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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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제목이  특이하였습니다.

특정 방송사를 지칭하였고 '사우나'라는 공간이 밀폐되면서도 은밀한 느낌.

특히나 표지에는 중년 남성들의 사우나에서의 모습이 그려져있기에 호기심이 절로 났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갑'들의 세계에 들어간 '병'의 초밀착 관찰기

갑자기 '갑질'이 생각났습니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갑'이라는 사람들의 횡포.

그들이 다른 이들보다 무엇이 그리 잘났기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병'이 바로본 '갑'의 모습은 진정 갑질을 행세할만큼 대단한지가 궁금하였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손태권'.

그는 신춘문에를 통해 등단하였지만 몇몇 단편밖에 낸 적이 없는 소설가입니다.

그런 그는 가난하여 여자친구의 원룸에 얹혀 살다 돈의 압박으로 인해 일자리를 찾다가 하게 된 헬라홀 멤버쉽 피트니스 사우나의 매니저.

이 사우나에는 서울에서 갑으로 살아온 노인들이 말년에 공기 좋은 신도시의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려온, 전문직이나 사업가들, 다들 이 사회의 갑이라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의 위치.

"아닙니다. 아마 회원님들께선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자신들을 비웃을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할 거예요. 이 안에서도 늘 1퍼센트의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니까요."

"우와, 여기서 우리는 완전 을이네."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러졌다.

"무슨 소리! 우리는 여기서 을이 아닙니다. 그냥 병이에요. 자, 찌푸리지 말고 얼른 스마일." - page 29 ~ 30


하지만 대단한 재력을 갖춘 남자들이 모여있지만 그들의 대단함을 느끼기 힘든 곳, 헬라홀 남자 사우나.

여기서도 여실히 우리가 '갑'들을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아니에요, 잘 모르시나보다. 요즘은 사우나에 딸린 피트니스가 다 비슷해서 진짜 고급스러운 사우나 매니저 구하는 것도 나름 메리트 중 하나인데. 영어, 일어, 중국어는 기본이잖아. 안 그래?"

공이 그리 말하고 실실 웃으며 나를 보았다. 사실 나는 일어, 중국어로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할 줄 알았다. 황당한 건 그래 봤자 별로 쓸모도 없다는 거지만. - page 132


역시나 '갑'과 '을', 아니 '병'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저 우리의 선입견이 이를 구분하여 대할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갑'의 모습은 물 위의 '백조'와도 같아 보였습니다.

우아하지만 실로는 바쁘게 움직이는 다리......

그런데 실은 힐튼 호텔이나 하얏트 호텔의 멤버십 피트니스를 악착같이 흉내 낸 자그마한 코스프레 멤버십 헬라홀이야말로 이 신도시의 우아한 코털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우아한 공간에서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헬라홀의 남자들도 그들이 꿈꾸는 1퍼센트의 찬란한 삶을 현실에서 코스프레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지도 몰랐다. 이곳에서 코스프레가 아닌 현실을 오가는 사람들은 나나 팀장같은 사우나 매니저들이었다. 우리는 이곳의 초라한 뒷모습을 아는 사람들이자, 그 초라한 뒷모습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버둥거리는 일꾼들이었다. - page 186


JTBC를 굳이 꼽은 이유는 우리 사회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이기에, '사우나'라는 장소는 자신을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속내를 드러내는 곳이기에 이렇게 제목을 붙인 것 같았습니다.

'병'의 시선으로 바라본 '갑'들의 모습.

그 속에 우리가 직면했던 사회이슈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를 풍자적으로 풀어내었지만 결코 단순히 넘어갈 수 없음을 우리에게 되묻곤 하였습니다.

 '갑'이라는 자들을 향한 우리의 외침.

작은 불씨들이 모여 언젠간 큰 불꽃으로 돌아옴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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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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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가면 증후군'

이는 다른 이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자신을 감춘 채 가면을 쓰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이런 말까지 나오게 된것인지......

세상이 만든 것인지, 우리가 만든 것인지 스스로가 안쓰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책을 살펴보니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

틀에 박힌 삶, 괜찮으십니까?

재미없는 건 사양합니다-.

가슴 속에 감춰두었던 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자마자 '사이다' 같았습니다.

막혔던 제 속이 뚫리는 느낌!

전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자유롭게 살아온

유목민형 만화가 야마자키 마리의 유쾌한 인생 탐구

유쾌한 인생 탐구라하니......

책을 읽고나면 재밌게 사는 방법을 배울 것 같았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도 비슷하였습니다.

읽으면서 응? 나랑 비슷하잖아!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 끝에 저자의 모습은 남들과는 다른, 저자만의 당당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다른 이와 다르다고 '경계'를 긋지 않고 그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인정, 조화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있었기에 솔직 당당 유쾌한 일상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 경우처럼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면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참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참고 받아들인다면 결국 삶의 의지, 혹은 의미가 사그라지고 말 테니까.

...

즉, 가능한 범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부모님 탓이야'하면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불행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

사람은 어찌됐든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 page 32 ~ 33

저 역시도 제 인생에 대해 남에게, 부모님께 책임을 전가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인생의 의미는 희미해졌었나 봅니다.

결국은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는 말.

오랫동안 가슴에 맺혔습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그런 삶이야말로 책 제목처럼 시시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한 유머를 잊지 않고 나그네처럼 자유롭게 살았던 할아버지 도쿠시로에게 있어서 전쟁이란 그 긍지를 시험받는 무대이기도 했다.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혀 있을 때도 피식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그 감각은, 할아버지로부터 엄마에게로, 그리고 다시 엄마로부터 나에게로 이어져온 것이 분명하다. - page 158

특히나 할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저에게도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야하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행운아야. 자신이 행운아라고 여기는 만큼 행복해지는 거, 그게 인생이야." - page 160


이 책에서 하고자하는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삶의 방식.

어릴 적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은 함정의 연속이다. 삶 자체가 속고 속이는 과정이다. 그때마다 주인공의 운명은 폭풍우 속에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휘청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자칫 방심하면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가 가차 없이 진행된다. - page 201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길 수가 없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실은 그만큼 혹독하고 냉정하다.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인생은 곳곳이 함정이고 삶 자체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이다.

그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엄마는 분명히 속고 속이는 현실까지 포함해서 삶을 즐기는 사람이리라. - page 203

마냥 『아라비안 나이트』는 모험 가득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어릴 적에 읽었던 이야기이기에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전해줄지는 몰랐습니다.

저자를 통해 또다른 면모를 알게 된 『아라비안 나이트』.

환상의, 가상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주인공이 겪은 모험이 단순히 가상이 아닌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라는......


역시나 저자는 시시하게 살지 않았습니다.

남들의 시선 따윈 무시한 채, 자신이 하고싶은 것, 즐거운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삶이 너무나 멋있게 보였습니다.

'나답게'보다는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향해 살아가는 것.

저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나는 종종 '만약 우주인들이 우리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상상해보공 하는데, 결국 우리는 모두가 지구인이고, 생물학적으로 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인간이라는 종에 불과하다.

마음 한구석에 '지구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감각을 갖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age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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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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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담배를 물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그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의 첫 장을 펼치지 그녀가 말하는 '여행'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노마드란 생각이 들 땐 혹독한 공간 속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나를 바라보고 나와 대화하며 나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기꺼이 내 손을 잡을 때다. 이제 나는 그곳이 어디든 길을 잃을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길을 잃지 않을까 봐 두렵다. 일상일 땐 그것이 여행인 줄 몰랐다. 길 위에 있을 때만이 일상도 여행이란 걸 알았다. 그렇게 여행은 몸을 앞세워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었다. - page 5


늘 새로운 순간을 살고자 했기에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안도감과 자유, 여행은 오직 나 자신과 눈 앞에 펼쳐진 대상과의 관계로 이루어지며 어떤 경우라도 어제와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에 있다. 생각해 보면 감동이나 놀라움도 오직 그 자리에 있는 자의 몫,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 목표 없음이 목표요 화두 없음이 화두였던 여정들, 오랜 여행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가장 안전한 삶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삶'이라는 것, 이상적인 여행이란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후 방랑이든 방황이든 모든 것은 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 page 6  ~ 7

그녀의 짧지만 긴 여행 기록 속엔 일상의 여행 이야기, 인종을 초월한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신으로 향한 인간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은 자신으로 돌아와 또다른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었었습니다.


<나는 간신히 울지 않았다>를 읽다보니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몽골 유목민들의 이야기.

그들의 주식인 양고기에 대한 이야기.

대지에 피를 흘리는 일을 금기시하는 건 날짐승들을 부른다는 이유도 있지만 내 친구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헛되지 않게 하려는 뜻이 더 크다고. 그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고통스럽게 죽은 가축은 먹지 않는다. 집에서 직접 기른 가축은 가족이나 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page 43


언제나 떠날 수 있고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유목, 유목민. 그들은 모으고 소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으며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설령 뜻하지 않은 재해로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그것이 삶이라는 걸 순순히 받아들인다. 진정한 노마드란 육체를 자유롭게 함으로써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 page 44

우리는 '소유'에 집착하기에 사회는 발전하지만 정신적으로 퇴보를 향해 가는 것은 아닌지, 저마다 구멍난 항아리는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왠지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나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또다시 '소유'가 제 발목을 잡는 것 같았습니다.


책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국경'이라하면 우리 역시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철조망 하나를 경계로, 서로를 검열하는 그 곳.

이는 인간의 이기심임을 대변해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국경을 저자는 철조망 대신 '사과나무'로 대신하고 싶다고 전하였습니다.

장총을 든 경비병 말고,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는 그 탁한 눈빛도 말고, 카메라를 꺼내도 안 되고, 함부로 말을 걸어서도 안 되며, 내 나라를 방문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사과나무에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국경을 넘어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다.

...

특히 해외여행이 처음인 여행자에게 자신의 나라를 알리고 사과는 얼마든 따먹어도 좋다는 그 어떤 조약보다 마음이 끌리는 평화협정, 하늘과 땅을 공유하고 그늘과 열매를 나눌 수만 있다면 훈자마을을 천상으로 만드는 살구나무 같은 것도 좋겠지만 상상해 보라. 사과 꽃이 필 때 입국하여 사과를 딸 때쯤 출국하는 일정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 나무의 사과향기 잘 간직해 두었다가 훗날 기억의 창고에서 야금야금 사과를 꺼내먹어도 좋으리. 자연의 간섭을 피해 살 수 없는 우리에게 사과 꽃 피는 내년 이맘 때 다시 오리라는 약속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 page 140

잠시 저 역시도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을 꿈꾸어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철조망과 총을 든 경비병이 있는 국경.

그 곳에 사과나무가 심어져있다면......

지금의 우리의모습도 많이 바뀌어져 있지 않을까......

과연 그 날은 언제쯤 올지......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다보니 그 속엔 사람이 있었고 자연이 있었고 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는 '행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아침은 분주하다. 카페에 들어가 조각케이크 한 쪽과 커피 한 잔을 시켰을 뿐인데 9천8백원이다. 잉카 여인이 그렇게 갖고 싶은 라디로 한 대 값이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같은 돈이라도 향유품목과 행복의 색깔은 이렇게 다르다. 커피집을 나서며 내게 묻는다. 첨단을 달리는 문명과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내게 행복이란 뭘까. - page 358

결국 '행복'은 상대적이었고 다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그들에겐 자신의 행복을 찾은 듯 하였습니다.

그들의 눈빛에서, 미소 속에서, 그들의 얼굴에서......

저 역시도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게 행복이란 뭘까......

그녀의 이야기의 끝에 적힌 이야기가 그 해답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디든 나를 온전히 맡기므로 일체감과 충족감을 동시에 느끼는 내 여행의 멘토는 역시 사람이고 길이다. - page 366

사람과 길 속에 제 행복을 찾아봅니다.

다시 그녀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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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조성일 지음, 사모 그림 / 팩토리나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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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콤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합니다.

사람이라 그런것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향한 애정이 미움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끝끝내 '이별'로 종지부를 찍는......

그래서 선뜻 '사랑'을 시작하기가 두려운지도, '사랑'을 하면서도 불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책의 제목이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왜일까......


책의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사랑이 쓸쓸할 때 당신이 귀 기울여야 할 말!

사랑이 쓸쓸하다는 표현이 가슴을 아련하게 하였습니다.

이별을 통해 바라볼 사랑의 모습.

그 모습은 어떨지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이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에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지금 당신만 이토록 힘든 게 아니라며 위로하고

당신의 슬픔을 온 마음을 다해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지금 그 사람은 어떨까,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나의 사랑, 그 남자의 사랑, 내 친구들의 사랑...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글이 되길 바랐습니다. - <프롤로그> 중

저자는 우리에게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하고 치유하길 바란다며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도, 모든 이들도 이토록 아팠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 상처를 바라볼 용기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함께 있는데 외로워>라는 글을 읽으면서 많이도 공감하였습니다.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어.

밥을 먹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모든 것이 너와 함께라면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문득,

요새 너와 있는 시간에

많이 외롭단 생각이 들어.


처음엔 그저

내 착각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너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

그래서 많이 혼란스러워. - page 34

저 역시도 그랬었습니다.

내 곁에 있는데, 손을 뻗으면 바로 닿는 그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이리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웠던지......

그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는 걸 느끼곤 한참을 방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짐......

헤어지면서도 메워지지 않았던 내 마음......

그때의 기억과 이 글이 교차되면서 또다시 가슴 한 켠이 허전해졌었습니다.


<네가 참 어렵다>의 글 역시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너는 내가 익숙해졌던 걸까.

마음이 떠났던 걸까.

네가 처음이었던 내가

너는 혹시 가벼웠을까.


나는 네가 신기할 정도로

너를 많이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여전히 너를 모르겠다.


네가 참 어렵다. - page 123

사랑에 빠져있을 땐 그에 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별 후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안다는 것 자체부터 모르는 것이었음을 느꼈을 때......

나는 과연 그를 사랑했던 것인지......


책을 읽고나니 '사랑'의 모습이 외롭게 쓸쓸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때문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사랑의 끝만 아프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 내 이별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책 속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누구에게나 사랑의 마지막인 '이별'은 아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는가 봅니다.

이별을 통해 바라본 사랑.

그래서 다가올 사랑에는 그런 아픔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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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月になれば彼女は (單行本)
가와무라 겐키 / 文藝春秋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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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만난 적 없는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간만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받았기에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책을 찾아 읽고 또 읽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강력 추천한 책이 있었습니다.


 

『4월이 되면 그녀는』

왠지 그가 추천했다기에, 책 표지에서 주는 잔잔한 느낌때문에, 책표지에 적힌 문구때문에 자꾸만 아른거려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사랑했던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지는 건

지극히 한순간의 찰나였습니다.

과연 그 사랑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소설은 '하루'의 편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그려진 '우유니'의 새하얀 소금호수.

그곳에서 쓴 편지에는 4월의 어렴풋한 사랑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여름날 해질녘. 베란다에 앉아 거세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던 나는 비가 그치기 몇 분 전에 미리 예감했죠. 아, 이제 곧 비가 그치겠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나 비는 그쳤고, 황금색 빛이 하늘에서 내리쬐었죠. 나는 그런 예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신과의 사랑의 시작이 내게는 그런 거였어요.

그때의 내게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었죠. 당신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일이 분명 잘 풀릴 거라고 믿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내 안에서는 그 4월이 아직도 어렴풋한 윤곽을 유지하며 계속이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어렴풋하게,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 page 8 ~ 9


남자 주인공 '후지시로'.

그는 대학시절 신입생 '하루'와의 풋풋한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은 서로의 오해로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수의사 '야요이'와의 결혼을 준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엔 '사랑'이라는 열정보다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결혼'이라는 것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에게 받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기로 야요이는 결혼 직전 파혼을 감행하고 후지시로에게는 두 여자 사이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후지시로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책을 읽는내내 '사랑'에 대해 수시로 확인하게 됩니다.

과연 '사랑을 한다'는 것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의 사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그녀의 사랑'과 '그의 사랑'이 닮은 듯 닮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왜 '사랑'은 '영원'을 의미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들의 사랑을 보고있노라면 형태는 다르지만 항상 우리의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문장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목적은 사랑받는 것이지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분명 그렇지." 후지시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부정할 순 없어."

"게다가 상대의 감정에 조금이라도 결여된 면이 있으면, 애정이 부족한 증거라고 믿어버리죠.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다정한 행동이나 이성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소망을 진정한 사랑과 혼동하는 거예요."

(중략)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게 아닐 테니까."

"진정한 사랑이라면 분명 좀 더 볼품없고 서툴게 표현될 거예요." - page 207 ~ 208

저 역시도 사랑을 받는 것에만 급급했던 것 같았습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무심하면 사랑이 변했다며 진정한 사랑을 몰라본 체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랑은 형태가 다를 뿐 언제나 곁에 묵묵히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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