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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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이제야 접하게 된 건 주변인들의 추천이었습니다.

사건을 파헤쳐가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았을 이 책, 『사신의 술래잡기』.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

중국대륙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파일과 부검자료를 바탕으로 한 소녀 같은 작가의 섬뜩한 소설

이 문장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으면 얼마나 현실감있고 무서울지......

모삼과 무즈선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소설의 첫 시작은 잔인한 살인, 아니 악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힘없이 바닥에 누워있는 모삼에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모삼, 난 너에게 기회를 주었다. 조사를 그만두라고 했어. 그렇지 않으면 너에게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 page 8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가운 금속 흉기로 그의 급소만 피해 찌르는 검은 그림자.

"한 사람을 죽이는 데는 품이 많이 들지. 하지만 이렇게 수십 번 찌르면서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모삼, 느껴봐라. 내가 찌른 칼자루의 깊이와 그 각도를.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하지만, 너는 모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살육의 미학이다." - page 9


반복되는 악몽.

그리고 자신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 '모삼'.

그런 그가 다시금 기억을 찾게 된 계기는 한 사건 현장을 만나면서였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날카롭고 철저한 추리를 하면서 친구이자 파트너인 '무즈선'과 지난 날에 대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바로 모삼의 사랑하는 연인의 끔찍한 죽음.

이 죽음을 파헤치다보니 결국 살인마 L과의 죽음의 게임을 하게 됩니다.

살인마 L과 쫓고 쫓기는 사건 속에서 그 끝은......



모삼과 무즈선을 보고 있으면 '셜록 홈즈'와 '왓슨'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들의 콤비처럼 이들 역시도 최고의 콤비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 해결과정이 신속 정확하게 처리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삼과 무즈선, 살인마 L과의 게임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무고한 피해자들의 복수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로하여 우리에게 죄의 선악의 기로 속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할지 독자들에게 묻곤 하였습니다.

판결을 내린 것은 림하이가 아니라 법원이다. 법률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듯 수많은 불공평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법률을 재정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방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갈등과 충돌을 고려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번 사건에서의 옳고 그름을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

"즈선, 때론 나 역시 내 집착과 내가 한 일에 대해 의심하게 돼. 하지만 방법이 없어. 난 그런 사람이야. 멈출 수 없는 사람. 이런 이유 없는 집착과 충동이 나로 하여금 무조건 진실을 찾게 만들어.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 - page 309


책을 읽으면서 너무 몰입을 하였는지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마. 모든 감사의 뒤에 음모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니니까. 더군다가 그가 정말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 지금의 우리는 막을 수 없어." - page 425

알지만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


우리에게도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

"시간은 결국 모든 것을 치유하지. 지나간 일이 얼마나 슬프건, 잔인하건, 행복하건...... 시간은 모든 것을 데리고 가. 이걸 봐. 이 시계가 또 빨리 가고 있잖아." - page 118

시간의 흐름에 사건이 무의미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사건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지고 잊지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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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 : 품격을 키우는 리더의 사람 공부 - 품격을 키우는 리더의 사람 공부
조윤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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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중에도 너무나 유명한 『논어』, 『맹자』, 『사기』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옛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그들의 처세술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읽곤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고전'이라함은 그저 어렵고 고지식한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읽어야 되는 이유는 알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한 고전들.

『말공부』로 그와의 인연을 맺은 저에게 저자 '조윤제'씨가 이번에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으로 다가와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논어'에 대해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논어』는 2500년 전 공자라는 인물의 사상과 언행을 제자들이 모은 책이다. 논리적, 분석적, 이성적, 합리적 추구에 치중했던 서양 인문학과 달리 『논어』는 철저히 실천적, 경험적 기반을 두고 있다. 혼란한 세상에서 사랑으로 다스려지는 이상적인 세상을 추구했지만 그 해법은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사람의 도리'였다. 자신이 처해 있는 자리를 알고, 도리를 인식하고 지켜나가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바르게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핵심 원리였다. 개인주의, 물질주의, 성공주의, 이념주의, 종교적 분쟁으로 인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간의 분열과 타락이 극에 달한 요즘 『논어』가 필요한 이유다. - page 5

왜 『논어』를 읽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일러주었습니다.

'사람의 도리'


이 책의 주인공, '홍 팀장'.

그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부장의 추천으로 거래처를 승인하였는데 다음 날 부도 처리가 난 곳이었습니다.

답답한 심정으로 이 부장에게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참으로 어처구니없게 합니다.

"솔직히 이 일에 대해서는 나도 홍 팀장에게 실망이 커. 부장 없이 과장으로 팀을 책임지고 있으면 거래처 인허가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점검을 했어야지. 이 일을 거울 삼아 앞으로는 더욱 일에 만전을 가하도록 해." - page 19

자신으로인해 공 부장마저 징계를 받게 된 상황.

스스로 무너지려는 찰나 그는 '인문학'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도 『논어』.

『논어』를 통해 삶의 패턴을 바꾸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면서 그는 비록 '논어 천재'는 되지 못하지만 새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02 부지위부지 삶을 바꿀 기회는 멀리 있지 않다>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밤이 아무리 길어도 반드시 태양은 뜨고 아침이 온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비죽비죽 아무렇게나 솟은 건물들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었지만 이상하게 감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뜨는 태양을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몰랐다. 홍 팀장은 가려진 것 하나 없이 밝게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몇 번이고 깊은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새로운 기운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누명을 쓰고 같혀 있던 죄수가 무죄석방을 선고 받고 꿈에 그리던 자유를 되찾았을 때의 기분이 이럴까 싶었다.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page 44 ~ 45

그가 『논어』를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삶의 방향이 바뀌어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닌 정신을 통해 얻는 지혜.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삶과 일을 이루어나가는 해답을 얻는 과정이며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할 이유임을 또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03 기소불욕 물시어인 너 자신부터 극복하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아.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이지.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야. 그중에서 첫째는 바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일이야. 자기를 알고,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바로 그렇지. 공자를 비롯한 동서양의 많은 철학자들이 끊임없이 추구했던 덕목이지. - page 211


안연이 공자에게 '인'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을 했어. "극기복례니라.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하루만이라도 자기를 이겨내고 '인'을 실천한다면 천하가 '인'에 귀의할 것이다. '인'을 실천하는 것이 자신에게 달린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달린 것이겠느냐?"

안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어.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해주었어.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라." 모든 행동은 예를 따라야 한다는 말로, 예를 통하지 않고는 결코 인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지.

...

"공손에 예가 없으면 헛수고가 되고, 신중에 예가 없으면 두려워하게 되고, 용기에 예가 없으면 질서가 무너지고, 정직에 예가 없으면 박절하게 된다." - page 212

자기 스스로와의 소통.

이는 리더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논어』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논어를 절반만 읽어도 천하를 다스립니다."

라고 송나라 재상 조보가 송 태종에게 한 말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번엔 제대로 『논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천년 전 공자의 지혜.

이제는 제 지혜로 만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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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강정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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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남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울거나 울음을 삼키곤 하였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마음에 묻어두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고 그 마음을 헤아려보기엔 이미 먼 길을 온 것 같습니다.



그저 제목에 끌렸습니다.

울 수 있을 때?

그럴 때가 있는걸까......

있다면 울어도 되는 걸까......

또다시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저자는 그럴 때 어떻게 했을까......


책 속엔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릴 적 이야기부터 지금의 자신의 이야기까지 주절주절하는 이야기 속에 우리의 모습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같아 마냥 무심코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돌의 웃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과연?>에서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고독'은 어떤 반복된, 자발적 고난을 뜻하기도 한다. 사실, 단어사전 속의 '고독'은 뭔가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는, 안일한 면이 있다. '외로움'이란 단어와도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어딘가 기댈 곳을 찾아서 휘청거리는 사람이 떠오른다면 '고독'은 아무도 없는 어두운 길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을 그리게 만든다. - page 102


돌은 갈색이고 표면은 뺀질뺀질하며 어느 큰 돌에서 깨져 나온 것처럼 한쪽 면이 날카롭게 깎여있다. 아무리 좋게 봐도 결코 예쁜 모양이 아니다. 애기 주먹만큼도 안 되는, 두꺼비를 반 토막 내 세워둔 것 같은 못난 몰골이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살면서 해야 할 몇 가지 일들이 떠올라 공연히 분연하고 의연해지는 기분. 나는 바라보는 사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 page 104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계속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도 들을 수 없다는 상황. 어떤 미궁 속에 빠진 벙어리가 된 듯하다. 그러면서 되나 맑아진다. 고흐나 밀레 따윈 이제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 못생긴 돌 앞에서 나 자신을 송두리째 들킨 기분이 드는 게 그닥 불쾨하지만은 않다. 묵묵부답인 무언가를 향해 고해하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발가벗을 때 늘 시가 써지곤 했다. - page 104 ~ 105

무심코 지나칠 '돌'이 그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할 줄은 몰랐습니다.

돌......

저는 그저 '돌'대신 그의 글을 다시 곱씹어보았습니다.

묵묵부답이지만 그 속에 저에게 향한 이야기는 제 속의 본모습을 향한 이야기겠지요...

그에게 그 돌이 웃는다......

돌의 웃음 속엔 시간의 틈이 있어 떠돌아다니겠다는 그에게 저도 쫓아가고 싶었습니다.


<코끼리를 이해하려면 코끼리 그림을 멋대로 그리지 말라>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설명되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보여지고 움직이는 존재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백 마디의 말보다 그의 표정을 알아봐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섬세한 움직임이다. 말은 언제나 사후의 문제들에 전념할 뿐 사람의 진정한 속을 들춰내 보듬을 수 없다. 심한 경우 말은 쓸데없는 오해의 진원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극단적 행동이 내포하는 수많은 심리적 결들과 내상들에 대한 본원적 이해 없이 사후적으로 얼버무리기만 일삼는 이 세계의 완고한 논리체계 앞에서 또 어떤 총탄들이 나부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완전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세계가 특정한 개인의 울분과 원한에 의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는다면 여전히 코끼리의 진짜 모습은 우리에게 미궁이다. 코끼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나 자신의 진짜 마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age 200 ~ 201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마치 그것을 다 안다고 하는 우리의 모습에 일침을 놓는 이야기였습니다.

코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그리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기에 읽는 독자들에게 그의 글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는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다시, 울음소리를 듣는다. 아기이든 고양이든 살려고 내는 소리. 뭔가 두렵고 안타까워 자신을 봐달라는 소리. 파동은 가늘고 지속시간 또한 짧지만 그 어떤 음악보다 몸에 더 바짝 붙어 비슷한 하모니라도 넣어달라는 듯한 소리. 하지만, 그보다 더 큰건 소리가 지워지고 난 다음의 투명한 침묵이다. 소리란 결국 이 세계가 침묵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일종의 반동작용일 따름이다. 울음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 삶이 사실은 거대한 죽음의 밭에서 피어난 짧은 기간 동안의 현존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울림과 파동. 그리하여 결국 다시 거대한 침묵 속에서 처음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본능적 희원과 공포의 태초 반응. 울고 싶다. 더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 테다. 노래하고 싶다. 더 잘 죽으려고 그러는 것일 테다. - page 129

그의 말처럼 울고 싶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왠지 내 삶이 아프고 아플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울음을 참고 있는 이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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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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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읽으며 서른을 맞이하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라고 외쳐준 그녀 덕분에 두려웠던 30대를 조금은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그림편지'로 다가왔다고하니 어떤 위로의 말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역시나 책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그녀만의 위로.

"기적이 별 게 아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힘들어도 표기하지 말고

한 발짝만 내딛어 보세요"

이미 그녀의 말 한 마디로 마음의 위로를 얻곤 하였습니다.

『오늘을 산다는 것』

조금은 두렵지만 그녀가 건넨 손을 잡으며 그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프롤로그>를 보니 그녀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와 같은 의례적인 날씨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던 손편지는 편지함에 소중히 보관하여 두고두고 꺼내보던 기억의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편지가 쓰고 부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즉각적으로 답이 가능한 문자로 대치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전달과 빠른 회신, 쓸데없는 말을 생략한 용건들, 이것은 실용성과 속도가 생명인 현대사회의 맞춤형 소통수단이 되었죠. - page 6 ~ 7

'편지'라는 단어조차도 이제는 낯설어지는 요즘.

언제 편지를 주고받았었던가......

문득 제 서랍 어느 구석에 있을 편지들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는데...... 그 편지 속엔 그 사람의 온기가, 체취가 여전히 담아있었습니다.

그래서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녀의 그림편지는 투박하지만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있으면 자꾸만 정감이 가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글.

덤덤히 써내려간 이야기에 사랑과 용기, 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의자>에 이런 글이 담겨있습니다.

길가 곳곳에 의자가 정겹게 놓여 있습니다.

고된 여행길에 지친 다리를 잠시 쉬고

숨 한 번 고르고 갈 수 있도록 사람들이 놓아둔 것입니다.

그런 의자이고 싶습니다.

크고 안락한 소파는 아니지만

삶의 여정에 길을 잃고 지친 사람들이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생각을 고르고

다시금 방향을 찾아 길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작은 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참, 의자 뒤에는 향기로운 장미를 많이 심어 두고요. - page 25

저에게 그녀의 글이, 그녀의 그림이, 그녀의 책이 '의자'였습니다.

삶에 지쳐있을 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저에게 '휴식'을 선사해주고 따스한 '포옹'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왠지 <의자>를 읽으면서 그녀가 떠올랐습니다.


<사람과 꽃>은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사람과 꽃 모두 따뜻한 햇살과 사랑이 있어야만

잘 자라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화려한 장미나 눈에 띄는 백합은 아니더라도

저 너른 벌판 혹은 시냇가의 이름 없는 풀꽃으로 태어나

한 계절 풍경의 일부로 살다 간다는 점에서도 같습니다.

그래서 풀꽃처럼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 page 111

사실 저도 화려한 꽃들보다는 소박한 들꽃들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그들.

그런 이들이 있기에 곳곳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풀꽃처럼 사람도 아름답다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풀꽃과도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사회도 각박하지만 살아갈만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따스한 편지로 다가온 그녀.

그녀가 <현대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가장 화려해 보이고

가장 시끄러운 현대인은

그러나 정작은 모두 외롭고

소외되었다고 느낍니다.

모두가 자기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무서워 떨면서 말이죠.

현대인들은 모두

떠도는 작은 섬들입니다. - page 198

그래서 그토록 핸드폰에 집착하고 SNS에 열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가 전한 '그림편지'.

떠도는 작은 섬들에게 실낱같은 꽃씨를 전달해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에게 그림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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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몬스터
김주욱 지음, 양경렬 그림 / 온하루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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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명화'를 바탕으로 '소설'이나 '영화'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러면 내가 느꼈던 감정과는 또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또 한번의 명화를 보는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핑크몬스터』

알고보니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었습니다.

'핑크몬스터'는 말 그대로 '보고, 읽는 소설'이다. 또는 '읽고, 보는 소설'이다. - 임대식 (미술비평, 큐레이터)

그림과 소설의 만남.

그림에 대해, 소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끌어줄 이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책 속엔 일곱 개의 단편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중 여섯 개의 단편은 미래의 피카소 '양경렬'씨가 추구해온 테마를 소설로 해석한 작품이고 나머니 한 개의 단편은 '양경렬'씨가 소설을 읽고 그림으로 반사시킨 작품이었습니다.

각각의 단편은 주인공 '히트'로 이어져 갔고 그 속엔 인간 내면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왕관을 쓴 사람들 / 왕관을 쓰고 달리는 기분>이 인상깊은 소설이었습니다.

'오늘의 외침은 표현의 자유 쟁취. 뜻있는 사람들은 12시 반 세종문화회관 분수대에 모여서 달리자!' - page 131

광장을 질주하며 권력에 저항하는 이들을 그린 이 작품.

유독 '히트'의 '금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히트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장식장에서 금관을 꺼냈다. 거울 앞에서 불꽃무늬가 화려한 금관을 써보았다. 운동복과 금관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금관만 보면 세계를 정복한 제국의 왕자 같았다. - page 131


대열의 선두엔 금관을 쓴 히트가 달렸다. 앞서 뛰던 몇몇 사람들이 가방에서 피켓을 꺼내서 달리는 사람들에게 건넸다.

...

피켓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 출판의 자유와 집회 .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쓰여 있었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뛰기 시작했다. 히트는 피켓을 한 장 받아서 목에 둘렀다. 금관과 구호가 적힌 빨간 천, 그는 적진을 뚫고 달려가는 왕자 같았다. 금관이 기울어질 때마다 거무줄을 달겨서 바로 잡으면서 달렸다. - page 135

이 금관에 대한 의미......

아마도 화려함과 우월함을 상징하며 나중에 찌그러지는 금관은 그에 대한 허무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손에 든 화면에 빠져든 사람들은 프레임을 통해 어디엔가 접속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몸이 이동하는 것과 동시에 정신도 이동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신도 매순간 어디론가 이동해야 하는 듯했다. 손에 들고 다니는 화면은 의식이 질주할 수 있는 공간 같았다. 그동안 자신은 거리로 뛰쳐나와 달렸지만 사람들은 항상 화면을 보며 질주하고 있었다. 그는 금관을 벗어 화단에 내려놓고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건물을 관리하는 아주머니가 화단에 박힌 담배꽁초를 수거하다가 금관을 발견했다. 아주머니는 금관을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밟아 납작하게 찌그러트린 다음 쓰레기 봉지에 버렸다. - page 150 ~ 151

그리고 이 소설과 요즘의 우리의 시위하는 이들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시위를 하는 목적을 정확히 알고 하는것인지, 아니면 그저 어딘가 접속되어 그에 따라 다니는 것은 아닌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다른 이에게까지 피해를 주면서 하는 행위가 올바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 그려진 미술 작품에 대해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추상적이면서도 모호한 그림.

작품의 제목과의 연관성도 잘 찾아내질 못한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나온 소설을 바탕으로 다시 작품을 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결코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반사적 선택 / 히트의 차가운 시선>에서 히트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또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위아래가 똑같은 게 예술인데요. 어느 쪽을 먼저 그렸나요?"

...

"아마도...... 이쪽인 것 같습니다."

"아, 그러니까 이쪽을 먼저 그리고 똑같이 복사한 거구나."

"복사가 아니고 반사입니다."

"거울의 의미인가요?"

"거울의 반사는 아니고요. 시선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거울처럼 반대로 왜곡되는 시선이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모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시각의 반사이지 왜곡되어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 page 189 ~ 190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내 몸이, 내가 바라본 사물이, 생각한 형태나 유형 이외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제 그림 속 이미지와 사물을 비교해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보는 것이 전부인가? 착각한 것은 아닌가? 계속 질문을 던졌습니다.  결국,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고민이 창작 에너지로 이어졌습니다." - page 210

우리가 살아오면서 바라보는 것들.

이 것들은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설에서 히트는 대상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통해 초상화 같은 자화상을 완성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 거울 속에 비친 나를 그리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 캔버스에 그려진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것이다. 이는 대상을 바라보는 세 개의 다른 시선이기도 하지만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들이 모두 사실인가에 대한 의심의 산물이다. 그 의심에 누가 답할 수 있을 것일까. - page 220


책을 읽고나니 과연 내가 바라보는 것들이 모두 사실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화려함 뒤에 가려진 우리의 본모습.

이 모든 시선들을 한꺼번에 감당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벅찼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읽고 끝내기 보다는 두고 두고 읽어봐야 겠습니다.

그래야 소설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화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저자인 제가 받아들이고 이야기하는 바를 결합하여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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