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 지음, 염철호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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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2013년 가톨릭 교회의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자 예수회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

한동안 교황이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하여 위중하다는 메시지를 건네기도 하였지만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았던 저.

그는 병상에 있음에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하였었습니다.

전쟁은 공동체와 환경을 파괴할 뿐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하며

외교와 국제 기구가 활력과 신뢰를 되찾아야 하고,

종교가 평화와 형제애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분열이 아닌 화합 이루는 데 쓰여야 한다고 당부하였는데...

이번 책에서도 당신의 뜻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밝힌 최초의 공식 자서전이자 시대의 역사책인 이 책.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 번은 읽어야 했습니다.

"어지러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황이 밝혀주는 삶과 지혜"

나의 인생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2024년 봄에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밝힌 최초의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책"

이며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가장 아름답고 친밀한 소통 방식"

이라고 이야기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세 살 때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부터 글로벌 경제 위기, 코로나19 팬데믹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그의 삶 속에 있었고

또 한 개인의 삶을 바라보자면 어린 시절의 가정사, 사제가 되기로 한 뒤 겪은 어머니의 반대와 우연히 만난 여성에게 흔들렸던 경험, 군사정권 시절 비밀스럽게 박해받는 시민들을 도왔던 일화들, 외로웠던 유학 시절과 우울하고 어두웠던 유배 시절, 주교로 깜짝 임명된 이후 겪게 된 국가적·세계적 위기들,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그 이후 벌어진 일까지

어두웠고 힘겨웠던 상황 속에서도 나아갔던 그의 말과 생각, 행동을 엿보며 큰 울림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전했던

'용서'와 '포용', '사랑'

은 아무리 말을 해도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항상 검소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과 관용을 촉구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

그렇기에 그의 건강 문제가 언급되면서 혹시나 하는 우려가 나오곤 하는데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지금까지 저는 사직에 대해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제 관점에서 볼 때 교황의 사임은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때만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말 진심으로, 사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 아프리카 예수회 형제들에게 밝힌 바 있듯이 저는 베드로 후계자로서의 사명이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임할 어떤 명분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page 289

부디 앞으로도 저희를 위해 일어나 환한 미소로 맞이하여 주시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이 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에게 일러주시길

사는 법을 배우려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승리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장벽을 허물고, 갈등을 극복하며, 무관심과 증오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던 예수님처럼 굳어 있는 마음을 녹이고 변화시켜 이웃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게 됩니다. 이타적인 사랑만이 세상을 바꾸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욕심 대신 사랑과 기도가 사람을 움직였다면 제가 살아온 80년의 역사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요?

기도에 대해 말하자면, 세상은 점점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더 많이 기도합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부탁하겠습니다. 잊지 말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이 요청만큼은 반대하지 말고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 page 290 ~ 291

2025년 희년을 맞아 보다 그를 위해, 세상을 위해 간절히 기도할 것을 신자로써 약속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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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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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왜 필사를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단순히 따라 쓰는 건데 왜...?!

이런 의문을 가지고 저도 한 번 해 보았었는데...

어?!

그동안은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만 집중했다면

필사를 통해 직접 쓰면서 곱씹는 재미가 있음에, 비로소 내 것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따로 명상을 하지 않는데 필사하는 동안은 오롯이 내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작년부터 시작된 필사는 지금도 종종 하곤 합니다.


여기 '과학책방 갈다'를 운영하는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명현' 박사가 인문학 독서를 하려는 이들을 위해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독서 이력을 꼼꼼히 살펴, 함께 읽고 쓰면 좋을 책 80권을 큐레이팅한 책이 있었습니다.

이런 알짜배기 같은 책을 지나친다면 나만 손해이지 않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과연 그는 어떤 책들을, 어떤 문장이, 그래서 어떤 느낌이셨을지 읽어보았습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단 한 페이지만으로도 오늘이 달라질 수 있다."


인생은 짧고 읽어야 할 책은 많다.

항해자의 나침반이자 탐험가의 별자리가 되어줄

단 한 권의 책!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습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 도통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책, 그럼에도 알고 싶은 욕구만 있는 저에게 이 책은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4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이 책.

《군주론》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같이 세상을 보는 시작을 넓혀주는 인문서 18종

《종의 기원》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와 같이 누구나 들어보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았던 교양 과학서 24종

《모비 딕》 《삼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같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학서 19종

그리고

《밤이 선생이다》 《빈 공간》과 같이 인생의 등대가 되어준다는 평가를 받는 에세이 19종까지

총 80종의 명저의 문장을 담고, 각 작품마다 그의 시선과 생각을 함께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그동안 나름의 책을 읽었다고 했지만 제가 읽은 책은 두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부끄...럽다고...해야 할까, 아니면 더 읽을 책들이 많아져서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후자라 생각됩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그의 생각이 담겨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문장들은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이기에 그저 '명문장이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왜 이 문장이 좋은지 그의 단상과 더해지면서 저도 상상을 할 수 있고 뭔가 연결점을 찾으며 공감을 할 수 있으면서 책에 대한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읽어보고 싶었던 『삼체』.

책에선 『삼체 3부』에서 발췌한 문장이었는데 SF라는 장르에 별 관심이 없는 저에게 '희망이란 이런 것이다'를 선사하며 그동안 SF라는 장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주면서 어떤 책일지 호기심을 일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 저자는 앞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용문을 모은 책은 영원히 미완성이다. 엮은이의 의도를 맥락으로 파악할 수는 있겠지만 구조의 완결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 만큼 독자들이 파고들 여백이 넉넉하다. 여백은 상상의 영역이다. 독자에게 제공하는 자유의 시공간이다. 다른 책에서 자신이 읽었던 책의 인용문을 만난다면 그 문장 하나로부터 그 책을 회상하는 여백의 시공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텍스트는 극히 일부이기에 물리적으로 당장 그 책으로 가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독자들이 그 책에 대한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회상과 기억으로 여백에 채워가면서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제공되는 셈이다. - page 6 ~ 7


여백의 자유를 즐겼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아마도 온전히 정독하고 완독하면서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짜릿한 자극을 가지고 저도 저만의 독서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다들 오늘도 즐독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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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고 천박하게 둘이서 1
김사월.이훤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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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두 작가님의 서로에 대한 이야기.

가끔 이 같은 책을 만나면

이런 시선이 있구나...

이렇게 연결될 수 있구나...

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찾아 읽곤 하는데...

이번에 열린책들이 새로운 에세이 <둘이서>를 선보였습니다.

뮤지션 김사월과 시인 이훤.

이 둘은 서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슬쩍 엿보고자 합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

두 사람은 첫 편지 2023년 10월로 시작해 딱 일 년째인 2024년 10월을 마지막 편지로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편지 형식을 취한 것은 아니고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는 일기처럼,

또 어떤 날은 서로를 인터뷰하면서 그렇게

'둘이서 쓴 세계에 대한 일지이자 서로에 대한 목격담이고 자신에 대해 쓴 보고서'

를 엮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맞닥뜨렸을 때 제목이 의아했습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

무슨 의미일까...?!

아름다운 것에만 둘러싸이는 자는 가끔 천박하게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산책하다가 깜짝 놀랄 만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너무 안 어울려서 두 언어가 한 사람에게 속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것 같은 말을. 같은 날, 나는 놀랍도록 다른 마음을 갖는다. 아름다운 사유와 아주 못된 말을 동시에 품는다.

아름다움만으로는 세계가 통째로 굴러가지 않는 날도 있다. - page 230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것.

예술가이기에 아름답게만 표현할 것 같았지만 가감 없이 표현했기에 이들의 글이 독자로써 맞이했을 때

'더 고상하고 더 천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아한 듯이 행동하라. 당당하게 존재하며 위대하게 행동해라. 과장된 우아함과 정확함으로 움직여라. 그러면 오래잖아 당신의 몸이 정말 그렇게 바뀔 것이다. (......) 우리는 새로운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걸음에 서툴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영역에서 균형 잡을 기회를 거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우아함을 허용하는 만큼 삶에서 우아해질 것이다.

롤프 게이츠, 『요가 매트 위의 명상』, 김재민, 김민 옮김(서울: 침묵의 향기, 2021)

이들을 바라보면서 도리어 나를 바라보게 된 것.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존경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그때 네가 나를 찾았다는 게

난 너무 기뻤어.

그래서 두고두고 슬프다.

감히 네 아픔을 조금 알 것 같아서.

비슷한 통증을 겪었던 나의 냄새를 맡고 너는

몇 번이고 나를 찾았던 거지.

네가 나만큼, 아니면 나보다 더 아팠을 거라 생각하면

난 네가 너무 불쌍하다. - page 224 ~ 225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그 어떤 보물보다도 더 값지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나는 그런 친구가 아직 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되고 마음을 다 잡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왕성한 동료들 볼 때 여전히 어떤 날은 불안의 종이 울려. 그때마다 찬찬히 그 앞으로 가서 충분히 듣고 종을 내려놓거나 안 보이게 덮어 둔다. 며칠 지나 돌아가면 없어졌기도 하더라. 그리고 그럴수록 좋은 일 생긴 동료들을 힘껏 축하해 준다. 그들이 잘되는 게 나에게도 이로운 일임을 기억하려고 애써. 친구들과 서로 영향받으며 함께 더 나은 작업자가 되는 게, 모두 정체된 우리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떠올려 내고 만다. 우리는 다르게 탁월하다. 나만 나처럼 만들 수 있다. 건강한 동료이자 친구이고 싶어서, 배 갑판에서 중심 잡는 것처럼 끊임없이 앞발과 뒷발로 자꾸 몸을 곧게 세워 본다. - page 27 ~ 28

마흔이 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이었기에 그랬을까...

이 이야기에 유독 오랫동안 눈길을 두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던 이 문장

"나만 나처럼 만들 수 있다."

누군가도 이 말을 들으면 크게 위안을 받지 않을까 싶어 가슴 깊이 새겨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둘이서>를 함께 할 이들.

그들은 어떤 감동을 선사할까...!

또다시 <좋아요>를 넘어 <좋아합니다>를 기대하며 오늘은 이 책을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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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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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과학자'가 실험실이 아닌 바다로 직접 향한 이유.

그 열정이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세계 최고의 해양과학 연구 기관인 미국 스크립스 해양 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에서 해양 연구를 해온 '남성현'교수.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은 물론 남극까지

1년에 3~4번씩 배를 타고

한 번 승선 조사를 나갈 때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두 달씩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해양과학자가 전하는 일과 삶의 모습은 어떨지...

모르는 분야이기에 더 호기심이 일었기에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마루가 있으면 골이 있고, 폭풍이 치면 해일이 일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보다 고요할 수 없는 바다는,

널리 쓰이는 말처럼 인생을 닮았다."

바다 위의 과학자



수많은 사람들이, 아니 저부터도 바다 풍경이 보이면

"와, 바다다!"

외치곤 하는데...

"그런데 여러분, 이건 바다가 아닙니다. 그저 바닷가지요."

해변에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부분은 해안선으로부터 불과 10킬로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그래서 우리가 본 영억은 바다가 아닌 바다 끝단의 경계에 해당하는 '바닷가'라 하였습니다.

그럼 '진짜 바다'는?

해안가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수평선 끝에서부터 시작해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훨씬 광대한 영역이라 합니다.

무엇보다 지구가 푸른 행성일 수 있는 이유가 지구 표면의 7할을 바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에

이토록 드넓은 바다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낚싯배, 크루스, 쇄빙선 등 온갖 배를 타고 망망대해 위를 약 75회 누볐다고 하였습니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이 책에 써 내려갔습니다.

읽으면서 바다의 광대함과 우리의 삶에 대해, 존재에 대해 되짚어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파도를 '인생'에 많이 비유하곤 합니다.

웨이브는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의 인생에도 늘 굴곡이 있기 마련이고, 때로는 승승장구하기도 때로는 깊은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누구나 가끔씩은 흔들리는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슬럼프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니, 웨이브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며, 세상에 웨이브가 아닌 것은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158

라며 그가 전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바라는 것은 모든 웨이브가 부디 오래도록 서서히 상승하여 긴 호흡으로 최대한 늦게 하강하는 것이다. - page 160

이 문장을 읽곤 지금의 나는 웨이브 중 어디에 있을지, 쉼 없이 달렸다면 잠시 호흡을 다듬어 봅니다.

우리나라 연해와 서태평양, 동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빙양을 건너 남극 연안의 아문센해까지.

여러 바다에서 탐사하였지만 여전히 접근해 볼 수 없었던 바다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하였습니다.

많은 부분이 해빙으로 뒤덮여있는 북빙양.

하지만 이곳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 소실로 북극항로의 개척을 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그린란드를 둘러싼 논란 등 미·중·러의 정치, 경제, 군사 정책이 모두 북극항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북극해로의 진축은 과학적 의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 page 180

과연 좋은 소식인 걸까...?!

그리고 또 한 곳 북한 앞바다.

과거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는 경제협력 차원에서 국내 연구선이 북한 수역에 접근한 적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는데...

하루속히 서로 활발한 해양관측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인류가 해양을 물자 수송 수단, 식량 등으로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해양 자체를 연구하는 해양과학이 여전히 프런티어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비약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영역인 해양.

아니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모르기에 더 매력적인 이곳.

저도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몸소 실천해 주는 과학자들이 있기에 지금 제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 역시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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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문학의 문장들 - 니체에서 박완서까지, 위대한 작가들의 준비된 위로
김욱 지음 / 윌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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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주옥같은 문장들이 우리에게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위로를 선사하곤 합니다.

어쩜 그들은 이런 문장들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덕분에 저는 살아갈 힘을 얻곤 하는데...

그 원천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니체, 박완서, 헤세, 김소월, 양귀자...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을 남긴 이들의 인생과 작품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문장으로 드러내며 희망을, 삶의 찬란함을 표현한 작가들.

또다시 그들을 통해 힘을 얻어보고자 합니다.

"살면서 아픔을 경험한 사람만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상실의 시대를 현명하게 건너온 문학가들의 인생과 예술 이야기

찬란한 문학의 문장들



문학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의 모습은 마치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영롱한 진주...

조개 속으로 침입한 이물질을 내뱉지 못해 점액질을 분비해 이물질을 감싸는 조개.

점점 속살로 파고들며 어쩌면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물질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마침내 만들어낸 진주.

조개의 아픔처럼 문학가들 역시도 힘든 삶 속에 몸부림치며 마침내 진주와도 같은 작품을 토해내는 것이 마냥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지만 요즘 들어 큰 울림을 선사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완서' 작가님.

마흔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하고 40년간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써낸 그녀.

딸로, 아내로, 엄마로, 소설가로 그야말로 동분서주한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처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없다. 이 용기에 나이라든가, 여자라든가, 엄마라는 역할은 거추장스러운 변명일 뿐이다. 박완서는 그녀의 삶에서 가장 지치고 위안이 필요할 때, 진이 다 빠져 빈 껍질만 남은 것 같은 허탈한 시기에 여자도, 엄마도 아닌 개인으로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그녀가 거둔 성공은 행운이 아니며,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재능이 넘쳤던 것도 아니다. 용기 있는 한 인간의 기나긴 여정이었을 뿐이다. 타인이 알아주고 인정해주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 page 40 ~ 41

마흔 살의 여자, 한 남자의 아내, 다섯 아이의 엄마였던 박완서.

자신의 이름을 사랑했던 그녀로부터 배우게 된 건

문득문득 당장의 생활에 치여 습관처럼 살아가는 내 모습이 역겨워질 때가 있다. 구원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해방은 현실과 조건을 계산하고 수용한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 page 41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그녀의 작품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백석' 시인.

화려한 외모와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세상이 선망하는 천재 시인으로 등장하지만...

자신이 이룩한 성공 안에만 머물기를 고대하며 세상을 시와 시가 아닌 나머지 것들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 살아가기에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백석의 삶을 견뎌내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 몸이 괴롭고 심정이 고독해질수록 더 좋은 시, 더 아름다운 시가 나오리라 기대하며 방황을 하던 그가 다시 고향 땅을 밟았을 때 갑작스런 해방이 찾아옵니다.

숱한 지식인들은 고향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가지만 평안북도 정주에 남은 백석.

더 이상 그의 말과 생각은 본인의 것이 될 수 없음에 결국 체제에 방해가 되는 반동주의자로 낙인찍혀 쉰이 넘은 나이에 양 떼를 기르는 목장의 파수꾼이 되고 맙니다.

남쪽에서는 월북 작가라는 오명 속에 오랫동안 출판 금지를 당했던 그.

하지만 이제는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시만큼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시에서 보여준 성찰과 반성, 사무치는 외로움이

하이야니 눈을 맞으며 마른 잎새를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던, 어느 먼 산 뒷옆 바위 곁에 혼자 남아서도 외로워하지 않겠다던 시인의 성찰이 우리의 남은 삶에도 동행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하면 이 작고 힘든 삶에서 외로움이라도 덜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는 것이다. - page 188

순간 따스히 느껴지는 건... 왜일까......

세상은 우리네 인생을 괴롭히기 마련입니다.

《나이듦의 지혜》의 소노 아야코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설가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의 삶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홀어머니 밑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귀에 닥지가 앉도록 교육받으며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상관없이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 자랐습니다.

다시 찾아온 절망에 속절없이 무너지게 되었지만 인생은 얄궂게도 소노 아야코에게 놀라운 반전을 선사합니다.

기적적으로 수술이 성공해 시력을 되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밝아진 시력이 보여준 세상은 그녀가 아는 과거의 외롭고 처참했던 고단한 날들이 전부가 아님을 일러줍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처럼 쓰러져가는 이들을 위해 남은 생애를 헌신하기로 합니다.

소노 아야코가 찾아낸 삶의 지혜는 베풂과 자립이었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그의 삶이 자립해 있다는 증거이며, 건강하다는 증명이다. 남들은 물러남을 준비하는 지천명의 나이에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개척한 그녀에게 쉰이라는 나이는 인생이 지나온 계절을 헤아리는 숫자였을 뿐이다. 그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그녀는 어둠 속에 갇힌 누군가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빛을 들고 다가갔다. 소노 아야코의 오래된 삶에서 언제나 싱싱한 생명의 냄새가 진동하는 까닭이다. - page 310 ~ 311

달라지는 게 없더라도 현실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삶은 변화될 수 있음을.

책 속의 문학가들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제 그 해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이 없다면 어떤 언어로 오늘의 기분을 바꿀 수 있을까"

또다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한 손에 책을 쥐어 보는 건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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