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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가면 증후군'
이는 다른 이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자신을 감춘 채 가면을 쓰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이런 말까지 나오게 된것인지......
세상이 만든 것인지, 우리가 만든 것인지 스스로가 안쓰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책을 살펴보니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
틀에 박힌 삶, 괜찮으십니까?
재미없는 건 사양합니다-.
가슴 속에 감춰두었던 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자마자 '사이다' 같았습니다.
막혔던 제 속이 뚫리는 느낌!
전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자유롭게 살아온
유목민형 만화가 야마자키 마리의 유쾌한 인생 탐구
유쾌한 인생 탐구라하니......
책을 읽고나면 재밌게 사는 방법을 배울 것 같았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도 비슷하였습니다.
읽으면서 응? 나랑 비슷하잖아!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 끝에 저자의 모습은 남들과는 다른, 저자만의 당당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다른 이와 다르다고 '경계'를 긋지 않고 그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인정, 조화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있었기에 솔직 당당 유쾌한 일상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 경우처럼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면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참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참고 받아들인다면 결국 삶의 의지, 혹은 의미가 사그라지고 말 테니까.
...
즉, 가능한 범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부모님 탓이야'하면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불행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
사람은 어찌됐든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 page 32 ~ 33
저 역시도 제 인생에 대해 남에게, 부모님께 책임을 전가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인생의 의미는 희미해졌었나 봅니다.
결국은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는 말.
오랫동안 가슴에 맺혔습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그런 삶이야말로 책 제목처럼 시시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한 유머를 잊지 않고 나그네처럼 자유롭게 살았던 할아버지 도쿠시로에게 있어서 전쟁이란 그 긍지를 시험받는 무대이기도 했다.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혀 있을 때도 피식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그 감각은, 할아버지로부터 엄마에게로, 그리고 다시 엄마로부터 나에게로 이어져온 것이 분명하다. - page 158
특히나 할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저에게도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야하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행운아야. 자신이 행운아라고 여기는 만큼 행복해지는 거, 그게 인생이야." - page 160
이 책에서 하고자하는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삶의 방식.
어릴 적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은 함정의 연속이다. 삶 자체가 속고 속이는 과정이다. 그때마다 주인공의 운명은 폭풍우 속에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휘청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자칫 방심하면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가 가차 없이 진행된다. - page 201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길 수가 없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실은 그만큼 혹독하고 냉정하다.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인생은 곳곳이 함정이고 삶 자체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이다.
그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엄마는 분명히 속고 속이는 현실까지 포함해서 삶을 즐기는 사람이리라. - page 203
마냥 『아라비안 나이트』는 모험 가득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어릴 적에 읽었던 이야기이기에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전해줄지는 몰랐습니다.
저자를 통해 또다른 면모를 알게 된 『아라비안 나이트』.
환상의, 가상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주인공이 겪은 모험이 단순히 가상이 아닌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라는......
역시나 저자는 시시하게 살지 않았습니다.
남들의 시선 따윈 무시한 채, 자신이 하고싶은 것, 즐거운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삶이 너무나 멋있게 보였습니다.
'나답게'보다는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향해 살아가는 것.
저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나는 종종 '만약 우주인들이 우리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상상해보공 하는데, 결국 우리는 모두가 지구인이고, 생물학적으로 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인간이라는 종에 불과하다.
마음 한구석에 '지구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감각을 갖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age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