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김범준 지음 / 성안당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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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한결 바람의 무게도 가볍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그런 마음과는 달리 괜스레 울적하고 위로를 받고파 가끔 눈물짓곤 합니다.

그런 저에게 다가온 이 책, 『더 테이블』.

책은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오늘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오늘 당신에게 건네는 말은

소중한 당신에 대한 나의 예의이다.

 

 

<시작하는 말>에 '찬밥'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찬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찬밥이라고 쓰임새가 무작정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찬밥은 찬밥으로서 나름의 역할이 있다. 그건 찬밥인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 찬밥인 누군가를 잘 살펴보고 알아주며 사랑해주는 일에서 비롯되며 또 완성된다. 나를 배려하고 또 나 이외의 타인을 배려하는 일에서 삶은 완성된다. 그것 자체로 행복이 될 수 있으며 또 그 행복이 우리를 잘 살아남게 만든다. - page 5

결혼을 하고 직장 생활을 못하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솔직히 저 역시도 '찬밥'과도 같은 신세라 탓하며 우울해하곤 하였습니다.

내 존재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일상은 내가 중심이 아니면서 과연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조금씩 전업주부로써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나'도 나름의 역할이 있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을 느끼고 나 역시도 행복을 느낀다는 점에서 자존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찾으면 된다는 것......

 

우리의 인생을 살펴보니 매순간 단맛과 쓴맛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은 식탁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일과 같다. 주문했던 음식이 다디달게 나올 것을 기대하다가 예상외의 쓴맛 때문에 당황스러운 경험이 그와 같을 것이다. 그때는 세상에 주문해야 한다. 단 것을 먹고 싶다고. 주문이 되지 않으면 직접 주방에 가서 팔을 걷어붙이고 쓴 음식에 양념이라도 해서 맛있게 먹어야 한다. 싱거우면 좀 짜게, 덜 익었으면 더 익히고, 비린내가 나면 후추를 사용하고, 정 국물이 빈약하면 라면스프라도 사용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다디단 세상이 있는 것처럼 쓰디 쓴 일상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노력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의 말들이 나와 당신을 위한 아름다운 일상을 만드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때는 쓰기도 하지만 또 다른 어느 때는 달기도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언어를 사용하는 건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 page 18 ~ 19

그가 전하는 말 하나의 맛은 결코 하나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말과 나의 마음이 만나 일상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새삼 깨닫고 위로를 받곤 하였습니다.

 

이 식탁을 떠나기 전,

<엄마가 내 엄마여서 정말 행복해>를 가슴에 새겨봅니다.

"그러면서 아들이 말하더라고. '엄마가 내 엄마여서 정말 행복해'라고."

겉으로 보기엔 강철 같고 대다나게 보이는 선배다. 하지만 내면으로는 고민도 많은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말했다. 그런 자신에게 '존재로서의 자신'을 인정해주는 아이들의 말이 힘이 되었다는 선배의 말에 공감했다.

그렇다.

어쩌면 내 주변의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자녀 혹은 부모로부터 듣는 존중과 위로, 그리고 격려의 말을 듣는 인생이라면 그 인생이야말로 성공한 삶이 아닐까. 그러니 이 선배는 진짜 성공한 사람이 아닐 수가 없다.

브라보! - page 206 ~ 207

저 역시도 제 어머니께 이 말 한마디 건네야겠습니다.

"엄마가 내 엄마여서 정말 행복해."

그리고 내 아이에게 이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진정 잘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아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하지만 이 말 한 마디 속엔 당신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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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이별 후에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샤오옌징 지음, 한성숙 옮김 / 모란(moRan)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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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드라마에서도 '사랑 후' 그들의 모습과 또다시 시작될 사랑을 대하는 어른들의 사랑이야기에 그들을 공감하며 흠뻑 빠져서 보고있습니다.

사랑이 끝났을 때 그토록 아파해도 또다시 사랑을 그리워하고......

반복된 사랑과 이별, 그리고 계속되는 일상......

그런 사랑 이야기 25편을 모은 책이 있었습니다.

진심은 이별 후에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머리말>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가 있었습니다.

사랑은 수행이다

사랑이란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많은 해석이 있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말한 '사랑'이 곱씹을수록 와 닿았습니다.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우리 세대를 오랫동안 유심히 관찰했다. 다양한 가치관 때문에 생기는 감정의 갈등과 교집합을 찾는 과정에서 어떻게 넘어지고 또 어떻게 다시 일어나는지 수없이 목도하고 함께 슬퍼하고 위로했다.

아마 나도 몰랐던 것 같다. 사랑은 현실속의 끊임없는 수행이라는 사실을. - page8

 

25가지의 사랑 이야기.

그중 저에게 짧지만 인상깊었던 이야기, <사랑은 열지 않은 선물이다>였습니다.

어디에나 장거리 연애는 힘들다는 것.

나는 이 선생에게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결실도 못 맺고 두 사람이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이 선생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노력하지 않았을까? 실패하는 것보다 내가 더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쉬움만 남기는 거였네."

...

사람은 일생 세 번 성장한다고 한다. 모든 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안 될 때,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 성과가 없을 때, 아무 성과가 없을 줄 알면서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을 때, 이러한 태도야말로 진정한 사랑이고 순수한 사랑이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일 것이다. - page 163

아무것도 해 보지 않고 지레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가 책장을 덮어도 가슴 언저리에 남곤 하였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선물이다. 강물 위에 떨어진 낙엽처럼 흔적 없이 잔잔한 물결 속으로 사라지고 먼 훗날 그저 희미하게 남아있는 자그마한 기억이 된다.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러하다. 항상 같이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헤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잡고 움켜쥐는 것은 그저 집착과 고통뿐이다. 시간은 멈추고 두 사람의 이야기도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서로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연히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름답고 따뜻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는 날이 오는 것이다. 사랑은 영원히 열지 않은 선물이다. - page 164

영원히 열지 않은 선물이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을 원하고 한다는 것......

 

이 책을 읽고나니 저자가 앞서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떠났겠지만 우리의 생활은 여전히 계속된다. 지나간 사랑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가. 홀로 아파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고, 분노하고,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기도 할 것이다. 아무리 여러 번을 반복해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빈다.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면, 진심을 다한 사랑을 받았다면 이별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상처가 되어 남지는 않기에 우리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 page 9

아무리 아프고 힘들더라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으로 아름다운 일생을 보냈다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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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눈부시고 근사한 봄을 보내기로 방금 결정했어
사에리 지음, 야마시나 티나 그림,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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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새싹들도 얼굴을 내밀고 노오란 개나리가 봄의 소식을 알리는 요즘.

'봄'과 관련된 책들은 핑크빛을 지니며 제 가슴을 간지럽혔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올해는 눈부시고 근사한 봄을 보내기로 방금 결정했어』.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적힌 문구.

콩닥콩닥 간질간질, 사랑의 가장 달콤한 순간을

당신에게 전해드립니다!

하지만 주의사항이 있었습니다.

* 이것은 전부 망상(픽션)입니다!



이 책......

심상치 않았습니다.

<들어가며>에서부터 이런 제목이......

140자 망상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이런 사랑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일이 생기면 좋을 텐데.'

마음 속 깊이 이렇게 빌어본 적 없나요?

마음 뿐만아니라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상적인 남자, 이상적인 사랑, 그리고 해피엔딩을 꿈꾸는데......

이런 이들을 위해 나타난 이 책, 『올해는 눈부시고 근사한 봄을 보내기로 방금 결정했어』.

140자의 달콤한 망상으로 잠시나마 '두근두근', '알콩달콩'을 경험하였습니다.


학창시절 만화책을 보면 나타났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그리고 그들의 알콩달콩한 애정이 이 책 가득히 담겨 있어서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망상 아닌 망상 속에 혼자 배시시 웃으며 사랑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 중 책을 덮어도 나의 망상 속에 존재했던 달콤한 순간들.




 


특히나 "응"이라는 이 한 마디가 이렇게나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니......

그리고 왜 이런 상황은 상상 속으로만 일어나는 것인지......

현실 세계가 야속하기만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주의할 점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연애에 빠져 있다가 바로 현실 속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

순간의 설렘, 달콤함이 짜증과 화남으로 이어진다는......

그래서 또다시 이 책을 펼쳐보게 된다는 순환의 연속......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자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책을 내면서 다시 한 번 망상을 되뇌어 읽기만 하고도 생크림을 듬뿍 얹은 커다락 팬케이크를 먹고 난 뒤처럼 속이 더부룩해졌기 때문에 여러분도 걱정입니다. ......괜찮으세요?


...


하지만 이 달콤한 전개들이 초콜릿을 먹었을 때처럼 조금이라도 마음을 다독여주고 "좋아, 힘내서 일하자"라든가 "열심히 공부하자" 하고 마음을 다잡는 에너지가 된다면 저로서는 그보다 기쁜 일이 없습니다. - page 156

역시 저자도 이런 우려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망상'을 꿈꾸어봅니다.

어릴 적 꿈꾸던 이야기들, 그리고 동화 속 세상......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 아이처럼 뛰어놀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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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를 안아줄게 - 걱정 마, 그 꿈들은 결국 너의 삶이 될 테니
최대호 지음 / 넥서스BOOKS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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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어떤 작가가 저에게 위로를 전해주곤 하였습니다.

『읽어보시집』의 작가, 최대호.

지친 나에게 때론 유쾌하게, 때론 추억에 잠기게끔 손글씨의 시를 전해주어 요즘도 가끔 그의 위로가 필요할 때 꺼내읽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그가 신작을 가지고 다가왔습니다.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


 


책을 받자마자 벌써부터 그의 위로가 전해졌습니다.

"걱정 마, 그 꿈들은 결국 너의 삶이 될 테니."

잊혀졌던 꿈......

그 꿈이 다시 나에게로 올까......


책을 펼치면 그가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당신은

이라며 운을 띄웁니다.

그리곤,

안아주고 싶어요,

당신과 당신의 하루까지

이 말만으로도 울컥하였습니다.

나 역시도 누군가 작은 손길을 바라고 있었나 봅니다.


책 속엔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작가가 우리에게 전한 포근한 위로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장이 끝날 때 언제든 열어 보면 편안한 위로가 되는 자신의 이야기를 채우는 <all about me book>이라는 라이팅 페이지가 있어 작가와 나만의 작은 비밀같은 공간도 존재하였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위로는 <01 그때 네가 있어서>에서의 이야기입니다.

힘들 내고 싶어도

일어설 용기조차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는

아무 말없이

내 옆에 앉아 손 꼭 잡아 주는 사람,

그저 등을 토닥토닥해 주는 그 사람이


참 고맙다.


"널 속상하게 한 사람을

때려 줄 수도

혼내 줄 수도

찾아갈 수도 없지만,


네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게,

안아 줄 수는 있어..."


그 사람,

내게 이렇게 말하며 가만히 안아주는데,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그간 꾹 참고 견딘 시간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

아니라고 말해도, 괜찮다고 말해도


내 힘듦을 알아주는 당신이 있는데

난 뭐가 더 필요할까. - page 17 ~ 19

백 마디 말보다 그저 따스한 손길이나 포옹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그 온기가 전하는 위로가 다시금 그리워지곤 하였습니다.


따스한 봄바람처럼 다가온 이 책,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

지금까지 잘 견딘 우리에게, 앞으로도 잘 해 나갈 우리에게 전하는 마음 처방전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고나서 내 주변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하는 말보다 더 따스한 포옹을 선물할 것 같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수고한 이들에게 저 역시도 그저 안아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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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장석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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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읽을 책들을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풍경, 시간, 당신에 관하여...

관조와 사유로 빚어낸 장석주 산문의 절정


그의 문장은 입안에 오래도록 머금고 꼭꼭 씹어 먹고 싶다. 한 단어, 한 문장 그냥 쓰인 것이 없다.원숙한 감성과 직관, 그리고 통찰이 사금처럼 반짝이는 문장이라니!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인문학 저술가인 장석주 작가가 한 권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 <책 소개글> 중

사실 '장석주'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산문집을 계기로 인연의 끈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사실 에세이만큼이나 산문집을 좋아합니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 속에 빠져들어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스릴있고 재미있다면 에세이나 산문은 저자와 왠지 소통을 하며 서로의 공감을 이어가는 느낌이기에 종종 읽곤 합니다.

이번에 만난 이 책 역시도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저자가 전하는 한 단어, 한 문장이 가슴 속 아련하게 새겨지곤 하였습니다.

풍경,

시간,

당신에 관하여


떠남과 여행, 그리고 죽음......

떠난다는 것은 죽음이 그렇듯이 하나의 불가피한 소명인 듯 보여요. 여행자는 새로운 고독을 애써 겪으려는 자인 것이지요. 아무도 우리의 등짝을 떠밀지 않았지만 우리는 떠나려고 공항에 나왔어요. "우리는 그토록 맹목적으로, 내가 질겁했던 그 막막한 부재의 공간으로 달려든다." 우리는 늘 먼 곳을 향해 떠나는데, 그 가장 먼 도착지는 바로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은 늘 그토록 먼 것이지요. -  page 27

나에게로 오는 길이 그토록 멀고도 험할 줄이야......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방황을 하는 것일까......


사랑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오랜 여운으로 남곤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의 첫'이 될 수 없습니다만, 그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그것은 영원한 목마름이 되어서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필연이 될 테니까요. 나는 겨우라는 부사에 기대어 날마다 사과 한 알씩을 먹으며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은 하나의 성냥개비가 칙, 하고 불꽃을 일으켰다가 꺼지는 찰나의 사건이지요. 내가 '당신의 첫'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첫'은 저 오클랜드 서쪽 바다의 일렁이는 너울같이 내게 연이어 다가오는 첫사랑입니다. 당신이 첫사랑이 아니라면 옆에 있는데도 이토록 당신을 그리워할까요? 당신은 옆에 있지만 멀리 있어요. 당신은 찰나이면서 그 찰나가 품은 영원입니다. - page 81

서로를 그리워하며 애타게 부르는 이 시각, 찰나.

이 찰나에 잠시 멈춰 서서 나 역시도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내게서 부족한, 마음 속으로만 외치는 '사랑합니다'란 한 마디.

그 한 마디를 할 수 있게끔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당신이 언제 어디에 있든 사랑한다고 말하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 사랑은 '사랑한다'는 말 속에서 번성합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더는하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이미 식은 건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외로운 건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지금 당신이 고독하더라도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고독을 감당하는 존재들이지요. "고독은 하늘과 땅의 공이며, 고독 안에서 흔들리고 살아 숨 쉬는 사람의 공이다." 우리는 공의 존재들인 것입니다. 일찍이 훌륭한 선사는, 참된 비어 있음은 형태를 가진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어요. 우리는 공의 존재로 서로를 연민하면서 사랑을 나눕니다. 당신의 오른쪽은 내 왼쪽이지요. 오클랜드 거리를 나란히 걸어갈 때 당신은 늘 내 심장이 뛰는 왼쪽에서 걸으니까요. 한 침대에서 잘 때도 당신은 늘 내 왼쪽에서 잠이 듭니다. 지금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 page 119

그래서 외쳐봅니다.

'사랑합니다'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는 책장을 쉬이 넘어가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곱씹고 곱씹어 내 것이 되었을 때 비로소 다음 장을 넘어가 또 다른 문장을 받아들이게끔 하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불가피한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도 끝까지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건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기에, 우리가 함께 만든 추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힘겨운 일상 속 그 빛이 되어준 이 책,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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