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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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이기도 한 이야기였습니다.

나만의 책방을 열고 책을 읽으며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거...

말 그대로 로망이기에 꿈을 꾸는 것이지... 이번 생에선 열심히 살아가는 걸로...

아무튼 책 제목에서 '낭만'이 그려졌다고 할까...

대리만족으로 읽어보았던 이 책.

읽으면서 대신 꿈을 꾸었습니다.

다소곳이 열린 공간에서

잃어버린 꿈을 복구해가는 책방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어느 날, 한 중년의 사내가 무작정 찾아왔다고 합니다.

시를 쓰고 싶다고.

매주 저녁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시골책방으로 와 써본 적이 없다는 글을 쓰는데...

'생각을담는집만 들어오면 나는 소년이 되어버린다.'

그렇습니다.

한 중년 사내는 책방에서 소년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소년 소녀가 될 수 있는 이곳, 생각을담는집.

그곳에서 한 소녀의 이야기가 그려져있었습니다.

용인의 작은 시골책방.

오고 가는 이들이 남긴 이야기와 책방 지기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다정하고도 따스한 책방이란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책방은 섬이라고...

나는 점으로 있다.

누군가와 만나 선으로 이어진다.

점은 선을 낳고, 선은 또 다른 선을 낳는다.

다른 점을 만나 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우연이다.

동서남북 이곳저곳을 돌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책방이라는 걸 차린 건 우연이다.

연속된 우연들, 그리고 결정들이 지금이다.

책방은 하나의 섬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각각의 점이다.

그들과 잠깐 우연히 선으로 이어진다. - page 23 ~ 24

내가 고르는 책이, 내가 만나는 이들의 우연들이 모여 필연이 되고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 주는 곳.

그것이 '책방'이란 공간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곳.

저에게 이곳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고독함'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행사가 있다면 시끌벅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의 조용함.

그런데 이것이 마냥 쓸쓸함이 아니요, 외로움이 아닌 고독이었습니다.

그래서 글 하나하나가 진하게 와닿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팔아야 먹고사는'곳인 책방.

책이 상품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책방이기에 우리 책방에서 인증샷만 찍고 간다거나, 보고 싶은 책 사진만 찍고 가기보단

'맘에 드는 책 한 권 사는' 에티켓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 책으로부터 책방과 우연을 필연으로 이어갈 수 있기에 조심스레 권해봅니다.

보고 싶은 책을 골라놓고, 새 책 냄새를 맡으며 책 읽는 꿈을,

그러다 누군가 오면 책 수다를 떨거나 마당에 피어난 들꽃들을 이야기하는 꿈을,

때때로 시인과 작가 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클래식 연주를 듣는 꿈을,

그렇게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로 늙어가기를 소망하는 그녀가 너무나 멋졌습니다.

묵묵히 응원의 박수를 남기며...

언젠간 한번 '생각을담는집'에 찾아가 다정한 휴식을 선물받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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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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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었습니다.

제 주위 사람들도 읽었었고 추천도 받았었고...

그랬고...

......

솔직히 끌리지 않았기에 미루고 미루고 있었다가...

결국은 읽게 되었습니다.

대략적인 느낌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기에 첫 시작이 두려운 이 소설.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영미 페미니즘 문학의 거장 마거릿 에트우드의 대표작!

전체주의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



21세기 중반, 전 지구적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를 틈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길리어드'가 일어나 국민들을 폭력으로 억압하는데, 특히 여성들은 여러 계급으로 분류하여 교묘하게 통제하고 착취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여자는 아이를 낳는 자궁의 역할로 가임 여부가 이들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높은 직급인 사령관의 '아내'들은 푸른색 계열의 드레스를,

'딸'들은 흰색드레스를,

임신능력이 있는 여자는 '시녀'로 붉은색 드레스에 흰색 가리개를,

임신할 수 없는 여자는 '하녀'로 녹색 드레스를,

'아주머니'들은 갈색 드레스 등

모든 여성들은 색깔로 계급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출산하지 못하면 시녀는 비여성이 되어 죽음을 담보한 노동현장으로 유배당하게 됩니다.

소설은 시녀 오브프레드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키우며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평화롭게 살던 그녀.

하지만 극우성향의 기독교집단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운 길리어드로 모든 것이 변하게 됩니다.

오브프레드(자신의 이름은 잃어버린 채 사령관 이름으로 프레드의 시녀는 '오브프레드'가 됩니다. 하지만 'of Fred'는 'off red'로 해석될 수 있음에...)로 살아가면서 그저 버티며 살아남아 언젠간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전하겠다고, 그러니 평상시와 다름없이 무시하며 살아간다고...

어쩌면 이 모든 일은 통제의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누가 누구를 소유하고, 누가 누구한테 어떤 짓을 해도, 심지어 살인을 해도 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던가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누구는 앉을 수 있고 누구는 꿇어앉거나 일어서거나 다리를 활짝 벌리고 드러누워야 한다는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누가 누구한테 어떤 짓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다 마찬가지라는 말만큼은 절대 내 앞에서 하지 마라. - page 235

그렇기에 오브프레드는 탈출을 결심하게 됩니다.

벗어난다고 해서 암흑일지 빛일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그녀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나는 차에 오른다. 그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암흑으로 아니 어쩌면 빛으로 - page 508

부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읽어가 보시길...

솔직히 읽기 힘겨웠습니다.

독백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그녀가 처한 상황이, 거북하면서 도통 희망이 보이지 않아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던 건 아주 희미하더라도 빛을 엿보고 싶었기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역시나...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을 때도 힘겨웠는데...

디스토피아 소설은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아니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왜 후속작인 『증언들』이 궁금한 건...!

단순히 아이를 낳는 도구였던 여성들.

그 기능을 상실했을 때 가해졌던 비인간적인 처사.

마냥 과거의 일일까? 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

그렇기에 이 소설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되풀이할 때마다 나는 고통스럽다. 단 한 번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때도 단 한 번으로 충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는 이 서글프고 굶주리고 황폐하고 절뚝거리고 사지가 절단된 이야기를 계속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래도 나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때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 page 460 ~ 461

오히려 그녀의 이야기는 책을 덮고 난 후 더 진하게 남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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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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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을 읽어보니 어디선가는 있을 듯한...

그래서 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작가분이 누구실까...? 했더니 어?!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의 저자 '고흐'였습니다.

이때도 북한 소재였는데 역시나... 아무래도 북한 전문 소설가이신듯...

아무튼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북한 땅에 묻어둔 조상의 금괴를 찾기 위해

현대판 헨젤과 그레텔이 일으킨 발칙한 소동, 배신과 반전

"니 증조부가 묻어 놓은 금괴를 찾아오너라!"

평양골드러시



평양남도가 고향인 할머니는 1930년 만석꾼 집안의 3남 1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셨습니다.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였지만 부리던 머슴 하나가 소작농들을 부추긴 바람에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고...

전쟁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남쪽으로 피난을 오면서, 아들을 낳기까지 딸만 내리 다섯을 낳았다고 구박을 받으면서, 자식들 육성회비를 낼 돈이 없어 학교에 불려가는 길에서, 경로단에서 혼자 개량한복을 맞춰 입지 못해 따돌림을 당할 때 등등.

사는 게 녹록지 않았던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통일만 돼 봐라! 우리 아버지가 묻어둔 금괴 찾으러 갈 거다!

그 금괴는 오늘날 시세로 무려 112억이나 하지만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거니와 주소도 가물가물한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손자인 인찬에게 당부를 하게 되는데...

"가서 금괴 찾아오너라. 금괴."

허황된 얘기라 생각했는데 할머니의 장례식 날.

수의를 입은 할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옷고름에 적힌 깨알 같은 글씨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금괴가 묻힌 장소.

이는 흙수저 인찬에게 하늘이 주신, 아니 할머니가 주신 '기회'였습니다.

몰랐으면 몰랐지, 안 이상 인찬은 여동생 인지를 설득하여 금괴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평양골드러시'에 돌입하게 됩니다.

제일 먼저 섭외한 사람은 돈이라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 것 같은 브로커 원 씨.

그리고 그가 고용한 꽃제비 애꾸와 함께 살 떨리는 검열과 감시 속에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한 시간은 단 3일!

고군분투하는 그들 앞에 기다리는 건 예기치 못한 장애물들, 협력 속 배신이 있었습니다.

평양의 보물 찾기.

과연 이 남매는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읽으면서 실제 북한의 상황을 묘사한 듯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 생동감 있었습니다.

숨 가빴던 보물 찾기.

인연은 시간이 흘러도 결국 마주하게 되고 결국 마지막엔...

금? 금이다! 그런데 강변에 금이 있을 리가 있나? 그러나 아무리 벽촌의 늙은이라 하더라도 알건 다 안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금이 확실했다. 일정 때 우리 아버지도 딱 이런 금덩어리를 집안에 쌓아두고 사셨으니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떨리는 손으로 양을 가늠했다. 얼마인지 환산조차 할 수 없이 많았다. 어째서 금이 여기에? 하지만 불현듯 스친 건 이것만 있으면 남조선에 가서 우뚝 일떠서는 건 문제없을 거란 희망이었다. 제일 먼저 사끝이를 늙은 부랑자 수용소에서 빼내어 남은 삶을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끝이와 함께... - page 262

유쾌할 듯하였지만 막상 책장을 덮었을 때 찡했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역사 속 여전히 남아있는 분단선, 오랫동안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실향민과 이산가족.

할머니가 찾고자 한 건 '금괴'라 쓰고 '가족'이었음에 참 씁쓸하였습니다.

이 소설이 드라마도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보물 찾기'란 소재가 매력적이기에 많은 이들이 재미나게 보지 않을까...!

그렇다면 주연들은 누구로 해야 하지...? 가상 캐스팅도 해 보고...

아무튼 무겁지 않았던,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았던 흥미로웠던 '평양골드러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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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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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출간되었을 때 눈여겨보았던 책이었습니다.

뭐... 당연하게도(?) 읽어야지! 다짐만 하고 말았었는데... 어?!!

개정판으로 나오다니!

이번에는 꼭 읽으라는, 이것도 우연을 가장한 법칙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이 책.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법칙을 저도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통계학으로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데이비드 핸드의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다섯 가지 법칙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앞으로 가속될 때 우리의 몸은 왜 뒤로 눌리는 듯한 힘을 받는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었을 뿐인데 왜 갑자기 땅이 솟구쳐 올라와 내 이마를 세게 때리는가?

이것은 뉴턴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다른 자연법칙들은 별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과 인간의 기원 그리고 인류의 미래까지 말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적중하는 이유는?

왜 어떤 사람은 연이어 로또에 당첨되고, 벼락을 일곱 번이나 맞은 지독하게 운 없는 사람은?

발생 확률이 극히 미미한 사건임에도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이자 세계적인 통계학자인 '데이비드 핸드'는 이런 발생 확률이 지극히 작은, 즉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들도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우연의 법칙'

그래서 그는 이 책에 다섯 가지 우연의 법칙을 설명하며 온갖 놀라운 우연들이 사실은 '자연의 규칙'에 의한 것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우연의 법칙 1 필연성의 법칙 :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다

주사위를 던지면 1에서 6까지의 수 중 하나가 나오게 됩니다.

또한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나 뒷면이 나오게 됩니다.

이처럼 모든 가능한 결과의 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면 그 목록 중 하나는 반드시 나오게 되는 것이고 이를 로또 1등 당첨에 적용하고 한다면...

모든 가능한 숫자 세트를 사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돈과 약간의 조직 동원력이 필요하겠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연의 법칙 2 아주 큰 수의 법칙 : 아주 많은 기회가 있으면, 아무리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1년에 한 번 열차를 타는 사람은 매일 열차로 통근하는 사람보다 열차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족이 많다면, 가족 중 한 명이 열차 사고를 당할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그렇듯 어떤 불행한 사건이 나에게 또는 지구상의 어떤 특정한 개인에게 일어날 확률은 낮을지 몰라고, 지구에 현재 약 70억 명이 산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각각이 특정한 날에 사고를 당할 확률이 p라면 또한 사고가 각각 독립적으로 일어난다면, 그날 인구 N명 가운데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없을 확률은 (1-p)를 N번 곱한 값과 같다. N이 지구의 인구 70억이고 p가 100만 분의 1이라면, 그날 아무도 사고를 당하지 않을 확률은 약 10분의 1로 그야말로 지극히 미미하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사고를 당할 개연성이 압도적으로 더 높다는 말이다. 보렐의 법칙을 감안하면, 사고는 어디에선가 반드시 일어난다. - page 157

우연의 법칙 3 선택의 법칙 : 사후에 데이터를 선택하면, 확률은 전혀 달라진다

이 법칙은 사후 선택을 통해 확률을 바꿀 수 있고 결과를 알 때까지 기다림으로써 예측의 실현을 보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록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높이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선택의 법칙은 로또에 당첨될 경우 당첨금을 늘리는 법을 알려줍니다.

우연의 법칙 4 확률 지렛대의 법칙 : 나비의 날갯짓만으로도 확률은 달라진다

어느 한 해에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약 30만 분의 1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일 뿐 어떤 사람에게는 그 확률이 평균보다 더 높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평균보다 더 낮을 수 있습니다.

앞서 배웠듯이 월터 서머포드 소령의 경우를 살펴보면 1918년 2월에 플랑드르 지방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벼락을 맞게 됩니다.

이 일을 겪은 후 그는 낚시에 취미를 붙여 나무 밑에 앉아 낚시를 하다가 벼락을 맞게 되고 그후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한 번 더 벼락을 맞게 됩니다.

만약 그의 취미가 뜨개질이었다면 덜 위험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확률분포의 미세한 변화는 드문 사건들의 확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연의 법칙 5 충분함의 법칙 : 그냥 맞는다고 치자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을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법칙은 잠재적 일치의 개수를 증가시키는데 만약 100면체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올 숫자를 예측한다고 하면 예측이 옳을 확률은 100분의 1입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예측한 숫자뿐 아니라 그 근처의, 이를테면 그보다 1만큼 크거나 작은 숫자가 나와도 예측이 옳은 것으로 친다면 확률은 100분의 3이 되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법칙을 본 결과 한 가지 분명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우연의 법칙의 가닥 중 다수는 자연의 작동 방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을, 즉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특이한 경향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적은 우연이 아니다'

이 말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였습니다.

그동안 기적을 바랐던, 서프라이즈한 사건들에 놀라웠었는데 살짝 기운이 빠지긴 했지만 허영되었던 시선이 걷히면서 세상이 또렷해 보이는...

사고의 전환은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우연이라 여겨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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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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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언어'를 이해하는 것인데...

자유, 평등, 박애의 의미를 지닌 국기의 나라 '프랑스'.

이 나라의 말에 깃든 삶과 정신, 문화와 미묘한 뉘앙스를 통해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롭고 풍요로운 시선을 제공해 준다기에 호기심에, 새로움에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저도 벌써부터 설렜습니다.

"마음속 사각거림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나아간다"

프랑스 사회의 '냉정과 열정'

20년 차 파리지앵 작가가 34조각의 퍼즐로 읽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



중세와 르네상스, 절대군주제, 제국주의, 양차 세계대전, 68혁명을 거쳐 금융자본주의라는 노골적 착취와 갈등의 시대에 이른 프랑스 사회의 언어 속엔 그 역동적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끝나지 않은 전쟁터의 혈흔이자,

현실을 덜 고통스럽게 건너게 해주는 지혜의 결실이며,

지배계급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이기도 했던 프랑스어.

이러한 단어들을 살펴보니 프랑스적 가치의 중심에는 '홀로 그리고 '함께'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개인주의를 고수하면서도 필요할 때면 함께 뭉치는 프랑스적 삶의 태도.

그 모습으로부터 개인과 공동체 모두 존중하는 그들만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우리에게 말속에 담긴 보배들을 소중히 보듬고 살펴야 하는 이유를 일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말'의 중요성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말은 각각의 공동체가 경험과 성찰을 통해 빚어낸 열매다.

열매의 껍질을 벗겨내면 싱싱한 과육이 풍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그 속엔 더 단단한 씨앗이 웅크리고 있다. 과일이 품은 색깔과 향기, 풍미는 이야기고, 씨앗은 공동체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해온 지혜와 철학, 경험이 응집된 정보의 결정체다. 다음 세대에게 전해져 발아하기를 기다리는. - page 4

책은

1부 <달콤한 인생을 주문하는 말>에서는 '견디는' 생존(survivre, 쉬르비브르)을 넘어 '누리는' 삶(vivre, 살다)을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의 일상을 14개의 언어를 통해,

2부 <생존을 조각하는 말>에서는 '공화국'을 완성한 프랑스적 가치와,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정치적 차이를 11개의 언어를 통해,

3부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에서는 모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하고 뭉치는 프랑스의 끈끈한 공동체성을 9개의 언어를 통해

살펴보며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함께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언어로 그 나라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시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외국어보다는 왠지 모르게 부드러운 음성을 가졌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던 저.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찬미하는 'Il fait beau(일 페 보: 아름다운 날씨로군요)를 통해 일상에서 경탄을 느낀 대상을 향해 아낌없이 표현하는 그들로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읽으면서 치열했던 현장이, 하지만 꿋꿋이 나아가는 그들의 열정이 엿보여 새삼 강인하다 느껴졌습니다.

한 사업장에서 파업의 횃불을 들고 싸움을 시작하면, 도시 곳곳에선 총파업을 촉구하는 스티커나 포스터가 여기저기 나붙는다. 희망을 촉구하는 봉화처럼. 그때 등장하는 포스터는 총파업grève générale 대신, 첫 번째 단어에서 g를 뺀 rève générale이다. Rève는 꿈을 뜻한다. '총파업'을 '모두의 꿈'으로 바꿔놓는 프랑스식 농담은 집단 기억이 공유하는 끈끈한 사회적 유산이다. - page 204 ~ 205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조금은 씁쓸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선 허구한 날 복수극이 나오는가?"

같은.

한국 사회에선 전방위적 갑질과 그로 인한 속 터짐이 전 세대에 걸쳐 반복되는데, 법이나 사회적 정의는 드물게 작동하고 개인적 응징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드라마가 대신 그걸 해주는 역할을 맡은 걸로 보인다고 설명하면 이들이 건넨 이 말.

"Ils vivent par procuration[그들은 (드라마를 통해) 대리 인생을 사는군요]"

'대리 인생'을 산다는 그들의 말이 지금의 우리를 되짚어보게 해 주었습니다.

읽고 난 뒤 외국인의 시선에서 우리의 어떤 말들이, 어떤 느낌을 얻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한글날도 맞이하면서 새삼 뉘우쳐 봅니다.

우리의 정신을 담고 있는 우리말.

우리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새겨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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