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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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어두운 주제까지 경쾌하게 풀어내며 정교한 구성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

그의 작품을 종종 찾아 읽어보곤 하는데...

이번 신간 역시도 관심이 갔었습니다.

이 작품이 여느 작품과는 달리

1년에 한 편씩 7년 동안 써내려온 이야기를 묶은,

《골든 슬럼버》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잇는 음악 소설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다가온 이 소설.

그만이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함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착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믿으니까, 작은 것들의 위대함을.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야기는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옛날 옛적, 멀고 먼 땅, 높고 높은 탑. 나는 그곳에 유폐되어 있었지.

...

그런 곳에 날 구하러 사람이 와서 얼마나 놀랐던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현실이었어. - page 6

그렇게 옛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나와시로 호수에 위치한 적 기지에 잠입해 정보를 빼오는 임무를 맡은 '에이전트 하루토'.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친구들에게 공갈 협박을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한 소년을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서 뭐 하나."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깜짝 놀랐다. 올려다보니 검은 옷을 입은 날씬한 남자가 있었다. - page 20

하루토는 그 소년과 함께 탈출하고자 탈출용 비행기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런데...

"오하라, 또 저질렀군! 뭐긴 뭐야. 잘 들어, 이건 글라이더야. 작전은 프로펠러기잖아."

거친 목소리에서 남자가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추적자가 오고 있다고. 이래선 도망치지 못해. 뭐가 다르냐니. 글라이더는 끌어주는 것이 없으면 날지 못하잖아. 엔진이 없으니까." - page 21 ~ 22

엔진이 없으니 초조하게 있던 찰나,

그러자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순간 내 몸이 뒤로 쓰러졌다. 기체가 위를 향하듯 기울어졌다가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체는 공중에 뜬 채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날아줘"하고 기도했다. - page 23

한편 대학 졸업반인 '마쓰시마'.

"마쓰시마에게는 엔진이 없네."

"어떻게든 되겠지, 라니 마치 흐느적거리면서 나는 글라이더 같아."

라며 넌더리를 치는 여자친구로부터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게 됩니다.

예상보다 큰 충격이어서 잠 못 이룬 채 한밤중에 차를 몰고 이나와시로까지 오게 되고 이유 없이 호수가 보고 싶어서 천천히 걸어가다 산장 뒤쪽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하여 손을 뻗어 주워들게 됩니다.

장난감 글라이더.

이를 들고 호수를 향해 걸어가 살며시 던지는데...

엔진이 없어서 조용하지 / 이제 아무 문제도 없어 / 가자 떠올라서 가자 - page 24

이렇게 소설은

임무가 있는 남자,

집에 무사히 돌아가는 것까지가 임무입니다. - page 11

도망치는 소년,

이로써 나는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이별이다. - page 18

실연한 남자

엔진을 달아야지.

스스로에게 말했다. - page 17

서로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비로소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들의 멋진 앙상블 속에 빠져들어보는 건 어떨지요!

일 년, 이 년, 삼 년, ... 칠 년 그리고 이나와시로 호수.

잔잔한 호수 위에 펼쳐진 그들의 분주한 삶은 아이러니하지만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모든 게 하나의 아름다운 호수 경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일이 가능할까. 너무나도 어렵다.

적어도 지금 그들이 웃고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까지 적어도 적어도 그 풍경을 이어가자.

멋진 별이잖아. 그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 page 225

각 연도마다 음악이 있었습니다.

<오파라☆브레이크> 음악 행사에서 울려 퍼졌던 더 피즈와 토모프스키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그 느낌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노랫말들이 이렇게나 찰떡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이사카 고타로만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도와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사소하지만 진정한 행복.

잔잔하지만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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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6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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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끝을 향해 달려가 볼까 합니다.

쥘리엥의 최후는 어떻게 될지...

적과 흑 2



파리 대귀족 드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된 '쥘리엥'.

"내가 자네의 신분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의해 두게. 그것은 언제나 보호자나 피보호자 모두에게 불행하고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거든. 자네가 내 일에 싫증 나거나 혹은 내게 자네가 필요 없게 될 경우에는, 자네를 위해 피라르 사제의 교구와 같은 훌륭한 교구를 하나 주선하기로 함세.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야." - page 29

하지만 출세를 위한 욕심은 여전하였기에 부정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 라 몰씨에겐 딸 '마틸드'가 있었는데...

어쨌든 그녀는 어여쁘다! 쥘리엥은 호랑이 같은 눈초리를 하고 계속 생각했다. 그녀를 차지하고 말겠다. 그런 다음 이 집을 나가버리면 그만이지. 누구든 나의 도망 길을 방해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 - page 78

워낙 거만하고 냉랭했던 그녀였었는데

마침내 나는, 가난한 농군인 나는, 귀부인의 사랑의 고백을 얻어냈다! 끓어오르는 격정을 주체할 길 없어 그는 별안간 이렇게 소리쳤다. - page 103

사회의 말단에 위치한 남자에게 그녀가 먼저 사랑을 고백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녀에게 쥘리엥은 일종의 하급자로, 자기가 원할 때면 언제나 자기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랑이 아닌 자신의 행동이 마치 혁명자인 양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녀도 임신을 하게 되면서 쥘리엥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게 되고 사랑을 갈구하게 됩니다.

후작은 자신의 딸이 공작부인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분노에 찼지만 그처럼 자존심이 강하고 그처럼 재주가 뛰어나며 가문의 성을 자신보다도 자랑스러워하던 딸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들의 관계를 허락하게 됩니다.

하고 끝나면 좋을 것이...

이 시대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우리는 혼돈으로 내닫고 있는 것이다. - page 300

한 통의 편지로부터 폭풍우가 몰아치게 됩니다.

'드 레날 부인의 편지'

쥘리엥은 그길로 드 레날 부인에게 달려가 권총을 겨누게 됩니다.

두 번의 총성.

다행히 드 레날 부인의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그는 그대로 헌병들에게 잡혀 감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사형 선고를 받게 된 그.

쥘리엥은 드 레날 부인이 자신의 총알로 죽음을 맞이하였고 자신의 사형 역시도 덤덤히 받아들이던 찰나,

"이보세요...... 저는 상소하라고 애원하러 왔어요. 당신이 원하시지 않는 줄은 알지만......." 눈물에 목이 메어 부인은 더 계속할 수가 없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 용서를 바라신다면 즉시 사형 선고에 대해 상소하세요." - page 388

마틸드 역시도 그를 사형에 면하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 보지만 결국 그는 사형이 집행되었고 쥘리엥이 떠난 지 사흘 후, 드 레날 부인은 자신의 아이들을 포옹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실재했던 사건에서 단서를 얻어 구상된 소설이라 하였습니다.

가난한 청년에게 드러난 정열적인 모습.

그의 야망은 결국 헛된 위선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일장춘몽으로 그의 생이 마감됨은...

마냥 비판할 수도 동정할 수도 없는, 우리의 모습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제목의 '적과 흑' 상징성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해석은 적색은 군직을, 흑색은 성직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저에겐 적색은 그의 출세를, 흑색은 그의 파멸을 의미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나 스스로 자신을 멸시한다면 내게 무엇이 남겠소? 나는 한때 야심에 차 있었지만 지금 와서 그것을 자책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때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지요. 지금은 아무 희망 없이 그날그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어떤 비겁한 짓을 한다면 이 지방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비열한 인간이 되는 꼴일 것입니다......" - page 415

쥘리엥의 이 말이 참 오랫동안 남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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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들려주는 진짜 논리 이야기 - 복잡한 세상에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
송용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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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단어만으로도 어렵다... 란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런 논리를 수학이랑...?!

하긴 원래 수학과 논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수학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해 줄지 궁금하였습니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최고의 생각 기술!"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앨런 튜링까지 지적 거인들이 펼치는 향연!

수학자가 들려주는 진짜 논리 이야기



직업이 점차 전문화되고 디지털화로 인하여 복잡한 정보가 늘어나고 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논리적 사고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저자는 오랫동안 대학교에서 수리 논리 및 논술, 집합론 등의 과목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에 유난히 약하다는 사실을 실감했고 학생들이 논리만 만나면 갑자기 머리의 회전을 멈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학생들은 논리를 만나면 부담을 느낄까?

그것은 학생들이 논리를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성장하며 논리와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논리와 관련된 이런저런 유익한 지식을 얻어 논리와 친해질 수 있도록 이 책을 써 내려갔다고 하였습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1부에서는 논리가 중시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잘못된 표현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우리말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왜 논리의 생활화가 필요한지 등을 이야기하며 정확하게 말하기, 논리적으로 사고하기와 연관된 인문학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아라비아로부터 이어져 오는 수학과 논리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한편, 논리적 사고 법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논리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유명한 다섯 가지 패러독스도 소개하며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여섯 가지 오류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제3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키 칸토어, 힐베르트, 프레게, 러셀, 화이트헤드, 비트겐슈타인, 괴델, 타르스키 등 당대 최고의 천재들이 이룬 현대논리학과 분석철학의 발달 과정과 그 의미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합집합, 교집합, 함수, 수열 등과 같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기초적인 개념과 기호 그리고 수학적 귀납법 등을 설명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쉽게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었고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증명과 같은 수학적 표현을 마주하였을 땐 짜릿한 전율마저 느껴졌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기에 반가웠다고 해야 할까...

그동안은 공식 외우기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새로이 앎의 기쁨 때문이었다고 할까...

아무튼 저에게 이 책은 간만에 지적 흥분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집합, 연산, 함수, 무한...

이 개념이 이토록 중요할 줄은 몰랐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주었는데

"(0,1)이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하면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대개 머릿속에 다음 그림과 같은 구간을 떠올리지만, 그것을 말로는 잘 옮기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질문의 대답은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실수들의 집합입니다."

로 알고 보면 너무나 쉬운 답.

그리고 또 하나의 예를 들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떤 개념의 정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개념을 활용하는 것이 논리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나 토론할 때 정확하거나 합리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말을 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엄밀한 논리에서나 일상적 대화에서나 이 출발점이 가장 중요하다. - page 107



우리는 논리보단 직관을 더 중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 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본능적으로 작용하기에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개념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그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에 교육과 자기 계발을 통해서 본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좀 더 보강된 사고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책을 읽고 수학이란 학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옳은 방식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취감'.

또다시 수학이란 학문에 빠져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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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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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7월!

이젠 7월이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민도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도장 깨기!

첫 포문을 연 책은 바로 이 소설이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 스탕달의 대표작

신분과 계급의 벽을 넘어 비상을 시도한 젊은이의 사랑과 욕망의 모험담

낭만주의가 팽배하던 시대에 사실주의 문학의 문을 연 선구적 작품

적과 흑 1



프랑슈콩테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의 하나로 통할 베리에르라는 작은 도시.

목재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마을 신부에게 라틴어를 배우고 책을 읽으면서 지식과 야망에 눈을 뜨고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하층 계급 청년인 '쥘리엥 소렐'.

그런 그의 운명을 바꿔놓을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거짓말 말고 바른대로 대답해라. 이 책 버러지 같은 놈아. 어디서 드 레날 부인을 알게 됐고 언제 그 여자에게 말을 걸었느냐?"

"나는 말을 건 적이 없어요, 그 부인은 교회에서밖에는 못 봤고요." 쥘리엥이 대답했다.

"뻔뻔스러운 놈아, 하지만 너는 그 여자를 쳐다보았던게지?"

"아녜요! 저는 교회에서 하느님밖에는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또다시 따귀를 얻어맞는 것을 피하기에 알맞다고 생각되는 위선적인 태도를 지으며 쥘리엥이 덧붙여 말했다.

"그렇지만 여기엔 뭔가가 있어." 심술궂은 농부는 대답하고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못된 거짓말쟁이 녀석, 네놈에 대해선 도대체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실은 네놈을 떨쳐 버리게 됐다. 내 제재소는 더 잘 돌아가겠지. 넌 신부인지 누군지를 용케 구워삶아서 좋은 일자리를 얻게 됐다. 가서 보따리를 꾸려라, 드 레날 씨 집에 데리고 갈 테니. 너는 그 집 아이들의 가정교사가 된단 말이다." - page 35 ~ 36

드 레날 씨의 집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 쥘리엥.

처음엔 부르주아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자기의 출세를 가로막을지도 모를 최초의 암초로 여겨 충동적으로 드 레날 부인을 유혹했었고

그날 밤 드 레날 부인은 너무나 분명한 표시로 감정을 나타내 보였지만, 그는 그것이 자랑스럽기는커녕 고마운 줄도 몰랐다. 그는 부인의 아름다움과 우아함과 신선함에도 거의 무감각했다. 마음이 순결하고 가슴에 품은 원한이 없어야만 청춘이 오래 지속되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맨 먼저 늙어가는 것은 얼굴의 모습이다. - page 130

하지만 그녀의 순진함과 진심으로

쥘리엥은 그의 허황된 계획들을 다 잊고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역할로 돌아갔다. 이처럼 매력적인 여인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불행 중 최고의 불행으로 보였다.

...

사실 그는 자신이 불어넣었던 사랑과 부인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빚어낸 뜻밖의 인상 덕분으로, 그의 서툰 재간으로는 도저히 쟁취하지 못할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 page 143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염문 탓에 쥘리엥은 드 레날 씨의 집을 떠나 브장송의 신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나는 건방지게도 다른 농사꾼 자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빈번하게 자랑삼아 왔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는 것은 미움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만큼 살아온 것이다. - page 309 ~ 310

그럼에도 신학교에서 부각을 나타낸 쥘리엥은 사제의 추천을 받아 파리 대귀족 드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됩니다.

만약 쥘리엥이 나약한 갈대에 불과하다면 파멸할 것이요, 용기 있는 사내라면 혼자서 난관을 헤쳐나가겠지. 피라르 사제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 page 414

모두가 친절히 대해 주지만 이 집 안에 완전히 고립되어 있음을 느낀 쥘리엥.

그런 그의 눈에 띈 여인이 있었으니 드 라 몰 후작의 거만한 딸 '마틸드'.

그의 멈출 줄 모르는 야망은 과연 2권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너무나 익히 알고 있었던 이 소설.

역시나 정작 읽지 않았던 이 소설.

이번 기회에 큰맘까지는 아니지만 읽어보았었습니다.

예상외로 술술 읽혔고 쥘리엥의 야심에 대해 피라르 사제가 건네었던 경고.

"그것이 세속의 헛된 화려함의 결과란 것일세. 자네는 분명 웃음 짓는 얼굴에만 익숙해 있을 것이네. 그건 거짓 연극에 지나지 않지. 진실은 엄격한 것이라네. 이 땅에서의 우리의 책무도 역시 엄격한 것이 아닐까? 외면의 공허한 우아함에 대한 지나친 민감성이란 약점을 자네의 양심이 경계하도록 늘 주의해야 할 것이네." - page 288

쥘리엥의 행보를 또다시 좇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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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 아빠와 딸,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꾼 베이킹 이야기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지음, 이리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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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책은 2023년 가장 주목받는 힐링 에세이로 BBC 방송과 《가디언》,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도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보다는 저에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김혼비 작가와 소설가 백수린 작가가 추천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었습니다.

하지만 읽지 않아도 표지만으로도 위로를 받게 된 이 책.

그럼에도 그들의 사연이 궁금하였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기적처럼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된 아빠와 딸의 이야기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키는 용기, 그걸 가능하게 하는 사랑과 빵의 힘에 관하여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2018년 초봄, 오랜만에 키티의 친가쪽 가족들이 다 모여있을 때였습니다.

항상 이상한 양말을 신어서 모두를 웃게 했고, 사랑스러운 빨간 머리에, 수다스럽고 주근깨가 많았던 '키티'가 말을 하지 않았고, 산만해졌으며, 창백하고 슬퍼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막내 키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옥스퍼트에 있는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서비스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부터 키티에게는 이것이 자극제가 되었는지 애써 용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가면을 하룻밤 사이에 벗어 버리고는 커다란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여 결국 일상생활조차 버거워하게 되었습니다.

자의식에서 더없이 자유로웠던 아이.

그러다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사춘기가 아이를 무겁게 짓눌렀고 이제는 키티가 완전히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앨과 케이티는 고군분투를 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시간을 한참 흘려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어떻게'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 page 14

뭔가 키티가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주고 싶었던 앨.

여러 활동을 해 본 끝에 '빵 굽기'를 하게 된 키티와 앨.

뉴욕의 유명한 제빵사 짐 레이히가 알려주었던 반죽 없이 빵을 굽는 '무반죽 레시피'를 활용하게 됩니다.

돌맹이처럼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정말 찬란하게 변신했다. 지푸라기로 금을 만들어내는 동화 속 소녀처럼,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시, 그리고 또 빵을 구웠다.

그렇게 키티가 흰 밀가루와 통밀가루로 실험을 시작한 지 2주만에 빵은 보관함 뚜껑을 닫지 못할 정도로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케이티는 조심스럽게 이웃에게 혹시 빵을 원하는지 물어보고는 이웃에 배달하기 시작합니다.

미용실, 정육점, 옛 선생님들의 집, 언덕 꼭대기에 있는 보육원, 소방서, 특이한 우체부 아저씨의 집, 아는 친구들과 그냥 좋아하는 집 등 모든 곳에 따끈한 빵 봉투를 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 사람들이 빵폭탄을 맞았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됐다. 그러다 문자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빵 맛있었어요. 더 먹고 싶네요. 얼마인가요?' 하루에 열 덩이까지 주문이 들어왔다.

이렇게 빵 구독 서비스가 탄생했다.

오렌지 베이커리의 출발이자 시작이었습니다.



어쩌면 누구나 살다 보면 이유 없이 겪을 수 있는 불행이나 어려움.

하지만 이들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달려가는 열정, 그것을 뒷받침해 준 가족의 지지와 사랑, 마을 사람들의 연대와 배려, 무얼 바라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나눠주는 베이커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삶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 매니큐어 칠하거나 드레스 입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밀가루 포대 500킬로그램을 들어 올리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고 싶어.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도 해볼래. 내가 살아낼 수 있는 삶인 것 같아."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저거야.

나는 강해지고 싶어." - page 40



갓 구운 빵이 주는 위로.

참으로 따스했고 그 향이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지쳐 갈피를 못 잡고 있어 초조하기만 했던 저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븐에서 갓 나온 빵에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브레드송,

거기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있었다."

오렌지 베이커리에서 키티가 베이킹을 배우고 처음으로 만들었던 '미라클 오버나이트빵' 한 입 머금고 그 희망을 선사받고 싶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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