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동길 로맨스
오명화 지음 / 프로방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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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마을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엄마와의 데이트, 지금의 남편과의 데이트, 그리고 자라는 아이와의 데이트.

항상 그 곳에 가 보면 '서울'이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기에 잠시나마 시간여행을 떠난 것처럼 여유와 풍경을 즐기곤 합니다.

이 책 역시도 그런 북촌의 매력을 담았다고 합니다.



『계동길 로맨스

책에서는 북촌 뿐만 아니라 요즘 떠오르는 서촌의 매력, 종로살이의 크고 작은 재미들을 소개한다고하니 그녀의 글에 눈길이 갔습니다.

도심 속 힐링 쉼터라고 표현한 북촌과 서촌.

그 정겨운 골목 속으로 이 책과 함께 떠나보았습니다.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쩌면 삭막한 도심 속에 살며 '이곳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얼른 서울을 떠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작은 가능성을 선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 또한 이곳에 살며 비슷한 변화를 겪어왔으니 말이다. - page 7

그런 그녀의 바람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녀의 눈길을 따라,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떠나다보면 어느새 삭막하기만한 도심 속에서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곳곳엔 '추억'이라는 방울이, '자연'이라는 바람이, '정'이라는 빛이 도심을 밝히곤 하였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에게 인상깊었던 이야기, <당신도 커피를 좋아하세요? 동네 카페 산책>.

낯선 여행지에서 마시는 커피는 특히 색다르다. 아무 카페나 들어가 현지인들 사이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낯선 언어에 귀 기울일 때의 느낌. 우린 서로 다르지만 같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묘한 기분...난 그 느낌을 좋아한다.

계동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공방이나 한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꼭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맛을 즐겨보길 권한다. 주인장들의 면면도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26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나이 들어서 뼈에 바람이 일찍 든다며 줄이라고들 하지만, 커피 없는 일상은 단팥 빠진 찐빵이요, 소금 없는 데킬라와 같다고 주장해본다. 당신도 나만큼 커피를 좋아하나요? 그렇다면 우리 계동에서 커피 한잔 합시다~! - page 29

저 역시도 어디를 가더라도 꼭 카페 한 곳은 가보곤 합니다.

여행에서의 쉼......

그리고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 이야기들......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있기에 그 곳에서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나도 그 곳 주민들과 동일시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저에게도 커피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가족이 잠든 후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으로 하루의 마무리......

그런 저도 이번에 계동에서 커피 한 잔이 하고싶었습니다.


요즘들어 '동네서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서점들과는 달리 동네서점엔 주인의 모습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없기에 그 속에서 느껴지는 조용함 속의 여유, 그리고 단 한 권밖에 없는 책들이 있을 때의 설레임.

그래서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 동네서점을 찾아가보곤 합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그곳, <동네서점 마실 책방 무사>.

책방 무사의 외관에는 미용실 간판이 그대로 있다. 북촌 한옥 마을에 자리한 독립서점답게 오래된 것들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계동길에는 구두나 액세서리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공방의 젊은 사장님들이 많은데, 그들과 교류하며 음식도 나눠 먹고, 괜찮은 제품은 판매도 도우며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page 78 ~ 80

하지만 '책방 무사'는 지난 3월 제주도 송당리로 이사를 했고, 현재 그 자리엔 속옷가게가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가보지 않았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그곳.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그곳.


'서촌'이라고하면 아마 누구나 떠올릴 것 같습니다.

<엽전도시락이 뭐예요? 통인시장>

통인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기름떡볶이'와 '엽전도시락'이다. 기름떡볶이는 방송에도 수차례 소개돼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독특한 떡볶이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다. 기름떡볶이는 얇은 가래떡을 기름에 튀기듯이 볶는 것인데, 오리지널과 빨간 양념을 두른 매콤한 맛, 두 가지가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매콤한 맛이 훨씬 더 인기가 많다. 물론 아직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꼬마들은 맵지 않은 기름떡볶이를 좋아한다.

엽전도시락은 한 개에 500원인 엽전을 구입해 도시락에 자기가 먹고 싶은 반찬이나 간식꺼리를 채워 즐기는 것이다. 자주 들러본 사람으로서 느끼기엔 각종 나물과 전, 계란말이, 기름떡볶이가 엽전도시락의 인기절정 메뉴들이다. - page 164

저 역시도 엽전도시락을 먹어보았는데 우선 '엽전'을 이용한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인기절정의 메뉴들과 관련된 가게들이 즐비해 있기에 메뉴의 다양성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점과 도시락을 먹을만한 공간이 아직은 협소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시장' 특유의 분위기는 남아있기에 더 이상은 관광지화되기 보다는 전통시장으로 우리에게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녀를 따라서 북촌과 서촌을 여행하다보니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내가 아는 곳이 소개되는가 하면 이런 곳도 있었구나라는 곳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하였기에 더 그곳의 정취가 남아 사진 속에, 글 속에 고스란히 남아 우리에게 전해주어서 그녀와 독자가 '공감'을 할 수 있게끔 해 주었다는 점에서 인상깊었습니다.

서울 속 힐링 쉼터.

이번 주말에 아이의 손을 잡고 책 속에 소개된 곳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저자와의 또다른 추억을 쌓아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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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해도 괜찮아 - 저 좋은 것만 하다 에베레스트까지 간 월급쟁이의 딴짓일지
장재용 지음 / 비아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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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스쳐들었는데 인상깊었습니다.

『딴짓해도 괜찮아



그런데 책표지를 보니 자꾸만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딴짓을 하는데...에베레스트??

그것도 월급쟁이가??

과연 가능한 일인가??

자꾸만 물음에 물음이 더해졌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런 대답이 들렸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책을 펼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월급이다. 월급은 침 흘리며 자는 내 아이 입에 밥을 먹여 주고 외출을 준비하는 아내의 붉은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 준다. 내 새끼 목마른 입에 프리미엄 초코우유도 부어 준다. 조건의 인간에게 그리고 한 사람의 아비에게 제 자식 입에 들어가는 밥보다 구체적인 건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월급은 그 어떤 힘보다 강하고 엄숙하다. 나를 살리고 내 가족을 살리는 밥과 월급이 나오는 삶의 현장인 직장은 그래서 숭고하다. - page 21 ~ 22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통장에 스쳐지나가더라도 좋은 것, 월급.

하지만 뒤이어 나온 이야기는 가슴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월급쟁이에게 직장은 악몽이다. 우리가 가진 거의 모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문제의 본질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반복의 지겨움, 지시에의 굴종, 미래에 대한 두려움. 보탤 것도 없이 월급은 이를 잘 견딘 보상이다. '회사인간'에게는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달을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 버티면 월급이 나오고 견디지 못하면 밥줄은 끊긴다. 그래서 월급쟁이에게 인생이란 '생산적 노예와 비생산적 자유' 사이의 고통스러운 줄타기다. - page 22


그런 그가 조금씩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일탈, 그의 표현으론 딴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내 삶을 실험하기로 했다. 힘든 시련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행을 찾아 나선다. 불행 끝에 찾아올 천복을 생각하면, 불행이 과연 불행일까. 불행했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련다. 떠나야 시련도 찾아오고 그 끝에 나올 결말도 알 것 아닌가. 떠나야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나는 지구의 용마루를 오르겠다고 박박 우겼다. - page 54

그리하여 시작된 에베레스트 등정.

혹독한 훈련과 함께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사표를 준비라고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딴짓을 하게 됩니다.

하루 하루를 견디기 버거움과 삶의 끝자락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 속 그는 쉬이 '포기'를 하지 않으며 자신이 "왜 오르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 오르고 올라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국내 아흔아홉 번째로 등정을 하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절망은 희망이라는 백신에 맥을 추지 못했고 비전이라는 주사에 환부는 가라앉았다. 단식 3일째 되던 날 아무것도 넣지 않고 끊인 배춧잎과 감자, 고구마를 우걱우걱 씹으며 삶의 맛이 무엇인지 희미하게 알게 됐다. 먼지 풀풀 날리는 지하에 오래 묵혀 둔 꿈이 솟아났다. 나의 내면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내 발목의 흉터처럼 고약했지만, 정신 못 차리고 주제 파악 못하는 인간이라 욕먹는 걸 감수하고 부끄럽게 나의 꿈을 꺼내 놓았다. 나는 차마 놓아 버릴 수 없는 꿈 하나를 불러내어 곱게 빗질해 주었다.

나를 가둔 사람은 나였다. 여전히 청춘이었지만 늙은 문장으로 마음의 노화를 부추기고 있었다. 발목은 부러졌지만 여전히 내 등뼈는 곧추세워져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발목은 산산조각 났으나 단단한 허벅지는 아직 부처지지 않았음을 알지 못했다. 매일의 오늘을 부러진 발목으로만 살았다. 단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살아 보려 했는가. 나에게 남아 있는 날 중 가장 젊은 날, 바로 오늘, 그것을 시작하리라. 내 꿈을 세상에 내놓고 세상과 멋지게 한판 붙어 보리라. - page 87 ~ 88

그동안 내가 꿈을 꾼다는 것은 사치마냥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가두고 가둔 것이 결국은 세상이 아닌 나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도 매일의 오늘을 부러진 발목으로만 살았다니......

잠시 가려졌던 내 꿈을 불러내어 곱게 빗질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마지막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답은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답을 찾느라 해매고 탈진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미리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아무것도 예측될 수 없다. 답은 찾아지는 게 아니었다. 삶은 단지 전개될 뿐이다. 슬프지만 나는 과정이다. 겉멋에, 딴에는 사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쓸데없는 정충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필사적으로 매달린 일들이 죄다 쓸데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답을 찾아 해맨 사람과 해매지 않은 사람은 같지 않다.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답해 줄 수 없으므로, 한 인간의 의젓한 자기확신과 개별성은 자신만의 쓸데없는 일을 무던히도 해댄 끝에 온다. - page 234 ~ 235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

하지만 그 답을 향해 떠나본 이와 떠나보지 않은 이는 그 길의 앎의 차이가 있음은 확실할 것입니다.

삶은 단지 전개될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과정 속에 저 역시도 쓸데없는 일이지언정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겐 딴짓으로 보일지라도 어떠한가!

딴짓을 해도 괜찮은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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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건네다
윤성택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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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왠지모르게 '책' 한 권과의 일탈을 꿈꾸곤 합니다.

그리고 좋은 책이 있다면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며 살며시 내 마음을 전달하는......

이 책의 제목이 저에게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을 건네다 


책의 뒷표지에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추억을 간직하기 좋은 계절,

서로에게 마음을 건네는 향기로운 선물!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마음과 함께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평소 저자가 시집을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짧은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비록 한 권의 작고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의 벅참이 있었습니다.


사실 '시집'이라고 하면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였습니다.

함축된 표현......

그 속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

잘 이해하지 못할까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엔 '에세이'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읽다보니 '시'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저 부담없이, 마음을 비우고 다가가면 어느새 나에게 손을 내밀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마음 깊이 남았던 시들이 있었습니다.

<속수무책>


빗줄기가 촘촘하게 허공을 썰어냅니다.

단단한 저 은빛 날에

베어지는 생각들

베어져 흩뿌려지는 상념들.

한 방향으로 한 방향으로만

바람이 떠밀고 있는 밤,

들판에 서 있는 풀이 되어봅니다.

가만히 목을 내어봅니다.

비오는 날 창문을 열고

엎질러진 어느 날을 흘려보냅니다. - page 49

이 시는 지금의 계절과 너무나도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람에 떠밀리는 낙엽들......

그 속에 흩뿌려진 상념들......

이 시를 읽고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이 시를 가만히 읊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그리움의 필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피었다 지는 것도

꽃이 계절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덧없다'에는 모든 경계를 허무는 헛헛함이 있습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과 쓸쓸하게 연대되는 느낌.

언젠가는 잊힐 줄 알면서도 그리워하는 사이,

계절이 멀리서 가까이서 꽃을 놓아줍니다.

한 사람이 지면 어딘가 그 사람이 핍니다. - page 203

요즘들어 느끼는 '인생무상'함......

삶의 덧없음......

가슴 아프고 믿기지 않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에 멀리서 가까이서 그를 놓아줍니다......


저자가 앞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좋은 시를 읽으면 그날은 하루가 선물입니다.

시가 곂에 있다는 느낌이

좀 더 고독해도 된다는 위로 같았습니다. - page 4

책을 읽으면서 시들이 저에게 다가와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좀 더 고독해도 된다는......

때론 지치고 힘들 때 가끔 꺼내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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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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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살며시 제 가슴에 와 닿았었습니다.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를 보니 이 소설은 그리 쉬운 소설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인생은 -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고 난 뒤 잠시나마의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생에 대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바쁘게 살아간 요즘에 넌지시 저에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남겨주었습니다.

당신에게 인생은 어떤 의미인가요......


소설 속 주인공은 지방 소도시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 남자, 그것도 환갑을 막 넘긴 이의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

편의점 속에 오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책의 제목처럼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그런 평범한 일상이 그려지곤 합니다.

나는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 점퍼를 벗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고는 눈으로 매장을 훑으며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근무를 시작할 때의 습관이다. 교대를 마치고 계산대 안에 들어가면 마치 우주선에 탑승한 기분이 든다. 광활한 우주에 혼자 떠 있는 작은 우주. 과장된 상상이지만 편의점에 그런 적막한 이미지가 부여되고 나면 경쾌한 비장감이 가슴에 얹힌다. - page 14

그러고나면 아내 역시도 편의점에서 낮근무를 하기에 그들은 마치 교대를 하는 것마냥 그런 생활이 이어지곤 합니다.


먹고사는 일에만 무심했던 그의 모습.

이는 마치 우리에게 당신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나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온갖 궁리를 해보았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이게 무슨 꼴인가.

평생 돈 버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아니, 돈을 벌어야겠다고 애쓴 적이 없었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 page 41


늘 쪼들려 살면서도 나는 돈 버는 일에 열심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먹고사는 일에 무심했다.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노후를 준비하고, 이런 것들에 저당 잡혀 사는 인생을 시시하게 생각했다.

혹시 쌀이 떨어져 굶어 죽을 상황이 된다면 그 전에 죽으면 된다. 먹는 문제는 산 자에게나 필요하고 위협이 되는 일이지 죽은 자에겐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먹고사는 일 따위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결혼하기 전부터 '생활'이라는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그렇다고 생활 이상의 거창한 목표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다만 먹고산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노동한다는 것,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런 것만으로 채워져선 안 된다고 믿었다. 뭔가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무슨 열망은 아니었다. 기질적으로 나는 무언가를 강렬하게 열망하거나 동경하는 게 없었다. - page 125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인공은 과연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깨달으면서 앞서 이야기했던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지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었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다시 <작가의 말>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가 전하고자했던 '살아가는 일'.

이 말이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몫의 돌을 굴려 올리며 그 숙명 안에서 자기 존재의 긍지를 찾는다. 세상 누구인들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지 못할 것인가. 비굴한 아첨도 허세도 뻔뻔함도, 남의 심장에 대못을 박는 일마저 아무튼 저마다의 고군분투이다. 그런 눈길로 바라보면 모든 삶이 눈물겹다. 저마다 시시포스의 발걸음이다. 고단했다는 것으로 인생이 다 정당화될 순 없겠으나 연민과 위로는 남아야 하리라는 것, 그것이 이 소설들에서 내가 길어 올리려 했던 것이다. - page 8

현실의 무게가 우리의 삶을 짓누릴지언정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

그것에 감사와 위로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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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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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열광하게 만드는 것, 히트작들!

이런 히트작들을 살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것들을 유명세를 입히게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질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표지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포켓몬 고, 버즈피드, 아델,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전 세계가 열광한 메가히트작들의 숨겨진 성공 비밀

히트작들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 이 책과 함께 읽어가 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대중이 의미를 갈망한다는 것이고, 사람들의 기호는 '단순과 복잡'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과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이 조합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 page 38

어렵지만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히트작들의 성공 비밀.

그 속엔 다양한 법칙이 있었고 우리는 이를 무의식중에 받아들임으로써, 익숙함 속에 작은 차이에 감탄을 하면서 그 작품들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되는 것이고 이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히트작으로 탄생을 하게 됨을 일컬어 주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의 작은 일탈.

아니면 새로운 것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작은 무엇.

그것이 마치 '나비효과'마냥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 너무나도 인상깊었습니다.

'친숙한 뭔가를 팔려면 놀랍게 만들어라. 놀라운 뭔가를 팔려면 친숙하게 만들어라.' 진보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친숙함의 가치에 주목하고 막스 플랑크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 발견이라도 주류 사고와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훌륭한 예술이나 제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과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유창성에 끌린다고 해서 터무니없을 정도의 극심한 단순성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야 원칙의 핵심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복잡성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복잡성의 수준이 문제다. 요컨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해보려는 의지가 꺾이는 정도까지만 아니라면 이를 무조건 싫어하지는 않는다. - page 124 ~ 125


또한 히트작의 성공 비밀 중 하나가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해, 바이러스보다 많은 이들의 공유로 인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모든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질 것 같아도 사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거나 심지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야후 연구자들은 인터넷상에서의 인기는 "최대 전파 단위의 크기에 좌우된다."라고 결론 내렸다. 말하자면 디지털 블록버스터는 '1 대 1'로 접촉하는 순간이 100만 번이나 발생해서 이뤄진 결과(예: 바이러스성 확산)가 아니다. '1 대 100만'이 접촉하는 순간이 3~4번 정도 발생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히트작의 세계로까지 이 논리를 확대 적용해보자면 글, 노래, 제품은 우리가 처음에 봤던 그림처럼 퍼지지 않는다. 인기 있는 제품과 아이디어는 대부분이 같은 출처에서 동시에 수많은 개인으로 퍼져 나가는 '블록버스터의 순간'을 지니고 있다. - page 316


책을 읽다보니 '히트작'들이 왜 히트를 칠 수 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순간에 이루어진 기적이 아닌 어떤 규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사실에서 히트작을 만든 이들의 숨은 노력이 비춰졌었습니다.

모든 히트작과 히트 상품은 단순히 한 사람에 의해, 한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과 입소문, 그들의 심리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된 것이기에 지금 우리 주변에 히트 상품이나 히트작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애정있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책의 앞장의 <감수의 글 _ 히트작이 만들어지는 0.1퍼센트의 순간>에 이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히트작을 낳는 것은 모든 우연적 요소들이 만나는 0.1퍼센트의 순간에 좌우되기도 한다."


"친숙한 것을 팔려거든 낯설게 하고, 낯선 것을 팔려거든 친숙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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