5년 전 살던 자취방이었습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새해를 환영하는 현수막에는 '2023년'이 아닌 '2018년'.

사소한 일들은 필요 없었다. 비트코인의 등락, 어떤 주식이 상한가를 쳤는지, 부동산 폭등이 시작된 시기가 언제인지 정도만 알아도 충분했다. 태오는 영화나 소설 속 시간 회귀물의 주인공들을 떠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미래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버린 주인공들. 자신도 그들 못지않게 잘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이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 page 17

자신의 인생이 리셋되어 두 번째 기회가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2018년에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 '미연'을 통해

'리셋'.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전 세계 사람들이 5년 전 과거로 돌아와버린 그날을 그렇게 불렀다. - page 25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5년 전으로 돌아왔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리셋이 되었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태오의 횡령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결국 회사를 관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남태오 씨죠? 저는 이찬신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이찬신 씨라고요? 알배추마켓?" - page 30

유명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ABC트레이더스'의 대표 찬신이 그에게 제안을 합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없던 일로 해준다니 그걸로 깔끔하게 사라지면 좋을 텐데,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안 되잖아요. 어차피 다들 머릿속에는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일들이니."

...

"그래서 리셋 이후에도 사라진 미래에 얽매여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여기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곳이에요. 제대로 미래를 세탁해주는 곳이죠. 저는 세탁소장이고요. 편하게 소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page 39

그리하여 찬신과 함께 태오는 미래에 있었던 구겨지고 더럽혀진 잘못, 실수, 후회를 구김살 없이 펴서 리셋으로 생긴 사람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미래세탁소'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리셋 전 사고로 죽었다가 되살아난 아이돌 그룹의 리더, 리셋이 일어나 태어났던 딸이 태어나지 않게 된 부부, 회사 직원들에게 배신을 당한 대표 등...

의뢰인들의 미래 세탁을 도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과연 태오는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리셋으로 미래의 후회와 실수를 지운다 하더라도 결국...

"발길 닿는 대로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리셋으로 사라진 미래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왔어요. 최근 우리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은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셋의 피해자가 줄어든 건 아니더라고요."

태오의 말에 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미래세탁소를 찾는 의뢰인들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게 리셋으로 인한 상처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포기하고 익숙해져갔을 뿐. - page 261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익숙한 '타임리프' 소재.

하지만 익숙하기에 또다시 몰입하며 공감하며 읽었고 끝엔 실낱같은 희망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나에게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아니, 안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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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나비클럽 소설선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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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의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으로 추리소설적 완성, 최고의 단편에 수상하는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1985년에 제정되어 한국 추리문학의 성장을 견인해온 한국의 '에드거상'인 한국추리문학상은 그해 가장 뛰어난 단편 추리 소설에 '황금펜상'을 수여해왔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제17회 황금펜상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문예지와 단행본에 발표된 단편 추리 소설들을 대상으로 심사했다고 하였습니다.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 김재희, 박상민, 윤자영, 조동신, 한수옥, 홍성호의 예심을 거쳐 문학 평론가 백휴, 박과육, 박인성 평론가가 본심을 진행한, 치열한 논의 끝에 수상한 이들.

솔직히...

추리문학을 좋아하지만 이런 상이 있었는지 몰랐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알게 되었고, 아는 작가님의 이름이 보여 더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뽑혔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추리소설적 감각으로 세상을 해부하며

올 한 해 장르적 결실과 문학적 성취를 이뤄낸 일곱 편의 작품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년 제17회



수상작 박소해 작가님의 <해녀의 아들>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팔심 평생을 물질로 살아온 해녀의 죽음.

얼핏 사고로 보였지만 곧 살인사건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거슬러 올라 아직 끝나지 않은 제주 4·3 사건과 관련이 있게 되고...

"나 말이 맞는지 니 말이 맞는지는 어디 한번 법정에서 따져보게. 이번 기회에 말없이 파묻힌 수많은 억울한 사연들이 양지로 나올 수 이시믄 좋으키여. 나가 재판받는 법정이 4·3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공론화할 기회가 되어줄지도 모르주."

...

"누구를 죽이지 않고서도 겅할 수 이서마씸.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헙니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어수다."

승주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정말 겅할까? 주목을 끌잰 하믄 쇼가 필요한 법이라. 사람들이 잊으믄 쇼를 해서라도 강제로 기억하게 해사주게. 테러리스트들이 무사 테러를 하크냐?" - page 56

너무나도 먹먹했던 소설.

이 소설은 많은 이들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남았습니다.

잊지 말아야할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혼돈의 도가니, 4·3.

살암시민 살아진다.

누님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누구든지 살아 있으면 살아지리라. 누님이 저에게 넘겨준 생명을 ,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소중하게 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세상에 전하겠습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고귀하다는 것을. 두 번 다시 4·3 같은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대개 '여성'이라 하면 희생자로 다루어졌던 여성상을 벗어나 파격적인 빌런의 모습으로 그려낸 서미애 작가님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

40피트 원기둥 형태의 건물 안쪽에 갇힌 채 죽임을 당한 여성, 그 여성의 불가해한 죽음을 파헤쳤던 김영민 작가님의 <40피트 건물 괴사건>

사회를 등지고, 가족으로부터도 은둔하는 주인공이 수상한 외국인 노동자 자히르를 만나면서 파멸, 몰락, 붕괴를 가져오는 모습을 그린 여실지 작가님의 <꽃은 알고 있다>

저에게 짜릿한 반전을 선사해 주었던 홍선주 작가님의 <연모>.

학교에서 사이코패스로 소문난 소녀 '소형'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주었던 교생 선생님 '민우'.

9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이 재회하게 되는데...

열망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소형이 환하게 미소 짓는다. 나는 그 모양새를 따라 입꼬리를 올린다. 소형이 눈을 감고 살짝 벌린 입술을 내게 내민다. 나는 고개를 숙여 반짝이는 그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갠다. 그사이 짧게 내뱉는 숨에 나의 쾌감이 실린다. - page 222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연모(戀慕)가 아닌 깊은 계책의 연모(淵謀)였음에!

반전에 저도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부잣집 막내아들> 드라마를 오마주, 패러디한 느낌을 주었던 박순찬 회장의 생일잔치로 북적거리는 팔각관, 그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홍정기 작가님의 <팔각관의 비밀>

마지막 강한 종지부를 남겼던 송시우 작가님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10대 여성 청소년 김윤주.

"... 그런데요, 형사님."

"뭐야."

"제 사건, 유명해요? 엄청 난리 났어요?"

김윤주의 눈이 뭔지 모를 만족감으로 빛났다.

"누가 그래?"

"어제 변호사님이요. 저 때문에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던데. 그정도예요?" - page 311

폭력적이고 잔혹한 가상 세계에 빠져들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죄 없는 사람을 죽임으로 몰아내기까지...

이 소설은 세상 떠들썩하게 했던 2017년 인천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였는데 이미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도 다룰 만큼 '소년법'에 대해,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절실함을 일깨워주었었습니다.

7인 각양각색이었기에 재미있게 읽었던 이 책.

몰랐던 작가도 알게 되었고 앞으로 그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황금펜상 수상작들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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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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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체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힐링 판타지 소설을 그렸던 작가 '변윤하'.

이번엔 더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돌아왔습니다.

'눈()'

예로부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 여긴 눈을, 그리고 '보름달 안과'라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눈을 통해 마주하게 될 이들은 누구일지...

저도 이 공간으로 함께 떠나보고자 합니다.

거울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신비한 공간

보름달 안과




까마귀가 울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그랬던가...

후드득 떨어지던 빗줄기 사이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을 느꼈던 '김은후'.

마치 꿈속에서 보았던 비가 쏟아지는 어둠 속에서, 강렬하고 번뜩이는 눈길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검고 반짝이는 눈으로 까마귀가 아버지의 유품인 손거울을 낚아채 휙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필사적으로 까마귀를 쫓아가던 은후.

'거울을 되찾아야 해.'

그곳에서 낡은 창고의 열린 창문 속으로 까마귀가 날아들어 가는 게 보였고

"돌아가신 아빠 유품이거든... 그것만 돌려주면 뭐든 줄게. 반짝이는 거, 아니 원하는 거면 전부 다. 그 거울만 돌려줘."

마치 응답하듯 까마귀가 커다란 날갯짓을 시작했다. 까마귀의 날갯짓에 인 검푸른 바람이 몸에 닿았다.

"응? 뭐든 해줄 테니까, 제발." - page 17

그렇게 까마귀에게 손을 뻗는 순간!

화려한 금박 장식의 거울과 부딪히고,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저... 여긴 어디야? 분명히 창고에 있었는데..."

"안과야. 그래도 명색이 병원인데 다친 사람을 내쫓을 수 없어서 있게 하는 거야. 조용히 쉬다가 돌아가."

"안과? 여기가?"

...

"평범한 안과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너도 느꼈겠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 page 21

묘하게 까마귀 같은 느낌을 주는 도선생과 신비하고 차가워 보이는 보조 미나가 진료를 보는 이곳 '보름달 안과'.

이곳에서는 환자가 살아온 인생,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 애정을 두는 장소, 감정의 색깔이나 영혼의 무게 같은 것들을 측정해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환자 차트를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된 은후.

은퇴 후 투자 실패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이국땅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유학생, 이제 막 빛을 볼 때쯤 부상으로 은퇴해야 했던 발레리나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선생과 미나 그리고 은후.

우연히 만나게 된 줄 알았던 세 사람의 인연의 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눈을 뜨고 보게 된 첫 번째 사람을 죽이게 될 운명이다'라는 예언을 받고 아버지에게 학대받다 도선생에게 간신히 구원된 아이 미나.

어릴 적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꿈을 반복적으로 꾸며 그리워하는 아이 은후.

도선생의 숨겨진 이야기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과연 까마귀를 따라가 도착한 보름달 안광에서 은후는 무슨 일을 겪게 될까?

아버지의 유품인 거울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해 보시길...

"다시 잠잠해질 거야. 그리고 도 폭발하겠지.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처럼." - page 152

속 사정을 읽고 난 뒤...

참 먹먹하였습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결국 우리가 자초했던 일이었고 치유도 우리의 몫이었음을...

그러므로 살아간다...

저는 이 소설을 이렇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새삼 만약 내가 '보름달 안과'에 간다면...

그동안 몰랐던 내 안의 어떤 사연과 마주하게 될까...

잠시 거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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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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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거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으로의 여행.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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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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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직접 목격한 것처럼 표현하는, 역사소설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가 _ <뉴욕 타임스>'

이렇게 극찬을 받은 작가.

그리고 실제로 미육군사관학교에서 6개월간 복무했던 추리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를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재탄생시킨 이 소설의 작가.

'루이스 베이어드'.

드디어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올해 초 넷플릭스에 <페일 블루 아이> 영화가 나와서 궁금했던 찰나.

먼저 소설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1830년 웨스트포인트를 배경으로 벌어진 살인과 복수가 전개되는 미스터리.

그 짜릿함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역작.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

커커스 리뷰

에드거상 · 대거상 노미네이트작

"나는 누구나 내면에는 가장 추악한 귀퉁이일망정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페일 블루 아이



1830년 10월 26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신생 육군사관학교에 '오거스터스 랜도'는 고용됩니다.

그 이유는...

"선생님의 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걱정하는 부분은 수사입니다. 상당히 복잡한 데다 덧붙이자면 상당히 예민한 문제라서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가 이 학교 밖으로 절대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대위님, 내가 어떻게 사는지 아시잖습니까. 내 대화 상대는 호스뿐이고, 녀석은 분별력의 상징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그는 이걸 엄숙한 확언으로 받아들였는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자기 무릎을 쳐다보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저희 학교 생도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건 저도 집작한 바입니다."

"켄터키 출신의 2학년생이고 이름은 프라이입니다."

"리로이 프라이요." - page 39

밧줄에 매달린 채 발견된 리로이 프라이.

그런데 그날 밤 새벽 프라이 생도의 시신을 누군가가 옮겼는데 누가 됐든 유례없이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데...

"누가 프라이 생도의 심장을 시신에서 도려냈지 뭡니까." - page 44

그리하여 뉴욕에서 명성을 떨쳤던 은퇴 경찰 랜도가 특별히 소환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숙련가는 학교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탈과 궤변을 즐겼지만 순탄히 조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령님 그리고 대위님. 두 분은 계속 제 손을 묶고 계십니다. 생도들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지도 못하고, 두 분 허락 없이는 말도 섞지 못하고,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이런 것들이 허용이 된다 한들..."

나는 손을 들어 세시어의 반론을 사전에 차단했다.

"자, 이런 것들이 허용이 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젊은 친구들은 다른 건 몰라도 비밀 하나는 잘 지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세이어 대령님, 이곳 시스템은 비밀을 강요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생도들 간 비밀은 같은 생도에게만 공유될 겁니다." - page 126

기만한 관찰력을 지닌 1학년 생도 '에드거 앨런 포'를 조수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수수께끼 같은 단서, 암호들 가운데 그들의 우정과 비밀, 살인과 복수가 서로 직조하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데...

시간은 우리 생각과 다르게 단단하게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말랑말랑하고 쭈글쭈글하며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 접혀서... 몇 세대를 건너뛴 사람들이 한데 뭉뚱그려져 같은 땅에 서고 같은 공기를 마시게 되니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논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어느 누구도 완전히 살았다고 또는 완전히 죽었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 page 657

와!

그야말로 페이지터너였고 눈을 깜빡일 찰나조차도 아쉬울 만큼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의 배경인 1830년 웨스트포인트는 에드거 앨런 포가 당시 실제로 복무했던 미육군사관학교이고 작품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오거스터스 랜도는 포의 작품 『랜도의 오두막』의 주인공 '랜도'와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속 캐릭터 '오귀스탱' 뒤팽에서 이름과 성격을 가져와 보다 더 설득력 있고 절묘한 디테일에 짜릿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한 문장을 꼽자면

Tout le monde a raison

모두에게 이유가 있다

왠지 이번 주말엔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그려낼 랜더의 모습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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