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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꾸제트
질 파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tvN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밀독서단>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소장하고 가끔 들여다보는 소설이기에 애착이 있던 소설이었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소년, 제제.
어릴 때 읽었을 땐 그저 소설 속 제제라고만 생각했기에 그 아이의 진정한 내면을 알지 못하였지만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어 읽었을 땐 점점 '제제'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의 제제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이 책, 『내 이름은 꾸제트』.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알렸던 터라 소설 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되었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엄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늘은 말이다. 꾸제트, 워낙 어마어마하게 커서 그 아래 아웅다웅 살고 있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단다."
"인생이란 말이다, 저놈의 우중충한 하늘과 똑같단다. 재수 없으면 더러운 구름이 싸대는 오줌줄기를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하지."
"남자들이란 모조리 구름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단다. 세상 구경 한답시고 영계랑 떠나버린 네 얼빠진 아빠처럼 말이다." - page 9
어린 아들인 '꾸제트'를 붙잡고 하늘에 대고 투덜대는 엄마의 모습.
그 속에 자란 꾸제트에게 세상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아홉살 꾸제트에게 찾아온 시련.
처음에는 엄마가 그냥 자는 줄로 알았지만 왠지 장난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분위기.
엄마를 살짝 흔들어보았을 때 이미 엄마는 헝겊인형처럼 죽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 경찰관의 질문에 그의 대답.
"그래, 네 엄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니?"
"아, 그거요, 다 하늘 때문이에요." - page 17
엄마로 인해 원망하게 된 하늘.
과연 앞으로 꾸제트에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였습니다.
친절한 경찰 아저씨 '레이몽'을 따라 간 감화원.
그 속엔 각자의 사연을 품은 아이들이 있었고 이들을 돌보는 복지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꾸제트'를 돌보는 '레이몽 아저씨'.
이들과 어울리면서 꾸제트는 우정과 사랑을 배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책 속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짜 부모건 가짜 부모건 상관없어, 카미유. 중요한 건 사랑받는다는 거잖아. 안 그래?"
"그건 달라."
"사실은 나도 가끔은 엄마랑 같이 사는 꿈을 꿔. 서랍도 안 뒤지고 권총 가지고 놀지도 않는 꿈. 엄만 여전히 텔레비전만 보고 나는 항상 혼자지. 뚱보 마르셀이나 그레고리랑 구슬치기도 하고 돼지랑 얘기하는 이웃집 녀석을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게 그리 오래가지를 않는 거야. 그러곤 집에서 무 얼 할지 더 이상 알 수가 없게 되지. 근데 하루는 내가 금방 커서 공장에 일하러 다니는 거야.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 맥주를 내가 마시고,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고 침대도 아닌 소파에서 만날 잠자고 르거는 거야. 그러다 잠이 깨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 그때 엄마 서랍을 뒤진 것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 page 332
사랑을 받고싶어했던 아이, 꾸제트.
하지만 이 아이에게 사랑보다는 무관심을 선사했던 부모.
시대상, 그들이 처한 상황상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손길과 관심이 있었다면 어린 꾸제트가 이런 시련을 당하진 않았을텐데라는 아뒤움이 남았었습니다.
감화원 속에서 꾸제트와 아이들은 꿈을 실현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가 되고 그들의 점점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아, 저런...... 아무튼 너도 알겠지만, 난 시몽 널 아주 좋아해.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래. 그래서 네가 떠나지 말았으면 하는 거야. 물론 그대로 넌 떠날 테지만 말이야."
"글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 같아선 나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무슨 소리! 너 바보야? 바깥세상의 찬란한 태양이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감옥에 주저앉겠다고? 꾸제트, 너는 지금부터 절대 다른 사람 말을 들어선 안 돼. 내 말도, 그 누구의 말도 마찬가지야. 오로지 네 마음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지금 네 마음은 틀림없이 너에게 이곳을 벗어나라 말하고 있어."
"응, 그건 사실이야......" - page 379 ~ 380
이젠 더 이상 하늘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꾸제트.
그가 보다 넓고 좋은 세상에 한 발을 내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작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이 책의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이 배워야할 본보기인 듯 합니다.
너무나도 맑기에, 한없이 낙천적이기에 모든 이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 꾸제트.
이 아이를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우정과 사랑.
이들이 모였기에 그가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아가고자 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역시도 왠지 제 머리맡에 두고두고 생각날 때 읽어야겠습니다.
아이에게서 좋은 기운을 얻고, 그리고 세상에 찌들어 마치 어른이 절대적인 냥 행동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서 입니다.
왠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올 듯 한 이 책, 『내 이름은 꾸제트』.
그 아이가 꿈 속에 나타나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해 주길 바라며 잠을 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