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일기 -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정세진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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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련되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결혼을 하고난 뒤였습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요리'에 '요'도 관심이 없었고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에는 투정을 부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의 막막함.

요리가 아닌 조리를 하였지만 '손'으로 요리를 한 것인지 '발'로 요리를 한 것인지, 과연 먹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에 놓였을 때 여자로써의 수치심.

더구나 아기가 태어나고 점점 자라면서 엄마의 정성어린 음식으로 자라날텐데 그에 적합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

그래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불어 '음식'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탐일기』 

단순히 '식탐'에 대해 주인공의 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추측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제 추측과도 달라서 조금 놀라웠지만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가끔 '술'과 관련되어서, '음악'에 관련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곤 하였기에 그와 관련된 책들이 시중에 있긴 하지만 아직은 접해보지 못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뿐만 아니라 다른 명사들의 음식 이야기가 궁금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조선의 선비 '송강 정철'부터 제인 오스틴, 고흐, 디킨스,  프리다 칼로, 헤밍웨이, 피카소,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까지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이들이 나오기도 하였고 잘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요즘 관심이 갔던 <고통을 이겨낸 예술가의 레시피 - 프리다 칼로와 그녀가 만든 음식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프리다 칼로'에 대해 알게 된 건 최근이었습니다.

『화가의 통찰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그녀의 일생을 담은 책을 구입해서 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야기는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그림과 함께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힘겨운 삶을 버텨냈다고 하였습니다.

리베라가 프리다의 작품을 보고 한 이야기.

"예기치않은 표현의 에너지와 인물 특성에 대한 명쾌한 묘사, 진정한 엄정함을 보았다. 잔인하지만 감각적인 관찰의 힘에 의해 더욱 빛나는 생생한 관능성이 전해졌다. 나에게 이 소녀는 분명 진정한 예술가였다." - page 126

하지만 그녀의 작품만큼의 명성을 결혼에선 받을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의 배신감과 고독감을 선사한 남편, 디에고.

또한 그녀의 삶에 고통을 안겨준 것은 세 번에 걸친 유산과 불임이 되어버린 몸.

몸과 마음의 고통을 동시에 겪으면서도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의 평생소원은 단 3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 page 128

평생을 디에고에 대한 애증 속에 살던 프리다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디에고의 전처인 과달루페로부터 전수받은 레시피를 요리함으로써 고독과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만든 음식들은 호두 소스와 칠리, 호박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와 옥수수 반죽을 쪄낸 빵의 일종인 타말레스.

그밖에도 살사 베르데에 찍어 먹는 나초와 호박꽃 수프, 노팔스 선인장을 곁들인 돼지고기 요리 등.

정열적인 여인 프리다 칼로는 캔버스와 주방을 오가며 마음속의 불꽃을 예술작품으로, 요리로 승화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작가 <젓가락에 콕 찍은 새까만 게장의 추억 - 박완서의 작품에 녹아 있는 개성 음식>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의 문학에 한 획을 장식한 그녀, 박완서.

그녀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늦은 40상에 문단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작품들은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소시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곤 합니다.

그녀의 수필집을 보면 서울에서 맛본 개성 음식보다는 고향 개성의 소박한 음식들을 꼽았다고 합니다.

메밀칼싹두기와 수수팥떡, 강된장과 참게장 등.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개풍군 박적골에서 맛본 참게장에 대해 "맛의 오지"이며 "궁극의 비경:이었다고 극찬을 하였다고 합니다.

가을철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 잡은 참게는 볶거나 구워서 먹었다는데 노란 알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고. 그러나 참게로 만든 진짜 별미는 "고약처럼 새까맣고 끈끈한 암게의 장"이었다. 그 새까만 게장을 할아버지는 젓가락으로 콕 찍어 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고, 어린 손녀에게 게장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 page 229

그녀의 이야기처럼 '고약처럼 까만'장의 정체는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 음식에 담긴 추억은 왠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에 읽으면서 그들 역시도 평범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음식이 소중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추억이 있기에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 음식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평범하거나 소박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식에 추억을 덧붙이고 의미를 주고나니 비로소 그들만의 '음식'이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고나서 저 역시도 제가 사랑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떠올린 음식도 그리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엄마의 정성이 들어있기에, 엄마의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음식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리말>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이다. '녹색의 요정'으로 불리던 마성의 술 압생트나 아랍에서 전래돼 기독교로 '개종'한 커피, 옛 우리 조상들의 고픈 배를 채우고 망국의 한조차 잊게 한 메밀 등은 사람과 함께하면서 때로는 한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음식은 보다 다채로운 인류의 역사를 써 나가는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page 7

나에게 소중한 음식도 작게는 소소한 행복에서 크게는 나의 역사 속, 우리의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모르게 책을 읽고난 뒤 엄마의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반찬들이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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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배우다
무무 지음, 이지연 옮김 / 보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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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작가를 처음 만난 건 연애를 하면서 우연히 서점에서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를 발견하고 제목에 이끌려 구입 후 읽은 시점부터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책 한 권을 더 구입해서 연애하던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었고 그 연이 이어져 지금의 듬직한 저의 남편으로 있습니다.

이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나올 때마다 무조건적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읽고 나면 남편이 읽으면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곤 하였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는 팬인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행복'의 의미.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봄바람이 불어서일까.

아니면 요즘들어 공허해진 마음때문일까.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제 갈증을 씻어주고자, 아니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고자 저자는 또다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건 무조건 읽어야해!'

라는 마음가짐과 함께 책을 받자마자 펼치는 순간.

책을 덮을 땐 왠지모를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책을 좋아하고, 그의 책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마 그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해 주기 때문입니다.

책의 표지에서도 일러주듯이 '소소하지만 소중한'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하기에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잔잔한 미소를 선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게 책을 덮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선 <행복을 놓쳐버린 여자>는 읽으면서 여주인공처럼 저 역시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와 선물을 기대하는 여자.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 마음을 모르는 듯 값비싼 선물들이 아닌 커다란 곰인형 하나 였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둘의 사랑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 어느 날 술을 먹고 도로에서 두 사람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맙니다.

여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남자.

이 남자는 구급대원에게조차 자신의 생사보다는 여자친구의 생사를 중요시 여겨달라고 전하며 곰인형을 꼭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결국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여자.

기절했다가 깨어났다가를 반복하다 무심결에 곰인형을 바라보게 됩니다.

피가 묻어 있는 곰인형.

남자의 체온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어 꼭 끌어안고 살며시 쓰다듬다가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지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는 반지함.

목 놓아 울부짖어도 돌아올수 없는 그였기에 그녀의 마음은 더더욱 찢어지게 도비니다.

여자는 이튿날 퇴원해 둘이 좋아했던 해안가의 집으로 가니 거기엔 보온 도시락과 카드가 있었습니다.

카드에 적힌 그의 프로포즈.

그 중에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구는 이것이었습니다.

사실 사랑은 아주 단순한 두 사람의 행복이야. 우리의 행복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야. 난...... - page 166

결국 그녀 역시도 남자를 화장하는 날, 그곳에 참석하지 않고 둘이 좋아했던 집에 가 작년 생일에 남자가 선물한 은장도로 자신의 손목을 그으며 그의 곁으로 가고자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작가의 한 마디.

사람들은 종종 너무 경솔하게 행동한다. 왜 좀 더 일찍 상대의 행동을 이해해주지 못할까? 왜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일까?
(중략) 

우리는 때로 경솔하고 침착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page 167

사실 저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비관하고 남편의 탓만을 하곤 하였습니다.

이 역시도 경솔한 행동이었음을......

이 이야기를 읽고나선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 대해 예의를 차려야겠다는, 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우선 내 행동에 대해 되돌아보는 지혜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 인상깊었던 <사랑의 완행버스>이야기.

먼거리 연애를 해도 둘의 사랑은 유자처럼 달콤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딸이 태어나면서 여자는 남자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돌아갈 때 남자는 예전처럼 고속버스를 타지 않고 그보다 5분 일찍 출발하는 일반 미니버스를 타고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 하다니 5분도 더 있기 싫단 말이야?' - page 256

하지만 그 남자의 진정한 의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바보야, 고속버스는 출발하면 바로 고속도로를 탄다고. 미니버스는 느리게 가는데다 한 바퀴 빙 돌다가 우리 집도 지나간단 말이야. 미니버스에 타면 우리 집 테라스도 볼 수 있고 게다가 테라스에 널어놓은 우리 딸 기저귀와 아기옷도 볼 수 있다고!" - page 257

그들의 사랑.

'아,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집으로 올 때 고속버스를 타는 건 한시라도 빨리 함께 있고 싶어서이고 돌아갈 때 완행버스를 타는 건 천천히 집에서 멀어지고 싶어서였어!' - page 257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책을 덮고나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돈이 많은 것?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

남들보다 뛰어난 것?

이런 것들은 행복을 이루는데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권력과 지위, 명예, 돈.

어느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잔잔한 행복은 영원히 가슴 속에 새겨지기에 곱씹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의 주변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이들......

과연 나는 그들에게 이런 소소한 행복이라도 전하는 사람인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행복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어도 또 다시 손길이 갈 것만 같습니다.

'행복'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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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
황주리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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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쁜 표지로 눈길을 한 번 사로잡았고 국내 최고의 여류화가가 그리고 쓴 '페인팅 노블(Painting Nover)'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실 저자에 대해선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정여울'씨의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작가 황주리의 글과 그림은 따스하고 친절하다.

(중략)

한겨울에도 마음 속의 따사로운 봄을 찾는 당신이라면, 각박한 세파에 시달려 한여름에도 문득 추위를 느끼는 당신이라면, 황주리의 글과 그림이 빚어내는 향기로운 공감의 하모니 속에서 커다란 위안을 얻을 것이다.

꽃샘추위가 봄이 오는 걸 시샘하듯이 추운 요즘.

이 책이 저에겐 따사로운 봄을 선사해 줄 것 같았습니다.


책의 제목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한 마디만 더>에 있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잠시 찾아보니 영국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아내는 처녀때부터 병을 앓았는데 결국은 남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런 아내에게 바친 시가 바로 <한 마디만 더>라고 합니다.

그 속에 담긴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가 2번 나온다고하니 이미 이 책을 읽기 전에 뜨거운 사랑과 아쉬운 이별, 상처를 어루만질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어림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7개의 소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각 소설에서는 따뜻함 속에 담긴 아련함과 가슴 아픔이 담겨 있었기에 섣부르게 읽고 판단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곱씹으면서 다시금 되새겼을 때 비로소 나에게 다양한 감정들이 다가왔었습니다.

조금은 양날의 칼과도 같았던 감정들.

하지만 그림들이 글의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해 주었기에 한 편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도 들게 해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모든 사랑의 해프닝들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생겨서, 그와 그녀 사이의 욕망이라는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관계의 끈이 녹슬기 시작하면서, 아니면 급사 등.

그러던 그녀는 조각가의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의 딸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마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끝을 우리는 안다. 텔레비전 정규 방송이 끝난 뒤 빈 화면의 침묵, 고요하지만 견딜 수 없는 그 지지직 하는 소음. 산다는 일은 어쩌면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아주 짧은 순간 마주쳤던 사람들조차 깨알 같은 흔적 하나씩을 남기고 돌아선다. 너무 많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사랑의 끝까지 가본 사람에게 그 작은 흔적들은 커다란 흉터나 상처가 되어 버린다. 그저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만드는 일에 잠시, 혹은 오랫동안 동참했을 뿐이다. - page 268 ~ 270

그리고 이어진 인상적인 문장.

우리가 인연이라 부르는 것들은 때론 이런 식으로 찾아온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자석의 양극을 이곳저곳에서 떼어와 서로 붙여 놓는다. 그들은 붙여 놓은 특별한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어쩌면 이유가 있을 테지만, 우리가 그것을 모를 뿐인지도 모른다. - page 280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떤 것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 없고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었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기에, 또한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마치 우연과 사고의 연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의미를 각 이야기마다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환상에 젖어 있었기에 실제의 사랑 앞에서는 수없이 방황하였었고 상처를 받았었으며 사랑의 붉은 이미지보단 푸른 이미지를 지닌 사랑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과 함께한 소설.

그렇기에 소설의 의미가 더 와닿았고 나만의 해석을 담아 작가와 또다른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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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플하게 살기로 했다 -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40대 기억력 수업
스가와라 요헤이 지음, 하진수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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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초단위로 쏟아지니 이제는 기억의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막상 원하는 정보를 떠오르려고 하면 기억이 나지 않고, 내 머릿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얽히고 설킨 실타래마냥 정보들이 헝클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이 책은 그런 저에게 과부하된 머릿 속을 정리해 줄 것 같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책의 표지에서도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같은 거 세 번 이상 물어보는 당신

슈퍼 기억력 유지하고픈 당신

언제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픈 당신


쓸데없는 정보는 비우고 머릿속을

리셋하라!

심플하게!

문구만으로도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필요한 정보들만으로 요목조목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책 속에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하라

2장 복잡한 세상, 효과적으로 기억하라

3장 즉시 기억력 좋아지는 5대 생활 법칙

4장 상황별 기억 법칙

5장 당신 뇌의 잠재력을 믿으라


첫 장부터 저의 경험과도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고 나름 시험을 보았지만 답안을 작성한 후 사라진 기억들.

이는 뇌의 기억 용량은 한계가 있는데 그 속에서도 뇌에 중요도와 상관없이 모든 정보를 뒤죽박죽으로 기억하려고 하니 흔히 '잊어버렸다.'라고 말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잊어버렸다.'라고 하는 말은 '머릿속에 뒤섞여 있는 기억들 중에서 필요한 기억을 찾지 못했다.'라는 말과 매한가지다. - page 15

그렇다면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정리해서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불필요한 정보는 차단을 하고 당장 중요한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생각들은 일명 '망각 노트'에 적고 나서 중요한 일을 생각하는 데 집중하도록 해 준다고 합니다.

또한 똑같은 내용을 한 번 더 기억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3장 즉시 기억력 좋아지는 5대 생활 법칙>이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시간의 법칙 - 기억력 좋아지는 시간은?

*하루 중 기억력이 가장 좋아지는 시간은 잠자리에서 일어난 지 3시간 뒤와 10시간 뒤다.

일단 첫 번째로 기억력이 좋아지는 오전 9시에는 자신이 꼭 익히거나 외워뒀으면 하는 일에 집중해보자.

두번째로 기억력이 좋아지는 오후 4시에는 기억의 4단계 중 마지막인 망각 작업을 해보자. - page 83 ~ 85

② 장소의 법칙 - 외우기 쉬운 장소는?

*'작문삼상(作文三上)'이라는 옛말이 있다. 마상, 침상, 측상, 즉 운송 수단을 탔을 때, 자고 있을 때, 화장실에 있을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 쉽다는 뜻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싶으면 먼저 필요한 정보를 머리에 가득 집어넣은 다음에 용변을 보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목욕을 하면 된다. - page 101 ~ 103

③ 수면의 법칙 - 잊지 않기 위한 수면법은?

*가장 외우고 싶은 내용을 잠들기 직전에 외우고 바로 수면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외우고 나서 바로 잠들면 쓸데없는 기억이 끼어들어 방해하는 일 없이 뇌가 선명하게 반복 정착 작업을 할 것이다. - page 110 ~ 111

④ 식사의 법칙 - 언제 먹는 것이 좋을까?

*공복일 때 기억력이 좋아진다.

식사 후 9 ~ 16시간 뒤에 기억력이 높아진다.

씹는 행위는 기억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뇌를 확실히 깨우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작용도 한다.

낮에 많이 씹어서 세로토닌이 늘어나면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 page 132 ~ 134

⑤ 언어의 법칙 - 어떤 말이 효과적일까?

*기억에 '말의 태그'를 단다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하고 싶다면 감정이 격해지도록 만들자. - page 140


책 속에는 기억법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게끔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간략하게 각 장마다 마지막엔 핵신 문장들을 정리해 놓아서 혹시라도 바쁜 현대인들이나 읽었는데 다시금 필요한 정보만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메모장처럼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다고들 합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신경 쓸 일도 많고 뇌의 한정된 공간 속에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가득해서 우리는 쉽게 '잊어버렸다'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불필요한 정보들은 휴지통을 비우듯이, 필요한 정보들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님을 심플라이프처럼 뇌에도 미니멀 정보가 필요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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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복도 아래로
로이스 덩컨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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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로이스 덩컨' 은 실로 유명하였습니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베스트셀러 작가.

하지만 저는 아직 그녀의 작품을 접하진 못하였고 그저 명성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작품은 많은 이들의 추천이 있었기에 관심이 갔었고 이번을 계기로 그녀의 작품을 만나볼까하는 생각에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이미 <헝거게임>의 제작사가 영화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를 먼저 접하지 않았기에 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고 더 공포스러우면서도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책의 두께는 그다지 두껍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책 속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였습니다.

그래서 두께보다 오히려 책을 덮은 후 많은 여운과 함께 잠시나마 숨을 고르곤 하였었습니다.


주인공 '키트 고디'는 엄마의 댄과의 재혼으로 블랙우드 홀에 입학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끝난 얘기를 하고 또 하니. 가족 안에서 네 위치가 다른 평범한 여자아이들과는 달랐다는 거 잘 안다. 단둘이었으니 네 엄마가 너를 자식이라기보다는 동등한 친구처럼 대해왔을 거야. 넌 의지도 강하고 독립심도 강하고 네 앞가림도 똑 부러지게 할 줄 아는 아이지만 그래도 우리 신혼여행에 널 데려갈 수는 없다." - page 13

그녀가 입학하게 된 학교는 고풍스러운 옛날식 저택과 연못,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숲이 언뜻보면 멋스러워 보이지만 알 수 없는 사연을 간직한 으스스함 역시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키트 역시도 기숙학교인 블랙우드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악령이 깃든 곳이야.'

그녀의 말처럼 이 기숙학교엔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무성하고 어느 날부턴가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는 죽은 천재 예술가들의 영혼의 파장이 소녀들에게 전달되면서 소녀의 영혼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면서 사건은 점점 깊어져만 갑니다.

쥘의 나지막한 목소리처럼 "맙소사!" - page 225


밤에 읽기엔 이 책은 무시무시하였습니다.

특히나 기숙사라는 고립과 밀실이라는 공간 속에서의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망자들의 이야기.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꼭 한 번 봐야겠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모습이 영화 속에는 어떻게 표현이 될지.

그리고 기숙사 교장인 마담 뒤레의 마지막을 어떻게 표현할지.

서스펜스 소설을 읽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키트의 용기에, 한층 성숙해진 모습에서 앞으로의 일도 잘 헤쳐 나가리라는 믿음이 생기고나서야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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