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모네 - 그래픽으로 읽는 클로드 모네 인포그래픽 시리즈
리처드 와일즈 지음, 신영경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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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에 전시한 <모네, 빛을 그리다>에 다녀왔었습니다.

사실 '모네'에 대해 알고 있던 작품이  <수련>이었습니다.

빛에 따라 수련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했던 그.

수없이 수련을 그리고 그렸다는 점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빛에 대한 열정, 모네의 여인 '까미유'에 대한 사랑, 시력을 잃으면서까지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음에 감탄 또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책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포그래픽 모네』

그에 대해 보다 쉽고 한 눈에 보다 많은 정보를 알려줄 이 책.

책의 두께는 얇지만 그 정보는 두꺼웠던 이 책.

'모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난 인상주의자가 되고자 한 적 없다. 기억하는 한 나는 늘 항상 인상주의자였다." - 클로드 모네

그가 인상주의자였던 이유는 아마도 프랑스 화가 '외젠 부댕'과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하루는 부댕이 내게 말했지.

'바다와 빛과 파란 하늘을 감상하여

잘 그리는 법을 배우게.'

난 그의 충고를 받아들였어."

이로써 그는 목탄 스케치를 그만두고 유화와 이후 모네의 작품의 특징이 될, 야외에서 그리는 '앙플레네르'기법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에게 다가온 시련.

점점 나빠지는 시력으로 두 눈 모두 백내장 진단을 받게 됩니다.

빛과 색과 사물의 세세한 모습을 인지하는 극도로 예민한 감각을 타고났지만 후반엔 그의 작품은 점점 추상적으로 변해갑니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교정용 안경을 쓴 후 자신의 원래 화풍으로 돌아가면서 시력이 나빴던 시기에 그린 그림들을 파기하였다고 합니다.

만약 그 작품들이 남아있다면 그에 대한 훗날의 평가는 어떠했을까......


아무래도 그에 대해 인상적인 점은 '수련'을 향한 집착과도 같은 애정일 것입니다.

거의 30년 동안 250점이 넘는 수련 연작을 그렸다는 그.

연못 위에 띄운 그의 삶이 수련과도 같아 보였습니다.

"...끝없는

전체에 대한

환상,

수평선이나

둑도 없는 물"


한 화가의 일대기를 도표로, 색깔과 그래픽으로 바라보게 되니 흥미로웠고 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정리, 기억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의 인간적인 면모 보다는 그의 객관적 사실에만 치중되어 있기에 '인간다움'의 냄새는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또다시 그의 작품이 아련하게 떠올랐습니다.

<양산을 쓴 여인>과 <검은 수련>.

그의 살아온 모습과 오버랩이 되면서 조금은 씁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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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세계사 - 매일 한 단어로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김동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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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이 단어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은 어떨까......'

사실 '언어'라하면 언제 어느 순간 뜬금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그 어원을 쫓다보면 어느새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렇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책!



『하루 3분 세계사』

너무나도 친숙한 시간, 3분.

그 시간만 투자하더라도 대화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이 책.

특히나 내가 찾던, 단어의 역사적 지식을 얻고 싶었기에 이 책은 인연처럼 다가왔습니다.


3분 동안 떠나게 되는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렇게 100일동안의 긴 여정이 담겨 있었지만 저에겐 단 하룻 밤만에 떠나게된 여행이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하게 다가왔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3분, 3분 곱씹으며 달려나갔습니다.


책 속엔 다양한 단어들이 소개되었고 진짜 이런 뜻이?라며 지금과는 조금 달랐던 의미를 지닌 단어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언어'를 공부할 때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야하는 이유임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단어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돼지'를 가리키는 'pig'와 'pork'.

'소'를 가리키는 단어 역시도 'cow'와 'beef', '양'을 가리키는 단어도 'sheep'와 'mutton' 또는 'lamb'.

이는 기르는 가축과 그 가축의 고기를 구분하는 단어들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구분을 하였을까?

저는 그저 당연하게 그러려니 했었는데 이런 구분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생활상을 고려할 때 가축을 기르는 사람은 피정복자인 앵글로색슨족이었지만, 그 가축의 고기를 소비하는 사람은 프랑스 귀족 계층이었다. 자연스럽게 사회적 위상이 높았던 프랑스어가 고기 이름으로 남아, 지금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 page 59

알고보니 이런 일화가 숨겨있었다니 조금 놀라웠습니다.

또한 영어에 들어간 프랑스어는 고기뿐만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단어에도 볼 수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었습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양파'.

그저 식재료 중 하나로만 여겼던 '양파'가 알고보니 '통일'과의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마늘은 6조각으로 쪼개지지만 양파는 하나로 되어 있다. 마치 진주와도 같은 하나의 결정체처럼 보였는지, 여기에서 통일이라는 의미가 붙었다. 마늘과는 다르게 양파를 하나의 단일체로 본 것이다. 더 내려오면 조합이라는 뜻의 union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 확실해진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단일성을 의미하던 union이 평범한 야채를 뜻하는 양파로 변신하면서 그 형태도 onion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제 onion에는 단일성 혹은 통일이라는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 page 77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부활시킨 'union'.

왠지 양파를 먹을 때마다 '단일성', '통일'이 연상되면서 흔한 야채가 아닌 특별한 야채가 될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행복한 타히티 원주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이란 제목을 보곤 의아하였습니다.

행복한데 왜 자살률이 높은거지?

너무 행복에 겨워서 그런건가?

온갖 추측을 하면서 글을 읽었는데 조금 놀라운 사실이 있었습니다.

타히티 원주민의 언어에는 '슬픔'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것이다. 그 학자는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슬픔'이라는 단어의 부재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격언 중에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2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슬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슬픔의 근원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위로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슬픔의 강도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타히티에는 슬픔을 치유할 '슬픔'이라는 말이 없었던 것이다. 언어가 이렇게 중요하다. - page 108 ~ 109

이름의 부재로 인한 죽음.

이름은 분신이자 본질이다. - page 108

앞으론 '언어'의 중요성을, '이름'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사려깊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국가의 이름을 보면 그 의미를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민족의 나라, '일본'은 해가 뜨는 나라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나라의 뜻은 의외였습니다.

프랑스의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가 1534년에 캐나다를 발견했는데, 현지 원주민들의 언어로 캐나다는 마을을 뜻했다. 하지만 카르티에는 캐나다가 이 지방의 이름인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한다. - page 254

그렇다는건 '캐나다'는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나라인 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나라도 탐험가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하였고 라틴어에서 유래되는 등 꼭 국가의 이름만으로 그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음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단어의 어원을 따라가다보니 조금은 새롭고 의외적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읽는내내 흥미로웠고 그 단어들이 각인되곤 하였습니다.

책 속의 저자가 <서문>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언어는 인간이 만든 다른 문화적 산물들과 마찬가지로, 세월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떤 단어가 처음 생겨났을 때 가지고 있던 의미나 발음, 쓰임과 형태가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한 단어가 왜 그런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단어의 뿌리로 돌아가 원래의 맥락과 형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 page 5


언어를 배우는 것은 곧 그 나라와 교류하는 것이며, 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이다. - page 7

언어를 배운다는 것.

그 나라에 다가간다는 것이며 이전에 우리의 언어에 대한 어원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한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고유의 문자들.

자랑스런 세종대왕의 후손으로 진정한 대한민국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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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가뿐해지는 마음 정리법 - 피로감이 쌓이는 하루, 마음의 여유가 사라질 때
라일 폭스 지음, 양은심 옮김 / 라온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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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로곰과 친구를 맺고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지금.

쌓이고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주말엔 휴식을 취하곤 하지만 그마저도 쌓인 피로들이 많은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상이 가뿐해지는 마음 정리법』

 솔직히 집안 정리만으로도, 옷장 정리만으로도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는데 과연 방 정리처럼 내 마음의 정리는 수월할지, 복잡한 내 마음을 바라보는 방법부터 차근히 배우고 싶었습니다.


책의 표지를 보면 이런 문구가 책을 읽기 전 독자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내밉니다.

양치하는 3분, 머리 말리는 5분,

거울 속 자신과 대화하는 것만으로

불안감, 스트레스, 그날 쌓인 감정이 해결된다!

책을 읽고보니 3분,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10여분간 거울과 자신을 마주본 후 자신과의 대화와 명상을 가지면 비로소 내 마음이 정리된다고하니 잠시잠깐 나를 위한 시간으로 그정도 투자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들어가는 글> 을 보면 현대인들의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 이렇다 할 큰 고민은 없는데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나 앞일에 대한 불안감에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 나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져 침울해질 때가 있다.

* 내 삶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 page 10

어느 것 하나 내가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봅니다. 양치질을 하면서, 머리를 빗으며서, 수염을 깍으면서, 화장을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단 몇 분이라도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말을 걸고, 같이 춤을 추고,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해방시키고 안정감을 얻는다니, 거울이 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체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많지 않을 것입니다. - page 12 ~ 13

그러고보니 저 역시도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보았었습니다.

세수를 한 뒤, 외출하기 전, 샤워한 뒤......

몇 번이고 바라본 거울 속 내 모습은 외적인 면에만 치중했을 뿐 내적인 면엔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거울'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통로가 된다는 점.

그래서 '거울 카운슬링'이 외부 세계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방법임을 저자를 통해 배웠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

그 중 하나는 '고독감'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SNS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거울 카운슬링을 통해 그 방법을 익히게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공감은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고 최족적으로는 타인과의 관계를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또한 거울 카운슬링을 통해 자신의 실패를 용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이로써 타인도 용서하는 행위로 커다란 안정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거울 카운슬링>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웜업

거울 앞에 서서 몇 초 동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 몸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2. 수다떨기

바른 자세를 유지한 채 긴장을 풀고, 평온한 마음속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작은 목소리로 가만히 이야기해봅니다.

3. 명상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이렇게 5일동안 감사, 알아차림, 기쁨, 용서, 공감의 마음 정리를 하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보다는 일상의 '행복'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분주하게 살아가기 바쁜 요즘.

스트레스와 정돈되지 않은 마음 상태로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니 어느새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거울 카운슬링'을 통해 십여 분만 이라도 자신에게 투자를 한다면 가려졌던 '나'의 존재가 보일 것입니다.

책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생에는 지금밖에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미래를 컨트롤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현재만이 진정한 현실입니다. 일상적인 체험에 있어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창출되는 것뿐입니다. - page 51

이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하는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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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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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침 햇살과 시작된 하루의 일과.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어느 새 달님과의 인사시간.

낮동안 일어난 일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면 조금씩 무장해제되어 한아름 안고왔던 근심, 걱정거리들이 얼굴을 내밀며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밤이 되면 왠지모를 허무함이 밀려오곤 하였습니다.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책 제목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이 불안......

이불 안......

저자와 이불 안에서 이 불안을 같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의 자초지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변치 말아야 할 것은 그대로 남겨두려 노력합니다.

이 말이 이 책에서 저자가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다가왔습니다.

변치 말아야 할 것......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겁이 많은 저로써는 아직은 이불 안에 꼭꼭 숨고 있었습니다.


'연애'와 '사랑'.

그 시작은 무엇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하는 동안은 사랑으로 인해 마치 내 삶이 풍족해진다고 느끼곤 합니다.

이것이 착각인 줄 모르고......

특히나 '사랑해'라는 말 한 마디......

배우 임수정과 소지섭이 나온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이 소지섭을 향해 몇 번이고 외쳤던 대사가 떠올랐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해요."

한 사람과의 영원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날을, 나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싶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나의 노력이,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노력이 가상하여 언젠가 한 번은 영원한 사랑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어쩌면 오기 다분한 마음이 스친다. - page 41

아름답지만 잔혹한 한 마디인 것 같았습니다.

사랑해......


제가 공감이 되었던 글이 있었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조금만 더 열과 성을 다해서 고집을 부려가며 연애에, 사랑에 집착하고 싶었는데.

"여진아, 마음 가는 대로 하기에는 우리 그리 젊지 않아.

네 실속도 이제 챙겨야지."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가 한 말이 어밄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때로는 마음의 반대로 움직일 줄 알아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행운이나 행복이라는 게 찾아온다는 걸 경험으로 얻은 그녀의 결론이다. 그렇지만 내려놓겠다는 것도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도 나는 좀처럼 되지 않는다. - page 60 ~ 61

유독 '서른'이 되는 것이 두렵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서른이 되기 전에 불같은 사람을 하고 싶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저에게도 이런 충고를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제 여자 나이 서른이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져야해. 이십 대처럼 그저 '사랑'에 연연해선 안돼!"

그땐 그 친구의 조언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당연했었다는 걸 서른이 지난 후에 깨달으면서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랑과 같은 붉은 열정을 내려놓아야함에......


그녀가 전한 사랑에 대한 끄적임......

자신의 마음을 적었지만 그 마음엔 지난 날의 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한동안 제 마음을 울리고 또 울리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한 가정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있지만 가끔 떠오르는 '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

'사랑'의 의미가 '인생'의 의미로 변해가는 요즘.

그녀의 이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가시가 돋아 있는 사람을 멀리하려는 건 아마 그 가시에 찔리면 아플까봐서겠지. 그런데 그거 아니? 자신에게 박혀 있는 가시를 스스로 빼내야 할 때도 많이 아프고, 겁나고, 잘못하면 피도 난다는 걸. - page 200

'장미'처럼 돋아난 '가시'.

하지만 '가시'를 빼야 다른 이들이 다가온다는 것.

나에게 존재하는 '가시'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미드나잇부터 시작하여 새벽까지 그녀의 이불 속에서 담겨 있던 이야기들.

그녀의 불안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불안'들과 같았습니다.

사랑의 상처, 삶의 상처......

이것들을 외면하기 보다는 제대로 바라보았기에 그녀는 다가온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저 역시도 그녀 덕분에 떠오르는 햇살에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불 속 이 불안들.

이 불안들을 제대로 바라보며 내 마음을 잘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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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이경자 지음 / 사람이야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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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을 만난 적은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였습니다.

한때 모프로그램에서 '책' 읽기 캠페인처럼 바람이 불 때 그 바람을 타고 저 역시도 읽으면서 그가 찾아간 우리의 시인 22명의 고향과 유적을 따라 시의 발자취를 따라갔었습니다.

그때 조금은 인상적으로 남았었습니다.

사실 '시'라는 장르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아서인지 시인의 함축적 의미만을 파고들기 급급하였는데 책을 따라 읽다보니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이번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기에 그는 어떤 발자취를 시 속에 남겼는지 궁금하였습니다.

그의 삶과 문학 이야기.

왠지 '시인'이기에 남다를 것 같았습니다.


그의 어릴 적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너져서 '신응식'에게 집안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유년기를 보내게 됩니다.

"네 애비를 닮지 마라." - page 14

훗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를 닮지 않은 네가 장하다!"

그러나 모질고 쓰라린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아들은 깨달았다. 자신은 아버지를 빼닮았으되 실상, 아버지보다 못하다는 걸. - page 23 ~ 24


그의 '시'속엔 유독 '길'의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놈 자식! 그래 겨우 소장수야!"

삼촌은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소 떼가 가는 곳, 서울에 대한 상상과 소장수의 낭만은 어린 소년에게 지워지지 않는 그림이 되었다. 목계나무와 더불어 그에게 '떠나는 일'은 마침내 시가 되고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떠나는 설렘과 돌아오는 안도.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신경림은 자신의 시가 바로 '떠나고 싶고, 돌아가고 싶은 이런 충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길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날까.

응식은 꾸불꾸불 이어진 길, 그리고 그 길이 언덕을 오르다가 팥알만큼 잘아져서 아주 사라지는 것들을 오래도록 넋 놓고 바라보곤 하였다. - page 34 ~ 35

그래서 그의 시를 읽다보면 떠남, 그리움, 외로움, 돌아갈 곳, 그리고 인생이 담겨있었습니다.

곱씹고 곱씹을수록 아련한 기억과 쓰디쓴 추억처럼......


특히나 그의 문학도 시절엔 많은 방황이 있었습니다.

멀리 있는 그리움, 멀리 있는 인생, 그리고 모든 것들의 불안과 슬픔을 갈피갈피 젖히고 갈기갈기 찢으며 그는 삶을 숨 쉬었다. 인생은 저기 있고 자신은 늘 여기 혼자 있었다. 혼자인 그에게 시가 왔다. 시를 쓰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스탕달과 발자크의 소설들을 마구 읽었다. - page 62

끝없는 방황 속 하루하루 그의 몸과 마음은 지쳐가 자신의 문학보다는 '술'에 더 의지를 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마음을 다잡아 살아가던 어느 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아내는 남편의 첫 시집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나게 되고 육친 둘과도 이별을 하게 됩니다.

늦은 밤길, 술 취해 통금에 걸려 돌아오지 못하거나 혹은 휘청거리며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는 사람은 언제나 어머니. 일곱 살, 네 살, 두 살의 손주들을 받아 기르며 마흔 넘은 아들의 짐을 덜고 슬픔을 덮어주려 했을 그 어머니.

...

밥은 마주 보고 먹어야 맛이 나는 법. 어머니도 오밤중, 신새벽이 되도록 저녁을 먹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몸이 한밑천인 거. 하늘이 땅이 된다 해도 변하지 않을 거. 어머니는 입 밖으로 말을 내지 않았지만 아들인들 그 소리 없는 말을 못 들었으랴. - page 102

묵묵히 아들을 챙겨주신 어머니.

유일하게 오랫동안 곁에 있어준 어머니는 그냥 모습만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그 곁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시는 살아 있는 개인의 삶으로부터, 그 삶의 토대인 가정과 사회와 역사 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 page 91

그래서 그의 시는 잔잔한 호숫가에 던진 돌맹이 같았습니다.

특히나 못다핀 꽃들에게 전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는 읽는 이에게도 그들의 영혼과의 소통 길을 마련해 주었었고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별이 보인다」는 우리의 목소리로 이 나라를 '희망'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해 주었습니다.


그의 삶과 문학.

뗄레야 뗄 수 없었습니다.

그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난 이 나이에도 나만 옳다는 생각은 안 해. 늙어가면서 오히려 내 주장이 줄어들더라고. 내 말을 사람들에게 들려 주고 나는 또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것이 결구구 인생이지. 시도 마찬가지야. 쓰면 쓸수록 시도 결국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어......"

...

"사람에게는 자기 나름의 삶의 기준이 있고 그 나름 가치가 있는 건데 세계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초라하게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어. 잘 먹고 잘 살면서도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세상이 됐어. 문제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삶에 줏대 없이 매혹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른으로, 이 시대에 들려주는 말이다. - page 163 ~ 164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드럽지만 강한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런 그가 우리가 흔들리지 않게 '시'로 우리와 잦은 소통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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