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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이 살아 본 미국 - 겁 없는 가족의 흥 많은 미국 생활기
박민경 글.사진 / 행복우물 / 2017년 7월
평점 :
'미국'이라는 나라는 흔히 '기회의 나라'라고 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이 노력한만큼 성공할 수 있는 곳.
그래서 미국에 가면 '성공'이 뒤따라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간간이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은 누구에게나 동등하지 않은, 불평등과 그로인해 기회조자 주어지지 않는 나라임을 보여주곤 하였습니다.

여기 겁 없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뛰어든 가족이 있었습니다.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평범하게 한국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이 가족.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이들이 2년간 경험한 미국 생활기.
겁없이 시작하여 어떤 결말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떠나게 된 계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쉼 없이 달린데 대한 보상으로 정신과에서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처방 받아,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어야 다음날 또 도돌이표 같이 출근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한국이 아닌 곳, 도돌이표 대신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 아이들이 학원 대신 공원에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곳. 미국의 어느 조용한 시골 동네라면 더욱 좋겠다 싶었다. - page 18
그리하여 떠나게 된 그들.
남편은 MBA, 아이는 미국 학교로, 부인은 미국 생활 적응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역시나 미국 학교의 교육 방식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인상깊었습니다.
언어를 포함한 어떠한 방식의 폭력도 용납되어서는 안되고, 이것을 위반하였을 때 분명 엄격한 제재와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도가 장난이었대도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은 즉시 중단하고 상대의 감정과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득해야 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성숙한 어른으로부터 그런 대우를 먼저 받아 보아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page 76
또한 우리의 교육 역시도 바뀌어야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로 대변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교육방식이 점점 바뀌고 있지요. 하지만, 난 재키의 방식이 맞다는 것을 100퍼센트 확신합니다.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자율성을 주고, 책을 많이 읽게끔 하지요.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깨닫게 될 거에요. 이러한 교육이 실제로 아이들의 인생에서 행복도를 높인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문도 많이 있어요." - page 82
역시나 독서의 중요성!
또다시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해 봅니다.
저는 그녀의 영어학원에서의 생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곳을 통해 느끼게 된 '언어'의 의미.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일러주었습니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더 둥글게 다듬어주고 조금 더 넓혀 주었던 곳. 또, 영어라는 공통된 언어로 서로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곳. 영어학원이라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기에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곳. 내가 앞으로도 영어를 모국어처럼 더 유창하게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 page 103
저 역시도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이 가족들의 미국 생활기엔 '여행'도 담겨있었습니다.
그랜드캐년에서 몇 시간 한자리에 앉아 태양 빛과 그림자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캐년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처음 깨달았다. 요세미티에서 바위에 드러누워 일몰과 별똥별을 꼬박 6시간 동안 보면서 확신했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한참이 지난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디에선가 '멈추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무리 유명한 장소도 차로 무심히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담지 않은 10분은 훗날 서둘러 찍었던 사진 속에만 남아있고, 멈추어 감상하였던 10분의 순간은 보잘것없는 벤치에 앉아 있었더라도 2시간짜리 영화를 봤던 것처럼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다. - page 283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했던 '여행'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나는 멈추어 감상하였던 10분이었는지, 아니면 서둘러 사진을 찍었던 10분이었는지.
카메라로 찍은 순간보다 마음으로 찍는 순간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는 것.
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마음의 사진을, 여유를 가지며 '멈춤'의 미학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이 가족.
낯선 미국 문화에서도 점점 익숙해지며 그곳에서 자신을 발견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이름 석 자의 존재를 인지했다는 점이 조금 부러웠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그들.
하지만 예전의 한국생활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마음이 따뜻해지며 자신감이 생겨 결국 '성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좌충우돌하고, 자주 경솔해서 금세 후회하고, 적기도 민망한 속 좁은 언행이 되풀이되면서도 조금씩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가족.
왠지 또다시 겁 없는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러 떠날 듯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또다시 우리의 곁에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