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살아 본 미국 - 겁 없는 가족의 흥 많은 미국 생활기
박민경 글.사진 / 행복우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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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는 흔히 '기회의 나라'라고 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이 노력한만큼 성공할 수 있는 곳.

그래서 미국에 가면 '성공'이 뒤따라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간간이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은 누구에게나 동등하지 않은, 불평등과 그로인해 기회조자 주어지지 않는 나라임을 보여주곤 하였습니다.

 

 

여기 겁 없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뛰어든 가족이 있었습니다.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평범하게 한국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이 가족.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이들이 2년간 경험한 미국 생활기.

겁없이 시작하여 어떤 결말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떠나게 된 계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쉼 없이 달린데 대한 보상으로 정신과에서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처방 받아,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어야 다음날 또 도돌이표 같이 출근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한국이 아닌 곳, 도돌이표 대신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 아이들이 학원 대신 공원에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곳. 미국의 어느 조용한 시골 동네라면 더욱 좋겠다 싶었다. - page 18

그리하여 떠나게 된 그들.

남편은 MBA, 아이는 미국 학교로, 부인은 미국 생활 적응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역시나 미국 학교의 교육 방식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인상깊었습니다.

언어를 포함한 어떠한 방식의 폭력도 용납되어서는 안되고, 이것을 위반하였을 때 분명 엄격한 제재와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도가 장난이었대도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은 즉시 중단하고 상대의 감정과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득해야 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성숙한 어른으로부터 그런 대우를 먼저 받아 보아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page 76

또한 우리의 교육 역시도 바뀌어야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로 대변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교육방식이 점점 바뀌고 있지요. 하지만, 난 재키의 방식이 맞다는 것을 100퍼센트 확신합니다.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자율성을 주고, 책을 많이 읽게끔 하지요.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깨닫게 될 거에요. 이러한 교육이 실제로 아이들의 인생에서 행복도를 높인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문도 많이 있어요." - page 82

역시나 독서의 중요성!

또다시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해 봅니다.


저는 그녀의 영어학원에서의 생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곳을 통해 느끼게 된 '언어'의 의미.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일러주었습니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더 둥글게 다듬어주고 조금 더 넓혀 주었던 곳. 또, 영어라는 공통된 언어로 서로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곳. 영어학원이라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기에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곳. 내가 앞으로도 영어를 모국어처럼 더 유창하게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 page 103

저 역시도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이 가족들의 미국 생활기엔 '여행'도 담겨있었습니다.

그랜드캐년에서 몇 시간 한자리에 앉아 태양 빛과 그림자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캐년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처음 깨달았다. 요세미티에서 바위에 드러누워 일몰과 별똥별을 꼬박 6시간 동안 보면서 확신했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한참이 지난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디에선가 '멈추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무리 유명한 장소도 차로 무심히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담지 않은 10분은 훗날 서둘러 찍었던 사진 속에만 남아있고, 멈추어 감상하였던 10분의 순간은 보잘것없는 벤치에 앉아 있었더라도 2시간짜리 영화를 봤던 것처럼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다. - page 283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했던 '여행'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나는 멈추어 감상하였던 10분이었는지, 아니면 서둘러 사진을 찍었던 10분이었는지.

카메라로 찍은 순간보다 마음으로 찍는 순간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는 것.

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마음의 사진을, 여유를 가지며 '멈춤'의 미학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이 가족.

낯선 미국 문화에서도 점점 익숙해지며 그곳에서 자신을 발견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이름 석 자의 존재를 인지했다는 점이 조금 부러웠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그들.

하지만 예전의 한국생활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마음이 따뜻해지며 자신감이 생겨 결국 '성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좌충우돌하고, 자주 경솔해서 금세 후회하고, 적기도 민망한 속 좁은 언행이 되풀이되면서도 조금씩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가족.

왠지 또다시 겁 없는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러 떠날 듯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또다시 우리의 곁에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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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클리어 - 최단 시간에 공부 능력자가 되는 법
윤석준 지음 / 길(길퍼블리싱컴퍼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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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만 되면 벼락치기가 일쑤였던 나!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지식을 넣기란 쉽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그다지 였었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다짐하곤 합니다.

앞으론 꾸준히 공부해야지!

하지만 또다시 벼락치기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반복되는 생활.


 

어른이 된 지금.

'공부'는 더 이상 안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험'이라는 타이틀만 사라질 뿐 끊임없이 배워야하고 공부를 해야함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또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려는 순간.

'잡념'이라는 아이가 내 머릿 속에 돌아다니고 의자에 앉아있기만 할 뿐 공부의 진도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어떡하지......


고민을 하고 있던 저에게 아는 지인이 알려준 책.

『생각 클리어』

이 책은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잡념 없이 하루 10시간 집중 가능

시험 준비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공부 능력자로 만드는 10년 연구

'생각 클리어' 기법 대공개!

오호라!

최단 시간에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니!

그토록 바라던 바를 이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생각 클리어'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생각 클리어'를 익히면 누릴 수 있는 효과는 어마어마 하였습니다.

1.책상에 앉자마자 공부가 된다.

2.인내력과 지구력이 생겨 목표한 공부 지속 시간을 채운다.

3.목표한 진도가 차질 없이 나간다.

4.10시간을 공부해도 집중력의 순도가 높다.

5.암기력이 좋아진다.

6.공부를 했더라도 실전에서 답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답이 잘 생각난다.

7.직감력이 발달함에 따라 답을 찾아내는 찍기 능력이 좋아진다.

8.출제 경향에 대한 감이 생긴다.

9.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하던 사람들이 전보다 문제를 빨리 풀 수 있게 된다.

이런 효과가 있는데 당연히 '생각 클리어'를 해야함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저자 역시 이 책을 쓰면서 많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부지런하되 애쓰지 마세요."

"열정적이되 노력하지 마세요." - page 27

매력적인 말이었습니다.

얼른 본문으로 달려가야겠습니다.


공부에 집중하는 법을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1.내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일 수 있다.

2.대부분의 생각들은 자동으로 오고 가는 손님과 같다.

3.나는 그 생각들을 보고 있는 것일 뿐이다.

4.결국 내가 생각을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다.

5.생각을 보게 하는 질문 :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했지?

(여기서 '지금'은 관행상 표현이며, 정확한 의미는 '방금'한 생각을 말한다.) - page 57 ~58

즉, 생각을 '한다'는 개념이 아닌 '본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함을 뜻하고 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1분 생각 클리어'를 하는 방법이 책에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1.심호흡을 크게 세 번 한다.

2.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크게 뜬다.

3.생각을 보는 질문을 해서 어떤 생각이 오는지 본다.

4.그 생각이 나타나면 '1번'이라고 번호를 매긴다.

5.생각을 바라보아 뒤의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한다.

6.다른 생각 도로에서 생각이 오는지 경계한다.

7.또 다른 생각이 오면 '2번'이라고 번호를 매기고 바라보아 뒤의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한다.

8.계속 생각에 번호를 매기며 생각을 바라보아 뒤의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한다.

9.더 이상 생각이 오지 않으면 이번에는 반대로 생각을 찾아본다.

10.생각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1분간 지속되면 성공한 것이다. - page 104

즉, 마음을 평안하게 한 뒤 생각의 꼬리들을 바라보며 그 끝을 마주하는 것.

그 뒤의 1분간 생각 없음을 즐기는 것.

이것이 1분 생각 클리어였습니다.

저 역시도 해 본 결과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잡생각이 나지 않아서 공부할 책을 바라보니 비로소 그 글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 클리어'를 통해서는 공부 능력자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보다 자신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생각 클리어'를 '자신을 바라보는 법'이라 칭해도 될 듯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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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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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을 읽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 있습니다.

『제인에어』와 『안나 카레니나』 

어릴 적 책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는데 무심코 따라갔던 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책들.

아무 생각없이 빌려 보았는데 그 때의 그 감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히 남아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두 소설은 서로의 모습이 달랐기에 더 인상 깊게 남아있었고 그 여운이 남아 서재에 고히 간직하며 간간히 읽곤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이 책, 『하우스프라우』.

이 책의 소개글에서 <현대판 안나 카레니나>로 독자와 평론가들의 관심을 모았다고 하였습니다.

또다시 제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전으로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에서의 안나 카레니나는 현재에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또다시 시작될 한 여성의 이야기.

그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책의 제목인 '하우스프라우'는 원래 가정주부라는 독일어라고 하였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안나'는 서른 후반의, 은행에서 근무하는 스위스 남편을 둔,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둔 가정주부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스위스에 오게 되면서 겪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그녀의 삶을 살펴보면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운전면허증이 없어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남편이 은행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좌조차 없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뚝뚝한 남편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는 시어머니.

그들 속에서 그녀 역시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행동을 취하며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무기력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다 그녀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매설리 박사'와의 상담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 보기로 하고 그녀는 '독일어 수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그녀는 일탈과 더불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

비난을 해야할지 동정을 해야할지의 기로 속에서 독자들에게 한 인간의 가려진 내면 속 진실을 대면하게끔 하며 소설은 끝을 맺게 됩니다.


읽고 난 뒤 그녀의 삶이 너무나 공허해보였습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음에, 채우기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찾진 못하였습니다.


책 속의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던 문장들.

책을 덮어도 그 여운은 그대로 남았었습니다.

「외로운 여자는 위험한 여자죠.」 메설리 박사는 엄숙할 정도로 진지하게 말했다. 「외로운 여자는 지루한 여자죠. 지루한 여자는 충동적으로 행동해요.」 - page 108


「인간은 똑똑히 알면서도 여전히 끔찍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인식에 자동적으로 윤리가 따라오진 않죠.」 - page 259


「독일어에서 자기가 자기에게 행한 행위는 재귀동사가 필요해요. 재귀동사랑 항상 목적격 인칭대명사가 따라오죠. 옷을 입다. 면도하다. 목욕하다. 헛기침하다. 감기에 걸리다. 눕다. 몸 상태가 좋다, 혹은 나쁘다. 사랑에 빠지다. 행동하다. ㅏ자기가 행위 촉발자인 동시에 대상인 거죠. 이런 일들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겁니다.」 - page 342


이 책에 그려진 안나의 모습을 보며 『안나 카레나니』에서 나왔던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page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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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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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제목이  특이하였습니다.

특정 방송사를 지칭하였고 '사우나'라는 공간이 밀폐되면서도 은밀한 느낌.

특히나 표지에는 중년 남성들의 사우나에서의 모습이 그려져있기에 호기심이 절로 났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갑'들의 세계에 들어간 '병'의 초밀착 관찰기

갑자기 '갑질'이 생각났습니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갑'이라는 사람들의 횡포.

그들이 다른 이들보다 무엇이 그리 잘났기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병'이 바로본 '갑'의 모습은 진정 갑질을 행세할만큼 대단한지가 궁금하였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손태권'.

그는 신춘문에를 통해 등단하였지만 몇몇 단편밖에 낸 적이 없는 소설가입니다.

그런 그는 가난하여 여자친구의 원룸에 얹혀 살다 돈의 압박으로 인해 일자리를 찾다가 하게 된 헬라홀 멤버쉽 피트니스 사우나의 매니저.

이 사우나에는 서울에서 갑으로 살아온 노인들이 말년에 공기 좋은 신도시의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려온, 전문직이나 사업가들, 다들 이 사회의 갑이라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의 위치.

"아닙니다. 아마 회원님들께선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자신들을 비웃을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할 거예요. 이 안에서도 늘 1퍼센트의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니까요."

"우와, 여기서 우리는 완전 을이네."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러졌다.

"무슨 소리! 우리는 여기서 을이 아닙니다. 그냥 병이에요. 자, 찌푸리지 말고 얼른 스마일." - page 29 ~ 30


하지만 대단한 재력을 갖춘 남자들이 모여있지만 그들의 대단함을 느끼기 힘든 곳, 헬라홀 남자 사우나.

여기서도 여실히 우리가 '갑'들을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아니에요, 잘 모르시나보다. 요즘은 사우나에 딸린 피트니스가 다 비슷해서 진짜 고급스러운 사우나 매니저 구하는 것도 나름 메리트 중 하나인데. 영어, 일어, 중국어는 기본이잖아. 안 그래?"

공이 그리 말하고 실실 웃으며 나를 보았다. 사실 나는 일어, 중국어로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할 줄 알았다. 황당한 건 그래 봤자 별로 쓸모도 없다는 거지만. - page 132


역시나 '갑'과 '을', 아니 '병'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저 우리의 선입견이 이를 구분하여 대할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갑'의 모습은 물 위의 '백조'와도 같아 보였습니다.

우아하지만 실로는 바쁘게 움직이는 다리......

그런데 실은 힐튼 호텔이나 하얏트 호텔의 멤버십 피트니스를 악착같이 흉내 낸 자그마한 코스프레 멤버십 헬라홀이야말로 이 신도시의 우아한 코털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우아한 공간에서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헬라홀의 남자들도 그들이 꿈꾸는 1퍼센트의 찬란한 삶을 현실에서 코스프레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지도 몰랐다. 이곳에서 코스프레가 아닌 현실을 오가는 사람들은 나나 팀장같은 사우나 매니저들이었다. 우리는 이곳의 초라한 뒷모습을 아는 사람들이자, 그 초라한 뒷모습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버둥거리는 일꾼들이었다. - page 186


JTBC를 굳이 꼽은 이유는 우리 사회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이기에, '사우나'라는 장소는 자신을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속내를 드러내는 곳이기에 이렇게 제목을 붙인 것 같았습니다.

'병'의 시선으로 바라본 '갑'들의 모습.

그 속에 우리가 직면했던 사회이슈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를 풍자적으로 풀어내었지만 결코 단순히 넘어갈 수 없음을 우리에게 되묻곤 하였습니다.

 '갑'이라는 자들을 향한 우리의 외침.

작은 불씨들이 모여 언젠간 큰 불꽃으로 돌아옴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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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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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가면 증후군'

이는 다른 이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자신을 감춘 채 가면을 쓰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이런 말까지 나오게 된것인지......

세상이 만든 것인지, 우리가 만든 것인지 스스로가 안쓰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책을 살펴보니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

틀에 박힌 삶, 괜찮으십니까?

재미없는 건 사양합니다-.

가슴 속에 감춰두었던 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자마자 '사이다' 같았습니다.

막혔던 제 속이 뚫리는 느낌!

전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자유롭게 살아온

유목민형 만화가 야마자키 마리의 유쾌한 인생 탐구

유쾌한 인생 탐구라하니......

책을 읽고나면 재밌게 사는 방법을 배울 것 같았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도 비슷하였습니다.

읽으면서 응? 나랑 비슷하잖아!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 끝에 저자의 모습은 남들과는 다른, 저자만의 당당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다른 이와 다르다고 '경계'를 긋지 않고 그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인정, 조화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있었기에 솔직 당당 유쾌한 일상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 경우처럼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면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참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참고 받아들인다면 결국 삶의 의지, 혹은 의미가 사그라지고 말 테니까.

...

즉, 가능한 범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부모님 탓이야'하면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불행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

사람은 어찌됐든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 page 32 ~ 33

저 역시도 제 인생에 대해 남에게, 부모님께 책임을 전가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인생의 의미는 희미해졌었나 봅니다.

결국은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는 말.

오랫동안 가슴에 맺혔습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그런 삶이야말로 책 제목처럼 시시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한 유머를 잊지 않고 나그네처럼 자유롭게 살았던 할아버지 도쿠시로에게 있어서 전쟁이란 그 긍지를 시험받는 무대이기도 했다.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혀 있을 때도 피식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그 감각은, 할아버지로부터 엄마에게로, 그리고 다시 엄마로부터 나에게로 이어져온 것이 분명하다. - page 158

특히나 할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저에게도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야하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행운아야. 자신이 행운아라고 여기는 만큼 행복해지는 거, 그게 인생이야." - page 160


이 책에서 하고자하는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삶의 방식.

어릴 적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은 함정의 연속이다. 삶 자체가 속고 속이는 과정이다. 그때마다 주인공의 운명은 폭풍우 속에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휘청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자칫 방심하면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가 가차 없이 진행된다. - page 201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길 수가 없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실은 그만큼 혹독하고 냉정하다.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인생은 곳곳이 함정이고 삶 자체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이다.

그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엄마는 분명히 속고 속이는 현실까지 포함해서 삶을 즐기는 사람이리라. - page 203

마냥 『아라비안 나이트』는 모험 가득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어릴 적에 읽었던 이야기이기에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전해줄지는 몰랐습니다.

저자를 통해 또다른 면모를 알게 된 『아라비안 나이트』.

환상의, 가상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주인공이 겪은 모험이 단순히 가상이 아닌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라는......


역시나 저자는 시시하게 살지 않았습니다.

남들의 시선 따윈 무시한 채, 자신이 하고싶은 것, 즐거운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삶이 너무나 멋있게 보였습니다.

'나답게'보다는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향해 살아가는 것.

저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나는 종종 '만약 우주인들이 우리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상상해보공 하는데, 결국 우리는 모두가 지구인이고, 생물학적으로 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인간이라는 종에 불과하다.

마음 한구석에 '지구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감각을 갖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age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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