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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잔 - 스무 달의 바람
민양지 지음 / 렛츠북 / 2017년 9월
평점 :
나들이 하기 좋은 날!
이맘때쯤이면 그저 마음이 설레곤 합니다.
어디론가 떠나고픈......
저 역시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아직은 얽매이고 있는 것들이 있기에 쉽게 떠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책'이 있기에 책 속으로의 여행을 꿈꾸며 오늘도 어떤 책을 읽을까하고 있던 찰나!
눈에 띈 제목이 있었습니다.

『여행, 한 잔』
왠지 한 잔의 추억과 한 잔의 사랑과 한 잔의 인생이 담겨있을 것 같았습니다.
씁쓸함을 간직한 채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한 장을 펼치니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름답지만은 않은 우리네 인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어느 순간은
벌게지게 취하거나 모른 척 멀어지거나 잠시 내려둘 수 있는,
그럴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략)
그저 술에 취해 살 수는 없겠지요, 후회란 걸 하겠지요.
하지만 맨정신으로 살아갈 세상도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눈멀어 세상 다 아름다워 보이게라도 하면 좀 낫겠습니다.
술 한 잔이 아니라면, 바람 한 움큼 쥐고 파도 한 모금하면 똑같은 나날
도 좀 예뻐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어떠신지요.
지금 잠시, 빌딩 사이 창문 밖 하늘 바라보며, 여행 한 잔 함께하지 않으
시겠습니까? - page 12 ~ 13
저도 술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합니다.
취기가 살짝 오를 때의 기분 좋음......
그저 일상에서의 피로와 힘듦이 술 한 잔이면 어느새 웃고 떠들 수 있기에 간간히 즐기곤 합니다.
그래서 저자가 '여행 한 잔 함께하지 않으시겠습니까?'라는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4 끝 대신 반대>에 인상깊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젠 꼭 끝까지 가볼 필요는 없다 느끼게 된 걸까,
끝까지 가지 않아도 어느 길인지 충분히 알면 되었다 만족하게 된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세상 끝을 고집하지는 않게 되었다.
끝 앞에서 몽뚝하게 돌아오는 게 용기일 수도 있으니까.
길은 앞으로만 나 있는 게 아니라 뒤로 돌아갈 수도 있는 거니까. - page 76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당연하다고, 당연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한다고 배우고 알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 앞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걷다보면 내가 원치 않은 길을 가게 되더라도 그저 앞으로만 향해 살면서 '후회'라는 걸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돌아가도 되는 것을......
길이 앞으로만 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의 글을 읽다보니 맥주의 상쾌함과 소주의 알싸함, 와인의 달콤쌉싸름한 맛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었음을......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한 잔 채워질수록 저는 취기가 조금씩 올라왔었습니다.
그리고 바라본 세상이 조금은 아름다워 보이곤 하였습니다.
<#35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에서의 이야기가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스물 몇 서른 몇을 넘기고 이름 뒤와 월급 뒤에 무언가 붙어가는 게 늘어가며, 할 수 없는 게 많아지고말았던 거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술기운으로 정신을 잃는 일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터이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놀고,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일하고,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미쳐본다는 것.
스무 살 때는 그저 순수하게 가슴 뛰며 선망했을 그것이, 뭐가 이리 두려워진 걸까. - page 167
나이를 먹어가면서 저 역시도 무엇이 그리 두렵기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
사소한 것에도 잘 웃었는데 이제는 웃는 법을 잃어버린 저에게 던진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저 순수했던 그 시절로 여행 한 잔을 떠나며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