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9일 토요일
의사 남편 재호에 똑똑하고 잘생긴 아들 승재, 완벽한 집.
모자랄 것 없는 풍족한 주란은 사실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직 실내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데다, 이사 온 이후로 아이 전학 문제를 비롯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친구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초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사 올 때부터 계속 이런 냄새가 난 거야?"
민영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화단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글쎄...... 한 일주일? 더 오래됐을 수도 있고......"
실은 이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지 않은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주란아, 화단을 한번 파보지그래? 정말 동물 사체가 있을 수도 있잖아." - page 11
남편은 금방 사라질 거름 냄새로 치부했지만 그럼에도 꺼림직했기에 야전삽으로 흙을 긁어내듯이 쓸어내렸습니다.
'여긴 아무것도 없어. 거름 냄새일 뿐이야.'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행동을 멈출 수도 있었지만, 다시 한번 삽을 흙에 더 깊숙하게 꽂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건 파란색 나무 막대기가 아니었다. 식물의 뿌리도 아니고, 동물 사체는 더더욱 아니었다.
가늘고 긴 사람 손가락이었다. - page 17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지만 잘못 봤다며 그저 쓰레기였다고 단정해버리는 그.
그러고는 다시 화단에 오니 시체는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또 한 명의 여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남편 윤범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혼을 해도 갈 곳이 없고 게다가 임신을 해 더 이상 이혼마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상은'.
그런 그녀에게 경찰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 사정은...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지만 후회는 없었다. 나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이지만 그 사실은 이제부터 잊기로 했다. 나는 피해자의 부인이어야 하니까. 눈을 감자 남편의 마지막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 page 56
남편의 사건은 자살로 종결 났지만 원래 상은의 계획은 사고사이거나 그날 만나기로 한 의사-재호-에게 살해당해 사망보험금을 타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 돈을 받아내고자 스스로 사건에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재호의 약점을 잡기 위해 윤범은 죽기 전 하나의 휴대폰을 입수하게 되고 '수민'이란 여자아이의 것이었습니다.
이를 빌미로 재호에게 접근하는 상은.
남편 재호의 지인-윤범-의 사건도 그렇고 좀처럼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라 방황하는 주란.
수민의 죽음.
결국 이 두 여성은 사건의 진실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과연, 주란의 남편은, 살인자인가...?
나는 일부러 다른 곳에는 시선을 주지 않고, 2층 승재 방으로 올라가 아이가 얘기한 물건들을 빠르게 채이기 시작했다. 태블릿과 헤드폰, 그리고 아이의 여름옷을 챙기던 중 서랍 깊숙이 있던 낯선 물건을 발견했다. 동그랗게 매듭지은 주황색의 나일론 끈이었다.
...
승재는 이 범죄와 아무 관련이 없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나는 그렇게 다짐을 하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려 했지만 또다시 덜컹하면서 마음과 몸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승재를 의심하면 안 된다. 믿어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다. - page 377 ~ 378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상화되던데... 드라마는 어떻게 표현했을지도 궁금해지고...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주란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했던 문장이 그러했고
"상은 씨는 어떤 꽃을 좋아해요?"
"전 좋아하는 꽃도 없고 꽃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해요."
"징그럽죠? 멀리서 봤을 때는 예뻤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안에 빼곡히 든 수술도 소름끼치고.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 page 337 ~ 338
마지막 상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그러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정말 볼 일이 없겠죠? 어디선가 잘살고 있기를 바랄게요. 이 세상에 쉬운 삶은 없어요. 자신을 특별히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 다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 - page 375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던 이 소설.
그럼... 이제 이 여인들은 새로운 인생을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주란에게 많이도 등장하였던 '망상'이란 단어만이 남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