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책을 받아들자마자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죽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
하지만 왠지 부정할 수 없을 듯한 느낌......
『달콤한 노래』만큼 달콤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소설의 첫 문장부터 독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하게 말했다. - page 9
그리고 과거로의 이야기.
소설 속엔 두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미리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갈 때, '파스칼'을 만나면서 맞벌이부부가 되어 아이를 돌봐줄 '보모'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만나게 된 그녀, '루이즈'.
루이즈는 가난 속에, 고독 속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따스한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미리암'과 '폴'의 가정.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점점 도가 지나친, 나중엔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소설 속 '루이즈'의 모습은 왜 그녀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하였습니다.
고독이 거대한 구멍처럼 모습을 드러냈고, 루이즈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몸과 옷에 달라붙은 고독으로 그녀의 모습이 빚어지고, 동작은 자그마한 할머니 몸짓같이 되었다. 고독은 저물녘, 어둠이 내리는 때, 식구 많은 집에서 이런저런 소리들이 올라오는 시간에 다가와 와락 그녀를 덮쳤다. - page 127
고독은 꼭 마약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마약을 안 하고 싶은 건지 잘 알 수 없었다. 루이즈는 얼이 빠진 채, 눈이 쿡쿡 쑤셔올 만큼 크게 뜨고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고독 속에서 그녀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진짜로 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와, 진동이 느껴지고 손에 만져졌다. - page 128
'고독'......
그 잔인함에 빠져들어 그녀는 어디로 가는지,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국 자신의 모습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착각 속에 빠짐에 마땅히 비난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켠이 아련하곤 하였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미씽 : 사라진 여자>
이 영화에서도 워킹맘과 보모 사이에서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보모'가 이야기 진행의 중심이 되며 육아맘과 불법체류, 보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책 속의 '루이즈'라는 여성.
그녀에 대해 책을 옮긴이 역시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루이즈는 우리에게 타인이라는 암호, 사람이라는 암호이자 철저한 이방인이다. 나는 루이즈를 모른다. 하지만 내게 사랑이나 미움, 연민, 존경, 공감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소설 속 인물들 가운데 루이즈가 자리를 잡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 page 299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
그래서 더 그녀를 소설이 끝난 후에도 놓치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에게서 울리는 달콤한 노래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