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의 죽음.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돌아가려 했지만 사촌들의 만류에 그만 한 달이라는 시일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손필드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로체스터 씨가 자신을 보아주건 보아주지 않건,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사실 로체스터 씨와 잉그램 양과의 약혼이 있었기에 그를 향한 마음을 단념해야 한다고는 다짐했지만 좀처럼 그러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는 당신에게 내 손과 마음과 전 재산의 일부를 바치리다."
"광대놀음을 하시는군요. 전 그런 건 비웃고 말뿐이에요."
"나는 당신에게 평생을 내 곁에 있어주기를 원하고 있는 거요. 나의 분신이 되어 다시없는 이승의 반려자가 되어달란 말이오."
"그런 운명은 이미 정해 놓으셨죠. 그러니까 정하신 대로 하셔야 해요."
"제인, 잠깐만 좀 침착해요. 당신은 너무 흥분했어. 나도 좀 침착해져야 되겠어."
...
"내 신부는 여기 있소." 그는 다시 나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나와 동등한 것, 나와 꼭 닮은 것이 여기 있기 때문이오. 제인, 나와 결혼해 주겠소?" - page 33 ~ 34
갑작스러운 청혼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가왔었습니다.
하지만 꺼림직한 노부인의 이야기는
"그분이 선생님과 결혼하시려는 것은 정말로 사랑 때문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냉담함과 의심 때문에 내 가슴은 상처를 입어 두 눈에는 눈물이 괴어올랐다. - page 55
결국 예식이 거행되는 그날 터져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예식은 더 진행을 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 등 뒤의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본인은 이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이 결혼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애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 page 103
알고 보니 로체스터는 십오 년 전 결혼을 한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는 광인이 되어 손필드 저택에 갇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버사 메이슨이고 삼대에 걸쳐 광인이 나오는 혈통을 지닌, 자신 역시도 속아서 결혼을 했었고 이를 인정할 수 없었음에 지난 일들을 제인에게 터놓기 시작합니다.
한때 희망에 불타고 기대에 차 있었던 여인은 이제 다시 싸늘하고 외로운 처녀가 되어 손필드를 떠나게 됩니다.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시중에 돈 한 푼도 없는 제인은 정처 없이 떠돌다 길바닥에서 죽는 것보단 차라리 저기 언덕에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언덕 쪽을 향해 돌아서게 됩니다.
희미한 불빛.
그녀에겐 아주 작은 희망이었고 목사 세인트 존 도련님으로부터 일자리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인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명을 쓰고 있었는데...
"신문 광고도 제인 에어라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제인 엘리엇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었습니다. 털어놓고 말씀드리자면, 사실 나는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저께 오후에서야 나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당신은 가명을 버리고, 자신이 제인 에어임을 인정하시죠?"
"네, 네, 그런데 브리그스 씨는 어디 계시나요? 그분은 아마 로체스터 씨에 관해서 목사님보다는 더 알고 계시겠죠?"
"브리그스 씨는 런던에 있지만 아마 로체스터 씨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거요. 그는 로체스터 씨한테는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사소한 것에 마음 쓰느라고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요. 즉, 왜 브리그스 씨가 당신을 찾고 있는지, 그가 당신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지를 물어보시지 않으시는군요."
"그럼, 무슨 볼일로 찾나요?"
"다만, 마데이라에 사시던 당신의 숙부님인 에어 씨께서 작고하셨다는 것, 그리고 그분이 당신에게 전 재산을 양도했다는 것, 그래서 당신은 부자가 되었다는 걸 전해 드리는 것, 그것뿐. 그밖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 page 285
갑작스런 유산과 함께 이들이 사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세인트 존은 계속해서 제인에게 청혼을 하였고 그런 그에게 자신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숨겨두고 아파해왔던 진실을 알아야겠다며 어디론가 향하게 됩니다.
바로 로체스터에게로...
하지만 눈앞에 보인 건 시커멓게 그을린 저택은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 부인이 화재를 일으켰고 로체스터는 부인을 구하려다
"예, 예, 영국 안에 계십니다. 영국을 떠나실 수가 없을 겝니다. 이젠 몸도 못 움직이시죠." - page 381
불구에 장님이 되어버린 로체스터.
그런 그에게 다가간 제인.
당신이 제 사랑을 원하신다면, 그리고 제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아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만족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예요. 제 마음은 송두리째 당신 거예요. 당신의 소유예요. 설사 운명이 저의 육신을 당신 곁에서 영원히 떼어놓는다 할지라도, 제 마음은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있어요. - page 411
아무리 읽어도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잠든 연애 세포를 깨우곤 하였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솔직했던 제인 에어.
그렇기에 그녀에게
행운이란 신기하게도 사람의 마음만 열어놓는 것이 아니라 손까지 열어놓는다. - page 300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이루어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또다시 읽을 날을 기대하며...
제인 에어와의 멋진 만남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