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 셜록보다 똑똑하고 CSI보다 짜릿한 과학수사 이야기
브리짓 허스 지음, 조윤경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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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쩌다 어른>에서 '프로파일러'인 '배상훈'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무척이나 인상이 깊었습니다.

나날이 진화되는 범죄 현장에서 아주 작은 단서 하나로도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점.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점이 국내 미제 사건의 95%는 초기수사가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셨고, 더불어 우리의 과학기술이 점점 발전함에따라 아주 작은 타액이나 지문으로도 범인을 검거하였다는 점에서 범죄 과학에 대한 관심이 생기곤 하였습니다.


또한 포털사이트에서 <책 연제>라는 코너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을 때 어느 추리소설보다 더 짜릿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범죄는 두려움이 아닌 과학으로 맞서야 한다."

이 인상적인 문구와 함께 셜록보다 똑똑하고 CSI보다 짜릿한 과학수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책의 서론을 읽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범죄 과학이 결코 완벽한 것은 아니다. DNA 검사를 이용할 수 있게 된 덕에, 유죄를 선고받은 죄수들 중 수백 명의 무고함이 밝혀지기도 했다. 많은 경우 애초에 바이트마크 분석 등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범죄 과학 기법을 근거로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범죄 과학 분야는 현재 재평가의 과정에 있다. 그 유효성을 판단하고 전문가들이 범죄 과학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 page 10 ~ 11

사실 범죄 과학의 수사적 단서들이 다른 단서들보다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전적으로 정황상의 증거보단 완벽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남아있는 단서를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 그 사람이 범인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무조건 범인이라 단정할 수 없음에, 보다 수사에선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한다는 점에서 '진실'을 향해 가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엔 11가지의 과학수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독극물 사건부터 시작하여 총기, 부검, 혈흔, DNA의 증거등으로 점차적으로 발전되어가는 과학수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범죄자 프로파일러'의 등장까지 우리의 과학을 이용하여 범죄에 맞서는 과정을 한 편의 추리영화를 보는 것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의 경우 실제 사건과 접목시켜 과학수사의 발전과정을 설명하고 있기에 더욱 이해하기 쉬웠으며 책의 서술 방식이 일방적으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넌지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같이 풀어나가는 과정이어서 보다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4장_흔적은 남게 마련이다: 범죄 현장 증거>에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죄 현장의 물질 증거 가운데는 신발 자국, 타이어 자국, 무기의 흔적, 바이트마크 등 흔적과 관련된 것도 있다. 범죄 과학에서는 자연적으로든 인위적으로든 똑같은 물체가 두 개 존재할 수 없고, 그러므로 똑같은 흔적을 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같은 공장의 바로 옆 라인에서 제조된 두 개의 타이어조차 흙길에 다른 접지 흔적을 남긴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이제 이러한 이론이 실지로 유효한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두 가지 물체가 각기 다른 흔적을 남길지는 몰라도 그 차이가 너무도 미미해서 전문가조차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 증언은 DNA 증거에 의해 오류인 것으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흔적은 특정 브랜드의 신발을 신는 사람을 가려내는 식으로 용의자 대상을 좁힐 수 있다. - page 114

자연적으로든 인위적으로든 똑같은 물체가 두 개 존재할 수 없다는 것!

그렇기에 언젠가는 꼭 범인을 잡는다는 점!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그 진실을 향해 과학으로 맞서는 이들.

현장에 남겨진 모든 것과 피와 살과 뼈, 그리고 그 진실의 조각을 맞춰가는 이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범죄에 맞서 범인을 잡는다는 점에서 과학수사의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바라보는 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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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냉파요리 - 30만 회원 감동 실천!, 한 달 식비 70만원 절약, 나에게 선물하는 840만원 적금의 기적! 맘마미아 냉파요리
맘마미아 식비예산 감수.레몬밤키친 강지수 레시피 개발 / 진서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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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엔 몰랐는데 결혼 후 살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살림'과 관련된 책에 눈길이 가곤 합니다.

특히나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쉐프들을 보면 우리집 냉장고도 그렇게 해 주길 바란 적도 있습니다.

사실 식구가 많은 편도 아닌데 왜 자꾸 냉장고엔 재료들과 음식들로 가득차는지......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마치 옷장의 문을 여는 것처럼 먹을 것이 없어서 다시금 발걸음은 마트로, 아니면 전화기를 들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제 모습을 바라볼 때면 과연 이렇게 살림을 해도 되는건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제 책장에도 존재하는 '맘마미아' 시리즈 중에 이번엔 '식비'와 관련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맘마미아 냉파요리

맘마미아!

특히나 이번에 이책대로 실천하면 누구나 84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문구!!!

와~~!

맘마미아!!!

30만 회원의 감동이 이번엔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펼치니 저의 냉장고와 비슷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냉장고!

그리고 한 달의 식비......

저 역시도 식비폭탁에 허리가 휘청~하곤 하였는데 이 책대로 '냉파요리'를 하면 100만원에서 무려 30만원이나 절할 수 있다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하니 어느 주부라도 솔깃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신기해요. 돈은 안 쓰는데 몸은 건강해져요."

식비 절감과 더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 냉파요리.

그 기적을 체험하러 가 보았습니다.

 


책 속에선 왕초보도 쉽게 계량하는 방법 - 밥숟가락, 종이컵, 기타 등-과 기본양념들, 그리고 기본육수를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실천마당에선 양배추를 비롯하여 무, 피&양파, 두부, 통조림, 김치, 감자&고구마, 밥&떡, 당근&우엉, 돼지고기, 버섯, 닭고기, 호박, 달걀, 해산물, 건어물, 오이, 소고기, 밑반찬, 간식&디저트 등 총 20가지의 재료와 주제를 가지고 요리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유독 눈길이 갔던 '김치볶음밥'.

간단히 해 먹을 순 있지만 맛은 보장하지 못하였는데 책에 나온대로 계량해서 요리를 하니 남편이 왠일로 김치볶음밥이 맛있다며 2그릇 뚝딱!하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아무래도 비법이 '향신기름'.

이 기름을 만드는 방법도 책에 소개되어 있으니 저처럼 초보자도 쉽게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저는 스팸을 넣어 한층 맛을 업그레이드! 후훗~!!

 

냉동실을 살펴보니 저에게 '스테이크'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어떤 요리를 해야하나......

매번 구워먹기만 하였는데......

그래서 책을 찾아보니 '찹스테이크'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엔 찹스테이크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볼까 합니다.​



저에게 이 책의 장점을 굳이 한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뜯어쓰는 냉장고 지도>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사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은 사는 것에만 급급했지 언제까지가 유통기한인지 꼼꼼히 살펴보진 않았습니다.

이 냉장고 지도를 뜯어서 냉장고 문에 떡!하니 붙이면 재료의 낭비도 줄이고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만들 수 있으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그저 책을 읽고 요리 한 가지를 실천하였는데도 가슴 벅참을 느꼈는데 이 책의 모든 요리를 실천하고 냉장고 지도까지 작성한다면 얼마나 감동의 눈물을 흘릴지......

벌써 통장에 돈이 쌓이는 소리가 들리고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저처럼 초보 주부에게, 요리에 자신이 없어서 매번 배달어플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하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역시나 맘마미아!!!!!!

다음엔 맘마미아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나의 책장에 맘마미아로 한 곳을 채우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 현명한 주부, 재테크의 여왕을 꿈꾸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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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러 가는 여행 - 삶에서 길을 잃었다면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봐!
피터 수 지음, 장려진 옮김 / 보아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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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 아래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요즘.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어디론가의 여행을 꿈꾸곤 합니다.

더구나 '책'과 함께라면 더할나위없는 여행이 되곤 합니다.



『나를 만나러 가는 여행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삶에서 길을 잃었다면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여행에 '피터 수'와 함께 떠나고자 합니다.


이 책의 작가인 '피터 수'는 섬세한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삶, 꿈, 사랑, 그리고 여행에서 묻어난 그의 감성은 깊어가는 가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하였고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마냥 가슴 벅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떠나게 되는 곳, 남아프리카, 치앙마이, 타이완, 중국, 태국, 미국, 호주......

그 곳에서 만난 그와 사람들, 그리고 자연.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전한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어울려 또하나의 '여행'이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복과 꿈>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때로는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인생이라는 우주 속에서 그것은 작은 별빛에 불과하고

삶이라는 바다에서 그것은 망망대해 위에

일렁이는 작은 파도에 불과하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마음을 좀 더 단순하게 하고

조금 더 편안해지고 싶다면, 삶의 욕구를 좀 더 간소화하라.

각자의 가치는 남들과 같은 부분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다. - page 46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이라는 우주 속에 삶이라는 바다.

그 망망대해 위에 일렁이는 작은 파도.

우리는 왜 그토록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었는지......


앞의 이야기와 연관되었던 <내려놓음>에서도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일의 표면적인 부분만 보고 내내 마음을 졸인다면 가장 고통스러운 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당신이 내려놓는 그 언젠가가 바로 자유로워질 때가 아니겠는가?

당신이 무엇을 하든 분명 그에 대해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그가 말하게 내버려두라!

당신의 행동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당신을 좋아할 테고,

당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어찌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 page 158 ~ 160

내려놓음......

이 말이 가슴 속에서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의 내면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나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결정할 수 있음에, 그래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앞에 놓인 여정이 매우 멀다 해도 멈출 수 없으며, 지금의 당신 또한 그 길위에서 얻은 것들로 채워졌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스스로를 믿고, 삶을 믿고, 사랑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서 인생이 당신에게 주는 모든 시련을 견뎌내야 한다. 비록 오늘은 아닐지라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좋아지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 - pag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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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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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변에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란 책을 추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작가에 대한 인상이 뇌리에 남곤 하였습니다.

프랑스 문단에서 유능한 작가로 인정을 받으면서 심지어 그의 책을 "조엘 디케르 사건"이라고 칭하기까지 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그가 이번에 신간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그와의 인연을 맺고 싶었습니다.



이번 책 역시도  이미 그의 진가를 인정받았나봅니다.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40여 개국 출간!

제목에서 암시한 것처럼 볼티모어 골드먼 가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볼티모어의 서』에서는 전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의 화자였던 작가 '마커스 골드먼'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를 통해 바라본 '몬트클레어 골드먼' 가족과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의 이야기.

이 가족들의 호칭은 그들이 사는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 소설의 경우는 '볼티모어 골드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영예.

이는 '질투'로 인해, 서로간의 '불신'으로 인해 점점 균열의 조짐이 보이게 되면서 화려하게 비추던 조명은 어느새 그 빛을 잃고 어둠을 선사하고 맙니다.

이 모습을 작가가 된 '마커스'가 볼티모어 골드먼 가의 부침을 돌이켜보며 그들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한 결정들, 그리고 그 속의 오해로, 그 누구의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깨달으면서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책 속에 인상깊었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제발! 정신 나간 소리 좀 작작하게. 이제 책의 시대는 갔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죠?"
"요즘 20대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출판산업은 이제 끝났어. 아마도 자네의 손자들은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라오의 상형문자를 바라보듯 책을 바라보게 될 거야. 자네 손자들이 '할아버지, 책은 어디에 쓰는 물건이에요?'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줄 텐가? 그때가 되면 책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 있을 거야.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들이라 끝까지 고집을 부리다가 망하게 되지. 그때 가서 깨닫고 후회해봐야 소용없어."

"제 미래를 어디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상이 미래야. 영상매체에서 자네의 미래를 찾아보게!"

"저에게는 책이 미래인데요."

"요즘 사람들은 깊이 사고하길 원하지 않아. 깊은 성찰보다는 이미지에 좌우되지.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따르는거야.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 일에 매여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집에서는 회사에서처럼 일을 시키고, 대가를 지불해주는 사람이 없잖아. 집에서는 아무리 게으름을 피워도 야단치거나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없어.

 ...

미래의 세상은 영상매치의 노예가 된 사람들과 저항을 펼치는 한 줌의 사람들로 나뉠 거야. 한 줌의 사람들이 끝까지 저항하며 최후의 도서관에 집결해 농성을 펼칠 테지만 무한정 버틸 수는 없겠지. 결국 좀비 무리와 노예인간들이 승리를 거두게 될 테니까." - page 176 ~ 178


"마커스, 넌 지금 골드먼 이야기, 즉 볼티모어 골드먼과 몬트클레어 골드먼 이야기에 붙잡혀 있지? 이제 그 이야기의 결말에는 단 한 사람의 골드먼만이 남게 되겠지. 그게 바로 너야. 너는 거듭 태어난 거야. 우리는 모두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지. 난 사랑하고, 사랑받고, 용서하는 게 삶의 의미라고 생각한단다. 그 나머지는 흘러버린 시간의 합에 불과해. 넌 계속 글을 써야 해. 네 글을 통해 골드먼들의 삶이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커스, 골드먼들의 삶을 치유해주겠다고 약속해다오. 볼티모어 골드먼들은 네 글을 통해 삶의 의미를 회복하게 될 거야." - page 635


책을 읽고난 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들에게 일어난 비극에 대해선 소설에서 다 밝혀주진 않았지만 '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글이 삶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우리가 부조리한 삶에 맞서는 복수전을 펼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 성벽처럼 강한 정신,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기억의 힘을 증명할 수 있다. - page 640

저자는 이 소설에서 끝내 한 집안의 비극적인 일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읽는 독자로 하여금 또다시 책을 펼쳐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이 인상깊게 남곤 하였습니다.

한 개인의 모순이 그 자체로 일으키는 폭발이다. 말끔한 겉포장 아래 감춰진 개인의 허약함과 열등감이 만들어내는 슬픈 결과이다. 이런 파국의 연원은 우리 각자 안에 깊숙이 숨어있는 것이어서, 미리 알고 예방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완벽한 행복이란 허상임을 인정하고, 언제 어디서 무너질지 모르는 모순 투성이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 page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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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퇴근이 필요해
케이티 커비 지음, 박선령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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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천사와도 같은 아이가 나에게 찾아왔을 때의 기쁨도 잠시......

아이와의 24시간 밀착생활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아직도 '엄마'이기에 많이 부족함을 느끼기에 아둥바둥거리기 일쑤!

그러다 '사이다' 발언같은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도 근이 필요해

제목부터 폭풍 공감!

"이 책은 육아의 정답을 찾으려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폭풍 공감 에세이다!"

진작에 나왔다면......

매일 밤 자책과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이 책을 받아드는 순간, 일찍이 아이를 재우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펼치면 보이는 문구가 있습니다.

나한테, 엄마는 완벽해요.

이 문장을 보자마자 불안했던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고 혹은 이 책의 요점>을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온 마음을 다해 정말 사랑하지만, 작은아들이 재미 삼아 시리얼 한 통을 전부 바닥에 흩뿌리거나 큰아들에게 제발 신발 좀 신으라고 137번이나 말했는데도 여전히 양말만 신은 채 느긋하게 돌아다닐 때는 미칠 듯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이다. - page 11


아이들이 하늘의 선물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 아닌가! 다만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온 가족이 돈을 모아서 산 매우 값비싼 선물 같은 존재라는 게 문제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선물이니까 어쩔 수 없이 날마다 사람들 앞에서 착용해야 하는, 지나치게 요란한 장식이 달린 팔찌랄까.(이것도 물론 비꼬아서 표현한 것이다) - page 12


음......

기존의 육아서와는 완전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특히나 '추추신'에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추추신 이 책에는 상소리가 자주 등장한다. 미리 사과하겠지만, 가끔은 욕을 내뱉는 게 중요하고, 현명하며, 또 재미도 있다는 걸 다들 알 것이다. - page 16

사실 그동안의 육아서들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기에 무조건 아이에게 잘 해 주어야하고 '완벽한 육아'에 대한 조언들을 강조하였다면 이 책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부모들에게 당신의 육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삶의 이치라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공감'과 '위로'.

마치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나도 친한 친구와 '육아'에 대한 '수다'를 떠는 것마냥 즐겁게 읽으며 잠시나마 '육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집착을 버리자>에선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항상 옳은 일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해 헤쳐나가면서 아이들이 따스한 곳에서 배부르게 먹고, 듬뿍 사랑받으면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적어도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밖에 비가 내려 나갈 수 없을 때 갑갑함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영화를 틀어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연 발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몇 시간 동안 식물원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예쁜 꽃을 꺾는 걸 막느라 애썼던 지난 주말의 일을 잊었는가.

또 진지하게 말하는데, 아이들이 방금 플라스틱 주전자에 담아준 당근 달걀 수프를 먹는 척하는 대신 가끔 휴대 전화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뭐 얼마나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생기겠는가. - page 324 ~ 325


전반적으로 볼 때 나는 잘하고 있는데 왜 계속 자책하는 걸까. 왜 우리는 부모로서 늘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우리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유일한 부분은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의 정도다. 죄책감은 우리의 육아 경험을 망쳐놓고, 우리의 관심을 아이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며, 서로 다투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경쟁이 아니며 상금이나 멋진 트로피도 없다. 그러니 만약 일이 상상처럼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속았다는 기분을 느끼거나, 그 일에 계속 사라잡히거나, 다른 사람을 보면서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냥, 집착을 버리자.


정말 중요한 이들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여러분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이다.(사마귀나 다른 모든 걸 포함해서) - page 327 ~ 328


책을 읽고나서 그동안 나의 육아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육아엔 '제'가 없었습니다.

그저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자책밖에 없었기에 보다 아이에게 집중해야할 때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점에서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부모'란 그저 '완벽한 육아'를 한다고 그들을 좋은 부모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아이에게, 가족에게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부모, 좋은 가정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육아에 허덕이는 부모들에게 이 책은 한 잔의 여유를 제공하는, 진정한 '육퇴'를 선물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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