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은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부수며, 40만 독자를 쉽고 재미있는 미술의 세계로 안내했던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의 저자 '조원재'.

제 책장 눈에 띄는 곳에 손이 닿는 곳에서 언제든 미술관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존재하는데...

이번에 그가 약 3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작이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예술을 매개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흔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방황을 하는 저에게 필요하였습니다.

"삶은 단 한 장의 백지를 던지고 묻는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며 살고 있느냐고."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나가는 27번의 눈부신 여정

삶은 예술로 빛난다



우리 아이들은 흰 종이를 내밀어 주면 거침없이 그려나갑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저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흰 종이를 가져다 놓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 안에 살고 있던 예술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런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어른이 되면 겪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 여기며 하루를 살아가곤 합니다.

그러면서 느끼곤 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무언가에 끌려가며 살아지고 있는 삶에 '나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저자는 마음 깊숙한 곳에 먼지 쌓인 채 홀로 잠들어 있는 '어릴 적 예술가'를 흔들어 깨워 마주 보게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든지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든지 우리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예술이 되는 삶'이 '진짜 나의 삶' '나 있는 그대로의 삶'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삶'이며, 그때 우리가 찬란히 살아 숨 쉬며 빛난다고 믿는다. 원한다면 당장도 가능하다. 그것은 '진심 어린' 마음의 문제이며, '진심 어린' 행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page 8 ~ 9

책은 너, 나,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되어 빛나는 27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볼것이 범람하는 시대에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보는 행위'에 숨어있는 특별한 비밀은 무엇인지,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나태함의 숨은 진실은 무엇인지, 우리의 내면에 어떤 놀라운 능력이 숨어 있는지, 우리가 노력 없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재능은 무엇인지, 매일의 평범한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예술을 즐긴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나만의 고유함을 빚는 '진짜 나의 삶'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등

자신의 삶을 사색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내 삶은 매일 반복된 일상으로 마냥 무미건조하다고만 여겼었습니다.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우환의 선과 점 그림처럼,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온 카와라의 '오늘' 연작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뿐 가까이 다가가 곰곰이 뜯어보면 각각의 요소가 지닌 크나큰 차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보기엔 반복되는 매 순간이 다를 바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매 순간의 일회성을 깨닫고 감각을 깨워 완전히 열어놓은 행위자에게 매 순간은 늘 전혀 다르고 새로운 순간으로 다가온다. 매 순간 새롭게 감각하며 새롭게 깨어 있는 화가의 행위가 물리적으로, 회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선과 점 앞에 그림을 보는 우리가 선다. 그리고 그림이 우리에게 말없이 묻는다. 반복의 숙명을 지닌 우리의 삶. 그 삶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경험하며 살고 있냐고. - page 29 ~ 30

일기일회라는 말이 있다. 평생에 이뤄지는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뿐인 일. 이 말은 차 마시는 행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다도에서 쓰인다. 어제도 차를 마셨고 엊그제 역시 차를 마셨지만, 차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임을 가슴에 새겨 차 한 모금을 아주 새롭게 음미한다는 마음의 자세다. 이것은 다름 아닌 한 인간이 지닌 지성의 문제로, 누군가가 가르쳐주고 알려준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내면에 지닌 지성으로 해내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이, 삶이 아무리 매일 반복되더라도 매 순간은 진실로 새로운 순간이다. 우리가 지성을 발휘해 그 진실을 매일 매 순간 의식하려 노력한다면, 무미건조하게 여기던 것들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의미로, 전혀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듣도 보도 못한 색과 형과 향을 지닌 꽃이 피어날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예술이 피어날지 모른다. - page 31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색과 형과 향이 그려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것 중에 왜 '예술'을 매개로 하는 것일까? 란 의문이 들곤 합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사실 그렇다. 예술작품을 보며 결국 나를 본다. 평소 일상에서 바깥일과 쏟아지는 정보를 바쁘게 처리하느라 미처 돌보지 못한 나 자신과의 오붓한 만남인 것이다. 예술은 고맙게도 바로 그런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 맛을, 그 가치를 아는 자에게만 그런 기회를 제공해 준다. 예술을 가지고 놀며, 내 생각과 감정을 분출하듯 표현한다. 그렇게 나 자신과 만난다. - page 177

하나하나, 천천히, 살며시 그림을 그린 이에 온전히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그대로 마주하고, 표현하고, 또 분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정 나를 위해 예술을 즐기는 것이 온전히 나답게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잠시나마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가려져있던 한 꺼풀이 벗겨지면서 비로소 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예술가가 자기 나름의 '예술의 정의'를 정립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하듯, 삶을 사는 우리도 자기 나름의 '삶의 정의'를 정립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삶'을 창조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삶은 예술과 하나가 된다. 인간은 삶과 다르지 않은 예술을 삶 속에서 낳았다.

예술은 정답이 없어 좋다.

예술이 근본적으로 품고 있는 그 자유를 사랑한다.

예술과 대화를 시작할 때, 무한한 자유의 날개를 펼친다.

삶은 정답이 없어 좋다.

삶이 근본적으로 품고 있는 그 자유를 사랑한다.

삶과 대화를 시작할 때, 무한한 자유의 날개를 펼친다. - page 261 ~ 262

이제 자신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 차례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반 정글 - 도시와 야생이 공존하는 균형과 변화의 역사
벤 윌슨 지음, 박선령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예전엔 빌딩이 '숲'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빽빽한 빌딩 숲 사이에 크고 작은 초록의 공원들이 있어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건강과 휴양을 돕고 있습니다.

덕분에 힐링은 물론이고 도시경관도 아름다워 보이는데...

그래서 더 도시의 자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메트로폴리스》에서 6,000년간 인류 문명을 꽃피웠던 26개 도시를 탐험한 벤 윌슨이 이 책에 오랫동안 역사학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도시의 야생적인 부분을 탐험했다고 하였습니다.

포장도로의 갈라진 틈, 건축 부지, 숨겨진 늪, 형편없는 불모지 등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도시의 지저분한 곳에서 번성하고 있는 자연을, 그 속의 생태계로부터 도시는 우리 생각보다는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데...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의 가능성과 변화를 위한 모색을 해보고자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문명의 껍질 뒤에 숨겨진

도시 속 야생의 세계를 탐험하다

왜 도시 속에서 숲보다 다양한 종의 생물이 발견되는가?

도시 속 자연에서 어떤 장소 권력을 읽을 수 있는가?

기후위기시대 도시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

어반 정글



기후 비상사태에 직면한 도시들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도시를 이룬 공학적인 경이로움에도 불구하고 현대 도시는 더 높아진 온도, 예측할 수 없는 폭풍,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녹색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수많은 도시와 공원, 나무와 숲, 강과 습지, 농장과 정원을 종회무진 탐색하며

도시화로 인해 자연이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그 안에서 어떤 야생적인 생태가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고찰하고 있었습니다.

야생성은 현대 도시의 두드러진 특징이 되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공공 공간은 이런 자연 재생과 야생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장소에 갈 필요도 없다. 모든 거리와 벽, 빈 공간, 건물 부지, 정원, 콘크리트의 균열이 다양한 생명체들의 집이다. 도시를 다시 읽는 법을 배우면 눈앞에 생태계가 펼쳐진다. 산책이 곧 도시의 사파리가 될 수도 있다.

도시 안에서 진행되는 자연적인 과정과 동물의 삶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도시 세계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자연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말이다. 자연에 대한 요구와 사교 및 문화에 대한 요구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다. 도시는 21세기의 보존 장소가 되어야 한다. 도시는 우리가 보호하고 양육할 가치가 있는 생태계다. 기적은 우리 문앞에서 일어난다. - page 364 ~ 365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시골과 단절된 도시.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

냉전이 종식되길 기다리는 텅 빈 거리들이 교차하는 도시.

이 서베를린으로부터 '도시 생태학'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고 새로운 도시 생태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황무지에 많은 생물 다양성을 지니게 되었고 과거에 거의 연구되지 않은 독특한 생태계의 등장.

이로부터 도시의 잠재력을 깨닫는데 도움을 주었고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계로서 도시의 기능을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책 속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복개천 복원 사업, 서울 청계천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복구한 청계천은 서울을 변화시킨 아름다운 공공 공간임을 증명했고 도시 생물 다양성의 안식처가 되었다. 공사가 끝난 뒤 662종이던 식물이 308종으로 늘었고, 어류는 4종에서 25종, 조류는 6종에서 36종, 수생 무척추동물은 5종에서 53종으로 증가했다. 이 하천의 미기후대는 도시 내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3~6℃ 정도 낮고 대기 오염이 35퍼센트 감소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하루에 6만 명 정도다. 완들강처럼 청계천도 도심에서 생물 다양성이 얼마나 빨리 복구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하천 복원은 도시를 활기차게 한다. - page 252

우리 도심 속 생태하천인 '청계천'.

이렇게 우리 안에도 이미 '어반 정글'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자연이란 '원래의 상태' 또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도시화는 토착 야생 생물에게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사건이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이 만들어지고 또 하나의 생태계가 완성됨을 바라보며 이제는 도시 자체를 흥미롭고 가치 있는 생태계로 여기며 더불어 사는 지혜를 모색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재테크에 한창 관심이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들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기에 보다 효율적으로 굴리기 위해 관련 책들을 기웃거리며 읽어보곤 했었을 때!

경제 입문책으로 추천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읽어봐야지... 결심했지만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한순간 반짝하며 사라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 책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게 되면서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벌써 이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요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이 책이 회자된다는 건 그만큼 의미가 있다는 것이기에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해 보려 합니다.

"불안해하지 않고 충분히 즐길 만큼 돈을 벌 수 있는가"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자본주의 경쟁에 관한 33가지 비밀

자본주의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을 책으로 엮은 것이었습니다.

그 시작으로는

"왜 미국의 리먼 사태가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미국 경제가 우리 집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어요. 물가는 왜 수십 년 동안 오르기만 하는지도요."

담당 PD인 정지은 PD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경제학 서적을 섭렵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해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가 '자본주의'라는 생각에 이것을 방송으로 다루게 되었고 저는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지만 막상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자본주의'.

그 민낯을 보니 두려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빚지는 사람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이 구조적 모순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솔직히 경악하게 되었는데...

무의식중에 우리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자본주의의 유혹과 위협 속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인류는 역사상 등장했던 그 어떤 체제도 자본주의를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지금껏 막대한 인류의 부를 만들어냈던 근본적인 동력이자 시스템이 되어 왔다. 문제는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가 돼야 하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자본가, 은행, 정부를 위한 자본주의였다. 자본주의의 혜택은 이제 99%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때가 되었다.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그 강력한 성장엔진을 우리 모두를 위해 나누어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소득의 불균형을 해결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자본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모습이 바로 가장 영속가능한 자본주의는 아닐까, 하는 제언을 감히 해본다. - page 385

시장도 정부도 아닌 '국민'이 주인인 자본주의를 이야기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지...

되짚어보아야 했습니다.

'경제'책이라면 용어도 그렇고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선뜻 읽어보지 않았었고 그저 불만만을 가지며 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이요, 안일하게 불만을 내뱉은 제 태도에 일침을 가해주었습니다.

알지 못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행의 배신이야 얼핏 알고 있었지만...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베르나르 리에테르 「돈의 비밀」 중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출'이라는 과정을 거쳐 '빚'에 대한 이자를 받아 수익을 챙기기에 돈을 갚을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 내재된 법칙이자 또한 약자를 공멸로 몰아가는 이 비정한 원리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허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보안용 CCTV의 또 다른 이면.

"저는 관찰합니다. 우리 회사는 전 세계에 140명의 관찰 마케터를 두고 있고, 이들은 주중이나 주말에 쇼핑몰, 상점, 공항, 기차역에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교류하는지 관찰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단순히 쳐다보는 행위를 보다 확장해서 쇼핑하는 모습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 파코 언더힐, 쇼핑컨설팅사 인바이로셀 CEO

관찰을 토대로 고도의 마케팅 기법을 만들어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

지금도 누군가는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단순한 경제서가 아닌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읽고 넘어가야 할 책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다 현명히 살아갈 방법에 대해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이자 '미미여사'라는 닉네임을 지닌 그녀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 중 유독 시대 소설이 저에게는 참 와닿는데...

아무래도 따뜻한 인간의 정이 그려져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이번 작품 역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좀비물 X 시대소설이라는 착상이 빛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야심작!

좀비라니!

(하면서 <킹덤>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그려낼지...

얼른 읽어보았습니다.

오직 신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이세계 도박장', 신과 인간의 삼각관계,

죽여도 죽지 않는 '인간이 아닌 자'들에 관한 이야기!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흑백의 방'이라는 객실에 손님을 초대하여 조금 특이한 괴담 자리를 마련해왔습니다.

이야기꾼이 한 명.

듣는 이도 한 명.

하는 이야기는 하나뿐.

주인 이헤에가 호사로 시작한 이 별난 괴담 자리는 처음 청자 역할을 맡았던 조카딸 오치카가 시집을 간 후, 차남 '도미지로'가 이어받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밝은 내용이든 어두운 내용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미시마야의 특이한 괸담 자리에,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꾼이 찾아온다. - page 10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선 누나를 구하기 위해 등에의 저주를 받고 오직 신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이세계 도박장'으로 끌려간 소년의 이야기 <주사위와 등에>,

대를 이어 나룻배 사공 일을 해오던 오누이가 질냄비 속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닥뜨린 이후로 각각 사랑에 빠지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이야기 <질냄비 각시>,

마지막 죽여도 죽지 않는 '인간이 아닌 자' 들에 관한 이야기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매 이야기마다 진한 여운이 남았었습니다.

역시나...

괴담을 통해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이...

"모치타로 씨의 이야기는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였어요. 뿐만 아니라 사람은 신마저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지요.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데 생물로서는 왜 이리 횡포하고 오만할까요." - page 217

특히나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에서 '인간이 아닌 자'의 의미가

마을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인간이 아닌 자'는 알 수 없는 역병같은 존재였다. 성가시고 무섭지만 그 원인이 되는 더욱 무서운 괴물이 따로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

이 번의 치세는 엉성하고 백성들에게 차갑다. 연공을 착취할 뿐 이 정도의 큰일을 주지하는 것마저 소홀히 하고, 게으르며 오만한 데다 미덥지 못하다. 지금까지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불평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모두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아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함께 단숨에 드러나 더 이상 눈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 page 511 ~ 512

"돌이켜보면 그쪽에서는 '인간이 아닌 자'의 재앙이 없었다고 해도 연공 징수에 쫓기고 있었지요. 그것만으로도 이쪽으로 도산해 오기를 잘했다며."

괴물과 나쁜 정치, 사람의 목숨을 뿌리째 베어 내는 것으로는 똑같은 해악이다. - page 556

누가 해악일까...

이번 작품은 우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계절도 딱 맞아떨어졌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귀뚜라미 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깊어지는 가을밤.

특별했던 괴담이 잠시나마 복잡했던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었습니다.

괴담이지만 결국 우리네 이야기였던...

그래서일까...

다음 권이 나올 때까지 아련하고도 짙은 그리움에 다시금 꺼내 읽을 듯합니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또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기에...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억 빚을 갚은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기적을 일으키는 말버릇 2억 우주님 시리즈
고이케 히로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샤워기 헤드에서 불쑥 튀어나온 '우주님'.

그와는 이미 구면이었습니다.

전작에서도 '기적'을 일으키는 '말버릇'을 일러주었었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기억이 가물해진 요즘!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자!

또다시 우주님에게 한 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주의 기적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당신에게

일어나기 바라는 일만 말해야 한다.

말은 당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며

우주로 보내는 가장 강력한 주문이다!

2억 빚을 갚은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기적을 일으키는 말버릇



이번엔 새로운 이들이 등장하였습니다.

'가라스덴구'과 '미도리'.

이들과 함께 '기적'을 경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억 원의 빚을 끌어안고 허덕이던 나 고이케 히로시.

우주님과의 만남이 어느덧 9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샤워 헤드에서 불쑥 나타난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우주님!

우주님의 쥘부채에 수없이 얻어맞으면서 말버릇을 바꾸고 행동을 바꾼 덕에 인생 역전, 모든 빚은 완전히 변제하게 되었고 시원섭섭하게 우주님과는 헤어질 줄 알았는데...

"너 설마 빚을 모두 갚았으니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 어떻게 그런 생각... 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렇게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그래. 그랬을 거야!"

"그런데 왜 다시 오셨습니까?"

"뭐? 왜 왔냐고? 당연하잖아. 빚을 모두 갚은 네게 우주로부터 온 진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왔지."

...

"일어나기 바라는 것만 말로 표현하는 거야!" - page 12 ~ 14

일어나기 바라는 것만 말로 표현하라고!

이것이 자신의 우주를 마음껏 현실화시키는 비법이라 외치는 우주님!

신용불량자였던 히로시가 9년 만에 빚을 모두 갚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집을 사기까지, 우주님의 강력한 스파르타 교육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말'이 이토록 중요한 이유를 우주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우주라는 증폭 장치를 거쳐 현실이 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말을 잘 사용하면 어떤 현실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본인 스스로 가능하면 '좋은 느낌이 드는' 말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새삼 제 말버릇을 되돌아보게 해 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하는 말에는 항상 그 사람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인데 무언가에 관해서 '하지만', '그래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그 때문에 다른 사람도 믿지 못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우주도 믿지 않는다 하였는데...

제가 딱! 그랬습니다.

주문을 방해하는 흑마술과도 같은 '하지만', '그래도' 대신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그래도' 대신 사용해야 할 백마술을 가르쳐주겠다. 바로 '그러니까'라는 말버릇이다.

'하지만', '그래도'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으면 즉시 이 말로 바꾸길 바란다. 그렇게 하면 흑마술 같은 말버릇을 중화시킬 수 있다.

"결혼해서 행복해지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게 맞는 사람을 찾을 거야."

"가족을 좀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술은 끊을거야. 그러니까 전문 기관에 가서 상담해 볼 거야."

어떤가? 저주의 마법이 순식간에 미래를 향한 축복의 마법으로 바뀐다. - page 72 ~ 73

의식적으로 다른 말을 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괜찮아'라는 말도 조심히 사용해야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긍정문으로 사용하면 자신을 격려하는 최고의 마법 같은 말이지만 마지막에 물음표를 붙여 의문형을 만들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되어 상대방의 힘을 빼앗는 마법이 된다는 사실.

그렇기에 "괜찮아."는 상대방을 긍정하고 격려할 때에만 사용하도록 할 것을,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나 쓸데없이 걱정해 주는 사람은 피할 것을 우주님이 일러주셨습니다.

살다 보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내가 원하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진정한 자신이 원하는 진짜 주문인가.

시간 차 주문이라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루고 싶은 주문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우주에 소원을 주문하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것을 믿고 주문을 한 미래까지 자신을 이끌어가야 한다.

기적은 우주에 넘칠 정도로 많이 쌓여 있고 우주는 기적을 내보내기 위해 모든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우린 행동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너의 주문은 이미 전부 이루어졌어!"

나에게도 일어날 기적을 기다려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