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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키우는 남자
권귀헌 지음 / 리오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첫 아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기대감과 설레임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미숙한 엄마이기에 앞으로 아기와 함께 지내게 될 시간에 대해 어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시작된 육아.
그래도 어김없는 육아 전쟁은 밤이 되면 곯아 떨어지기 일쑤이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 정리에 가끔은 모든 걸 버리고 훌훌 떠나버리고 싶었습니다.
점점 자라나 이제는 아기가 조금씩 자기 의사 표현을 하고 스스로 노는 법을 터득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그 시간에 독서를 통해 잠시나마 어디론가 떠나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복 대신 앞치마 두르고,
총 대신 젖병과 기저귀 잡은
남자의 인생 스토리
남자가 육아를 한다고?
여자와 다른 남자의 육아법도 궁금하였고 독박육아를 한 저에게는 이 책을 통해 엄마들의 고충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책의 표지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사람이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기에 우리는 부모가 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육아'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육아(育兒, 어린아이를 기르다) 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육아는 바로 육아(育我, 나를 기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 생각하지만 오히려 크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인 거죠. 육아야말로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을 견고히 다질 수 있는 최상의 수련이자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 page 7
그의 말을 들어보니 육아란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이를 통해서 세상을 배우는 것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 역시도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을 땐 눈에 넣고 싶을만큼 천사가 따로 없었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그런 천사들도 평화를 잠시 중단시킬 때가 많습니다.
밥을 먹기 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들고, 장난감을 며칠 전에 샀는데도 또 사달라고 마트레서 떼를 쓰기도 하고, 맨날 볶음밥이라고 식탁에서 시위하는 등.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겠다고 '고집'아닌 고집을 부리며 가끔은 끔찍하게, 때론 섭섭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래도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자아와 인성을 형성하기에 부모로써 아이와의 충분한 대화를 하고 아이의 의견을 들어줄 수 있는 열린 귀와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함을 일깨워주곤 합니다.
또한 아이를 키우다보면 다시금 동심으로 돌아가곤 하면서 '감수성'이 싹 트곤 합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에, 어릴 적엔 어떻게 반응하였었는지, 지금의 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예전의 마음을 상기시키며 돌아가고파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른이기에, 부모이기에 하는 착각.
사는 게 그리 기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슬플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밥 한술을 떠도 배가 부르면 고마운 것이고 목구멍이 따끔거리면 짜증이 나는 거잖아요. 뻔한 이야기입니다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그 뻔한 이야기를 어른들은 무시합니다. '뻔하다'는 개념이 생기는 순간 뇌의 회로는 생각을 멈추고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의심의 여지나 새로운 해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우리가 실수하고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을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 page 139
이 문장이 오랫동안 머릿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이런 착각을 없앨 수 있다면 우리도 조금 순수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닐지......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며 위안을 받았었습니다.
엄마이기에 당연하다고 느낀 고충들을 그가 속 시원히 알려주고 공감해 주었기 때문에 조금은 힘든 육아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왜 우는 걸까>에서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자식을 키워보니 머리로만 이해했던 부모님의 눈물을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한 뿌리에서 자라난 고마움과 미안함. 눈물의 의미는 바로 이게 아닐까요.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 티 없이 잘 자라줘서 고마운 것이고 또 그래서 미안한 마음. 엄마 아빠의 눈물은 더 이상 어떤 말로도 자식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때 영그는 영롱한 진주가 아닐까요. - page 267
저 역시도 부모가 되어보니 나의 엄마, 아빠의 고충을 이해하고 죄송한 마음과 미안함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또한 지금의 제 자식을 보면서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아마도 우리에겐 연결고리가 있기에 그러한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나서 지금의 이 시간, 혼자 책을 읽는 시간 가만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티없이 자고 있는 천사같은 아이.
다시금 힘을 내서 아이와 알콩달콩 보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