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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의 날씨' 체크하기!
오늘의 일정을 잡기 위해, 의상 코디를 위해, 남편의 출근길에 동행해야하는 물건(우산)의 여부를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매번 맞아떨어지진 않았습니다.
기상청에서 잘못 알려준 적도 있었기에 일기예보에 대해 100% 신뢰보다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준비를 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날씨에 대해 따로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일상이고 대기의 흐름에 맞게, 우리 인간이 조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날씨로 인해 세계의 역사가 결정되었다니!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그날의 날씨가 그렇게 중요한 의미였던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의 날씨 역시도 어디에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건가?
복잡미묘한 심경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빨리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곤 얼른 첫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프롤로그>부터 날씨가 중요한 이유가 나와있었습니다.
바로 '식량'!.
그러고보니 문득 지구상의 멸종한 공룡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해보니 역사를 살펴보면 보다 살기 좋은 곳을 향해 세력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후와 연관된 질병들.
지금도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들이 언젠가 후손들에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시작된 날씨의 중요성.
본격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책에서는 기원전 200년부터 시작하여 2015년 여름까지의 날씨와 관련된 세계사가 소개되었습니다.
최근에 '로마사'를 읽은 덕분인지 첫 장에 소개된 <기원전 200년 ~ 기원후 300년 로마를 번영케 만든 날씨>에 우선 관심이 쏠렸습니다.
특히 100만에 가까운 인구가 모여 살았던 대도시 로마의 경우,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삶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했다. 플레브스라 불린 평민들에게는 '빵과 서커스', 즉 배를 채워 줄 식량과 기분을 유쾌하게 전환시켜 줄 유흥거리가 필요했다. 로마는 수십 년에 걸쳐 그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제국의 빵 조달 창고'인 이집트 배들이 로마로 식량을 실어 날라 준 덕이었다.
나일 강 계속의 비옥한 토지, 농사에 유리한 기후를 갖춘 속국들, 도시 내 도로 정비 및 기타 시설물 건설 등과 같은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 덕분에 로마제국의 농경제는 그만큼 발달할 수 있었다. 당시 로마제국, 나아가 유럽 대부분 지역의 기후는 로마제국공화정 말기부터 5대 현제 시절이 끝날 때까지 약 300년 동안 매우 안정적이었다. 기온에 큰 변화가 없었고, 예기치 못한 극단적인 악천후도 거의 없었으며, 적절한 강수량까지 더해지면서 로마제국은 활짝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시기를 '로마제국의 기후최적기'라 부르기도 한다. - page 26 ~ 27
로마가 그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뜻이었고, 곧 안정적인 기후 덕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제가 인상깊게 읽은 이야기는 <1944년 12월 히틀러 최후의 반격 : 벌지 전투와 안개>였습니다.
그가 저지른 악행.
잊을 수도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
그런 그의 미국군에 대한 반격을 '아르덴 숲'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당시 아르덴 숲의 가을 날씨는 상당히 궂었었고 두텁고 짙은 안개로 인해 악조건 속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미군 병사의 회고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바람이 폭풍처럼 강했고, 눈보라가 총알처럼 뺨을 때렸다. 전선을 따라 따뜻한 식량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는 물이 필요 없는 배급 식량인 K레이션만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축축하고 차가운 참호 속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동상의 일종인 참호족에 걸리는 병사들도 속출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추위와 피로, 지루함이 겹치면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구토를 하는 동료도 있었고,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지리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 각종 증상들이 발생했다." - page 294
그 와중에 진군에 앞서 패튼 장군은 어느 교회에서 이렇게 기도를 합니다.
"주님, 저는 패튼입니다. 어느 편에 서실지 이제는 결정하셔야 합니다. 저를 도와 독일군을 완전히 몰아내 주십시오. 그것은 아마도 주님의 아들이신 평화의 왕자에게 바치는 생일 선물이 될 것입니다." 패튼은 또 병사들에게 메시지가 인쇄된 카드를 돌리기도 했는데, 거기에는 병사들이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지가 적혀 있었다. 기도 제목은 바로 '더 나은 날씨'였다. - page 295
그 뒤 맑아진 날 덕분에 결국 독일군은 패전하게 됩니다.
책을 읽고나니 지금 어딘가에선 또 하나의 역사가 새겨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온난화로 인해 동식물의 변화가 일어나고 기온 역시도 과거와는 달리 상승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스모그현상', '미세먼지'등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곤 합니다.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인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자연이 아닌 우리가 만든 날씨에 대해선 조금은 반성과 함께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는 것이 어떨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