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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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역사의 중요성을 느끼고 역사에 관련된 서적을 찾아 읽으며 오늘날 살아가야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다른 역사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계 대전환을 읽는 4가지 코드

1492, 에덴동산 입구에 도달하다

1820,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다

1914,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다

1945,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방대한 역사를 4가지 코드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또다른 방식을 배울 수 있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1492, 에덴동산 입구에 도달하다>에선 '콜럼버스'의 정신세계에 대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하느님이 선택하신 도구다'라고 생각하며 새로우누 항로를 통해 아시아를 다녀온 인물이 자신이므로 금광을 발견할 인물 또한 자신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시기에 자신을 거의 모세 수준의 인물로 생각하고 세계사저거 사건을 지휘하는 마지막 황제의 조수 정도로 자신의 위치를 세우게 됩니다.

그런 그가 도달했다는 에덴동산은 의도치 않게 남미 대륙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이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인류사가 에덴동산으로 회귀하는 거의 막바지 시점이라고 생각하고는, 교황 알렉산드로스 6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제가 드디어 에덴동산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성인들과 신학자들이 믿었던 그 사실을 이제 저도 분명히 믿게 되었습니다. - page 69


그리고 이어지는 <1820, 동양과 서양의 운명이 갈리다>에선 무역을 통해 세계의 흐름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유럽과 중국, 두 나라의 세계 무게중심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는데 유럽 학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중국은 언제나 인구와 생산력 측면에서 '세계의 무게중심'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고 무서운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으니 이 점에 대해 중국이라는 나라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914,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다>에선 '생태계'에 대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노예를 해방시키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킨 것이 맞나요? 해방의 측면도 분명 있지만 오히려 억압을 가속시킨 측면도 다분합니다. 산업혁명 시기에 노동자들은 기계에 자신을 맞추어 더 힘든 노동을 했고, 더 많은 시간을 작업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산어혁명 이후 역사 경험을 평가했을 때 인간이 진짜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 것이 맞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반대로 인간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도 가능할까요? 이러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요. - page 206


마지막 <1945,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에서는 '문명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문명화의 중요한 동인은 '국가의 강화'와 '경제 발전'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를 더 꼽으라면 '독서'를 꼽았는데 과연 문명화와 탈문명화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우리의 이기심과 자만심,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세계의 평화보다는 서로를 향한 '증오'와 '폭력'을 부르게 하였고 '혁명'이라 일컬으며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 오히려 '행복'을 앗아가는 행위를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연장선상에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하나의 역사가 이루어짐을 깨달아야합니다.

그렇기에 보다 밝은 미래를 향해 어떤 행동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해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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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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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지만 막상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되곤 합니다.

또 막상 보통과는 달리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다보면 그저 평범했던 일상을 그리워하곤 합니다.

평범한 것을 추구하진 않지만 결국 평범함을 추구하는 나.


이 책의 제목 역시도 크게 눈에 띄는 문구는 아니었습니다.

『평범』 

하지만 책을 소개하는 문구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 된다!


"하나가 없으면 다음 하나도 없고,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기도 하고.

인생이란 게 원래 그래. 그러니까 매일매일 충실하게 살아가는 거야!"

제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준 이 책.

책 속엔 어떤 평범한 일상들이 존재하는지 궁금하였습니다.


6가지의 일상 속의 이야기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나름의 섬세함이 있었고 읽고 난 뒤 독자들에게 '지금'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하였었습니다.

그들의 일상에선 '만약에'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만약에 그와 이혼을 한다면?

만약에 그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그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저는 <또 하나의 인생>이 인상깊었습니다.

등장인물은 나, 마사토시, 고즈에, 에이치로, 이렇게 넷이 등장을 합니다.

그들의 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이런 물음이 존재합니다.

"나는 미래 같은 거 믿지 않아. 앞으로 에이치로와 얼마나 더 만나게 될지 알 수 없고, 노무라하고 진짜 헤어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오. 설령 나랑 에이치로가 각각 이혼한다 해도 우리가 합칠지 말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나는 닥치지 않은 일은 믿지 않아. 다만 후미코, 나는 말이야, 에이치로를 만나고 나서 생각했어. 또 하나의 인생이 있구나, 내 것이 되지 못한 또 하나의 인생." - page 29

우리가 그때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다른 삶은 어떤 모습일지 주인공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상황을 바란 적도 없고, 앞으로도 바랄 리 없다고 믿었는데....... 마사토시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내게 주어진 현실을 만족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도 고즈에가 말한 또 하나의 인생에 대한 동경이나 기대가 있었던 걸까?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인생.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그 또 하나의 인생을 마음 어딘가에서 갈망하고 있는 걸까? 혹은 그날이 언젠가 오는 걸까? - page 48


또 하나의 인생 같은 건 없어!

나는 앞줄에 앉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남녀의 뒷모습에 대고 말을 걸듯 생각했다.

분명 그런 건 없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야. 저 장난감 같은 반지는 또 하나의 인생의 의미를 띠고 빛나지 않아. 일상으로 돌아가 다른 손가락에 끼워질 저 반지를 보고 떠올리는 건 또 하나의 인생이 아니라 이 시끄럽고 꼴불견인 여행뿐일 테니까. 우리에게 있는 건 지금과 과거, 미래뿐이야. - page 49


아마도 누구나 지금의 상황에서 '만약'을 꿈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상 현실에 빠져 현실의 생활을 한탄하기보다는 지금의 모습에서 만족을 찾는 편이, 평범한 하루하루에 감사하는 것이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내 인생이 빛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오늘이 있기에 때론 눈물이, 때론 즐거움으로 저마다의 색을 채워 우리의 삶을 다양한 색채로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의 오늘도 과거에 '만약' 속 가상 현실이 되었을 것이라 믿으며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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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일기 -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정세진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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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련되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결혼을 하고난 뒤였습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요리'에 '요'도 관심이 없었고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에는 투정을 부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의 막막함.

요리가 아닌 조리를 하였지만 '손'으로 요리를 한 것인지 '발'로 요리를 한 것인지, 과연 먹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에 놓였을 때 여자로써의 수치심.

더구나 아기가 태어나고 점점 자라면서 엄마의 정성어린 음식으로 자라날텐데 그에 적합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

그래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불어 '음식'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탐일기』 

단순히 '식탐'에 대해 주인공의 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추측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제 추측과도 달라서 조금 놀라웠지만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가끔 '술'과 관련되어서, '음악'에 관련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곤 하였기에 그와 관련된 책들이 시중에 있긴 하지만 아직은 접해보지 못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뿐만 아니라 다른 명사들의 음식 이야기가 궁금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조선의 선비 '송강 정철'부터 제인 오스틴, 고흐, 디킨스,  프리다 칼로, 헤밍웨이, 피카소,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까지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이들이 나오기도 하였고 잘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요즘 관심이 갔던 <고통을 이겨낸 예술가의 레시피 - 프리다 칼로와 그녀가 만든 음식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프리다 칼로'에 대해 알게 된 건 최근이었습니다.

『화가의 통찰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그녀의 일생을 담은 책을 구입해서 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야기는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그림과 함께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힘겨운 삶을 버텨냈다고 하였습니다.

리베라가 프리다의 작품을 보고 한 이야기.

"예기치않은 표현의 에너지와 인물 특성에 대한 명쾌한 묘사, 진정한 엄정함을 보았다. 잔인하지만 감각적인 관찰의 힘에 의해 더욱 빛나는 생생한 관능성이 전해졌다. 나에게 이 소녀는 분명 진정한 예술가였다." - page 126

하지만 그녀의 작품만큼의 명성을 결혼에선 받을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의 배신감과 고독감을 선사한 남편, 디에고.

또한 그녀의 삶에 고통을 안겨준 것은 세 번에 걸친 유산과 불임이 되어버린 몸.

몸과 마음의 고통을 동시에 겪으면서도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의 평생소원은 단 3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 page 128

평생을 디에고에 대한 애증 속에 살던 프리다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디에고의 전처인 과달루페로부터 전수받은 레시피를 요리함으로써 고독과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만든 음식들은 호두 소스와 칠리, 호박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와 옥수수 반죽을 쪄낸 빵의 일종인 타말레스.

그밖에도 살사 베르데에 찍어 먹는 나초와 호박꽃 수프, 노팔스 선인장을 곁들인 돼지고기 요리 등.

정열적인 여인 프리다 칼로는 캔버스와 주방을 오가며 마음속의 불꽃을 예술작품으로, 요리로 승화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작가 <젓가락에 콕 찍은 새까만 게장의 추억 - 박완서의 작품에 녹아 있는 개성 음식>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의 문학에 한 획을 장식한 그녀, 박완서.

그녀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늦은 40상에 문단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작품들은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소시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곤 합니다.

그녀의 수필집을 보면 서울에서 맛본 개성 음식보다는 고향 개성의 소박한 음식들을 꼽았다고 합니다.

메밀칼싹두기와 수수팥떡, 강된장과 참게장 등.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개풍군 박적골에서 맛본 참게장에 대해 "맛의 오지"이며 "궁극의 비경:이었다고 극찬을 하였다고 합니다.

가을철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 잡은 참게는 볶거나 구워서 먹었다는데 노란 알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고. 그러나 참게로 만든 진짜 별미는 "고약처럼 새까맣고 끈끈한 암게의 장"이었다. 그 새까만 게장을 할아버지는 젓가락으로 콕 찍어 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고, 어린 손녀에게 게장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 page 229

그녀의 이야기처럼 '고약처럼 까만'장의 정체는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 음식에 담긴 추억은 왠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에 읽으면서 그들 역시도 평범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음식이 소중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추억이 있기에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 음식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평범하거나 소박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식에 추억을 덧붙이고 의미를 주고나니 비로소 그들만의 '음식'이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고나서 저 역시도 제가 사랑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떠올린 음식도 그리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엄마의 정성이 들어있기에, 엄마의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음식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리말>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이다. '녹색의 요정'으로 불리던 마성의 술 압생트나 아랍에서 전래돼 기독교로 '개종'한 커피, 옛 우리 조상들의 고픈 배를 채우고 망국의 한조차 잊게 한 메밀 등은 사람과 함께하면서 때로는 한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음식은 보다 다채로운 인류의 역사를 써 나가는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page 7

나에게 소중한 음식도 작게는 소소한 행복에서 크게는 나의 역사 속, 우리의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모르게 책을 읽고난 뒤 엄마의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반찬들이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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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배우다
무무 지음, 이지연 옮김 / 보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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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작가를 처음 만난 건 연애를 하면서 우연히 서점에서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를 발견하고 제목에 이끌려 구입 후 읽은 시점부터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책 한 권을 더 구입해서 연애하던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었고 그 연이 이어져 지금의 듬직한 저의 남편으로 있습니다.

이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나올 때마다 무조건적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읽고 나면 남편이 읽으면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곤 하였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는 팬인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행복'의 의미.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봄바람이 불어서일까.

아니면 요즘들어 공허해진 마음때문일까.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제 갈증을 씻어주고자, 아니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고자 저자는 또다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건 무조건 읽어야해!'

라는 마음가짐과 함께 책을 받자마자 펼치는 순간.

책을 덮을 땐 왠지모를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책을 좋아하고, 그의 책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마 그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해 주기 때문입니다.

책의 표지에서도 일러주듯이 '소소하지만 소중한'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하기에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잔잔한 미소를 선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게 책을 덮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선 <행복을 놓쳐버린 여자>는 읽으면서 여주인공처럼 저 역시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와 선물을 기대하는 여자.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 마음을 모르는 듯 값비싼 선물들이 아닌 커다란 곰인형 하나 였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둘의 사랑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 어느 날 술을 먹고 도로에서 두 사람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맙니다.

여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남자.

이 남자는 구급대원에게조차 자신의 생사보다는 여자친구의 생사를 중요시 여겨달라고 전하며 곰인형을 꼭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결국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여자.

기절했다가 깨어났다가를 반복하다 무심결에 곰인형을 바라보게 됩니다.

피가 묻어 있는 곰인형.

남자의 체온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어 꼭 끌어안고 살며시 쓰다듬다가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지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는 반지함.

목 놓아 울부짖어도 돌아올수 없는 그였기에 그녀의 마음은 더더욱 찢어지게 도비니다.

여자는 이튿날 퇴원해 둘이 좋아했던 해안가의 집으로 가니 거기엔 보온 도시락과 카드가 있었습니다.

카드에 적힌 그의 프로포즈.

그 중에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구는 이것이었습니다.

사실 사랑은 아주 단순한 두 사람의 행복이야. 우리의 행복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야. 난...... - page 166

결국 그녀 역시도 남자를 화장하는 날, 그곳에 참석하지 않고 둘이 좋아했던 집에 가 작년 생일에 남자가 선물한 은장도로 자신의 손목을 그으며 그의 곁으로 가고자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작가의 한 마디.

사람들은 종종 너무 경솔하게 행동한다. 왜 좀 더 일찍 상대의 행동을 이해해주지 못할까? 왜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일까?
(중략) 

우리는 때로 경솔하고 침착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page 167

사실 저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비관하고 남편의 탓만을 하곤 하였습니다.

이 역시도 경솔한 행동이었음을......

이 이야기를 읽고나선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 대해 예의를 차려야겠다는, 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우선 내 행동에 대해 되돌아보는 지혜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 인상깊었던 <사랑의 완행버스>이야기.

먼거리 연애를 해도 둘의 사랑은 유자처럼 달콤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딸이 태어나면서 여자는 남자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돌아갈 때 남자는 예전처럼 고속버스를 타지 않고 그보다 5분 일찍 출발하는 일반 미니버스를 타고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 하다니 5분도 더 있기 싫단 말이야?' - page 256

하지만 그 남자의 진정한 의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바보야, 고속버스는 출발하면 바로 고속도로를 탄다고. 미니버스는 느리게 가는데다 한 바퀴 빙 돌다가 우리 집도 지나간단 말이야. 미니버스에 타면 우리 집 테라스도 볼 수 있고 게다가 테라스에 널어놓은 우리 딸 기저귀와 아기옷도 볼 수 있다고!" - page 257

그들의 사랑.

'아,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집으로 올 때 고속버스를 타는 건 한시라도 빨리 함께 있고 싶어서이고 돌아갈 때 완행버스를 타는 건 천천히 집에서 멀어지고 싶어서였어!' - page 257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책을 덮고나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돈이 많은 것?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

남들보다 뛰어난 것?

이런 것들은 행복을 이루는데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권력과 지위, 명예, 돈.

어느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잔잔한 행복은 영원히 가슴 속에 새겨지기에 곱씹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의 주변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이들......

과연 나는 그들에게 이런 소소한 행복이라도 전하는 사람인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행복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어도 또 다시 손길이 갈 것만 같습니다.

'행복'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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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
황주리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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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쁜 표지로 눈길을 한 번 사로잡았고 국내 최고의 여류화가가 그리고 쓴 '페인팅 노블(Painting Nover)'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실 저자에 대해선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정여울'씨의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작가 황주리의 글과 그림은 따스하고 친절하다.

(중략)

한겨울에도 마음 속의 따사로운 봄을 찾는 당신이라면, 각박한 세파에 시달려 한여름에도 문득 추위를 느끼는 당신이라면, 황주리의 글과 그림이 빚어내는 향기로운 공감의 하모니 속에서 커다란 위안을 얻을 것이다.

꽃샘추위가 봄이 오는 걸 시샘하듯이 추운 요즘.

이 책이 저에겐 따사로운 봄을 선사해 줄 것 같았습니다.


책의 제목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한 마디만 더>에 있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잠시 찾아보니 영국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아내는 처녀때부터 병을 앓았는데 결국은 남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런 아내에게 바친 시가 바로 <한 마디만 더>라고 합니다.

그 속에 담긴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가 2번 나온다고하니 이미 이 책을 읽기 전에 뜨거운 사랑과 아쉬운 이별, 상처를 어루만질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어림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7개의 소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각 소설에서는 따뜻함 속에 담긴 아련함과 가슴 아픔이 담겨 있었기에 섣부르게 읽고 판단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곱씹으면서 다시금 되새겼을 때 비로소 나에게 다양한 감정들이 다가왔었습니다.

조금은 양날의 칼과도 같았던 감정들.

하지만 그림들이 글의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해 주었기에 한 편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도 들게 해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모든 사랑의 해프닝들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생겨서, 그와 그녀 사이의 욕망이라는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관계의 끈이 녹슬기 시작하면서, 아니면 급사 등.

그러던 그녀는 조각가의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의 딸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마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끝을 우리는 안다. 텔레비전 정규 방송이 끝난 뒤 빈 화면의 침묵, 고요하지만 견딜 수 없는 그 지지직 하는 소음. 산다는 일은 어쩌면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아주 짧은 순간 마주쳤던 사람들조차 깨알 같은 흔적 하나씩을 남기고 돌아선다. 너무 많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사랑의 끝까지 가본 사람에게 그 작은 흔적들은 커다란 흉터나 상처가 되어 버린다. 그저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만드는 일에 잠시, 혹은 오랫동안 동참했을 뿐이다. - page 268 ~ 270

그리고 이어진 인상적인 문장.

우리가 인연이라 부르는 것들은 때론 이런 식으로 찾아온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자석의 양극을 이곳저곳에서 떼어와 서로 붙여 놓는다. 그들은 붙여 놓은 특별한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어쩌면 이유가 있을 테지만, 우리가 그것을 모를 뿐인지도 모른다. - page 280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떤 것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 없고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었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기에, 또한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마치 우연과 사고의 연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의미를 각 이야기마다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환상에 젖어 있었기에 실제의 사랑 앞에서는 수없이 방황하였었고 상처를 받았었으며 사랑의 붉은 이미지보단 푸른 이미지를 지닌 사랑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과 함께한 소설.

그렇기에 소설의 의미가 더 와닿았고 나만의 해석을 담아 작가와 또다른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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