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시로야마 사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부부의 인연은 칠천겁의 인연이 쌓여서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귀하고도 귀한 인연이 결혼을 하고나면 왜 그리도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책 제목처럼 이 책.

무심코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이 역시도 저와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가슴 찡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로야마 사부로'와 그의 아내 '요코'의 첫 만남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의 우연한 만남.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의 강요로 인한 헤어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와 인연이었던가 봅니다.

'요정은 역시 요정일 뿐, 손에 쥘 수 없는 법. 단념할 수밖에 없지.'


이렇게 스스로를 타일렀다.

우스꽝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딱 한 번밖에 만나지 않은 그녀를 장차 내 반려자로 삼고 싶었다. - page 30


1년 뒤, 두 사람은 또다시 우연만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부부의 연.

나와 요코도 정말 머리가 이상해졌는지 결혼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내가 스물여섯 살, 요코가 스물두 살의 일이었다. - page 50


그들 사이의 이야기.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달콤한 신혼 뒤엔 가혹한 현실이 다가왔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따라오기 마련이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천천히 술을 음미하며 요코와 나란히 앉아 창바껭 펼쳐진 벚꽃의 정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마음이 맑아졌다. 지금까지의 불안한 감정이 사라지면서 차분하고 온화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돌아 부부가 단둘이 있게 됐다는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어떻게 생각하면 무척 독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 단둘이 있는 것에도 익숙해질 때쯤 결국 영원한 이별도 찾아오리라. - page 134


요코에서 생긴 간암.

그 후 그녀의 공백에 7년동안 이별 편지를 써 내려간 남편, 시로야마 사부로.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그녀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코가 없어진 상태에 나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다. 문득 요코에게 말을 걸려고 하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 하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요코에게 말을 걸려고 한다. - page 166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이 이야기.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과연 나는 내 옆을 지켜주는 이에게 잘 대해주고 있는지......

항상 옆에 있을꺼란 생각에 소홀하진 않았는지......

이 글의 끝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여보"하고 부르려다가 그만뒀다

오십 억 명 중에서 단 한 사람, "여보"라고 부를 수 있는

당신

이토록 성실한 숨소리, 끊임없이 내어주지 않으면

안 돼 - page 171

무심코 불렀던 '여보'란 단어가 갑자기 목이 메어지게 하였습니다.

여보......

이젠 보다 마음을 담아 불러야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표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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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미쓰다 신조'.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하지만 막상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왠지 저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떤 작품을 우선 만나볼까......하던 찰나 이번에 나온 신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란 우비를 쓰고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한......

『괴담의 테이프』

책 표지도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는데 역시나 문구도 오싹하게 다가왔습니다.

불가사의한 긴박감과

서늘함 가득한 현대판 괴담들

더운 여름날보다 오히려 요즘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 때 이 책을 읽으면 그 서늘함과 긴장감이 최고조가 될 것 같았습니다.

무섭지만......

떨리는 손으로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이 전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여섯 편의 단편 괴담들을 한 권 『괴담의 테이프』로 정리하기 위해 작가 미쓰다 신조와 편집자 사이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살하기 직전에 가족이나 친구나 세상을 향해 녹음한 테이프 녹취록을 바탕으로 한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이 우선적으로 나왔습니다.

"그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른 동기를 구구절절 호소하고 있다거나, 자살 현장의 상황을 아주 냉정하게 묘사한다거나 하는 식의, 그런 섬뜩한 내용을 아주 생생하게 원고로 적어서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지가 이 기획의 핵심 아니겠나?" - page 31 ~ 32

이 테이프 녹취록과 그 사람에 대해 괴담을 정리하다가 기이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유리창 너머로 비쳐 드는 강한 석양 때문에 실내는 후끈후끈한데, 어째서인지 오싹하군.

이렇게 불편하면서도 불길한 곳에 어째가 내가 찾아왔는가. 그 이유를 자네가 알면 필시-.


여기서 나는 서둘러 테이프를 멈췄다. '자네'는 나를 가리키는 것이 틀림없다고 알아차렸기 때문이지만,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니다.

테이프의 처음부터 묘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야기하는 그의 등 듸에서 술렁술렁하고 뭔가가 속삭이는 듯한 기척이 있었다. 그 정체가 빗소리가 아닐까 하고 깨달은 것과, 기류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 거의 동시였다. - page 60


책은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을 시작으로 <빈 집을 지키던 밤>,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시체와 잠들지 마라>, <기우메 : 노란 우비의 여자>, <스쳐 지나가는 것>등 여섯 편의 괴담과 중간중간에 편집자의 경험담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표지에서 만났던 노란 우비의 여자 이야기가 담긴 <기우메 : 노란 우비의 여자>.

'기우'라는 거, 알아요?

일본어 발음으로 기우. 한자로는 귄신의 비란 뜻의 '鬼雨'라고 쓰는데, 무시무시한 양의 비가 내리는 걸 말해요. 이 경우에 '귀'는 상식의 정도를 벗어난 것을 가리키는 뜻이죠.

같은 '기우'란 발음 중에는 비를 바란다는 뜻의 '기우', 가뭄 끝에 내리는 반가운 비란 뜻의 '희우'도 있어요. - page 230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는데......

"새하얀 분을 바른 얼굴에, 눈 두 개만 동그랗게 벌어져 있었어. 그렇게까지 화장이 진하면 립스틱을 바른 입술 같은 것도 눈에 띌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만 돌출되어 있는 거야. 그 두 눈도 검은자위가 아주 커서, 거의 흰자위가 안 보이는...... 정말 섬뜩한 눈이었어. 빤히 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서, 오싹했어. 그 눈이 말이지, 계속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아. 강의에 집중하려고 해도 눈앞에 그 검은 눈이 떠오르고,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야."

"마치 요괴 같네." - page 235

도시전설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만난 이들은 하나 둘 실종되곤 하는데......

또다시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을 기우메.

그 여자는 익숙한 장소에, 요컨대 가드레일이 없는 곳 부근에 평소처럼 서 있었어요.

등 뒤에 있는 수로에서는 콰아콰아 하는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빗물이 흐르고 있어서 지면과 수면의 구별이 거의 되지 않는 상태였어요. 그런 위험천만한 수로 옆에, 평소처럼 노란색으로 뒤덮인 기우메가 서 있는 거예요. - page 245


사실 읽으면서 이게 사실인지 허구인지 저 역시도 헷갈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때문인지.

우리 주변에서도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와 비슷해서인지.

읽는 내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왠지 그들이 내 주변에 나와 같이 이 책을 읽고 있었는지 소름마저 돋곤 하였습니다.


저자는 과연 이 책을 계속 집필해야하는지에 대해, 호러라는 장르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을 하곤 하였습니다.

"괴이가 발생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태로는,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독자가 불만스럽게 느낀다든가......"

"이 책이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면 절대 불가였겠지요. 하지만 호러니까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 법일까요?" - page 303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전혀 짐작도 되지 않는 말을 듣고 있으려니, 조금씩 머릿속에 물이 채워지는 듯한 감각에 빠진다. 점차 숨이 가빠지는 감각도 느낀다. 그래도 듣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가 하는 한 마디 한 구절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전혀 인간의 언어가 되지 않았고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데,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정지 버튼을 누른 것은, 어떤 의심이 떠올랐던 탓이다. 그의 섬뜩한 수중언어를 듣고 있는 동안, 말도 안 되는 의심에 사로잡힌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과연 나 자신의 의사였을까?

어쩌면 기류 요시히코에 의해서 괴담의 테이프 녹취를 하게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래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분명 나의 망상일 것이다. - page 313


사실 도시전설, 괴담, 무서운 이야기 등이 존재하는 것이 기이하지만 '호러'이기에 가능한 이유이지 않을까.

이성과 감성의 혼돈 사이에 '호러'는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진위여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오싹한 바람만큼이나 오싹했던 이야기들.

소설 속 그들의 목소리나 모습이 저에겐 보이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을 남기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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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
조기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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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로, 육아맘으로 지내면서 나만의 시간을 중시 여기곤 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밤 열두 시.

그 시간이면 아이도 어느 새 꿈나라를 향해 있고 남편 역시도 지친 하루의 피로를 꿈나라에 날려보내곤 합니다.

그리고나면 저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식탁의 조명을 켜고 가만히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하곤 합니다.



여기,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왠지모를 끌림이 있었습니다.

'밤 열두 시'에 끌렸던 것인지, 아니면 그 시간 홀로 있는 내 모습처럼 '나의 도시'에 끌렸던 것인지......

그 시간, 밤 열두 시에 나와 다른 이는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하게되는 <프롤로그>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 모두에게는 외로움이 껌딱지처럼 존재한다. 절대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이것이 짙은 외로움인지, 옅은 외로움인지의 차이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외로움이라고 해서 뭐 별 것 있겠는가. 거기에 압도당하지 않고 나에게 잘 맞춰서 입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 page 11 ~ 12

'외로움'......

꼭 '혼자'라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남편이 있어도, 아이가 있어도 문뜩문뜩 찾아오는 외로움.

저자의 말처럼 그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픈 이야기.

'혼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라고 《혼자 사는 즐거움》을 쓴 사라밴 브레스낙은 이야기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이야기이지만 모두를 위한 이야기인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 당신의 손에 쥐어주고 싶다.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설렘을 가득 품기를 바라면서.... - page 12 ~ 13

결국 저 역시도 '혼자 사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밤 열두 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전해 줄 마법의 세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첫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베풀고, 기도하고, 사랑하다>에는 인상적인 일화가 있었습니다.

지하철 안, 한 노부부의 이야기.

"여보, 천 원짜리 좀 있소?"

"왜, 천 원짜리는?"

"저 분, 사는 거 고단한가본데 조금만 도와줍시다."

"그럴까. 얼마나 주면 될까?"

"이천 원만 이리 줘보세요."

"이천 원이 있으려나. 우리 뭐 사먹기로 했잖소. 그런데 왜 이천 원이래?"

"어휴, 영감도 참. 영감 천 원, 나 천 원 해야죠. 우리 둘이서 도와야지요."

"그런가. 근데 우리 저녁으로 칼국수는 먹을 수 있을라나?"

"못 먹으면 뭐, 저 분이랑 충분히 나눠 먹었으니 배가 부르지 않나요. 부족하면 집에 가서 먹읍시다. 제가 고구마라도 쪄드리리다." - page 52 ~ 53

어릴 적에 지하철을 타면 구걸하는 행인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보기 드물지만 가끔 보게 되어도 선뜻 나서서 도와드리지 못하곤 하였습니다.

이 일화를 들으니 순간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어릴 적엔 고사리같은 손으로 동전이라도 드리곤 하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에는 그 작은 베품조차 실천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어진 저자의 이야기.

우리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나눔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몇 시간 단위로 나누어서 적어볼 수도 있다.


9:00 am 우리 건물 경비 아저씨는 나에게 늘 먼저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준다. 기분이 좋아져서 출근하면 나도 사무실 사람들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한다. '아, 기분 좋아. 엔도르핀이 마구 상승 중.' - page 56

순간 저 역시도 수많은 사람들의 베품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밥을 먹을 때, 내가 생활하는 곳곳에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베품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다는 점을 왜 그토록 몰랐을까......

'넬슨 만델라'가 말한 이 문장.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삶을 살았다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느냐가 중요합니다" - page 59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부터라도 작은 나눔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고자 합니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이란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이 짠하곤 하였습니다.

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씁쓸함과 동시에 섬뜩함마저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남이 잘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세상이 된 것인가. 그만큼 이것이 현실이란 말인가. 내가 행복해질 수 없다면 남도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심리가 가슴 속에 응어리지듯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극단적인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은 일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 page 121


다시 한 번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현실을 가늠해주는 패러디가 없는 세상이 오진 못해도 그나마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만 바라보거나, 앞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옆도 바라보고 뒤도 바라보고 대각선도 바라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 - page 122

저 역시도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밤하늘 별처럼, 반딧불이의 반짝임처럼 희망의 빛이 있는 세상에, 기쁨이 있는 세상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지난 날 밤 열두 시를 기점으로 새로운 날이 밝아왔었습니다.

'혼자'의 이야기에서 점점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고 '외로움'이 '기대, 희망, 바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서는 '외로움'으로 사뭇쳤던 나에게 보다 성숙한 나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밤 열두 시.

그의 도시 속엔 새롭게 바뀔 내일이 있기에 떠오르는 햇살이 반갑기만 하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반갑게 맞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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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사냥 - 합본 개정판
다니엘 최 지음 / 행복우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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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 광복 72주년.

올해는 유독 인상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 전 날인 8.14일 '위안부 기림일'.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부터 무구한 소녀들에게 뼈아픈 성노예 행위까지.

잊어서는 안 될, 또 잊혀져서는 더욱 안 될 역사적 진실에 오늘도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게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더 특별했던 것은 광복 72주년 특별전으로 명성황후 추정 초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비라 하기엔 옷과 용모가 너무 초라하다는 점과 아직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임을 증명할 자료가 없기에 여전히 진위여부에 놓여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우리의 '역사'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우사냥』

책 제목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명성황후의 시해 암호명인 '여우사냥'.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우리의 뼈아픈 과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국모'다웠던 우리의 '명성황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책의 두께는 실로 어마어마하였습니다.

2권의 합본이었던 터라 선뜻 앞장을 넘기기가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는 동시에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하였습니다.


소설 속 '명성황후'는 '민자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대원군으로부터 왕비로 간택을 받으며 '민자영'이 아닌 '명성황후'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지아비인 '고종'은 혼례를 치르기 전부터 이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작은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기댈 곳 없었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총명함 때문인지, 참고 기다린 인내의 결과인지 고종의 사랑을 얻어 아들을 낳지만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국정에서부터 왕가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자신이 관리하고자 했던 대원군.

점점 시아버지의 의중을 알아채고 고종과 명성황후는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면서 쇄국을 풀고 서양과 수교를 맺어나갔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조선 침략을 꿈꾸게 되고 결국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과 함께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오늘날 일본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후일 일본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이 날의 거사는 일부 낭인들과 부랑자들이 벌인 우발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여기에 모인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말이 얼마나 조작된 허구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 졸업자, 펜실배니아 대학 졸업자, 일본 동경대학 졸업자, 소설가, 신문사 특파원 등, 모두가 하나같이 쟁쟁한 인사들이 즐비했다. 그들 중에 단 한 사람도 건달패나 부랑자들은 없었다. - page 537

그저 자신의 눈만 가리면 진실이 가려지는 것일까.

왜 아직도 자신들의 만행을 또다른 거짓으로 가리기에만 급급한지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였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국모인 동시에 어머니로써의 모습이 그려진 대목에선 말없이 눈물이 나곤 하였습니다.

나는 죽어서도 곧 돌아올 것입니다. 봄에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될 것 입니다. 궁궐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저하의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여름에는 제비가 되어 저하께 기쁜 소식을 물어다 줄 것입니다. 가을에는 한 마리의 까치가 되어 대궐의 용마루를 날아다니며 저하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긴긴 겨울밤, 외로울 때면 밤하늘을 보세요. 밝게 빛나는 별, 그것이 바로 이 어미입니다.

저하 머리 위에서 맴돌며 파닥거리는 나비, 지칠 줄 모르고 노래하는 새가 바로 세자의 어미이자 왕후인 나입니다.

저하, 이제 다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의 사악한 눈길이 나를 노리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혹 운이 좋다면, 하루 이틀을 더 저하와 함께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죽음을 피하지는 않겠습니다. 조선 국모의 이름을 욕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하, 내가 없더라고 슬퍼하지 마세요. 일국의 군주란 만백성의 아버지입니다. 결코 눈물을 보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국왕 전하를 잘 보필해 드리세요. - page 558 ~ 559


그리고 이어진 고종황제 폐하의 원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명성황후의 시해범들을 찾아 다니며 벌어지는 복수극이 그려졌습니다.

그들이 부른 피의 저주.

결국 다시 그들에게 피로 돌아갔습니다.

여우의 저주 - 오사카에서 폭탄사고 발생

13년 전 조선에서 우리 우국지사들에 의하여 죽은 여우의 저주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본보는 몇 년 전에 호리구치 외무부 국장이 살해되고 이노우에 백작이 부상당한 사건을 일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적이 있었다(1901년 6월 8일자 본보 참조).

그로부터 5년 후, 경찰과 헌병대에서 조선까지 수사관들을 보내어 그 범인들을 일망타진하였다는 소식에 대일본 황국의 신민들은 만세를 불렀다. 우리도 그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것으로 모든 일이 끝난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당시 그 작전에 참가했던 현 대본영 군수 참모가 살해되고, 그 당시의 수사관들이 한 달 간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어제 밤에는 13년 전 조선의 '여우사냥' 작전에 참여했던 일본의 우국지사들 여섯 명이 폭발물에 희생되는 사건이 오사카에서 터진 것이다. 그들 중 세 명은 생명이 위태롭다고 한다.

아, 진정 조선 여우의 저주는 다시 시작된 것인가. - page 780


마지막 페이지엔 우리의 만세운동이 펼쳐지며 소설은 끝을 맺었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 page 804


너무나 아팠던 과거.

이 과거를 마주하기가 사실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과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

우리의 촛불이 그러했듯 우리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분명 전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을 덮고나서 가만히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명성황후가 아닌 민자영의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왠지 그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조선'의 민족이었음이 자랑스러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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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기 위한 자존감 훈련
안드레아스 크누프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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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점을 가면 '자존감'과 관련된 책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일까.

남들과 비교하고 그들에게 뒤쳐지기 싫어서 발버둥치다 결국 자신을 잃어버려서일까.

저 역시도 '자존감'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곤 합니다.

이유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기에는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고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제목과 책 표지의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는 한 여인.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순간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할 때.

쭈그려앉아 창 밖을 바라보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처럼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사랑하나요?"

이 질문에 망설임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저 역시도 제 모습이 뚱뚱하고, 예쁘지 않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내 모습을 사랑하지도, 만족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자신의 인생을 더 엉망으로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가혹한 채찍질이나, 남과 비교하는 행위는 명백히 자신을 망치는 '자기비난'이라는 형태의 테러 행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인 자기비난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몸에 배어 더 이상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 page 10 ~ 11

자기비난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나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자기계발서의 조언들이 모두 필요 없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이렇게 제한된 조언만을 한다. 마치 어떤 행동을 해야만 자신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런 사람이 건네는 충고는 절대 믿지 말자. 그의 말에 현혹되어 자신의 진짜 모습과 욕구를 계속 인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더욱 최악인 점은, 그 충고를 이행하는 데 실패한다면 아마 그에 대한 책임으로 스스로를 비난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page 74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일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서서히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에겐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나 자신에게 건네는 친절의 효과

*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인정한다

→ "지금 괴로운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님을 깨닫는다

→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야. 나만 힘든 게 아니야"

* 자신을 진정시킨다

→ "심각할 것 없어. 다 해결할 수 있어. 안심해도 돼"

* 자기비난에 대처한다

→ "이런 일 때문에 나를 비난할 이유는 없어. 나에게만 엄격하게 굴지 말자"

* 다정한 기본자세를 취한다

→ "지금의 너는 문제가 없어. 이대로도 충분해"

* 완벽주의자 성향에 휘둘리지 않는다

→ "너는 최선을 다했어. 모든 일에서 100점을 맞을 필요는 없어"

*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 "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그들처럼 할 필요도 없어. 그들이 너보다 나은 것도 아니니까" - page 149 ~ 150

다른 이에게는 했던 말.

정작 자신에게는 하지 못했던 말.

하지만 나에게 건넨다면 상처 많은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말.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연습하고 연습을 해 보려고 합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

자기비난에 빠져있다는 것.

이는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이 말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아프게 한다"

스스로 상처를 주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보다 자신에게 '친절'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제한된 조언들로 자신을 바라보기보단 내면 깊숙히 들여다보고 대화할 수 있는 용기.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나를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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