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
조기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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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로, 육아맘으로 지내면서 나만의 시간을 중시 여기곤 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밤 열두 시.

그 시간이면 아이도 어느 새 꿈나라를 향해 있고 남편 역시도 지친 하루의 피로를 꿈나라에 날려보내곤 합니다.

그리고나면 저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식탁의 조명을 켜고 가만히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하곤 합니다.



여기,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왠지모를 끌림이 있었습니다.

'밤 열두 시'에 끌렸던 것인지, 아니면 그 시간 홀로 있는 내 모습처럼 '나의 도시'에 끌렸던 것인지......

그 시간, 밤 열두 시에 나와 다른 이는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하게되는 <프롤로그>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 모두에게는 외로움이 껌딱지처럼 존재한다. 절대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이것이 짙은 외로움인지, 옅은 외로움인지의 차이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외로움이라고 해서 뭐 별 것 있겠는가. 거기에 압도당하지 않고 나에게 잘 맞춰서 입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 page 11 ~ 12

'외로움'......

꼭 '혼자'라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남편이 있어도, 아이가 있어도 문뜩문뜩 찾아오는 외로움.

저자의 말처럼 그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픈 이야기.

'혼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라고 《혼자 사는 즐거움》을 쓴 사라밴 브레스낙은 이야기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이야기이지만 모두를 위한 이야기인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 당신의 손에 쥐어주고 싶다.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설렘을 가득 품기를 바라면서.... - page 12 ~ 13

결국 저 역시도 '혼자 사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밤 열두 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전해 줄 마법의 세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첫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베풀고, 기도하고, 사랑하다>에는 인상적인 일화가 있었습니다.

지하철 안, 한 노부부의 이야기.

"여보, 천 원짜리 좀 있소?"

"왜, 천 원짜리는?"

"저 분, 사는 거 고단한가본데 조금만 도와줍시다."

"그럴까. 얼마나 주면 될까?"

"이천 원만 이리 줘보세요."

"이천 원이 있으려나. 우리 뭐 사먹기로 했잖소. 그런데 왜 이천 원이래?"

"어휴, 영감도 참. 영감 천 원, 나 천 원 해야죠. 우리 둘이서 도와야지요."

"그런가. 근데 우리 저녁으로 칼국수는 먹을 수 있을라나?"

"못 먹으면 뭐, 저 분이랑 충분히 나눠 먹었으니 배가 부르지 않나요. 부족하면 집에 가서 먹읍시다. 제가 고구마라도 쪄드리리다." - page 52 ~ 53

어릴 적에 지하철을 타면 구걸하는 행인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보기 드물지만 가끔 보게 되어도 선뜻 나서서 도와드리지 못하곤 하였습니다.

이 일화를 들으니 순간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어릴 적엔 고사리같은 손으로 동전이라도 드리곤 하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에는 그 작은 베품조차 실천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어진 저자의 이야기.

우리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나눔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몇 시간 단위로 나누어서 적어볼 수도 있다.


9:00 am 우리 건물 경비 아저씨는 나에게 늘 먼저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준다. 기분이 좋아져서 출근하면 나도 사무실 사람들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한다. '아, 기분 좋아. 엔도르핀이 마구 상승 중.' - page 56

순간 저 역시도 수많은 사람들의 베품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밥을 먹을 때, 내가 생활하는 곳곳에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베품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다는 점을 왜 그토록 몰랐을까......

'넬슨 만델라'가 말한 이 문장.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삶을 살았다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느냐가 중요합니다" - page 59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부터라도 작은 나눔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고자 합니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이란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이 짠하곤 하였습니다.

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씁쓸함과 동시에 섬뜩함마저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남이 잘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세상이 된 것인가. 그만큼 이것이 현실이란 말인가. 내가 행복해질 수 없다면 남도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심리가 가슴 속에 응어리지듯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극단적인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은 일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 page 121


다시 한 번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현실을 가늠해주는 패러디가 없는 세상이 오진 못해도 그나마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만 바라보거나, 앞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옆도 바라보고 뒤도 바라보고 대각선도 바라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 - page 122

저 역시도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밤하늘 별처럼, 반딧불이의 반짝임처럼 희망의 빛이 있는 세상에, 기쁨이 있는 세상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지난 날 밤 열두 시를 기점으로 새로운 날이 밝아왔었습니다.

'혼자'의 이야기에서 점점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고 '외로움'이 '기대, 희망, 바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서는 '외로움'으로 사뭇쳤던 나에게 보다 성숙한 나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밤 열두 시.

그의 도시 속엔 새롭게 바뀔 내일이 있기에 떠오르는 햇살이 반갑기만 하였습니다.

덕분에 저도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반갑게 맞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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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사냥 - 합본 개정판
다니엘 최 지음 / 행복우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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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 광복 72주년.

올해는 유독 인상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 전 날인 8.14일 '위안부 기림일'.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부터 무구한 소녀들에게 뼈아픈 성노예 행위까지.

잊어서는 안 될, 또 잊혀져서는 더욱 안 될 역사적 진실에 오늘도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게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더 특별했던 것은 광복 72주년 특별전으로 명성황후 추정 초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비라 하기엔 옷과 용모가 너무 초라하다는 점과 아직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임을 증명할 자료가 없기에 여전히 진위여부에 놓여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우리의 '역사'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우사냥』

책 제목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명성황후의 시해 암호명인 '여우사냥'.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우리의 뼈아픈 과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국모'다웠던 우리의 '명성황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책의 두께는 실로 어마어마하였습니다.

2권의 합본이었던 터라 선뜻 앞장을 넘기기가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는 동시에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하였습니다.


소설 속 '명성황후'는 '민자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대원군으로부터 왕비로 간택을 받으며 '민자영'이 아닌 '명성황후'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지아비인 '고종'은 혼례를 치르기 전부터 이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작은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기댈 곳 없었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총명함 때문인지, 참고 기다린 인내의 결과인지 고종의 사랑을 얻어 아들을 낳지만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국정에서부터 왕가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자신이 관리하고자 했던 대원군.

점점 시아버지의 의중을 알아채고 고종과 명성황후는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면서 쇄국을 풀고 서양과 수교를 맺어나갔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조선 침략을 꿈꾸게 되고 결국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과 함께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오늘날 일본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후일 일본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이 날의 거사는 일부 낭인들과 부랑자들이 벌인 우발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라도 여기에 모인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말이 얼마나 조작된 허구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 졸업자, 펜실배니아 대학 졸업자, 일본 동경대학 졸업자, 소설가, 신문사 특파원 등, 모두가 하나같이 쟁쟁한 인사들이 즐비했다. 그들 중에 단 한 사람도 건달패나 부랑자들은 없었다. - page 537

그저 자신의 눈만 가리면 진실이 가려지는 것일까.

왜 아직도 자신들의 만행을 또다른 거짓으로 가리기에만 급급한지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였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국모인 동시에 어머니로써의 모습이 그려진 대목에선 말없이 눈물이 나곤 하였습니다.

나는 죽어서도 곧 돌아올 것입니다. 봄에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될 것 입니다. 궁궐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저하의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여름에는 제비가 되어 저하께 기쁜 소식을 물어다 줄 것입니다. 가을에는 한 마리의 까치가 되어 대궐의 용마루를 날아다니며 저하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긴긴 겨울밤, 외로울 때면 밤하늘을 보세요. 밝게 빛나는 별, 그것이 바로 이 어미입니다.

저하 머리 위에서 맴돌며 파닥거리는 나비, 지칠 줄 모르고 노래하는 새가 바로 세자의 어미이자 왕후인 나입니다.

저하, 이제 다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의 사악한 눈길이 나를 노리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혹 운이 좋다면, 하루 이틀을 더 저하와 함께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죽음을 피하지는 않겠습니다. 조선 국모의 이름을 욕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하, 내가 없더라고 슬퍼하지 마세요. 일국의 군주란 만백성의 아버지입니다. 결코 눈물을 보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국왕 전하를 잘 보필해 드리세요. - page 558 ~ 559


그리고 이어진 고종황제 폐하의 원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명성황후의 시해범들을 찾아 다니며 벌어지는 복수극이 그려졌습니다.

그들이 부른 피의 저주.

결국 다시 그들에게 피로 돌아갔습니다.

여우의 저주 - 오사카에서 폭탄사고 발생

13년 전 조선에서 우리 우국지사들에 의하여 죽은 여우의 저주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본보는 몇 년 전에 호리구치 외무부 국장이 살해되고 이노우에 백작이 부상당한 사건을 일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적이 있었다(1901년 6월 8일자 본보 참조).

그로부터 5년 후, 경찰과 헌병대에서 조선까지 수사관들을 보내어 그 범인들을 일망타진하였다는 소식에 대일본 황국의 신민들은 만세를 불렀다. 우리도 그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것으로 모든 일이 끝난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당시 그 작전에 참가했던 현 대본영 군수 참모가 살해되고, 그 당시의 수사관들이 한 달 간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어제 밤에는 13년 전 조선의 '여우사냥' 작전에 참여했던 일본의 우국지사들 여섯 명이 폭발물에 희생되는 사건이 오사카에서 터진 것이다. 그들 중 세 명은 생명이 위태롭다고 한다.

아, 진정 조선 여우의 저주는 다시 시작된 것인가. - page 780


마지막 페이지엔 우리의 만세운동이 펼쳐지며 소설은 끝을 맺었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 page 804


너무나 아팠던 과거.

이 과거를 마주하기가 사실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과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

우리의 촛불이 그러했듯 우리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분명 전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을 덮고나서 가만히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명성황후가 아닌 민자영의 모습이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왠지 그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조선'의 민족이었음이 자랑스러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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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기 위한 자존감 훈련
안드레아스 크누프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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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점을 가면 '자존감'과 관련된 책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일까.

남들과 비교하고 그들에게 뒤쳐지기 싫어서 발버둥치다 결국 자신을 잃어버려서일까.

저 역시도 '자존감'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곤 합니다.

이유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기에는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고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제목과 책 표지의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는 한 여인.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순간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할 때.

쭈그려앉아 창 밖을 바라보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처럼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사랑하나요?"

이 질문에 망설임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저 역시도 제 모습이 뚱뚱하고, 예쁘지 않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내 모습을 사랑하지도, 만족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자신의 인생을 더 엉망으로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가혹한 채찍질이나, 남과 비교하는 행위는 명백히 자신을 망치는 '자기비난'이라는 형태의 테러 행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인 자기비난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몸에 배어 더 이상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 page 10 ~ 11

자기비난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나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자기계발서의 조언들이 모두 필요 없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이렇게 제한된 조언만을 한다. 마치 어떤 행동을 해야만 자신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런 사람이 건네는 충고는 절대 믿지 말자. 그의 말에 현혹되어 자신의 진짜 모습과 욕구를 계속 인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더욱 최악인 점은, 그 충고를 이행하는 데 실패한다면 아마 그에 대한 책임으로 스스로를 비난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page 74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일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서서히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에겐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나 자신에게 건네는 친절의 효과

*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인정한다

→ "지금 괴로운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님을 깨닫는다

→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야. 나만 힘든 게 아니야"

* 자신을 진정시킨다

→ "심각할 것 없어. 다 해결할 수 있어. 안심해도 돼"

* 자기비난에 대처한다

→ "이런 일 때문에 나를 비난할 이유는 없어. 나에게만 엄격하게 굴지 말자"

* 다정한 기본자세를 취한다

→ "지금의 너는 문제가 없어. 이대로도 충분해"

* 완벽주의자 성향에 휘둘리지 않는다

→ "너는 최선을 다했어. 모든 일에서 100점을 맞을 필요는 없어"

*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 "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그들처럼 할 필요도 없어. 그들이 너보다 나은 것도 아니니까" - page 149 ~ 150

다른 이에게는 했던 말.

정작 자신에게는 하지 못했던 말.

하지만 나에게 건넨다면 상처 많은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말.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연습하고 연습을 해 보려고 합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

자기비난에 빠져있다는 것.

이는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이 말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아프게 한다"

스스로 상처를 주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보다 자신에게 '친절'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제한된 조언들로 자신을 바라보기보단 내면 깊숙히 들여다보고 대화할 수 있는 용기.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나를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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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전혜인 글.사진 / 알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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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파리'에서 일어난 멋진 '로맨틱소설'을 읽었습니다.

『파리는 언제나 사랑』 

아직도 남아있던 《파란 호랑이》동화가 맺어준 마법 같은 끌림, 그리고 사랑.

그 여운이 남아 '파리'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곤 하였습니다.



『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마치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이 책.

또다시 마법처럼 끌리면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녀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그녀와의 공감대는 있었지만 너무나 부러운 '도전'이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가 되었기 때문일겁니다. 낯선 곳에서 혼자 한 달을 보내는 자유는 이제 내가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어 버린 걸까요?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안정감'이라는 녀석은 '유부녀', '며느리', '성실한 직장인' 같은 여러 겹의 코르셋을 가지고 제 인생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덕분에 나는 항상 신나는 일을 벌이는 '나'의 본모습을 어딘가 묻어둔 채,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내가 어느새 '나'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

저는 '서른을 넘긴 전업주부 유부녀'이기에, 그 안정감에 사로잡혀 있었나 봅니다.

저 역시도 20대엔 알바를 하면서 배낭여행 자금을 모으고 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공항으로 향하곤 하였었는데 이제는 그저 내 본분에 익숙해 '떠남'보다는 '제자리'에 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라는 존재가 어느새 '나'보다는 '가족', '주위 사람'이 우선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와는 달리 '나'다움을 찾아 떠난 그녀의 '로망의 도시 파리에서의 한 달 동안 살아보기'.

이미 시작부터 그녀는 자신을 찾은 듯 하였습니다.


책 속엔 인상깊은 구절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망설이지 말라고, 나이에는 무게가 있어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엉덩이를 떼는데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그렇게 나의 등을 떠밀 게 분명했다. - page 15


오늘만 있는 것처럼 살면 큰 장점이 있다. 오늘 하루의 행복이 극대화된다는 것, 조미료를 최대한 쓰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든 정갈한 요리처럼 불필요한 걱정을 제거하면 나의 하루에 들어찬 행복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무심코 내려다본 나의 신발이 땅의 잔디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거리에 떨어진 빵 조각을 참새가 얼마나 감탄하며 먹고 있는지, 하굣길의 고등학생들이 까르르하는 소리가 얼마나 희망찬 지, 배경화면처럼 흘려보냈던 것들을 잠시 멈추어 바라볼 때 세상은 꽤 아름답다. - page 42


남는 게 시간인 파리에서 나는 매일 자신에게 말한다.

'괜찮아.'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아.'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나 자체로 괜찮아.'


내 목소리가 닿는 한 모두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손바닥을 보여주며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너도 괜찮아.' - page 155


특히나 '파리'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와인'이었습니다.

달콤쌉싸름......

마치 우리의 삶과도 같은 것 같아 저 역시도 가끔 찾아 마시곤 하는데 그녀 역시도 파리에서의 와인 한 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혼자 식사를 해도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즐거움이 외로움을 압도해 매 끼니가 행복해지고 매일이 행복해졌다.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8천 원짜리 와인 한 잔이 한국에서 마신 10만 원짜리 와인보다 감미로웠다. 품질이 좋아선지 내 기분이 좋아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파리에서 마신 와인이 100잔쯤 된다면 그 100잔 중에 맛없는 와인은 단 한 잔도 없었다 .주로 달지 않은 와인을 골랐지만, 그 안에서 단맛이 나면 나는 대로, 떫은 맛은 떫은 맛 대로 모든 와인의 개성이 풍부했다. - page 122

왠지 이 책을 읽는 오늘의 밤.

와인 한 잔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파리'에서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박하고 우리의 일상과도 같은 모습이었기에 더 정감이 가고 그 속에 진심 어린 '행복'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 곳곳에, 사진들마다 즐거움과 따스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특히나 30대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저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는 소설,『82년생 김지영』과도 같은 나의 모습에서일까.

그녀의 이야기는 삶에 지친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의, 나와 같은 친구들에게 책 선물과 함께 작은 문구를 적어주곤 하였습니다.

'괜찮아. 너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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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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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은 『푸른수염』이었습니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였다는 이 작품을 재해석하였는데 그녀만의 특유의 시선과 상상력은 감히 책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쉽게 책을 뗄 수 없게끔 하였습니다.

이를 인연으로 이어진 그녀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읽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그녀의 작품, 『느빌 백작의 범죄』.

또다시 심상치않은 기운을 받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도 기존의 작품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면서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이 더해졌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리스 신화에서 접했던 '아가멤논'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은 '느빌 백작'의 셋째 딸을 발견 해 보호 중이라는 점쟁이의 전화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너무나도 뜬금없었던 점쟁이의 예언.

「댁에서 곧 튼 잔치를 여시는군요.」그녀가 말했다.

「그렇소이다.」

「그 잔치에서 백작님은 초대된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겁니다.」- page 9 ~ 10

무심코 넘길 수 없었기에 느빌 백작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는 지경까지 이르러 백작은 자신이 초대한 손님 중 어떤 이가 적합한지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셋째 딸 '세리외즈'가 다가와 아버지에게 부탁을 합니다.

「아빠가 가든파티에서 죽여도 되는 누군가가 있어요. 아빠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요.」

「말해 보렴.」

「저요.」 - page 76


「절 죽여 주세요, 아빠. 좋은 일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널 죽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걸 머리에 단단히 새겨 둬라.」

「전 죽어야만 해요. 그래야만 해요.」 - page 79

자신을 죽여달라고 사정을 하다가 결국 협박까지하는 그녀.

말도 안되지만 딸의 설득과 협박에 결국 자신의 딸을 죽이려고 하는데......


역시나 그녀의 문체는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

그렇기에 소설을 잡으면 멈출 수 없었고 그 끝을 읽어야 비로소 그녀와 독자의 이야기가 완성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 속 '느빌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고상함 뒤에 감춰진 비천한 모습들.

<난 아버지와는 달라. 접대의 예술이 날 사로잡긴 해도, 난 널 위해 가족의 행복을 희생시킨 적이 없어. 내 가장 오래된 사랑아, 내 누나를 죽인 너, 루이즈가 죽은 후, 난 너에게서 정을 떼려고 애썼어.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지. 네 안에 거주하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 널 지키는 거야. 포위당한 군사들이 요새를 지키는 것처럼. 이게 바로 내가 열두 살 때 뼛속 깊이 깨달은 거야. 루이즈는 느빌 가문이 이 플뤼비에 딸에 뿌리를 내린 이후로 계속 이어져 온 전투에서 사망한 거야.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진지를 잘 지켰어. 난 예순여덟의 나이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전쟁에서 패하고 있어.> - page 44 ~ 45


「누군 증오해야 하지? 아버지, 성? 누가 누구를 소유했지? 누가 내 누나를 죽였지? 아버지는 그가 처한 환경의 산물이었어. 그런 삶을 살도록 길러졌기 때문에 다른 삶을 발명해 낼 수 없었지. 나도 어릴 적에는 그를 저주했지만 그와 다른 길을 걷지 않았어. 나는 그보다 명망 높은 경력을 쌓았고, 내 가족은 가난을 겪지 않았어. 그런데 난 늘 오카생을 본받아 인생의 목표가 동료 귀족들을 접대하는 데 있는 것처럼 행동했어.」

...

「어서 일어나, 오늘은 미친 날이잖아. 난 예쁜 드레스를, 넌 멋진 양복을 입을 거야. 엄마가 내 머리를 만져줄 거야. 샹들리에와 꽃, 음악이 있을 거고, 난 공주, 넌 왕자가 될 거야.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우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들을 먹게 될 거야!」 - page 48 ~ 49


책 표지에 적혔던 문구가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우리 각자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겉모습에 비춰진 모습과 그 이면은 어떨지......

괴물 같다고 해서 '괴물'인지......

백작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또 하나의 모습이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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