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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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맞이하게 되면 이 문구가 눈에 딱! 들어옵니다.

"근래 발견한 보석 같은 작가!"

-네이버 포스트 '책덕후들이 추천한 책"

책덕후들이 추천했다고 하니 저도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 손을 뻗었습니다.

 

저자는 전작에서도 이미 책 좀 읽는 사람들에게서 입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온전히 나답게』

사실 이 책은 아직 접해보지 못하였지만 그의 다음 작품인 이번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에서도 유감없이 보석같은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녀가 써 내려간 글을 읽다보니 그녀에게 점점 매료될 수 밖에 없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이야기는 제가 가진 고민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녀로 하여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문체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녀의 글은 지친 이들을 감싸줄 수 있는 넓은 포옹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앞서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처음에 그린 원에서 비껴 나고 있었다는 것을. 원이 아니라 나선을 그리며 걷고 있었다는 것을.

원에는 출구가 없지만, 나선에는 출구가 있다. 직선으로 걷는 것보다는 확실히 느릴 것이다. 하지만 직선으로 걷지 않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더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고 대부분의 것들에 만족한다. 분명히 잘못되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체념한다. 남들에게 권하고 싶은 인생도 아니고 딱히 자랑스러울 것도 엇ㅂ지만, 나는 그렇게밖에 걸을 수 없어서 그렇게 걸었던 것이다. - page 10

그녀는 그렇게밖에 걸을 수 없어서 걸었던 나선의 길.

오히려 그렇게 걸었기에 우리에게 인생을 마주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들 속엔 영화가 있었고 책이 있었고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공감할 수 있었고 그 속에 사람냄새가 났었습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모두 읽는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질문을 던지게끔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전한 이야기를 곱씹으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라고 전해주었습니다.

굳이 그녀와 같은 나선의 모양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라는......


<오늘이라는 찬란한 순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에 목을 매지도 않은 채 '지금', '여기'라는 복을 즐길 수 있었더라면.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느니, 못난 나라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략)

그러니 어깨에 힘을 좀 빼 보자. 배를 내밀고 건달처럼 어슬렁대 보자. 휴대전화도, 책도 없이 그저 멍하니 앉아 볕을 쬐어 보자. 게을러지자. 세상이 얼마나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세상이 얼마나 위대한 경이로 가득 차 있는지 느껴 보자. 허릿단 위로 접히는 뱃살이 더 튀어나올 것이 신경쓰이지만, 과감하게 오늘 먹고 싶은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허릿단은 과거고, 뱃살은 미래, 치킨이야말로 현재니까. - page 70

지금 이 순간에도 담담히 흘러가는 아름다운 순간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고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매달려 현재를 날려 버리는 그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일지도 모르기에......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우리에게 너무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지 말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조금은 담담하게, 실패하더라도 우아하게 버티는 법을 일깨워주었고 다른 이들을 신경쓰기 보다는 자신에게 더 관대하고 애정을 가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남들과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고 얘기해준 그녀.

그동안 다른 길에 가는 내 모습을 보며 낯선 이방인과도 같았고 외롭기만 하였는데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다를 지라도 아주 작은 것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다보면 내가 원하던 삶에 도달할 수 있음을......

다다른 그 곳엔 나의 '행복'이 자리하고 있음을......

저 역시도 저만의 나선으로 걷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온전히 나답게』를 읽으며 나다운 길의 이정표를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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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흔들릴 때, 인도 - 나를 만나러 혼자 떠난 사십오일 간의 배낭 여행
박재현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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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신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또한 자신을 알고 싶을 때 찾아갈 그 나라.

하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여행자들이 가기에 조금은 망설여지는 그 나라.

이런 이미지가 있기에 저 역시도 '인도'에 대한 로망은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가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발리우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우연히 보게 된 인도의 영화, 발리우드.

화려함에 한 번 놀라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에 두 번 놀랐습니다.

또한,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는 너무도 달랐기에 그들의 영화에 점점 빠지게 되었고 이어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인도'라는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

그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삶이 흔들릴 때, 인도』

나를 만나기 위해 사십오일 간의 배낭여행을 떠났다는 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인도의 모습을 보고자 책을 펼쳤습니다.


저자가 인도로 여행을 가게 된 이유는 삶의 긴장감이 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서 긴장할 일을 찾기 위해 떠났다고 합니다.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흘러가기 시작했고, 너무 빠르고 쉽게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지 않았고,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게 뻔한 내일이 오늘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새로 산 바지의 기장처럼 잘라내도 상관없을 듯 의미 없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세상의 중심이 나에게서 다른 곳으로 벗어나 버린 것 같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길은 힘들 것 같았다. - page 6

지칠대로 지쳐버린 그에게 무심코 꺼낸 선배의 말 한마디였던 인도 배낭여행!

별 고민 없이 결정을 내렸고 45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그것도 혼자, 배낭여행의 성지라고 알려진 인도를 떠나게 됩니다.


그가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인도여행은 인도의 문화와 종교, 역사가 담겨 있었고 그 속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삶의 의미들을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우선 인도라고 하면 '타지마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 입니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5대 황제였던 '샤자한'이 전장에서 아이를 출산하다 열병으로 죽은 아내 '뭄따즈 마할'을 위해 만든 무덤이다. 원래 이름이 아내의 이름 그대로 '뭄따즈 마할'이었다가 '마할의 왕관'이란 뜻의 지금의 타지마할로 바뀌었다고 한다. - page 73

특히나 인상깊었던 점은 이것이었습니다.

부부가 상대를 위해 20여 년 동안 경이로운 수고를 한 셈이었다. 아내는 살아 있는 남편을 위해 수고를 해야 했고, 남편은 죽은 아내를 위해 수고를 해야 했다. 아내는 남편이 살아서 수고해야 했고, 남편은 아내가 죽어서 수고해야 했던 것이다. - page 75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이 타지마할을 보고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경건해지곤 하였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도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 주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지인들이 내게 물었다.

"여행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뭐였고, 가장 좋았던 것은 뭐였어?"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가오는 일은 모두 힘들었고, 지나간 일은 모두 좋았어!" - page 167

그가 전한 여행의 의미는 우리의 인생의 의미와도 같아보였기에 인상깊었던 문구였습니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여행기에 인물사진이 비교적 많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와 함께 그 나라에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고 그가 하는 말에 좀더 깊은 울림이 있곤 하였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인자한 신의 모습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끔 약속 시간에 늦으면 이런 말을 듣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미안해. 시간이 이렇게 지난 줄 몰랐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이런 말을 듣는다.

"왜 이렇게 늙었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미안해. 시간이 이렇게 지난 줄 몰랐어!"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늙었다'와 '늦었다'는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이미 늙었다'는 '이미 늦어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늙으면 너무 늦어진다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 page 301 ~ 302

내 삶에서 나를 잃어버렸을 때, 늦었다고 주저하고 있을 때.

결코 늦지 않음을, 더 지체하다가는 늙어서 늦어질 수 있음을 깨달으며 저 역시도 그간 미루었던 일들을 되짚으며 시작을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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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천국 -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동 1965년
최성철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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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저만의 장소가 있습니다.

어릴 적 살던 동네, 그 곳의 놀이터.

가끔 울적할 때 한 번씩 찾아가보곤 합니다.

그 곳에서 느껴지는 추억을 곱씹다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조금이나마 그때의 어린아이가 지금의 저에게 위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 책의 뒷표지게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행복은 돈과 명예와 지위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하는 사랑의 놀이 안에 머문다"

어릴 적엔 지금보다 적게 가지고 있었는데도 항상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었는데......

더 많이 가지고 조금은 여유로워진 지금은 왜 반복되는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대신 무료함을 느끼고, 미소 대신 가면을 쓰고 있는것인지......

새삼 어린 시절이 그립기만 하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하지만 추억이 있기에 그 추억을 안고 이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1965년을 중심으로 한 그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

이제는 밤하늘 저 멀리에 아슴아슴하지도 못한 몇 줄기의 별빛으로 멀어져간 그의 어린 시절, 동네친구들, 그 풍경들, 그 속의 이야기들.

그 시절의 가난과 순수, 사랑이 담겨 있어서인지 이제와 그려진 그 곳의 이미지는 아련함과 아름다움, 애잔함, 그리움이 묻어 있었고 조금 더 보면 희망이 자그마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2부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제 1부 그리움의 정거장에서

제 2부 가난과 사랑과 놀이의 천국에서

1부에서 그려진 성북구 동소문동의 모습은 가난하지만 인정이 묻어있었기에 저에게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정겨움이 들었었습니다.

괜스레 그 곳에 가면 누구든 반겨줄 것 같고 감싸줄 것 같음이 오늘날 바쁘게 살아가며 성냥갑 속에 사는 우리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게끔 하였습니다.

2부에서 그려진 '놀이'는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진 모습들이 많아서인지, 노는 것보다는 학원에 메여 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서인지 다시금 이러한 놀이가 부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었습니다.


1부에 <무서운 거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1960년대를 살아본 건 아니지만 저 역시도 '거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시절의 거지의 모습은 볼 수 없음에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그나마 잘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한 작은 그리움도 남게 되었습니다.

모두 한 이불을 같이 덮고 지냈던 내 형제, 내 이웃이었는데, 동족상잔의 불행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팔과 다리를 잃고, 다시 사회로 돌아와 부초처럼 쓸쓸하게 떠다닐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내 삼촌 같은 상이군인들, 문둥병자 아닌 문둥병자로 취급 받아왔던 그 가슴 아픈 사연들...... 지금 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저 먼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따뜻한 곳에서 배불리 먹으며, 이제는 그 가슴 아팠던 사연들을 다 지워냈을까. 오늘 밤하늘에는 밤공기에 촉촉이 젖은 노란 별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 page 153


2부에서는 <여자 친구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저 역시도 해 보았던 놀이들-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소꿉장난-이 소개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를 돌이켜보니 그저 핸드폰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발전하고, 오감만족 놀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시금 예전의 놀이들이 부활을 하곤 하지만 이 역시도 밖에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환경 오염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아이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는 부모, 어른들의 잘못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에 살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졌고 정이 느껴졌으며 가슴 한 편이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놀이 역시도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엔 친구가 있고, 우정이 있고, 순수함이 담겨 있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점 삭막해지는 도시, 보다 아이들은 교육열 속에 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과연 그 시절의 가난이 진정한 가난이었는지, 지금의 우리가 더 가난한 것은 아닌지......

나중에 나의 아이에겐 어떤 추억을 간직하게 될 지에 대해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되뇌이고 되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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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 비우고 채우는 프랑스 르 퓌 길 800km 걷기 여행
류승희 지음 / 꼼지락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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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

그 길의 끝은 나를 반겨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의 휴식처가 있기에 그 곳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아련하게 제 몸을 감싸곤 합니다.

... 그냥 걸었더니 행복해졌다.

비우고 채우는 그 길, 순례자들이 향하는 그 길, 프랑스 르 퓌 길 800km.

그 길의 끝에 채워질 행복을 저 역시도 받고 싶어 저자와 함께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저자가 이 길을 걷게 된 동기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화가라면 더욱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 한 마디.

그래서 시작된 프랑스 르 퓌 길.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이 길 위에 놓은 도시 가운데에 세계문화유산이 15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 길에 담긴 자연의 이야기와 역사, 문화의 모든 것.

화가 류승희씨와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이 길엔 보이지 않는 이들의 배려가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어느 과학자의 말에 따르면 친절을 베풀면 받는 타인도 좋지만 베푸는 사람의 심신에도 영향을 미쳐 함께 행복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하는데 이 길엔 베푸는 이와 베품을 받는 이의 행복이 담겨 있어서 순례자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아름다운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인상깊은 오브락의 비문.

"인생이란 현재라고 부르는 선물."

오브락에 도착하며 만나게 되는 비문 앞에서 남미 작가 보르헤스의 글귀를 생각했다.

"어쩌면 멜로디 한 소절보다 짧을지도 모르는 인간의 생은, 결국 시간일 뿐입니다." - page 105

선물로 받은 인생 앞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돌이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것이었습니다.

갈림길 속에서의, 방향을 잃어버릴 때 여행을 통해 일탈을 꿈꾸며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도 좋지만 그 중에서도 순례 도보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바꾸는 것도 좋은 것이라는 것, 아니면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스스로의 순례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순례의 끝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길을 마치면 덮쳐오는 건 언제나 고독이다. 순례자들 간의 우정 어린 시선, 따스한 위로, 배려와 관용 등으로 그동안 길들여졌던 몸과 마음이 외따로 떨어져 나와 결국 덩그러니 혼자가 되는 것이다. - page 349

하지만 이런 고독도 순례를 통해 얻은 것이기에 인생의 또다른 면을 보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인생이란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롤리 다스칼(기업인)

걷기 여행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간 저자를 통해 저 역시도 독자로 책을 읽으며 저만의 길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비록 직접 순례 도보 여행길을 오르진 않았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여행길을 오르게 되어서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한 마디를 되새기며 책을 덮었습니다.

부엔 카미노(좋은 길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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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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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개글이 인상깊었습니다.

"세월에 맞서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다."

저는 오히려 세월의 흐름에 맞서고 싶었습니다.

보다 젊게, 보다 활발하고 유쾌하게만 살고 싶었습니다.

그게 욕심이었나봅니다.

왠지 제 바람처럼 정신없이 살아가도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게 된 것입니다.

『무심하게 산다』

작가의 무심한 일상 라이프가 궁금하였습니다.


작가도 30대가 들어서고 서른다섯이 넘어도 몸에 큰 변화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서른셋에 복싱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하고 서른일곱에 러닝을 시작하자 젋을 때보다 체력이 더 좋아졌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40대가 찾아오면서 조금씩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나이는 서서히 신체적 변화를 가져왔고 예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의아해하지만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덤덤한 필체로 이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내가 모르는 나를 알다>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같은 세대인 지인이나 친구와 수다를 떨다보면 건강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등장할 때가 부쩍 잦아졌다. "나, 요전번에 처음으로 요산 수치가......"라고 말을 꺼낼라치면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너도 다 늙었네"하고 이야기가 활기를 띤다. 이번에는 상대가 "감마 수치가 ......"하고 말을 꺼내면 그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난 58이나 나온 거 있지", "말도 안 돼. 잘못 나온 거 아냐?"하고 이 또한 대화가 화기애애해진다.

10년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단어가 모두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건강검진은 중년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최근 들어 종종 든다. - page 26

어릴 적엔 관심 밖의 주제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수다의 일종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

아이러니하면서 한편으론 웃픈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나이 드는 것에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삶은 분명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일이지만 경험을 통해 현명해진다기보다 경험함으로써 '자제하지 않아도 무탈하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요리를 오래 하다 보면 어느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건 결점을 없애려 들기보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 page 69 ~ 70

나이가 들면서 변화되기 보다는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너그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실을 인정해서라기보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서, 즉 무관심에 익숙해진다는 점이 조금은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

어릴 적에는 그렇게 되고 싶었던 것이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서는 세월의 흐름을 막고 싶음을......

과거의 모습과 자꾸만 비교하면 자신에 대해 실망감만 든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며 오히려 그 속에서 지금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더 재미난 인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중년의 소설가가 마흔 넘어서 알게된 세상살이의 맛.

그리 달콤새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하고 깊은 맛이 있었기에 오랫동안 되뇌이며 음미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세월을 거스리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지금의 '나'를 발견하면서 세월의 흐름 속에 생긴 공백을 메워가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진정한 세상살이의 맛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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