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흰 종이를 내밀어 주면 거침없이 그려나갑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저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흰 종이를 가져다 놓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 안에 살고 있던 예술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런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어른이 되면 겪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 여기며 하루를 살아가곤 합니다.
그러면서 느끼곤 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무언가에 끌려가며 살아지고 있는 삶에 '나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저자는 마음 깊숙한 곳에 먼지 쌓인 채 홀로 잠들어 있는 '어릴 적 예술가'를 흔들어 깨워 마주 보게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든지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든지 우리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예술이 되는 삶'이 '진짜 나의 삶' '나 있는 그대로의 삶'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삶'이며, 그때 우리가 찬란히 살아 숨 쉬며 빛난다고 믿는다. 원한다면 당장도 가능하다. 그것은 '진심 어린' 마음의 문제이며, '진심 어린' 행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page 8 ~ 9
책은 너, 나,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되어 빛나는 27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볼것이 범람하는 시대에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보는 행위'에 숨어있는 특별한 비밀은 무엇인지,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나태함의 숨은 진실은 무엇인지, 우리의 내면에 어떤 놀라운 능력이 숨어 있는지, 우리가 노력 없이도 이미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재능은 무엇인지, 매일의 평범한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예술을 즐긴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나만의 고유함을 빚는 '진짜 나의 삶'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등
자신의 삶을 사색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내 삶은 매일 반복된 일상으로 마냥 무미건조하다고만 여겼었습니다.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우환의 선과 점 그림처럼,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온 카와라의 '오늘' 연작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뿐 가까이 다가가 곰곰이 뜯어보면 각각의 요소가 지닌 크나큰 차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보기엔 반복되는 매 순간이 다를 바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매 순간의 일회성을 깨닫고 감각을 깨워 완전히 열어놓은 행위자에게 매 순간은 늘 전혀 다르고 새로운 순간으로 다가온다. 매 순간 새롭게 감각하며 새롭게 깨어 있는 화가의 행위가 물리적으로, 회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선과 점 앞에 그림을 보는 우리가 선다. 그리고 그림이 우리에게 말없이 묻는다. 반복의 숙명을 지닌 우리의 삶. 그 삶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경험하며 살고 있냐고. - page 29 ~ 30
일기일회라는 말이 있다. 평생에 이뤄지는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뿐인 일. 이 말은 차 마시는 행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다도에서 쓰인다. 어제도 차를 마셨고 엊그제 역시 차를 마셨지만, 차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임을 가슴에 새겨 차 한 모금을 아주 새롭게 음미한다는 마음의 자세다. 이것은 다름 아닌 한 인간이 지닌 지성의 문제로, 누군가가 가르쳐주고 알려준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내면에 지닌 지성으로 해내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이, 삶이 아무리 매일 반복되더라도 매 순간은 진실로 새로운 순간이다. 우리가 지성을 발휘해 그 진실을 매일 매 순간 의식하려 노력한다면, 무미건조하게 여기던 것들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의미로, 전혀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듣도 보도 못한 색과 형과 향을 지닌 꽃이 피어날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예술이 피어날지 모른다. - page 31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색과 형과 향이 그려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것 중에 왜 '예술'을 매개로 하는 것일까? 란 의문이 들곤 합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사실 그렇다. 예술작품을 보며 결국 나를 본다. 평소 일상에서 바깥일과 쏟아지는 정보를 바쁘게 처리하느라 미처 돌보지 못한 나 자신과의 오붓한 만남인 것이다. 예술은 고맙게도 바로 그런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 맛을, 그 가치를 아는 자에게만 그런 기회를 제공해 준다. 예술을 가지고 놀며, 내 생각과 감정을 분출하듯 표현한다. 그렇게 나 자신과 만난다. - page 177
하나하나, 천천히, 살며시 그림을 그린 이에 온전히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그대로 마주하고, 표현하고, 또 분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정 나를 위해 예술을 즐기는 것이 온전히 나답게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잠시나마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가려져있던 한 꺼풀이 벗겨지면서 비로소 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예술가가 자기 나름의 '예술의 정의'를 정립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하듯, 삶을 사는 우리도 자기 나름의 '삶의 정의'를 정립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삶'을 창조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삶은 예술과 하나가 된다. 인간은 삶과 다르지 않은 예술을 삶 속에서 낳았다.
예술은 정답이 없어 좋다.
예술이 근본적으로 품고 있는 그 자유를 사랑한다.
예술과 대화를 시작할 때, 무한한 자유의 날개를 펼친다.
삶은 정답이 없어 좋다.
삶이 근본적으로 품고 있는 그 자유를 사랑한다.
삶과 대화를 시작할 때, 무한한 자유의 날개를 펼친다. - page 261 ~ 262
이제 자신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 차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