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을 회복하는 연습 - 후회와 미련은 접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두뇌 재훈련 프로젝트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안솔비 옮김 / 서삼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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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이나 이직 실패, 인간관계 문제, 직장에서의 위기와 갈등, 투자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

과거에 경험한 실패와 상실은 하루 이틀 또는 한두 달 마음이 아픈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쉽게 극복하기가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과거에 얽매여 트라우마로 남은 일들도 있고...

매일매일이 멘탈이 흔들리곤 합니다.

마냥 흔들릴 수만은 없기에...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끝없는 경기 침체로 역대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

저니 독자들의 삶을 변화시킨 책

아마존 독자들의 열광적인 극찬은 계속된다!

저도 이 책을 통해 재도약을 꿈꿔봅니다.

"거침없이 나아갈 것인가, 과거에 발목 잡혀 뒤에 남을 것인가"

번번이 나를 고꾸라트리는 인생의 문제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면 이 책의 실전 트레이닝에 참여하라!

멘탈을 회복하는 연습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성과도 좋았던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버려지고 나니 멘탈 회복이 안 됩니다."

"친구들도 안 만나고 집에 틀어박혀 2년 동안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지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후회만 남아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나요."

"정말 사랑했던 사람에게 큰 배신을 당하고 난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두려워요. 그런데 제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계속 그 사람이 생각나요."

"몇 번이나 사업을 실패하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독하게 준비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직전입니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서 '이번에도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합니다. 저는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인 걸까요? 여기서 멈춰야 할까요?"

여기서 공통점이 보이지 않나요!

바로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도저히 과거의 후회와 미련을 접을 수 없어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짊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사고방식을 왜곡하며, 원하는 것을 향해 힘껏 달려가야 하는 순간에 머뭇거리게 만듭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집착을 버리고 과거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

이에 저자는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놓아 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에 집착하도록 자신도 모르게 훈련되었기 때문에 사고방식을 아예 다시 재구성하는 수준의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멘탈을 회복시킨다는 것의 의미를 여행을 떠나 기분을 환기시킨다거나,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을 만나 다시 힘을 얻는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 page 8

라며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놓아 버리기'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바로 적용 가능한 조언과 실용적인 팁, 실전 트레이닝을 제공하였습니다.



모든 문제는 나의 잘못 때문에 발생했다며 자책하는...

그 부류가 바로 저였습니다.



내면을 무너뜨려 불확실하고 해로운 자기 비난으로부터 끊어내기 위한 스물한 가지 전략은 결국

과거를 향한 집착과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고

나 자신을 용서한 뒤

과감하게 떠나보냄으로써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실천하지 못했던 일을 책을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되니 괜스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씩 단계를 밟아나아가면서 간질간질 새살이 돋아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아니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읽기보단 두고두고 읽어볼 책이었습니다.

복잡한 세상 속 멘탈을 챙기기 어려웠던 요즘.

이 책이 왜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았는지를 저 역시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후회와 미련은 접고 앞으로 나아가기.

이젠 실천할 차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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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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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뭐라고 할까...

마주한다는 따스함이라 할까...

그냥 이끌렸었습니다.

우리 문학의 설레는 이름,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최은미'가 선사하는 깊은 아름다움에 한 번 빠져들어보겠습니다.

"두려움을 껴안고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

건너왔으나 온전히 건너지 못한 시절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들을 다시 마주하다

마주



새경프라자에 캔들과 비누를 만드는 홈 공방 '나리공방'을 운영하던 '나리'.

구 년 만에 마련한 열 평짜리 공간의 문을 매일 여는 것이 그녀의 낙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되고 나리공방의 손님 중 한 명이자 또래 아이들을 키우며 친해진 '수미'가 확진이 됩니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유되던 시기였기에 수미의 이동 경로가 공개되며 나리공방은 주목을 받고 결국 새경프라자의 다른 가게들에도 손님이 뜸해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취재하러 온 기자 앞에 선 나리는 그만 '과호흡'으로 병원에 실려 가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나리가 이전에 결핵을 앓았고 지금도 잠복 결핵이 있다는 것을.

내가 행주를 짜자 오종수도 휴대폰 화면을 껐다. 뒤로 와서 내 어깨를 주물주물하더니 오종수가 진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자기는 누구한테서 옮은 거야?" - page 37

만조 아줌마...

어린 시절 비탈진 사과밭을 운영하던 부모와 그 사과밭의 일꾼으로 오던 만조 아줌마가 결핵약을 복용했던 기억이 났고 만조 아줌마네 팀 일꾼들이 바로 결핵 환자들이 모여 살던 '딴산마을'의 사람들이었다는 것까지...

한편 수미가 확진되기 이틀 전, 나리는 딸 은채의 부름에 달려가 학원의 줌 수업 화면을 보게 됩니다.

화면 속엔 무언가를 내리치고 부수는 소리가 났었는데 다름 아닌 수미가 거실을 깨부수는 소리를 수미 딸 서하가 송출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다급히 서하를 데리고 공방으로 갔고 수미가 새경프라자 앞에서 울면서 서하를 부르지만 나리는 공방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이틀 뒤 수미는 확진 판정을 받게 되고 그렇게 어떤 사과나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서하와 헤어지게 된 수미.

서하는 온전히 수미 것이었기에 그 사이의 단절을 낸 나리에게 적대심을 갖게 된 수미, 나리 역시도 아이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수미에게 증오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이들은 가까스로 참던 격한 감정을 마주한 순간,

"운전을 좀 해줘야겠어."

나는 수미한테 말한다.

"갈 데가 있는데 내가 지금 운전을 못하거든."

내겐 초대장이 있었다.

2020년 이후로 온 마을의 축제가 금지되었는데 호수 너머에서 나를 초대한 사람이 있었다. - page 185

딴산에 가자고.

함께 만조 아줌마가 일구고 있는 사과밭에 가자고.

그리하여 떠나게 된 나리와 수미.

이곳으로부터 이들은 서로를 마주하며 조금씩 벌어졌던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내 공방에 와서 울던 날에 대해서나 수미가 입원해 있던 한 계절 동안 자신이 보낸 시간에 대해서, 수미가 퇴원한 뒤의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서하와 수미가 그들의 집이 아닌 곳에서, 그들 둘만의 고립 속에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서로를 의식했다는 것이, 대면의 시간이 다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짧게나마 경유했다는 것이, 그것이 고마웠다.

만조 아줌마가 예전의 나에게 그런 시간과 공간을 내주었던 것처럼. - page 262

덤덤히 그려나간 문체가 오히려 더 뭉클하게 다가왔던 이 소설.

무엇보다 지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팬데믹으로부터 아니 그 전부터겠지만 단절과 소외 속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문장으로 '마주'하니 안타깝고도 연민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결국 이들은 서로를 '마주'하며 비로소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주한다는 것...

그 의미를 오롯이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수미의 그 토로들이 수미가 겪고 넘어가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지난봄처럼 그 시간을 부서뜨리기만 하진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음이 수없이 헤집어지더라도 나는 수미와 서하가 겨우내 서로를 충분히 겪길 바랐다. 두려움을 껴안고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 수미가 실감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내 공방 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서하를 보고 있는 어른이 너뿐이 아니라고, 너만이 아니라고, 가족이어서 해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가족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믿어보라고, 가족 아닌 그이들이 저기 있다고, 수미가 체감할 때까지 나는 언제까지고 말해줄 수 있었다.

보라고. 서하는 해변에 가려 한다고. 마음을 접어버리지 않았다고. 너한테 계속 자기 자신을 얘기하고 있다고. 너한테 순응하지 않았다고.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 page 303 ~ 304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한 저자의 메시지가 모두의 가슴속에 새겨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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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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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아침으로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헤어스타일을 해야 할지 등 소소한 문제들도 있지만 인생의 중대사들 취업, 결혼, 출산 등 무수히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이 선택이 옳은지 분명하지도 않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해 결정을 주저하는 나...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감당해야 할 문제들, 하지만 데이터나 과학적 방법론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인생의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가?

결심이 필요한 순간에 우리를 이끌고 지탱해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

인간의 무모한 도전에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되는 두려움과 상실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저자 '러셀 로버츠'가 다양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좇으며 인생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한 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인생의 정답을 찾아 나선

천재 과학자, 경제학자, 철학자, 예술가, 시인, 청소부...

엄청나게 시끄럽고 그래서 아름다운 여행이 시작된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우리네 인생은 '답이 없는 문제' 앞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결정 앞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엔 이 문제들을 다스린 것이 권위와 전통이었지만 이젠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에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레시피도, 알고리즘도, 앱도 없는 상황에서 이 드넓은 자유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많은 경우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옳은 결정'이라는 건 없다는 걸 보여 줄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여행하는 방법에 관해 조언할 것이다. 어디를 방문할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결과적으로 의사 결정을 대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잘 산 인생을 꾸리는 방법에 관한 몇 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울렁거림은 좀 줄어들고 평온은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 page 22 ~ 23

그리하여 다양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생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들이 답이 없는 문제와 씨름했던 모습을 보면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합리성보단 감정을 앞세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들의 선택은 결코 비합리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해 심오한 무언가를 알려 주었습니다.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은 그저 미래의 비용과 혜택만 줄줄이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이 선택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하며, 결과가 좋을 때는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힘들게 내 선택을 직시하는 것도 삶의 일부다. 답이 없는 문제의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 page 78

인생에는 감정의 기복, 쾌락, 행복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자신을 충만하게 하고 자신답게 느끼게 해 주는

그 삶의 결을 찾아라.

무엇보다 <잘 산다는 것_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내 삶은 내가 만들기는 하지만 결과를 온전히 제어할 수 없기에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아예 통제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마치 다음번 커브를 돌고 나면 그다음에 뭐가 기다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처럼 말이다. 그러나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서 전혀 통제가 안 되거나 계획조차 세울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경험을 해 나가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에 맞춰 계획이나 여행을 수정할 기회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는 뜻이다. 이는 가이드북 없이 일주일간 로마를 방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빙판길에서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 우리의 본능은 차를 빨리 제어해야만 할 것 같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바퀴를 돌려놓아야 할 것 같고, 브레이크를 세게 콱 밟아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오히려 더 심하게 미끄러지게 된다. 때로는 그냥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차가 스스로 균형을 되찾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 - page 231 ~ 232

SF 작가 오슨 스콧 카드도 창작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글을 잘 쓰려면 반드시 글을 수정할 줄 알아야 함을

인생 역시도 초고가 조야했다고 걱정하지 말고 필요하면 아끼는 것도 포기할 줄 알고 수중의 선택권을 잘 활용한다면 걱정 없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조급했던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세워야 합리적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잘 사는 삶에 대해 생각의 전환을 주었습니다.

인생이란 지도 없이 지구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곤 정답이 없는 인생 문제들이 오히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이라 하였습니다.

그동안 너무 강박에, 불안함에 주저했다면 이제는 그 너머에 존재할 재미, 행복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 즐겁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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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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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

'함께 성장해나가는 우리 세대의 소설가'로 동료 작가와 평론가, 독자 모두에게 특별한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작가 '최은영'.

저도 눈여겨보았었고 작품들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또다시 미루어지곤 하였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신간을 빌미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벌써 작가가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이하였다고 합니다.

매 작품마다 문제의식을 담곤 하였는데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쳐들었습니다.

"내 안에서는 언니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나와

언니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또다른 내가 싸우고 있었지."

깊은 애정과 투명한 미움이 복잡하게 얽힐 때

한 시절 내가 건네받은 사랑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될 때

스스로의 몫을 고민하며 온 마음으로 써내려가는 7편의 긴 편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책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필두로 7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다시 대학에 입학한 인물이 충만한 기쁨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그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그 빛이 사라진 후, 나는 아직 더듬거리며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림해보곤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도. 나는 그녀가 갔던 곳까지는 온 걸까. 아직 다다르지 않았나. - page 44

교지 편집부 활동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면서 여성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그 시대의 상황으로부터 인물들 간 틈이 그려진 「몫」

글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어. 정말 그런가...... 내가 여기서 언니들이랑 밥하고 청소하고 애들 보는 일보다 글쓰는 게 더 숭고한 일인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누가 물으면 난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 같아.

희영은 열어놓은 창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 page 79 ~ 80

동갑내기 인턴과 함께 카풀을 하면서 그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대화를 통해 생긴 균열이 결국 시간이 흐른 뒤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짚게 된 「일 년」

그녀가 퇴원하기 전날에도 다희는 그녀를 찾아와 곁에 머무르다 갔지만, 다희도 그녀도 서로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 그녀는 다희의 삶에서 비켜나 있었고, 다희 또한 그녀에게 그랬다. 퇴원하던 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안방 창가에 서서 내리는 눈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창에 달라붙은 눈은 금세 작은 물방울이 되었지만 바닥까지 내려간 눈은 지상의 사물들을 흰빛으로 덮었다. 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었다. - page 123 ~ 124

그 무엇보다 강렬했던 「답신」에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언니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빠의 방치 속 책임감이 강한 3살 터울의 언니에게 많이 의지를 하며 살아갔었는데...

어느 날 집 앞에 검은색 세단에서 언니가 내리게 됩니다.

당황스러워하며 우연히 만난 학교 선생이 태워다 줬다고는 했지만 거짓말임을 눈치챈 나.

그리곤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자신보다 열다섯 살 많은 그 선생과 결혼할 거라는 언니의 모습에, 상견례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언니를 무시하는 그 남자를 통해 나는 어떻게든 언니를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 분노는 결국 어떤 계기로 폭발하게 되었고 결국...

내가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다고 말하면 너는 왜냐고 물어. 그럼 나는 내가 너희 아빠에게 심한 폭력을 저질러서 너희 아빠에게 심한 폭력을 저질러서 너희 가족에게 절연당했다고 답하지. 왜? 다시 묻는 너에게 나는 답해. 너희 아빠가 내 언니를 괴롭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고, 그에게 경고하고도 싶었다고. 너는 내게 다시 왜냐고 물어. 나는 답하지. 사랑하는 언니를 보호하고 싶어서, 언니가 그렇게 함부로 다루어져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그렇게라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너는 왜냐고 물어. 나는 대답해. 때때로 사랑은 사람을 견디지 못하게 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게 하니까. 왜? 너는 말간 얼굴로 내게 다시 묻지. 그럼 나는 답해.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이모는 그러니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만날 수 없게 된 거네. 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지. 그래, 맞아. 네 말이 맞아. 어느덧 나와 너는 얼굴을 마주보고서 웃고 있어. - page 177 ~ 178

왠지 모를 웃음 뒤의 눈물이 그려지는 건...

후반의 세 편의 소설은 흔히 '가족'이라 여겨지는 것과는 다른,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보살펴준 오빠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동생의 이야기인 「파종」

하지만 모두 다 부질없는 상상일 뿐이었다. 죽어서라도, 다시 태어나서라도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에는 단순한 진실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제 세상에 없으며, 그가 자신에게 준 마음을 갚을 방법 같은 건 없다는 진실이었다.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고,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지울 수 없는 후회와 미안함으로 남으리라는 진실이었다.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 page 199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함께 보낸 이모를 떠올리며 자신에게 새겨진 흔적을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리워하는 모습이 그려진 「이모에게」

"희진이."

이모가 작게 내 이름을 불렀다.

"우리, 희진이."

이모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비볐다.

"추워."

"춥다고?"

"너가, 추워."

"하나도 안 추워."

그러자 이모는 천천히 내 곁으로 와서 손바닥으로 내 등을 두드렸다. 나는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세상에 단 한 명,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언제나 이모였으니까. 그건 내 자존심이자 이모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모는 고르게 숨을 내쉬면서 잠이 들었다. - page 260 ~ 261

육십대 '기남'이 홍콩에 살고 있는 작은딸 '우경'을 만나기 위해 짧은 여행을 떠나지만 자신과 우경 사이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고 자신의 실수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뜻밖의 위안이 된 손자 '마이클'의 인상적인 한 마디

"할머니."

기남의 품에서 나온 마이클이 기남의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부끄러워도 돼요. 부끄러운 건 귀여워요. 에밀리가 그랬어요." - page 318 ~ 319

가 그려진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까지

각 소설마다 짧지 않은,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호흡으로 내쉬고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먹먹해짐에 참 많이도 방황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우리 모습과도 같았기에, 그렇게 살아가기에, 또다시 나아가고 있었음에 뭐라 형언해야 할지...

희미한 빛이 잔상으로 아련히 남았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후기에 남긴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삶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고 나는 그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를 풀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나는 지금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 - page 348

이제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찬찬히 음미하며 만나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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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아인슈타인
아이오나 레인즐리 지음, 데이비드 타지만 그림,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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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자마자 귀여운 펭귄 모습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가방을 메고 동물원을 나서는 것일까...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을지 몹시나 궁금하였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새 친구가 찾아왔다."

펭귄 아인슈타인



코끝이 시리도록 추운 12월 초 어느 토요일.

스튜어트 부인이 남편 스튜어트 씨에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이랑 뭘 하면 좋을까요?" - page 5

일곱 살 아서는 수첩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누나 이모젠은 구석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라디오 다이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지루해하는 아이들...

그래서 스튜어트 부인은 제안을 합니다.

"아이들 데리고 동물원에 가요!" - page 6

그리하여 스튜어트 가족은 런던 동물원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아주 특별한 인연이 될 동물을 만나게 되는데...

"누나, 저기 좀 봐."

몸집이 작은 펭귄 하나가 풀밭 쪽으로 걸어와 아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page 12

작은 펭귄이 아서와 이모젠을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두 아이는 이 작은 펭귄을 집에 데려가 키우고 싶은데...

"저기, 펭귄 씨. 우리집은 언제나 펭귄을 환영하니까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도 된단다." - page 14

그렇게 펭귄에게 말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온 스튜어트 가족.

그런데 누군가 벨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불과 몇 시간 전에 아이들과 동물원에서 눈을 맞췄던 바로 그 펭귄!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파란색 작은 배낭을 메고 느긋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엄마는 화들짝 놀랐다.

"그래, 내가 그러긴 했지. 하지만 진심은 아니었어..." - page 19 ~ 20

펭귄과 함께 산다는 건...

그래서 동물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장난 전화로 오해만 받게 되고 결국 스튜어트 가족은 펭귄 아인슈타인과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특별한 친구가 된 펭귄 아인슈타인에겐 한 가지 사정이 있었는데...

"그래! 이제 알겠다! 아인슈타인의 친구가 사라진 거야! 내가 납치에 대해 말했을 때 아인슈타인이 겁을 먹었던 이유가 그거였어!" - page 63

펭귄 아인슈타인의 배낭 속에 여러 사진이 있었는데 거기엔 '아이삭'이란 펭귄이 있었고 그 펭귄이 화물용 나무 박스 틈 사이에 있는 사진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모젠은 몸을 숙여 아인슈타인과 눈을 맞췄다.

"우리가 네 친구를 꼭 찾아줄게. 약속해."

이모젠이 말했다. - page 67

과연 이들은 펭귄 아인슈타인의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계속 펭귄 아인슈타인과 살 수 있을까?

이들의 좌충우돌 모험담과 함께 가슴 찡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이 엿보였던 이 이야기.

펭귄 아인슈타인과는 영원히 함께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던 아이들.

아인슈타인의 친구 아이삭을 찾는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에 부딪치지만 침착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 아이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인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한 바는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시드니 동물원에 연락을 해야 할 것 같구나. 영원히 집에 펭귄을 숨겨둘 순 없으니까. 그건 옳지 않잖아."

엄마가 말했다.

"네, 저희도 알아요. 하지만 동물에게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살 자유가 있지 않을까 궁금할 뿐이에요."

이모젠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런던의 가정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 우리에게 펭귄이 헤엄칠 호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우리가 두 동물원에 자세한 사정을 설명한다면 아이삭과 아인슈타인이 다시 함께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서의 목소리에 희망이 배어 있었다. - page 166 ~ 167

동물 복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단순히 동물원의 존립, 폐지의 문제를 떠나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정말 잊지 못할 새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펭귄 아인슈타인.

한동안 그가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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