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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그림 육아 - 0~3세 아이의 감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김지희 지음 / 차이정원 / 2017년 11월
평점 :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방법 중 하나가 '미술'이었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면서 창의력도 키워줄 수 있기에 종종 집에서 아이와 함께 활동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미술 놀이에 조금씩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매번하는 색연필로 그림 그리기, 물감놀이, 색종이 찢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던 저에게 다가온 이 책.

『내 아이를 위한 그림 육아』
특히나 이 책을 만나면서 너무 좋았던 문구.
"아이와 엄마가 같은 상상을 하는 시간"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만나는 미술은 아마도 '흑백모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태교로 '흑백모빌'을 만들었고 실제 아이가 100일까지 만났던 것이 '흑백모빌'이었습니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의 검은 눈동자.
책 속의 저자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생후 100일 이전, 잠을 많이 자는 아이가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엄마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든 모빌이었다. 하루는 한 번도 웃지 않던 아이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웃음소리에 놀란 남편과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 갔는데, 아이의 시선이 꽂힌 곳은 모빌이었다. 모빌의 작은 흔들림이 아이의 웃음보를 간질였던가 보다. 어른들에게는 단순한 육아용품이 아이에게는 웃음을 주는 유일한 세계일 수도 있다. 모빌을 보며 터져 나오던 웃음과 교감이 엄마의 기억에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page 53 ~54
저도 가지고 있는 추억.
앞으로 내 아이가 자라서 부모가 되면서 가지게 될 추억.

<손으로 만지는 구름>을 읽으면서 이번에 한 번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결심해 보았습니다.
사실 아이스크림을 사면 같이 얻는 '드라이아이스'.
그저 버리기만 했었는데 아이에게 신기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신비한 드라이아이스를 어떻게 보여주면 더 재미있을까 고민하다가 페트병을 잘라 흰 시트지를 붙여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일회용 스푼으로 팔을 달고 유성펜으로 위를 바라보는 놀란 표정을 그렸다. 마치 머리에서 연기가 나서 깜작 놀란 것처럼.
페트병에 물을 적당량 담고 드라이아이스를 넣자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아이는 놀란 듯하다가 이내 신기한지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까르르 웃었다. 모두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놀이였기에 더욱 뿌듯했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신비한 현상 놀이는 가까운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page 107

그 외에도 명화를 따라 점 대신에 스티커를 이용해 그림을 표현한다든지, 두꺼운 종이에 그림을 붙여 조각을 내어 퍼즐을 만들어 놀이를 하는 등 굳이 제품을 사지 않아도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미술활동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아이와 바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가장 특별한 옷 프린팅 티셔츠>에선 아이와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의 끼적임을 담은 옷을 입혀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 날 바로 인터넷으로 아무 무늬가 없는 맨투맨 티셔츠를 주문했다. 티셔츠가 도착하자 얇은 마스킹 테이프로 'LYNN'이라는 글자를 잘라 붙였다. 그리고 굵은 마스킹 테이프로 이름 옆에 사각 테두리를 만들었다.
이제 사각형 안을 아이와의 끼적임으로 채우면 된다. 여느 때처럼 아이를 앉히고 채색을 준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템페라나 수채화 물감이 아닌 염색용 물감을 쓰는 것이었다. 염색 물감은 대형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가 붓질로 만든 티셔츠를 빨아 외출할 때 입혀주었다.
"린아, 이것 봐. 이거 린이가 그린 거지? 린이가 그림을 너무 예쁘게 잘 그려서 엄마가 티셔츠로 만들었어."
아이가 내 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관을 나서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만든 티셔츠의 무늬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길이 들어간 옷을 입고 자신감 가득한 하루를 보내기를. 그만큼 충만한 마음을 채워 오기를. 아이의 뒷모습에 무럭무럭 자존감이 자라나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을 실어 보냈다. - page 148 ~149

책 속엔 미술 놀이 레시피 외에도 엄마를 위로하는 명화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구스타브 클림트의 <여성의 세 시기>가 인상깊었습니다.
그림에서 아기는 엄마 품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듯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발그스름한 볼이 생기 있고 예뻐서 곡 린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왼쪽에 고개를 푹 숙인 여인의 옆모습이 시선을 붙든다. 살은 처져 있고 주름도 많이 지고 수그러진 어깨만큼 자신감도 잃은 듯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애처롭기도 해서 오른쪽에 있는 엄마와 아기와는 동떨어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여성의 세 시기>라지만 왜 이렇게 노년의 여성을 힘없고 쓸쓸하게 표현한 것일까. - page 222
지금의 나는 건강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약해지고 늙어갈 것이다. 아이가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더 많이 눈에 넣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노년을 맞이할 것이다. 엄마의 마음은 늘 그런 거니까.
아이와 나 사이에 놓인 시간이, 또한 나의 어머니와 나 사이에 놓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 이별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찾아와 후회와 슬픔을 남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늘 미안한 것이 엄마 마음이다. - page 223 ~ 224

책을 읽고나니 엄마의 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한없이 주는 사랑.
나의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나 역시도 아이에게 그럴 것이고, 앞으로 내 아이가 자라나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도 되물림될 것입니다.
엄마와 아이.
서로 같은 상상을 하며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육아'이자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