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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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전개 속 몰입감으로 그림 미스터리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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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 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함규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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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전까지는 그저 지나쳤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여기저기 다니게 되면서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모습이 바뀌었어도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역사를...

관심을 가지게 되니 자연스레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마침 발견하게 된 이 책.

이 책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섬세하게 통찰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도시들을 거닐며 조상들의 숨결을 몸소 느껴보겠습니다.

"도시의 역사를 알면

반드시 그곳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한국인도 몰랐던 도시 속에 숨겨진 새로운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지금의 한반도를 있게 한 30개 도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중대한 사건부터 그곳에서 삶을 이어온 민중들의 모습을 살피기 위한 도시 산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시작은 '서울'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종로-중구 권역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간이 흘러도 그 의미는 여전히 남게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라의 중심이었던 한양이었지만 왕조의 불꽃이 꺼져가면서 20세기가 되면서 일본으로 국권이 차례로 넘어갈 때, 우리의 시민들은 잠자코 있지 않았습니다.

1898년 종로 네거리에서 만민공동회를 개최하여 남녀노소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시국에 대한 대토론을 벌인 일이며

1907년 일제가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려 하자 수만 명이 반대와 항의에 나섰고

12년 뒤 고종이 사망하고 그것이 암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알려지자 그 장례를 계기로 3.1 운동이 일어나, 광화문에서 종로가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그들이 외치는 만세 소리로 가득 채우며

시민의 외침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조선의 한양에는 광장이 없었고, 일제의 경성에는 공원만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거리를 광장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한반도 제1번지였던 이 권역은 강남 등이 경제 문화이 중심지가 되고 행정기관들도 차례차례 자리를 옮기면서 그런 중요성을 많이 잃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로서 갖는 그 가치는 영원할 것이다. - page 36

왜곡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광주'의 오래 소외된 만큼 이후의 한국 정치사에 강렬한 영향을 끼쳤고 오늘날에도 완전히 종결되지 못한 한과 의혹의 현대사로 남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과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새로웠던 도시 '평양'.

역사상 세 나라(고조선, 고구려, 북한)의 수도였기에 그와 사뭇 대조적인 세 나라(백제, 조선, 한국)의 수도인 서울과 대칭을 이루었으나 수도가 아닐 때도 대개 중요한 대접을 받아온 역사의 주인공인 평양.

그런 평양과 비슷한 도시를 꼽았는데... 놀랍게도 세계의 심장,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었습니다.

이집트 파라오의 오벨리스크를 본뜬 워싱턴기념탑을 중심으로 넓고 긴 도로가 마름모꼴을 그리고, 마름모의 꼭지점마다 국회의사당, 백악관, 링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 정치권력의 두 정점이며, 링컨과 제퍼슨 기념관은 건국의 아버지와 현대 미국의 아버지이자 노예 해방자를 모신 신전이다. 고고한 백색으로 빛나는 건물을 넓고 푸르른 잔디밭과 포토맥강이 둘러싸고 있다. 전후 평양시를 재건할 때 이 워싱턴을 참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동강이 끼고 도는 도시 공간을 일정하게 구획하고 거대 기념물들을 배치한 점에서 이만큼 짝을 이루는 도시도 없다. - page 553 ~ 554

이런 평양이...

김정은의 평양 그리고 그 이후의 평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점점 더 정상으로 다가갈 것인가, 김일성 삼각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인가? 확실한 점은 평양이 변하면 북한도 변할 것이고, 평양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전에는 북한의 변화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 page 561 ~ 562

변화할 것인가...

광복절이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그의 이야기도 한 도시에 나와있었습니다.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구의 도시 '룽징'.

룽징이 낳은 윤동주와 송몽규는 암흑천지에서 고개 숙이고 어둠에 적응해 살아가기보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희미한 별을 헤아렸는데 이들의 시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울림으로 남았었습니다.

고요히 침전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보며 쉬파람 분다

-송몽규, 「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 헤는 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과 함께 보다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는 건 우리의 몫임을,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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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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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는데 이 소설에 눈길이 갔습니다.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건... 인정받는 소설이라는 것!

그렇기에 망설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였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가 그려져있을지 기대하며...

조작된 사형 선고, 모든 이가 외면한 재판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단 한 명의 여자

변호 측 증인



면회실 철망 너머로 입을 맞추는 한 쌍의 부부.

남자는 자상하고 서글픈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여자는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맑고 쓸쓸한 빛이 어린 저 눈! 저렇게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는 저 눈! 저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눈일까?' - page 10

사형 선고 앞에 모든 것을 포기한 남편 '스기히코'에게 아내 '야시마 나미코'는 허세(?) 아닌 자신의 결심을 외칩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냉정한 건 처음이야. 난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기로 결심했단 말이야.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을 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남편은 미소를 지었다. - page 10 ~ 11

솔직히 저는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었습니다.

왠지 모를 촉이 오르면서 말입니다.

그는 오늘 나와 면회한 것을 후회할 게 틀림없다.

그는 또다시 잠 못 이루는 긴긴밤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무시무시한 불안과 기대와 초조감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한 끝에, 이제 한시도 더 견딜 수 없다며 제발 빨리 형이 확정되고 집행되어 끝나게 해달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기도할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나 나는 다르다. - page 13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옛 동료 에다 쓰키조노가 소개한 변호사 세이케 요타로에게 부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상황을 뒤엎을 증인을 찾아내고, 법정에 서줄 것을 간절히 부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됩니다.

고아에 스트립 댄서였던 나미코는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 스기히코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들.

그녀는 스트립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본가에 가정을 꾸리면서 언젠가는 시아버지를 비롯한 시댁 식구 모두가 마음을 열어주리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날 밤...

야시마 노인은 그때도 그곳에 있었다. 그는 화려한 새틴 깃털 이불과 높직한 케이폭 베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그의 쩍 갈라진 연분홍색 뒤통수가 흡사 석류처럼...... - page 167

결혼을 반대했던 시아버지가 살해된 것입니다.

그날 저녁 결혼을 물리지 않으면 생활비 원조마저 끊겠다는 시아버지의 엄포에 폭언을 내뱉던 남편이 용의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위증을 하고...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소설 후반을 향해 가면서 다시 앞장을 읽게 되었던...

이 소설은 그저 읽어내려가면 안 될 반전이 담겨 있었습니다.

와!

이 짜릿함!

간만에 느껴보았습니다.

역시나 있는 자들의 특권 의식이란...

정말로 스기히코를 사랑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여자는 사람한테 각각 타고난 분수란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그 여자는 자기 분수를 모른 거야. 미소나 달콤한 말이 어리석은 사내들 마음을 녹이듯, 그 여자는 사람의 분수를 녹여서 그 경계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여자는 우리 세계에 들어올 수 없어. 들어와선 안 되는 거야. - page 154

그럼에도 남편을 위해 위증까지 했던 그녀.

또다시 이 질문을 던진다면 그녀는 어떤 답을 할까...

"그렇게까지 남편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입니까?" - page 227

슬프지만 꿋꿋했던 그녀.

그래서 그녀가 외쳤던 이 한 마디가 마지막까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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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생활
모리스 메테를링크 지음, 김현영 옮김 / 이너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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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꿀벌의 예언』을 읽었습니다.

와!

꿀벌이 이리도 중요한 곤충인 줄은 미처 몰랐었습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는 꽃식물이며, 이 꽃식물 수분의 80퍼센트를 담당하는 곤충이 바로 '꿀벌'.

그렇기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소설을 읽고 '꿀벌'에 대해 호기심과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책을 찾던 중!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때마침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에세이가, 꿀벌에 대한 사실을 전해준다고 하였기에 반가운 마음에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꿀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메테를링크의 무한한 상상력과 문학적 재능으로

사회적 곤충의 생태를 극명하게 그려낸

자연관찰문학의 최고 걸작!

꿀벌의 생활



이 책은 꿀벌에 관한 학술 논문이 아니다. 새로운 관찰 기록이나 연구 논문집도 아니다. 나는 꿀벌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만 이 책에 담을 작정이다. 20년에 걸친 양봉에서 얻은 특수한 경험과 수많은 관찰 결과는 보다 전문적인 책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여기에서는 그저 사람들이 친숙함과 애정을 느끼는 일을 문외한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듯, 피에르 드 롱사르의 노래에도 나오는 '황금 벌'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을 뿐이다. - page 13 ~ 14

본문에 들어가기 전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논문보다는 더 생생한 사실을 기록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고찰을 바탕으로 꿀벌에 관한 놀랍고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전한다고...

그래서 오히려 안심을 하게 되었고 쉬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대신 너무 글로만 전해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할까...)

이제 본격적으로 벌집의 한 해를 되도록 간단히 알아보기 위해 잠에서 깨어나 노동을 다시 시작한 봄철의 한 벌집을 예로 들어봅니다.

분봉의 형성과 출발, 새로운 도시의 건설, 젊은 여왕벌의 탄생과 결투, 결혼비행, 수벌 학살, 동면 따위가 자연의 질서를 좇아 펼쳐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과연 어떤 법칙과 특성, 습관, 사건이 그 일화를 일으키고 또한 지지하는지 이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에 관한 일화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불가사의한 부분의 일종의 복사본과도 같은 '꿀벌'.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이토록 합리적이고 성실하며 적극적이고 또한 조신한 공화국이여!

덧없는 꿈의 희생을 치르는 기묘한 작은 공화국이여!

이토록 심오한 작은 민족이여!

자연에서 가장 순수한 존재인 꽃의 영혼, 가장 아름다운 웃음을 향해 가는 민족이여!

감탄을 하게 되며 오히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대우주의 요구에 이토록 일치하는 이상, 이토록 확고한 이상, 이토록 엄격하고도 명백한 이상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또한 이토록 완전하고 영웅적인 자기희생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그들은 전원이 협동 작업에 참여해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다해 건축할 때 편리성이나 내구성 면에서 가장 월등한 정육각형으로 벌집을 만드는 점에서도, 어떤 망설임도, 의견 분열도 없이 전원 일치의 정신으로 선출된 여왕벌이 자신의 경쟁 상대가 도전해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자신의 운명과 여왕으로서의 의무를 깨닫고 용감히 맞서는 점 등, 이 작은 생명체로부터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인에서 오늘날의 농민에 이르기까지, 양봉가들은 이 종족의 욕망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 옴으로써 신중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기까지 하는 무리를 멸망시켜왔습니다.

종족은 약해졌고 분봉을 과도하게 일으키는 경향이 대대로 이어져오면서 머지않아 인간은 매우 자연스러운 분봉조차 방치한 채 꿀과 꽃가루의 수확에만 매진하는 꿀벌 종속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큰 재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꿀벌은 자신들이 모으는 꿀을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지 어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우주에 끌어들이는 정신의 힘을 누가 이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꿀벌이 자신들이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꿀을 모으려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녔듯, 우리도 이 신비로운 불꽃에 자양분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다녀야 한다. 유기체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 이 불꽃은 우리의 감정과 감각으로 배양하자. 보고, 느끼고, 듣고, 만지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나아가 불꽃 그 자체의 정수-다양한 발견이나 경험, 불꽃이 방문한 모든 것을 관찰한 후 찾아낼 수 있는 사상 따위-로 이 불꽃을 배양하자. 그러면 인간적인 의무에 열의를 가진 인간에게는 모든 일이 필연적으로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다. 그의 노력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그의 탐구 열의를 더욱 확고하고 순수하고 고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page 251 ~ 252

만감이 교차했었습니다.

몰랐기에 지나쳤었고 이제라도 알게 되었기에 관심이 생기고 더 알고자 하는 욕구가 솟았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꿀벌.

꿀벌들을 통해 우리 인간에 대해, 나아가 자연에 대해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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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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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저도 '여름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아마 제일 더운 그때.

모든 이들도 휴가를 보내는 그때.

하지만 이번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홈캉스를 즐기고자 합니다.

그래서 어떤 책과 함께 홈캉스를 즐겨볼까... 기웃거리며 책 목록을 만들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야금야금 읽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제목부터 딱! 휴가철에 어울리겠다며 아껴 읽으려 했지만...

자꾸만 가는 눈길을 차마 막지 못하고 펼쳐들게 되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대프니 듀 모리에와 함께 기억될 이름, '마거릿 케네디'.

국내 첫 소개된 이 작품은 어떨지 기대하며...

"그곳에는 뭔가 있어요.

온갖 사람이 다 합류하고 있어.

이 모든 게 징후야."

연민에서 싹트는 우정

오해에서 비롯된 로맨스

시기심과 교만, 탐욕이 빚어내는 소동

그리고 공평히 주어진 구원의 기회

휴가지에서 생긴 일



1947년 9월.

매년 그래왔듯 록스턴 세인트프라이즈와이드의 제럴드 세던 신부는 콘월 북부 세인트소디의 새뮤얼 봇 신부를 방문하게 됩니다.

오랜 벗인 그들은 이렇게 둘이 함께 보내는 이 휴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데...

세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설교문은 미리 다 써놓아야 하는 게 그들 휴가의 규칙이었다.

"예정에 없던 설교라네. 나도 오늘 오후까지 마쳐보려고 애썼어. 하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더라고."

"별일이네." 세던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음...... 장례식 설교인데......"

봇은 책상 앞으로 가서 타자기 뚜껑을 열었다.

"평범한 장례식이 아니야." 그가 불평했다. "사실 딱히 장례식이라고 볼 수도 없지. 고인들을 묻어줄 수가 없으니까. 이미 묻혔거든, 절벽 아래......"

"오, 펜디잭만 말인가?" - page 12 ~ 13

사실은 이러했습니다.

8월에 갑자기 절벽 한 쪽이 크게 무너져내린 일이 있었습니다.

붕괴한 절벽이 세인트소디에서 몇 마일 떨어진 작은 만을 덮쳐 동쪽 곶에 세워져 있던 저택, 아니 개인 소유 저택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운영한 호텔을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하였고 이로 인해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신부가 사망자들의 장례식 설교를 준비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생존자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데?"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봇이 창가에서 돌아서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거든.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어. 완벽한 진실은 영영 아무도 알 수 없겠지.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한 이야기는......"

그는 벽난로로 다가와 세던을 마주보고 의자에 앉았다.

"들어보게나." 봇이 말했다. "그리고 자네 생각도 한번 정리를......" - page 17 ~ 18

그렇게 이 소설은 생존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신부 친구에게 들려주면서 시작하였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우리의 추리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도대체 참사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누가 죽었고 왜 죽었으며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기적인 귀족, 나태한 궤변론자, 괴상한 성직자와 위축된 그의 딸, 몽상하는 아이들, 심술궂은 객실 책임자, 각자의 우울에 빠져있는 부부, 위악적 소녀, 예술가인 척하는 작가와 그녀의 어린 정부 등등.

스물네 명은 각자의 속내를 숨기지만 결국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바짝 세우고 설전이 오가고 갈등이 폭발하면서 마침내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그는 세상을 구하려면 죄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곳곳의 희생양, 힘없이 기댈 곳 없는 사람이야말로 인류를 지탱하고 지켜주는 구세주들이라고. 그녀는 그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동안 곧 엄청난 발견을 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

아직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무엇이 그들을 이어주는지 알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조금 놀랍게 느껴졌고, 뭔가 모험을 시작할 때 여자들이 으레 그러듯 킥킥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 page 143 ~ 145

솔직히 이 소설은 쉽게 읽혀지진 않았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런던대공습 직후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고 그 속엔 기독교적 이야기로 교만, 시기, 나태, 탐식, 분노, 정욕, 탐욕 등 일곱 가지 대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심오하진 않지만... 저에겐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가 크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인간의 군상을 그려냈던 이 소설.

우리네 모습이기에 썩 유쾌하진 않지만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곤 하였고 이 소설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못된 사람은 몇 명뿐이지만, 그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가고도 남아요. 소수가 다수에게 그토록 해를 끼칠 수 있다니, 믿지 못하실 거예요. - page 449 ~ 450

그리곤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그들은 앞날을 생각했다. - page 521

씁쓸하지 않나요...

아무튼 읽고 나서 한바탕 소동 속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몽롱한 느낌만이 남았었습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휴가지에서 생긴 일.

이런 일은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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