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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화군 - 불의 연인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월
평점 :
너무나 추워진 날씨와 건조함 속에 뉴스 속엔 어김없이 '화재'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않게 들리곤 합니다.
그런 화재의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들의 영웅, 소방관.
소방관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멸화군'이라는 명칭으로......
『멸화군 불의 연인』

책의 표지로 어림짐작 '로맨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불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판타지 역사
로맨스로 이 소설은 2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불꽃 같은 그대여,
나를 잊지 마소서
1부에선 태조 이성계의 지휘하에 있던 멸화군 '길환'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그의 아들인 '길우'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특히나 조선시대 이성계와 정도전, 나아가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들 충녕대군까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있었기에 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로, 불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기에 단순한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세에도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로 완성이 되어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방관들의 고충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스승님이랑 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제가 큰일을 할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어요. 저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오늘
보니까 전 그냥 평범하고 못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오늘 너와 내가 겪은 것도 그것 때문이지."
"왜 그래야만 합니까?"
길우의 물음에 군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것밖에는 해주 말이 없구나."
"두렵습니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여기에 와 있더구나. 도망친다고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더구나." - page 182 ~ 183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그 두려움을 안고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그들.
그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불'에 대한 이야기 중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놈이 원하는 게 대체 무엇이냐? 한양? 아니면......"
분에 못 이겨 말을 잇지 못하는 태종에게 철가면이 말했다.
"화귀들이 태우는 건 집과 건물들이 아니오. 그걸 짓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지. 불은 증오와 두려움, 그리고 자포자기가 섞여
이는 인간의 마음을 밑거름 삼아서 세력을 키운다오."
"사람들의 마음을 태운다는 말이렷다."
"그렇소이다. 그것이 불과 사람의 운명이라오." - page 350
불의 양면적인 모습 속에 우리는 어떤 모습의 불을 태우고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지막 이야기가 책장을 덮어도 잔여운으로 자리잡았었습니다.
"불탄 흔적이라니? 바깥은 멀쩡한데 어찌 안이 불에 탔단 말이냐?"
갈금이 뭐라고 대답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배의 꼬리 부분에서 불길이 확 치솟았다. 놀란 염간들과 군졸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배
위에서 뛰어내렸다. 삽시간에 타오른 불길이 배를 삼켜버렸다. 호장과 염간들, 그리고 군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쳤다. 다들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배를 집어삼킨 불길이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타오르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 page 448
누군가 일으키는 방화.
그 속엔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불길이 타오르는 것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멸화군.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음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