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거리 수사대 : 한양풍문기의 진실 사계절 아동문고 110
고재현 지음, 인디고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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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책 읽는 것을, 특히나 글 밥이 많은 것에는 아직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유독 '추리' 이야기에는 몰입하며 글을 읽어가는 모습에 아이의 취향을 고려해 추리 동화를 찾아 읽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아이 역시도 눈이 초롱거리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곤 먼저 읽는...

내가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하하핫;;;

읽고 나서 다음 권도 읽고 싶다는 아이.

얼마나 재밌길래 그러는지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한양 책방거리에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

그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 떠난 아이들의 가슴 뛰는 활약!

책방거리 수사대: 한양풍문기의 진실



동지는 급히 걷던 걸음을 멈추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툭 튀어나온 둥근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뺨은 한껏 더 붉어졌다. 아씨의 심부름을 나온 것이지만, 마님 몰래 집을 빠져 나온지 오래였다. 더구나 마님이 싫어하는 이야기책을 빌렸으니 마님에게 들키면 잔소리로 모자라 회초리까지 맞을지도 몰랐다. - page 7

광통 지전의 연이 아씨, 연이와 자매처럼 자란 동지.

세책점에 갈 때마다 누군가 이미 빌려서 번번이 헛걸음했던 『장화홍련전』을 드디어 빌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씨, 이것 좀 보세요. 책에 뭔가 있어요."



책 안쪽에 '한양풍문기'라는 제목이 쓰인 종이가 풀칠하여 붙어 있었습니다.

오월 스무아흐레. 낙산 아랫동네에 사는 최씨 성을 가진 여인과 한 가족이 사라지다. 한밤중에 과부 여인과 다섯 아이가 손과 손을 잡고 모두 사라지다.

야밤에 일가족이 사라졌다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달은 비난의 댓글이 가득하였습니다.

동지는 실제로 그 가족을 마주한 적이 있고 소문의 대상이 자신이 본 이들이 맞다면, 거짓 소문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아씨, 이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제가 직접 알아봐야겠어요! 찾아가 볼래요!"

그리하여 소문의 진실 여부를 밝혀내겠다 마음먹은 동지.

하지만 연이 아씨가 자신과 함께 나서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라니요, 아씨! 이건 아씨 같은 여자가 나설 일이 아니에요."

"나 같은 건 뭐고, 여자는 뭐야? 너도 여자면서."

"아씨와 저는 다르지요!"

"너와 내가 다르다고? 난 한 번도 널 다르게 생각한 적이 없어."

"아씨, 그 말이 아니잖아요. 이건......"

...

"진실을 알아내는 데는 남자도 여자도, 양반도 하인도 상관없는 거야. 더욱이 이 아이들, 네가 아는 아이들이잖아. 너도 궁금하잖아." - page 40 ~ 42

동지는 남장한 연이와 함께 세책점이 그득한 책방거리부터 한양풍문기에 나온 수표교 등 곳곳을 수소문해 나서게 되고 억울하게 죽는 이들이 없게 하려는 포졸 두태와 양반집 도령 윤휘를 만나게 되는데...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는 연대의 장, 책방거리 수사대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게 됩니다.

'연이'라는 인물로부터 시대가 규정한 성별, 신분적 한계에 맞서 거짓을 진실의 목소리로 뒤엎는 용기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도 배울 점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다입니까?

"낭자가 나서라고 해서 포도청에 재수사를 당부했어요. 사건을 은폐하라고 누가 시킨 것이 아닌데도, 그들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지요. 이것이 조선이고, 이것이 양반 사회입니다."

"이런 현실이 마음에 드십니까?"

윤휘는 연이의 질문에 말문이 탁 막혔다. - page 124

또한 이 사건은 '소문'을 퍼트린 자, '소문'에 입을 얹은 자, '소문'을 감춘 자 모두로부터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사건에 가담한 가해자와 방관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음을, 특히나 사건의 진상과는 관계없이 무지한 댓글로 진실을 흐리는 현실은 현재 우리에게서도 겪었던 일들이기에 쉬이 넘어갈 수 없었고 아이에게 그 어떤 말보다 큰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었습니다.

"어디 말해 보시오.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이오?"

"댓글을 모두 읽었으면 알 것 아닙니까? 도령이 얻고자 하는 것은 얻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최 여인을 업신여겼습니다. 모조리 무시했습니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도, 아니 죽은 사람이기에 변명 한마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쏟아진 말을 도령은 어떻게 주워 담을 생각이었습니까?" - page 88 ~ 89

깊은 울림을 주었던 이 소설.

정말 아이들이 꼭 한 번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마지막에 또 다른 책에서 '한양풍문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저 역시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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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현대미술 - 진짜 예술가와 가짜 가치들
뱅자맹 올리벤느 지음, 김정인 옮김 / 크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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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대미술 전시회를 가 보면...

뭐라고 할까...

고명한 비평가들이 극찬을 하는데 저는 도통 이해도 안 되고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좀처럼 현대미술은 챙겨보지 않곤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감상이 무척이나 일반적이며, 나아가 전혀 잘못된 게 아니라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좋아하지 않는다(저자는 단 한 명도 그럴 리 없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이건 우리에게 현대미술을 이해할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현대미술에 있다'

라며 남모를 고충으로 여겼던 저에게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했던 그.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현대미술의 사기를

참아야 하는 걸까?

새로운 20세기 미술사 찾아가기

또 다른 현대미술



고전 예술,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흔쾌히 즐기는 이른바 대중예술-영화를 감상하고, 소설이나 만화를 읽으며, TV 시리즈를 보고, 노래를 듣는-을 보면 이들은 현실을 하나의 작품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세계의 숨은 일면과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어떤가?

세계와 무관한 개념적이고 형식적인 것(예컨대 커다란 사각형이나 줄무늬), 아름답지 않은 것(소변기, 잘린 성기), 예술과 무관해 보이는 것(통조림, 벽에 붙인 바나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대미술을 싫어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현대미술의 옹호자들은 현대미술에 '좋은 부분도 좋지 않은 부분도' 있으며, 그에 대해선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곤 하였습니다.

그럼 역사의 판단이 좀 더 쉬워지도록, 지금부터 현대미술의 좋지 않은 부분을 가려 보면 어떨까.

저자는 이 책에 작품의 감상과 예술가의 가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무관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논의하고(어떤 작품이 나에게 감동적이라면 그것이 인상주의 작품이든 고전 작품이든 무슨 아무 상관인가?), 고전 예술 양식은 마이너 예술을 피난처로 삼았으며 오늘날 이들이 누리는 성공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임을 지적하였습니다.

아울러 20세기 미술사의 신화를 이루는 '토템'인 뒤샹, 피카소, 개념미술 등의 의미를 다시 살피고, 이들이 생각만큼 견고하지도, 생각만큼 공식적인 역사를 지지하지도 않음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피카소나 모네처럼 자신들의 이름이 걸린 아방가르드 운동보다 훨씬 오래 예술계에 남아 계속 활동했던 이들, 아방가르드 운동에 참여했다가 다시 고전 예술 양식으로 되돌아온 이들, 어떠한 아방가르드나 역사적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예술 작품을 남긴 이들을 하나씩 지적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공식적인 미술사가 거짓임을 선언하고, 새로운 20세기 미술사를 제시하였습니다.

이 역사에서 예술적 가치는 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것이며, 따라서 미술사는 하나의 최종 목표를 향해 점차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계속해서 변모해 가는 과정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화가들이 스스로 주장하는 계보, 화가들이 동시대 후계자들의 작품에서 보았던 계보에 주목해야 한다. 역사철학자나 비평가가 아닌, 예술가들이 직접 쓴 역사를. - page 54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 미술서라 접근했다가 큰코다쳤습니다.

유독 많았던 QR코드는 몰입의 순간을 방해하였었고 '프랑스'에 대해 잘 몰랐기에 이해가 어려웠고 저자의 이야기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으며 무엇보다 낯선 인물과 작품은 그야말로 멘붕이 왔었습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 그의 주장에 힘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조국이기에 더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었으며 예술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비평가나 역사학자가 아닌, 예술가들 스스로가 찬양하고 수집했던 선대 예술가들, 그리고 그 예술가들의 작품을 다시금 사랑하고 찬미했던 후대 예술가들로 이어진다는 것을.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 - page 113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저자는 단순 '예술'에서만 그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해 준 점이었습니다.

나는 역사의 흐름을, 정확히는 역사가 최종 심판을 내릴 자격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진짜와 가짜, 선한 것과 악한 것은 시대마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우린 최소한 그런 선택이 어떤 변화를 불러오리라 믿고 행동할 수는 있다. 그러니 그렇게 하자. - page 156

현대미술의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신격화에 일침을 가했던 이 책.

'진짜' 20세기 미술사를 구성하는 이들을 알려주었던 이 책.

그렇기에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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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vs. 가짜 공부 - 억지 공부에서 자발적 공부로 나아가는 힘
정승익 지음 / 마인드셋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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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느새 고학년으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교육비도 나름 지출하고 있었지만 점점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줄이고 있었지만...

부모로서는 뭔가 더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복잡하기만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공부시켜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썼다고 하니 믿을만하지 않나요!

'진짜 공부'에 대해 한 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사교육 참여율 무려 80%

하지만 인서울 명문대 입학은 불과 7%

'진짜 공부'를 하는 학생만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정책은 바뀌어도 공부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학생과 학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공부의 본질

진짜 공부 vs. 가짜 공부



대한민국의 초중고 평균 사교육 참여율이 78.3%에 달한다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가정이 사교육비 경쟁에 참여하지만 입시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가정은 상위 7%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것이 현실적인 한계라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를 해야 입시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에 최근엔 남들보다 더 빠른 시기에 공부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미취학에서부터 분수를 공부하고, 영어 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를 누구보다 빨리 익히며 초등에서의 선행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선행의 힘을 인정한다고 해도 원하는 입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사교육비로 승부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고, 아이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입니다.

학원이라도 보내지 않으면 집에서 공부에 집중하는 않는 이아의 모습 때문에...

그런데 잠시 멈추어 생각해 봅시다.

집에서 공부에 전혀 집중을 못 하던 우리 아이는 학원에 가서 공부를 잘하고 있을까요?

이렇게 아이들이 억지로 하는 공부를 '가짜 공부'라 칭하였습니다.

"가짜 공부 끝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원하는 성적을 얻는 것만이 공부의 목적인지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한 후에

'진짜 공부'

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진짜 공부로 나아가는 7단계

1단계 진짜 변화를 위한 생각 전환하기 :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생각이 변해야 한다.

2단계 공부의 목적 정하기 : 진로를 기본으로 나만의 공부의 목적을 정해야 한다.

3단계 공부 환경 만들기 : 공부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4단계 GRIT으로 공부하기 : 실패를 겁내지 말고 GRIT의 정신으로 공부해야 한다.

GRIT은 미국의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 박사가 개발한 개념으로, 열정, 끈기, 끈질긴 노력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재능 x 노력 = 기술

기술 x 노력 = 성취

이를 공부에 적용해 보면

첫째,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공부에 관심을 갖기

둘째, 환경을 갖추고 습관처럼 열심히 공부하기

셋째, 공부의 목적을 찾고 의미 부여하기

넷째,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를 갖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열정과 노력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갖는 것이었습니다.

5단계 습관으로 정착시키기 :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한다.

습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최대 9개월까지를 잡고 계획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9개월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재능을 탓하고 싶다면 9개월 이후에 탓해야 합니다. 그전까지 일어나는 모든 일은 원래 그런 겁니다. 이미 2010년에 연구를 통해서 습관 형성은 오래 걸리고, 매우 어렵고, 만든 다음에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습관을 만들다가 힘들 때는 기억합시다. 내가 힘들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은 이 습관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요. - page 184

6단계 몰입력 기르기 : 하나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공부한다.

7단계 진짜 인생으로 나아가기 :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진짜 인생을 살아야 한다.

였습니다.

저에겐 이보다는 부모의 역할에 더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특히나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초등 공부의 본질에 대해

첫 번째, 관심

진짜 공부는 자녀의 진로 탐색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녀의 관심사를 찾기 위한 경험, 독서, 대화가 필요합니다.

자녀의 관심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두 번째, 공부 정서

공부를 좋아해야 오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부모는 자녀의 긍정적인 공부 정서로 이어집니다.

공부를 힘들어하는 자녀가 공부를 좋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세요.

세 번째, 자존감

자존감은 진짜 공부의 필수 요소입니다.

부모가 스스로 자존감을 가져야 합니다.

가정에는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자녀들의 생각과 감정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가족 전체가 최선을 다해 도전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네 번째, 공부 습관

거실 공부를 시작해 보세요.

거실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거실에서는 독서, 공부를 합니다.

매일 저녁에 모여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듭니다.

다섯 번째, 근성

근성은 진짜 공부의 필수 요소입니다.

근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일 습관처럼 공부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노력을 격려하고 지켜봐야 합니다.

노력의 성과를 경험할 때 근성은 자리 잡게 됩니다.

공부에 답이 없듯이 그동안의 저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해서 원하는 성적을 받을까?'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본질을 놓친 채...

열심히 공부를 시키는 건 결국 '행복'을 위함이었음에 이제는 아이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질문을 바꾸어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행복할까?"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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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 선화공주의 사랑에서 윤심덕의 사랑까지
권경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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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지극히 가장 은밀한 개인사라 여겼는데 여기 사랑 때문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역사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사랑이 역사를 움직이였는지 한 번 읽어보려 합니다.

사랑이 역사가 되고,

역사가 사랑이 되었다!

"역사를 움직이는 진정한 원동력은 오직 사랑이다"

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요즘 지인들을 만나서도 그랬고 주변에서 다들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을 참 많이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랑은 가장 은밀한 남녀의 일 같지만, 알고 보면 가장 궁금한 세상의 일이지요."

용화산 사자사의 지명 법사가 화두를 던지자 부여장(백제 무왕)과 선화공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age 15

그런데 한국사에서 남녀의 사랑이 갖는 가치는 단순한 관심사를 뛰어넘는 무게감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근대 이전에는 당사자가 자유롭게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남녀의 만남은 어른들이 정해주는 집안일이었으며, 성과 혈통은 신분 질서를 떠받치는 사회적 자원이었다. 사랑은 또한 권력의 한 축을 이루며 역사를 움직이는 톱니바퀴로 작동했다. - page 5

그리하여 고대의 소서노와 주몽의 사랑 이야기부터 근현대의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랑 이야기까지,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15편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백제 시조는 소서노 여대왕이며, 한양 하북위례성에 도읍을 정했다. 재위 13년에 죽으니 조선 역사상 유일한 여성 창업자요,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건설한 사람이다."

기원전 37년까지 이토록 위대한 여정이 펼쳐졌던 그녀, 소서노.

졸본 부여 출신의 공주이자, 연타발의 딸이었던 그녀는 아직 젊은데다 집안의 재물이 막대해 구혼하는 자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아들 형제를 키우는 어머니가 함부로 남편을 맞이할 수 없었던 그녀.

"내가 하늘의 명을 받아 이곳에 나라를 열고자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나라를 열겠다고 큰소리치는 청년 주몽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를 도와 고구려를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예씨 부인과 아들 유리가 찾아오게 되고 제2왕비로 밀린 그녀와 자식들의 미래가 캄캄해지자 소서노는 자신을 따르던 졸본 사람들과 함께 백제를 세우게 됩니다.

사랑의 배신마저 꾸역꾸역 삼키고 어머니의 강인한 힘으로 새 역사를 써 내려간 소서노.

그런가 하면 영조가 맏아들 효장세자(진종)를 잃고 나이 마흔에 다시 얻은 사도세자.

영조는 사도세자가 성군의 재목이 되기를 바라지만 학문에 관심이 없었던 그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직성이 풀릴 때까지 야단을 쳤던 영조.

영조의 닦달과 편벽으로 사도세자의 마음은 알게 모르게 병들어갔고 그런 남편이 말도 못 하고 가슴 앓이 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혜경궁 홍씨.

결국 정성왕후의 혼전에서 세자를 폐하고 뒤주에 가두어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영조는 총명하고 효심이 지극한 세손(정조)을 효장세자의 양자로 올리고 '역적 죄인의 자식'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해서 왕통을 지키게 되는데...

남편의 죽음을 묵인하고, 자식을 품에서 놓아준 끝에 이들 부자가 국왕 반열에 올라서는데 일조하게 된 혜경궁 홍씨.

버림의 미학이요, 애틋한 모정이다. - page 188

무엇보다 저에게 인상적인 이야기는 <인습에 희생되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였습니다.

"대단히 미안하나 이 유언서를 본적지에 부쳐주시오."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일본 시보노세키항을 출발해 현해탄을 건너 부산으로 향하는 부관연락선 도쿠주마루 3호실 선객이 남겨놓은 메모.

바다에 몸을 던진 것 같은데 몇 시에, 어느 지점에 그랬는지 알 수 없었고 결국 종적을 찾을 수 없었던 이들.

남자는 목포 대부호 김성규의 맏아들이며 극작가·연극평론가로 알려진 '김우진'이었고

여자는 평양 출신으로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사범과를 나온 조선 최고의 소프라노 '윤심덕'이었습니다.

김우진과 윤심덕의 현해탄 정사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데 언론에서는 윤심덕과 김우진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남자가 처자식 딸린 유부남이었기에 비관해 동반 자살을 택한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들이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죽음으로 이끈 것은 예술적 동병상련이었다는 것을...

예술과 사랑은 단비가 되어 메말라가던 그들의 삶을 해갈해주었다. 하지만 인습에 사로잡힌 조선, 이방인에게 척박한 세상을 적셔주지는 못했다. 휘둘리지 않으려고 몸부림칠수록 점점 더 얽매이는 불가항력의 현실이 사방에서 근대 예술의 선구자들을 조여왔다. - page 263 ~ 264

살아 있을 때는 죽고 싶을 만큼 욕하다가 죽고 나면 되살리기라도 할 듯이 숭배하는 게 세상인심이었던가.

현해탄 정사 사건에도 이런 심리가 깔리게 됩니다.

윤심덕을 비난해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노래에 눈시울 붉히며 그녀를 부활시킨 것도 '대중'이었음에.

유서를 남기는 심정으로 불렀던 <사의 찬미>가 오늘의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 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 /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사랑'.

이보다 잔인한 것은 없었고

이보다 더 슬픈 것도 없었으며

그 힘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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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리커버 에디션)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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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장 어딘가엔 존재할...

저 역시 어김없이 책장에 존재하던 벽돌책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그리고 이 책.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읽지 않고 있었던...

그냥 내 책장에 놓여있는 것만으로도 지적 수준을 높여주는 것 같아 심적 안정을 위한 책들이었던 이 책들을.

'가치 독서'로 벽돌 깨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좁혀오는 범위...

과연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이 책.

읽으면서는 진도가 너~무 안 나갔던 이 책.

읽고 난 뒤 그래서? 뭘까? 란 의문만 남았던 이 책.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남기는 순간에도 주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읽었다는 흔적은 남겨보고자 기억에 남는 것들의 조각들을 모아봅니다.

하버드 대학교 최고 명강의 'JUSTICE'를

책으로 만난다

세계적인 정의 열풍 "시민으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생각하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이성과 논리의 향연

정의란 무엇인가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확대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 보험료는 지불 능력에 따라 부담해야 할까?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대형 업체들로부터 지역 상권을 보호하는 노력을 해야 할까?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무엇일까?

북한의 위협적인 언사와 행동에 남한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근에 있었던 가슴 아픈 세월호의 비극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등등.

이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하기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질문들은 극심한 이견과 격렬한 논쟁을 촉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견들은 흔히 정의와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에 관해 서로 이견을 보이는 원칙 및 개념에 각각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의견 충돌의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심오한 도덕적 신념을 공적인 담론의 장으로 가져오길 주저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실수'라고 하였습니다.

정의에 관해 경쟁하는 원칙들을 두고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다투는 것은 나약함의 징표가 아니라, 성숙되고 자신감 넘치는 민주주의의 징표다. - page

그리하여 그는 이 책에서 구제 금융, 대리 출산, 동성 결혼, 과거사 공개 사과 등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부딪히는 문제를 통해

'무엇이 정의로운가'

에 대해 정치 철학사 속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상가들의 이야기로부터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보고는 우리 각자에게 정의에 대한 견해를 잡도록 해 주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page 380

도덕과 정의에 대해 저자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하였습니다.

'복지'를 중시하는 공리주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지상주의

'미덕'을 중시하는 공동체주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에 따르면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릴 땐 좋겠지만 개인의 권리는 존중되지 않는, 고문이나 대리 출산과 같은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는 도덕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오늘날 보편적 인권이라 부르는 개념의 토대가 된 이마누엘 칸트가 말하는 자유와 도덕의 개념은 설득력이 강하지만, 친구를 위해 살인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사례처럼 정언 명령에 부합하는 행동은 딜레마에 빠질 수 없음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특정한 이해관계가 사라진 무지의 장막 뒤에서 정의의 원칙을 합의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주장도 완벽해 보이지만 이 역시도 아무리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유하려 해도 결국 공동체의 이익이나 관습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의'란 무엇이란 말일까...

명백한 답이 없기에 지금도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적 시선, 논의를 통해 한 발씩 나아가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대체로 '○○는 무엇인가'란 책들을 읽어보면 확고한 답이 없었습니다.

대신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사색할 수 있게 좋은 재료들을 선사해 주며 스스로의 사고를 다듬어 나아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책은 읽었으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어찌압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감히 정의를 정의합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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