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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임경선'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녀의 작품 『나의 남자』를 읽고나선 그녀의 팬이 되어 작품을 찾아 읽곤 하였습니다.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덤덤하게 써 내려간 문체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야기엔 여운이 남아 문장 하나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여러 번 읽다보면 매번 새로운 감정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이번에 그녀는 '교토'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또다시 그녀만의 문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받자마자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그녀의 발길을 따라, 눈길을 따라, 가슴을 따라 저 역시도 '교토'에 다녀와 보아야겠습니다.
저도 '교토'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도시인 '도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전통의 방식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그들의 특색이 담겨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교토에 대해 <세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서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반짝거리는 새것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낡고 약간 녹슨 듯한 세월의 흔적, 그리고 거기서 비롯하는 향수 어린 감성을 교토는 더 가치 있게 여긴다. - page 46
"새것이 좋다거나 오래된 것이 좋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겁니다. 그리고 좋은 것은 항상 더 좋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
변하지 않은 좋은 점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항상 어딘가 조금씩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자세. 이것이 교토의 노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태도일 것이다. - page 52 ~ 53
누가 뭐래도 가업을 잇는 일은 부모 세대의 노력을 이어받고 계승하는 것이며 그만큼 부모가 지켜온 일을 겸손한 마음으로 존경하고 존중함을 의미한다. 그런 '좋은 마음'들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가면서 훌륭한 노포의 역사는 차곡차곡 만들어진다. - page 55
사실 우리는 '원조'라는 것을 따지려하고 가업을 잇기 보다는 보다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옛 풍경이 사라진 것은 오래이고 간판마다 자기네들이 잘났다는 듯이 서로 내뿜기 일색입니다.
한편으론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이 보여서 좋지만 옛 것들이 주는 '추억'과 '감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교토'의 풍경과 그들의 마음가짐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전통을 지키는 마음은 개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까지도 기꺼이 협조하였습니다.
전통 거리의 은은하고 서정적인 풍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업의 간판 색깔은 얼마든지 바꾸겠다는 암묵적인 다짐. 들쑥날쑥 제멋대로 지어진 잿빛 빌딩들이 경관을 훼손하게 둘 수는 없다는 결심.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화류가에서는 아름답지 못한 전봇대를 땅 밑으로 집어넣어 전선 없는 거리로 만들어놓고야마는 의지. - page 97
우리도 전통 거리인 인사동 거리에서도 '한글'간판들로 표기하는 것.
이런 노력이 점점 퍼져갔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우리가 몰랐던 화류가의 인생>에선 '게이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새하얀 분과 새빨간 입술.
기모노를 입고 딸각거리는 게타를 신고 종종걸음을 하는 그녀, 게이코.
그녀들은 길고도 혹독한 수련 생활을 거쳐야만 비로소 어엿한 게이코가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겉모습의 화려함 속에 감춰졌던 규율과 예절.
한편, 오차야를 찾은 남자 손님이 연회석에서 알게 된 게이코나 마이코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껴 나중에 따로 개인적으로 만나길 원한다면, 그 여성이 거주하는 오키야로 연락해서 그곳 사감인 오카상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 또한 게이코나 마이코는 남자 손님의 첫 데이트 초대에 절대로 혼자 나가서는 안 되며, 반드시 또 한 명의 게이코를 동반해 나가는 것이 화류가의 불문율이라고. 그렇게 그녀들은 오늘도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신비롭고 고고한 여성성의 전통을, 천 년 고도 교토를 배경으로 오롯이 지켜나간다. - page 153
왠지 이런 그녀들이 있기에 또 하나의 교토를 완성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중에 그녀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저 역시도 그녀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힘 내세요!"
그녀와 함께 거닐었던 교토의 거리.
그 속엔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져 부러웠습니다.
그녀가 <교토의 정서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에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옛것과 오늘의 것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이곳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교토의 한 계절을 걸었고 그 시간 속에서 교토 고유의 정서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제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생각의 중심을 놓칠 때, 내가 나답지 않다고 느낄 때,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마음을 비워낼 필요가 있을 때, 왠지 이곳 교토가 무척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 page 9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울 때, 복잡한 머리 속을 비우고 싶을 때 저 역시 이 책을 꺼내들며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