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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
조기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8월
평점 :
전업주부로, 육아맘으로 지내면서 나만의 시간을 중시 여기곤 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밤 열두 시.
그 시간이면 아이도 어느 새 꿈나라를 향해 있고 남편 역시도 지친 하루의 피로를 꿈나라에 날려보내곤 합니다.
그리고나면 저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식탁의 조명을 켜고 가만히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하곤 합니다.

여기,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왠지모를 끌림이 있었습니다.
'밤 열두 시'에 끌렸던 것인지, 아니면 그 시간 홀로 있는 내 모습처럼 '나의 도시'에 끌렸던 것인지......
그 시간, 밤 열두 시에 나와 다른 이는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하게되는 <프롤로그>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 모두에게는 외로움이 껌딱지처럼 존재한다. 절대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이것이 짙은 외로움인지, 옅은 외로움인지의 차이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외로움이라고 해서 뭐 별 것 있겠는가. 거기에 압도당하지 않고 나에게 잘 맞춰서 입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 page 11 ~ 12
'외로움'......
꼭 '혼자'라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남편이 있어도, 아이가 있어도 문뜩문뜩 찾아오는 외로움.
저자의 말처럼 그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픈 이야기.
'혼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라고 《혼자 사는 즐거움》을 쓴 사라밴 브레스낙은 이야기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이야기이지만 모두를 위한 이야기인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 당신의 손에 쥐어주고 싶다.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설렘을 가득 품기를 바라면서.... - page 12 ~ 13
결국 저 역시도 '혼자 사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밤 열두 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전해 줄 마법의 세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첫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베풀고, 기도하고, 사랑하다>에는 인상적인 일화가 있었습니다.
지하철 안, 한 노부부의 이야기.
"여보, 천 원짜리 좀 있소?"
"왜, 천 원짜리는?"
"저 분, 사는 거 고단한가본데 조금만 도와줍시다."
"그럴까. 얼마나 주면 될까?"
"이천 원만 이리 줘보세요."
"이천 원이 있으려나. 우리 뭐 사먹기로 했잖소. 그런데 왜 이천 원이래?"
"어휴, 영감도 참. 영감 천 원, 나 천 원 해야죠. 우리 둘이서 도와야지요."
"그런가. 근데 우리 저녁으로 칼국수는 먹을 수 있을라나?"
"못 먹으면 뭐, 저 분이랑 충분히 나눠 먹었으니 배가 부르지 않나요. 부족하면 집에 가서 먹읍시다. 제가 고구마라도 쪄드리리다." - page 52 ~ 53
어릴 적에 지하철을 타면 구걸하는 행인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보기 드물지만 가끔 보게 되어도 선뜻 나서서 도와드리지 못하곤 하였습니다.
이 일화를 들으니 순간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어릴 적엔 고사리같은 손으로 동전이라도 드리곤 하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에는 그 작은 베품조차 실천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어진 저자의 이야기.
우리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나눔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몇 시간 단위로 나누어서 적어볼 수도 있다.
9:00 am 우리 건물 경비 아저씨는 나에게 늘 먼저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준다. 기분이 좋아져서 출근하면 나도 사무실 사람들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한다. '아, 기분 좋아. 엔도르핀이 마구 상승 중.' - page 56
순간 저 역시도 수많은 사람들의 베품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밥을 먹을 때, 내가 생활하는 곳곳에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베품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다는 점을 왜 그토록 몰랐을까......
'넬슨 만델라'가 말한 이 문장.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삶을 살았다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느냐가 중요합니다" - page 59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부터라도 작은 나눔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고자 합니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이란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이 짠하곤 하였습니다.
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씁쓸함과 동시에 섬뜩함마저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남이 잘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세상이 된 것인가. 그만큼 이것이 현실이란 말인가. 내가 행복해질 수 없다면 남도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심리가 가슴 속에 응어리지듯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극단적인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은 일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 page 121
다시 한 번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현실을 가늠해주는 패러디가 없는 세상이 오진 못해도 그나마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만 바라보거나, 앞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옆도 바라보고 뒤도 바라보고 대각선도 바라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 - page 122
저 역시도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밤하늘 별처럼, 반딧불이의 반짝임처럼 희망의 빛이 있는 세상에, 기쁨이 있는 세상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지난 날 밤 열두 시를 기점으로 새로운 날이 밝아왔었습니다.
'혼자'의 이야기에서 점점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고 '외로움'이 '기대, 희망, 바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서는 '외로움'으로 사뭇쳤던 나에게 보다 성숙한 나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밤 열두 시.
그의 도시 속엔 새롭게 바뀔 내일이 있기에 떠오르는 햇살이 반갑기만 하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반갑게 맞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