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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가와 걷다 - 나치 시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이현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7월
평점 :
그동안 '미술작품'과 관련된 책을 접해 보았지만 이번 책은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독일 미술가와 걷다』
'독일'.
'미술가'.
그리고 이어진 부제목.
나치 시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이번엔 '나치 시대'.
과연 그 시대의, 그들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나치 시대'라하면 '억압'이 떠오릅니다.
왜 저자는 이 시대의 예술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그들은 대부분 '순수한 독일 문화'를 해친다는 이유로 나치 시대에 '블랙리스트 예술가'로 지목되어 창작의 자유를 침해받거나 문화 예술계에서 배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집필하는 내내 '그들'의 이야기가 왜 지금 여기에서 쓰여야 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다른 나라의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내가 사는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임을 알았을 때 책의 윤곽이 잡혔다. 나치는 길들여지지 않는 눈을 두려워했으며, 그 두려움을 다스리고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부당한 살생부는 언젠가 삶의 이야기로 다시 쓰인다. 이 책이 그 증거다. - page 8 ~ 9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어디에서나 존재했던,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여성차별'.
특히나 왜 여성은 미술의 역사에서 배제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이유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가 성역할을 구별 짓고, 어진 어머니와 착한 아내를 여성상의 표준으로 삼았던 데 있다. - page 25
남성은 창조의 정신적 주체로, 여성은 남성 미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자연의 '뮤즈'로 전문화되었다. - page 26
그런 이유로 더더욱 독일의 '브레멘'으로 가야하는 이유였습니다.
그 곳에 <한 명의 여성 미술가를 위한 하나의 미술관>이 존재하는데 여성 미술가 '파울라'가 그 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나치는 비정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하여 독일 민족의 건강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울라를 '퇴폐미술가'로 판정했고, 오늘날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파울라의 자화상 한 점을 《퇴폐미술전》에 보란 듯이 내걸었다. 때는 파울라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되던 해였으니, 나치의 블랙리스트는 망자의 명예까지 훼손했음을 알 수 있다. - page 29
그녀는 여성 해방을 위한 자기 나름의 응답으로 한 작품들.
그런 그녀의 한 마디.
"이제 어떻게 서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더 이상 모더존이 아니고 파울라 베커도 아니니까요. 저는 저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아마도 우리의 모든 싸움의 최종 목표가 될 거예요." - page 53
나치가 주장한 '퇴폐미술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망자의 명예까지 훼손한 그들에게 진정한 예술가를 잃은 아픔이 남아있는 그 곳, 브레멘.
독일을 가게 된다면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나치의 블랙리스트 : 《퇴폐미술전》과 《카셀 도쿠멘타》>였습니다.
나치가 독일 민족의 순수성을 일깨운다는 목적으로 선정한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을 반면교사로서 내세운 전시, 《퇴폐미술전》.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기록하고 '퇴폐미술가'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으려는 의지로 탄생한 《카셀 도쿠멘타》.
이 사이에서의 예술의 퇴색된 의미.
나치 시대의 《퇴폐미술전》과 냉전 시대의 《카셀 도쿠멘타》는 미술이 정치권력의 한복판에서 만들어지는 불순한 예쑬임을 깨닫게 해준다. 미술이 순수해야 한다는 말이야말로 정치적이다. - page 270
'나치 시대'에 나치의 행위.
결코 정당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예술'이라는 순수한 분야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
이를 국민의 눈과 귀를 자극하였다는 점이 무섭기만 하였습니다.
결국 나치도 예술가들이 무서웠기에 '블랙리스트'라 낙인을 찍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엔 예술가들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어마어마함을 깨달아야겠습니다.
그 시대의 예술가들.
이제라도 그들이 전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