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1센티 가까워지기 - 예·알·못 원장의 늦깎이 예술 입문기
김위아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이 책은 사전 정보 없이 선택하게 되었었습니다.

단순히 '예술'이라는 말이 있기에 명화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했었고 책 표지에서도 예술가들이 등장하기에 그러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예술 입문기'

라 적혀있었습니다.

저를 되돌아보니

'과연 나는 예술에 입문을 한 것일까?'

'그저 예술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이것도 입문일까?'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제 위치는 어떠한지, 저자는 어떤 계기로 '예술'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예·알·못 원장의 늦깎이 예술 입문기

카페테리아에서 라테 한 잔과 예술을 만나다

예술과 1센티 가까워지기



하고 싶었던 공부와 학원 경영에 매진하느라 숨가쁘게 살았던 그녀.

그러던 어느 날 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인생의 변곡점을 마주하게 됩니다.

'멈추는 거야.'

때론 긴박하고 때론 무료한 입원 생활.

지루했던 어느 오후, 음악이 들려왔었습니다.

'행복한 음악회'라고 쓰인 현수막 아래 교복 입은 학생 일곱 명이 어깨에 바이올린을 얹고 눈을 아래로 내린 채 현을 켜고 있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기에 그들을 보며 학원 아이들이 떠올랐고 아이들은 돌봐주어야 하는 대상이라고만 여겼었는데...

'이 곡이 당신을 낫게 하면 좋겠어요.'

어린 예술가들로부터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이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

을 깨닫게 되면서 그렇게 음악을, 병원 복도 그림들을 보며 예술이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재발 우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책 쓰기'와 '예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같은 24시간이라도 의미 있게 살고 싶었어요. 예술이 행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해주리라 믿었습니다.

예술에는 그런 힘이 있거든요. - page 25

그리하여 문화예술 독서 모임 <심쿵책쿵>에 참가하며 글을 올리면 답글을 달아주고, 경험담을 나눠주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면서 '예술이랑 1센티만큼만 가까워지기'가 어느새 10센티 쭈욱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예술이라하면 '아름다움'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던 '펠릭스 누스바움'은 수용소에 갇혀서 1분 위에 사형 당할지도 모를 상황을 그린 <사형복을 입은 자화상>을 그려냈었고 펠릭스 누스바움처럼 전쟁의 참혹함과 광기 어린 사회를 직시하며 그려낸 '오토 딕스' 역시도 작품을 통해

'아픈 역사를 마주하라'

며 우리의 눈을 억지로 벌려주었습니다.

바로 예술의 힘으로 말입니다.

예술은 그리 어렵지도, 멀지도 않았습니다.

눈만 조금 돌리고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예술이 존재하였습니다.

지하철 광고판에서 만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의 테마곡이었던 슈베르트의 <마왕>,

커피숍 벽에 걸려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

병원 휴게실에서 본 이인성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

버스정류장에서 마주한 초등학생의 동시 <어른들은 몰라요> 등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이제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에 대해 그동안 뭣이 그리도 바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새삼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학교종소리가 테클라 바다르체프스카 바라노프스카의 <소녀의 기도>였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악동뮤지션 <오랜 날 오랜 밤>의 첫 시작이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이었다는 것을

관심을 가지니 보였고, 보이니 즐거웠습니다.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은 예술뿐이다.'

니체의 말처럼 우리 모두 예술에 가까워지는 것은 어떨지!

저도 매일 커피 한 잔처럼 예술 한 잔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제인 에어 2



외숙모의 죽음.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돌아가려 했지만 사촌들의 만류에 그만 한 달이라는 시일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손필드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로체스터 씨가 자신을 보아주건 보아주지 않건,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사실 로체스터 씨와 잉그램 양과의 약혼이 있었기에 그를 향한 마음을 단념해야 한다고는 다짐했지만 좀처럼 그러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는 당신에게 내 손과 마음과 전 재산의 일부를 바치리다."

"광대놀음을 하시는군요. 전 그런 건 비웃고 말뿐이에요."

"나는 당신에게 평생을 내 곁에 있어주기를 원하고 있는 거요. 나의 분신이 되어 다시없는 이승의 반려자가 되어달란 말이오."

"그런 운명은 이미 정해 놓으셨죠. 그러니까 정하신 대로 하셔야 해요."

"제인, 잠깐만 좀 침착해요. 당신은 너무 흥분했어. 나도 좀 침착해져야 되겠어."

...

"내 신부는 여기 있소." 그는 다시 나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나와 동등한 것, 나와 꼭 닮은 것이 여기 있기 때문이오. 제인, 나와 결혼해 주겠소?" - page 33 ~ 34

갑작스러운 청혼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가왔었습니다.

하지만 꺼림직한 노부인의 이야기는

"그분이 선생님과 결혼하시려는 것은 정말로 사랑 때문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냉담함과 의심 때문에 내 가슴은 상처를 입어 두 눈에는 눈물이 괴어올랐다. - page 55

결국 예식이 거행되는 그날 터져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예식은 더 진행을 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 등 뒤의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본인은 이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이 결혼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애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 page 103

알고 보니 로체스터는 십오 년 전 결혼을 한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는 광인이 되어 손필드 저택에 갇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버사 메이슨이고 삼대에 걸쳐 광인이 나오는 혈통을 지닌, 자신 역시도 속아서 결혼을 했었고 이를 인정할 수 없었음에 지난 일들을 제인에게 터놓기 시작합니다.

한때 희망에 불타고 기대에 차 있었던 여인은 이제 다시 싸늘하고 외로운 처녀가 되어 손필드를 떠나게 됩니다.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시중에 돈 한 푼도 없는 제인은 정처 없이 떠돌다 길바닥에서 죽는 것보단 차라리 저기 언덕에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언덕 쪽을 향해 돌아서게 됩니다.

희미한 불빛.

그녀에겐 아주 작은 희망이었고 목사 세인트 존 도련님으로부터 일자리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인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명을 쓰고 있었는데...

"신문 광고도 제인 에어라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제인 엘리엇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었습니다. 털어놓고 말씀드리자면, 사실 나는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저께 오후에서야 나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당신은 가명을 버리고, 자신이 제인 에어임을 인정하시죠?"

"네, 네, 그런데 브리그스 씨는 어디 계시나요? 그분은 아마 로체스터 씨에 관해서 목사님보다는 더 알고 계시겠죠?"

"브리그스 씨는 런던에 있지만 아마 로체스터 씨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거요. 그는 로체스터 씨한테는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사소한 것에 마음 쓰느라고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요. 즉, 왜 브리그스 씨가 당신을 찾고 있는지, 그가 당신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지를 물어보시지 않으시는군요."

"그럼, 무슨 볼일로 찾나요?"

"다만, 마데이라에 사시던 당신의 숙부님인 에어 씨께서 작고하셨다는 것, 그리고 그분이 당신에게 전 재산을 양도했다는 것, 그래서 당신은 부자가 되었다는 걸 전해 드리는 것, 그것뿐. 그밖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 page 285

갑작스런 유산과 함께 이들이 사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세인트 존은 계속해서 제인에게 청혼을 하였고 그런 그에게 자신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숨겨두고 아파해왔던 진실을 알아야겠다며 어디론가 향하게 됩니다.

바로 로체스터에게로...

하지만 눈앞에 보인 건 시커멓게 그을린 저택은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 부인이 화재를 일으켰고 로체스터는 부인을 구하려다

"예, 예, 영국 안에 계십니다. 영국을 떠나실 수가 없을 겝니다. 이젠 몸도 못 움직이시죠." - page 381

불구에 장님이 되어버린 로체스터.

그런 그에게 다가간 제인.

당신이 제 사랑을 원하신다면, 그리고 제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아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만족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예요. 제 마음은 송두리째 당신 거예요. 당신의 소유예요. 설사 운명이 저의 육신을 당신 곁에서 영원히 떼어놓는다 할지라도, 제 마음은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있어요. - page 411

아무리 읽어도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잠든 연애 세포를 깨우곤 하였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솔직했던 제인 에어.

그렇기에 그녀에게

행운이란 신기하게도 사람의 마음만 열어놓는 것이 아니라 손까지 열어놓는다. - page 300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이루어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또다시 읽을 날을 기대하며...

제인 에어와의 멋진 만남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에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얘기하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어릴 적 책 읽기를 안 좋아했던 아이.

그럼에도 부모님은 집에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세계명작전집을 사다 놓으셨던...

시간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공부하기 싫어서 그랬을 듯한...)

그때 처음으로 두꺼운 책을 완독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 책을 10대, 20대, 30대 한 번은 꼭 읽고 넘어갔었습니다.

나만의 의식이었나...?!

아무튼 애정이 있는 이 책을 이번 기회를 빌어 또다시 읽어보고자 합니다.

읽을 때마다 설레는 이 느낌 간직하며...

150년 동안 전 세계 젊은 독자들을 가슴 뛰게 만든 로맨스 소설의 고전

한국 영미문학연구회 선정, 국내 『제인 에어』 번역서 중 최고의 번역

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은 일본의 부모들이 선물하는 책 1위

제인 에어 1



제인 에어는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요~♪

외숙부 집에서 갖가지 횡포, 오만한 무관심, 증오 등을 받으며 살았더래요~♬

그런데도 고분고분 하기는커녕 곧잘 악다구니를 쓰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다 그 벌로 붉은 방에 갇히게 됩니다.

게이츠헤드 저택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방.

하지만 외숙부가 임종을 맞은 뒤 아무도 살지 않는 방.

정말 뭐라도 나올 것 같아 제인은 내보내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조용히 해. 정말 형편없이 소란을 피우는구나."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조숙한 광대였다. 그녀는 나를 앙심 섞인 성깔과 치사한 마음과 위험한 이중인격의 덩어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 page 27 ~ 28

결국 열 살짜리 소녀 제인 에어는

"브로클허스트 씨, 삼 주일 전에 드렸던 편지에서도 비쳤지만 이 아이는 제가 바라는 인품이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로우드 학교에 입학을 허락해 주신다면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께서 각별히 엄하게 감독을 해주셔야겠어요. 특히 이 아이의 가장 못된 점인 사람 속이는 버릇을요. 제인, 이 얘기는 네가 듣는 데서 특히 말해 두니까 브로클허스트 씨를 속이려고 들면 못쓴다." - page 56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 지내게 됩니다.

역시나 이곳에서의 생활도 불행하였지만 그럼에도 템플 선생님이 있었기에

"실컷 울었니?" 선생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실컷 울어서 슬픔을 잊어버렸느냐 말이야."

"도저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어째서?"

"억울하게 꾸중을 들었으니까요. 선생님이나 모든 사람들은 나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들 하시겠지요."

"네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는 네 처신에 달린거야. 앞으로도 계속해서 착한 아이가 되도록 노력해라. 그러면 우리들 마음에 들겠지."

"그럴 수 있을까요, 선생님?"

"그렇고말고." 선생은 한 팔을 뻗어 나를 껴안으며 말을 이었다. - page 124

팔 년이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자유를 갈망하며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됩니다.

존경을 받아온 집안.

하지만 이 집안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는 괴팍한 성격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추남이라 여겼을지라도 그의 몸가짐에는 무의식적인 자부심이 넘쳐흐르는 매력을 지닌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이 둘의 티키타카가 인상적이곤 하는데...

"그러면 우선 내가 다소 주인 행세를 하고 무뚝뚝하게 굴고 때로는 아까 얘기한 이유로 엄하게 굴어도 되는 권리가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겠소? 다시 말하면 난 아가씨의 아버지뻘은 되는 나이이고 아가씨가 같은 집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조용히 사는 동안 나는 여러 나라의 가지각색 인간들과 어울려 많은 경험을 했고 지구의 절반을 헤매고 다녔다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말이오."

"좋으실 대로 하세요."

"그건 대답이 아니오. 아니 약오르게 하는 대답이오. 말머리를 피하는 것이니까. 분명하게 대답을 해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다든가 세상 경험이 많으시다는 것만 가지고는 제게 명령을 할 권리가 없으시다고 생각해요.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사용하였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요." - page 242 ~ 243

조금씩 그에게 마음이 가는 제인.

이렇게 사랑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이...

"당신의 운수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소. 얼굴을 잘 살펴봤지만, 한 가지 특징은 다른 특징과 정반대란 말이야. 운명의 신은 조그마한 행복을 당신에게도 점지해 놓았어. 난 그걸 알고 있어. 오늘 밤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어. 운명의 신은 조심스럽게 그걸 당신을 위해 예비해 놨던 거야. 난 신께서 그렇게 하시는 걸 봤으니까. 당신이 팔을 뻗어서 그걸 붙잡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그걸 잡으려고 노력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을 내가 점치려고 하는 거야. 다시 한 번 마루 위에 꿇어앉아요." - page 367 ~ 368

손필드 저택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사건, 외숙모가 제인에게 건넬 이야기로 잠시 게이츠헤드로 돌아가게 되고...

앞으로의 제인의 행보는 어떻게 펼쳐질까...

휘몰아칠 폭풍전야가 예상되는 가운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당찬 여성인 '제인 에어'.

2권에서는 또 어떤 면모를 보여줄지, 그리고 이 소설의 끝에 나는 어떤 감정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하며 다음 권을 펼쳐들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이 건넨 말들 - 영광과 몰락이 교차하는 유럽 도시 산책
권용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대 열정 넘치게 배낭 메고 유럽을 다녀온 지도... 까마득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되어 버렸고...

그렇기에 그곳으로의 여행은 아련하기만 합니다.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아니 이제 갈 수 있을까...

추억을 먹고 사는 저에게 그 추억을 곱씹게 도와주는 건 아무래도 여행 에세이였습니다.

특히나 이 책의 제목에 혹했습니다.

유럽이 건넨 말이라...

왠지 다정하고도 따스한 위로가 아닐까 마냥 기대해 보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도시가 축적한

풍경과 기억 사이를

걷는 인문 여행

유럽이 건넨 말들



저도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으로 '유럽'을 먼저 손꼽았었습니다.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건물, 거리, 사람, 풍경, 예술 작품 등...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오기에 첫 해외여행을 유럽으로 선택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나라를 향할 때마다 감탄이 조금씩 사그라들게 되었고 이제와 여행했던 나라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면 이 나라가 그 나라였는지... 도통 구분을 못하는... 나만 그런 걸까...?

라 생각했었는데 저자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아야 알게' 됩니다. 유럽 여행 중 느끼는 권태로움은 여행하며 떠오르는 수많은 물음표를 탐구하지 않고 그저 둘러보다 발걸음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유럽을 여행하며 권태를 이겨내고 알찬 시간을 보낼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하나의 답으로 '그랜드 투어'를 제시합니다. - page 5

그리하여 폴란드-체코-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중동부 유럽 5개국 주요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와 시사 지식에 자신의 관심사인 정치 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 중에 떠오르는 무수한 물음표에 그냥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오래된 도시가 건넨 말들을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 굴곡진 역사를 가슴에 묻고 다시 일어선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의 이야기가,

눈부신 발전에도 죄악과 죄의식, 파괴와 폐허를 함께 안고 있는 독일의 이야기가,

도시 전체에서 묻어난 옛 제국의 영광과 상처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오스트리아의 이야기가

가만히 제 가슴에 스치며 진한 여운을 남기곤 하였습니다.

제 발길이 머문 곳도 있었고 새로운 곳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여행이 저에게도 기억과 유럽 도시 사이의 산책과도 같았습니다.

이들이 지닌 역사만큼이나 긴 사유 속에서 거닐었던 여행.

그래서 좀처럼 현실로 돌아오기가 싫었습니다.

우리와는 닮은 꼴이 많은 나라 '폴란드'.

저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유독 마음이 무거웠었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알려진 오시비엥침.

사실 아우슈비츠가 지명인 줄 알았는데 이는 독일어 지명이었고 정식 폴란드 명칭은 '오시비엥침'이라는 것을, 이번을 기회로 제대로 불러주어야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곳을 방문했을 때 추적추적 비가 내렸었고 희생자들의 사진에, 그들의 소지품으로부터 온몸이 뼈저리게 아프곤 했었는데...

그들도 살아있을 때는 이름이 불리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죽고 나서는 숫자와 물건으로 남았다. 우리도 그들을 숫자와 물건으로 기억한다. 역사의 이름 모를 피해자의 운명이란 참 슬프다. - page 38

우리의 '서대문 형무소'가 떠오르면서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베를린에서 학과 수업 때 홀로코스트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독인 학생이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 의식은 오시비엥침 수용소 견학 후에 극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독일 학생이 아니어도 비슷할 것이다. 외부인인 우리도 깊은 한숨을 쉬게 되고 말투와 생각이 비장해졌으니 말이다. 역사를 제대로 논하려면 폭넓은 체험은 필수다. - page 50

아이뿐 아니라 저도 또다시 방문을 하며 오롯이 새겨보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의 자세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일만큼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해보면 인물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도 다채로워지고 깊어진다. 감정 이입은 시민의 덕목이자 여행자의 필수 도구이다. - page 289

아는 만큼 보이고 보면 더 알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 여행의 묘미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거듭되는 영광과 몰락, 파괴와 폐허의 흔적에서 벗어나 공존으로 도시가 건넨 메시지.

"다 사람 사는 곳이라네."

이젠 우리의 도시가 건네는 말들에 귀를 기울일 때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이 건넨 말들 - 영광과 몰락이 교차하는 유럽 도시 산책
권용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천히 사유하며 유럽을 거닐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