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옛날 옛적, 멀고 먼 땅, 높고 높은 탑. 나는 그곳에 유폐되어 있었지.
...
그런 곳에 날 구하러 사람이 와서 얼마나 놀랐던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현실이었어. - page 6
그렇게 옛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나와시로 호수에 위치한 적 기지에 잠입해 정보를 빼오는 임무를 맡은 '에이전트 하루토'.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친구들에게 공갈 협박을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한 소년을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서 뭐 하나."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깜짝 놀랐다. 올려다보니 검은 옷을 입은 날씬한 남자가 있었다. - page 20
하루토는 그 소년과 함께 탈출하고자 탈출용 비행기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런데...
"오하라, 또 저질렀군! 뭐긴 뭐야. 잘 들어, 이건 글라이더야. 작전은 프로펠러기잖아."
거친 목소리에서 남자가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추적자가 오고 있다고. 이래선 도망치지 못해. 뭐가 다르냐니. 글라이더는 끌어주는 것이 없으면 날지 못하잖아. 엔진이 없으니까." - page 21 ~ 22
엔진이 없으니 초조하게 있던 찰나,
그러자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순간 내 몸이 뒤로 쓰러졌다. 기체가 위를 향하듯 기울어졌다가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체는 공중에 뜬 채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날아줘"하고 기도했다. - page 23
한편 대학 졸업반인 '마쓰시마'.
"마쓰시마에게는 엔진이 없네."
"어떻게든 되겠지, 라니 마치 흐느적거리면서 나는 글라이더 같아."
라며 넌더리를 치는 여자친구로부터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게 됩니다.
예상보다 큰 충격이어서 잠 못 이룬 채 한밤중에 차를 몰고 이나와시로까지 오게 되고 이유 없이 호수가 보고 싶어서 천천히 걸어가다 산장 뒤쪽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하여 손을 뻗어 주워들게 됩니다.
장난감 글라이더.
이를 들고 호수를 향해 걸어가 살며시 던지는데...
엔진이 없어서 조용하지 / 이제 아무 문제도 없어 / 가자 떠올라서 가자 - page 24
이렇게 소설은
임무가 있는 남자,
집에 무사히 돌아가는 것까지가 임무입니다. - page 11
도망치는 소년,
이로써 나는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이별이다. - page 18
실연한 남자
엔진을 달아야지.
스스로에게 말했다. - page 17
서로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비로소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들의 멋진 앙상블 속에 빠져들어보는 건 어떨지요!
일 년, 이 년, 삼 년, ... 칠 년 그리고 이나와시로 호수.
잔잔한 호수 위에 펼쳐진 그들의 분주한 삶은 아이러니하지만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모든 게 하나의 아름다운 호수 경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일이 가능할까. 너무나도 어렵다.
적어도 지금 그들이 웃고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까지 적어도 적어도 그 풍경을 이어가자.
멋진 별이잖아. 그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 page 225
각 연도마다 음악이 있었습니다.
<오파라☆브레이크> 음악 행사에서 울려 퍼졌던 더 피즈와 토모프스키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그 느낌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노랫말들이 이렇게나 찰떡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이사카 고타로만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도와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사소하지만 진정한 행복.
잔잔하지만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