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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길 로맨스
오명화 지음 / 프로방스 / 2017년 10월
평점 :
북촌마을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엄마와의 데이트, 지금의 남편과의 데이트, 그리고 자라는 아이와의 데이트.
항상 그 곳에 가 보면 '서울'이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기에 잠시나마 시간여행을 떠난 것처럼 여유와 풍경을 즐기곤 합니다.
이 책 역시도 그런 북촌의 매력을 담았다고 합니다.

『계동길 로맨스』
책에서는 북촌 뿐만 아니라 요즘 떠오르는 서촌의 매력, 종로살이의 크고 작은 재미들을 소개한다고하니 그녀의 글에 눈길이 갔습니다.
도심 속 힐링 쉼터라고 표현한 북촌과 서촌.
그 정겨운 골목 속으로 이 책과 함께 떠나보았습니다.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쩌면 삭막한 도심 속에 살며 '이곳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얼른 서울을 떠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작은 가능성을 선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 또한 이곳에 살며 비슷한 변화를 겪어왔으니 말이다. - page 7
그런 그녀의 바람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녀의 눈길을 따라,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떠나다보면 어느새 삭막하기만한 도심 속에서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곳곳엔 '추억'이라는 방울이, '자연'이라는 바람이, '정'이라는 빛이 도심을 밝히곤 하였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에게 인상깊었던 이야기, <당신도 커피를 좋아하세요? 동네 카페 산책>.
낯선 여행지에서 마시는 커피는 특히 색다르다. 아무 카페나 들어가 현지인들 사이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낯선 언어에 귀 기울일 때의 느낌. 우린 서로 다르지만 같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묘한 기분...난 그 느낌을 좋아한다.
계동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공방이나 한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꼭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맛을 즐겨보길 권한다. 주인장들의 면면도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26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나이 들어서 뼈에 바람이 일찍 든다며 줄이라고들 하지만, 커피 없는 일상은 단팥 빠진 찐빵이요, 소금 없는 데킬라와 같다고 주장해본다. 당신도 나만큼 커피를 좋아하나요? 그렇다면 우리 계동에서 커피 한잔 합시다~! - page 29
저 역시도 어디를 가더라도 꼭 카페 한 곳은 가보곤 합니다.
여행에서의 쉼......
그리고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 이야기들......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있기에 그 곳에서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나도 그 곳 주민들과 동일시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저에게도 커피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가족이 잠든 후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으로 하루의 마무리......
그런 저도 이번에 계동에서 커피 한 잔이 하고싶었습니다.
요즘들어 '동네서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서점들과는 달리 동네서점엔 주인의 모습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없기에 그 속에서 느껴지는 조용함 속의 여유, 그리고 단 한 권밖에 없는 책들이 있을 때의 설레임.
그래서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 동네서점을 찾아가보곤 합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그곳, <동네서점 마실 책방 무사>.
책방 무사의 외관에는 미용실 간판이 그대로 있다. 북촌 한옥 마을에 자리한 독립서점답게 오래된 것들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계동길에는 구두나 액세서리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공방의 젊은 사장님들이 많은데, 그들과 교류하며 음식도 나눠 먹고, 괜찮은 제품은 판매도 도우며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page 78 ~ 80
하지만 '책방 무사'는 지난 3월 제주도 송당리로 이사를 했고, 현재 그 자리엔 속옷가게가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가보지 않았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그곳.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그곳.
'서촌'이라고하면 아마 누구나 떠올릴 것 같습니다.
<엽전도시락이 뭐예요? 통인시장>
통인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기름떡볶이'와 '엽전도시락'이다. 기름떡볶이는 방송에도 수차례 소개돼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독특한 떡볶이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다. 기름떡볶이는 얇은 가래떡을 기름에 튀기듯이 볶는 것인데, 오리지널과 빨간 양념을 두른 매콤한 맛, 두 가지가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매콤한 맛이 훨씬 더 인기가 많다. 물론 아직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꼬마들은 맵지 않은 기름떡볶이를 좋아한다.
엽전도시락은 한 개에 500원인 엽전을 구입해 도시락에 자기가 먹고 싶은 반찬이나 간식꺼리를 채워 즐기는 것이다. 자주 들러본 사람으로서 느끼기엔 각종 나물과 전, 계란말이, 기름떡볶이가 엽전도시락의 인기절정 메뉴들이다. - page 164
저 역시도 엽전도시락을 먹어보았는데 우선 '엽전'을 이용한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인기절정의 메뉴들과 관련된 가게들이 즐비해 있기에 메뉴의 다양성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점과 도시락을 먹을만한 공간이 아직은 협소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시장' 특유의 분위기는 남아있기에 더 이상은 관광지화되기 보다는 전통시장으로 우리에게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녀를 따라서 북촌과 서촌을 여행하다보니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내가 아는 곳이 소개되는가 하면 이런 곳도 있었구나라는 곳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하였기에 더 그곳의 정취가 남아 사진 속에, 글 속에 고스란히 남아 우리에게 전해주어서 그녀와 독자가 '공감'을 할 수 있게끔 해 주었다는 점에서 인상깊었습니다.
서울 속 힐링 쉼터.
이번 주말에 아이의 손을 잡고 책 속에 소개된 곳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저자와의 또다른 추억을 쌓아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