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업 인문학 - 아는 만큼 꼬신다
김갑수 지음 / 살림 / 2016년 12월
평점 :
'연애'에 대해선 항상 고민이 앞서곤 하였습니다.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너무 어리숙하게만 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
이성을 꼬시기가 조금은 두려워 짝사랑만 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나를 좋아해준다고 고백해 준 사람을 만나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과연 '연애'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 '김갑수'씨는 방송패널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그의 지식정도가 높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곤 하였습니다.
알고보니 그는 시인이자 문화평론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접해보지 않아서 단순히 방송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책을 읽고나니 그가 달라보였습니다.
섬세할 듯 하지만 무심한 그의 말투가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가 자신에 대한 소개에서 말한 것처럼 '한량'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의 이야기가 '구라'같으면서도 '진실'로 느껴졌었습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아는 만큼 꼬신다 - 커피와 음악 이야기
2부 아는 만큼 한다 - 남자와 여자 이야기
그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에 대해서 편집자와 다투었다고 합니다.
1부는 강연 녹취록이고 2부는 공들여 쓴 잡지 연재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하나는 말이고 하나는 글인데 결국 편집자의 시각으로 지금과 같이 1부에 '실전편'이, 2부에 '이론편'이 있었습니다.
그는 2부부터 읽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저 역시도 읽으면서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지만 왠지 이론을 알기 전에 실전에서의 쓰임이 궁금하였기에 1부부터 읽어갔습니다.
그는 '작업 인문학'을 '교양적 욕망'이라고 하였습니다.
교양적 욕망?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람은 아주 천박한 것 같고, 막 사는 것 같아도 가슴 어딘가에는 진지한 것, 본질적인 것, 영원한 것에 대한 욕망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굉장히 조롱하고 우습게 보는 사람에게도 교양적 욕망은 숨쉬고 있다. 표현하기 힘들고 찾아내기 힘들다 뿐이지.
사람에게 근원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그 사람이 심오하다든지, 있어 보인다든지, 아는 게 많아서 남다르게 보인다든지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 page 16
교양적 욕망은 아마도 '멋있음; 또는 '근사함'을 간직한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깊은 것들을 알면 연애를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로 본격적인 커피와 음악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2부의 문을 여는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연애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멋지고 매혹적이고 예쁜 여성일까? 연애란 평범한 두 사람이 멋진 관계를 창조하는 일이지 이미 멋진 상대와 예정된 과정을 거치는 행위가 아니다. 멋진 여자, 예쁜 여자를 찾는다며 허송세월만 하면서 징징거리는 사내는 실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는 것이다.
연애는 발견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 page 204 ~ 205
그리고 연애를 하기 전에, 사랑과 섹스에 굶주린 시선이 향해야 할 곳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봐야 비로소 상대가 보이고 나타난다고 합니다.
세상의 연애 선수들 대부분이 자기의 모자람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는 그의 말에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어쩜 저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지!'라며 놀라곤 합니다.
조금은 대담하게, 무심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너무나 깊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되새김질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시간까지 함께 사는 행위를 결혼이라고 부르자. - page 238
우리는 '결혼'이라는 것을 '백년해로'의 관념으로, '법적'인 관계로 살아가기에 나중엔 서로에게 부담을 느끼고 권태를 느끼기에 오늘날처럼 결혼을 포기하는 세대까지 등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연장선상인 결혼에 대해 우리는 다시금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
단어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고 입가엔 미소를 띠게 하며 온 세상을 핑크빛으로 물들게 하는 행위입니다.
그가 말하는 이성을 꼬시기 위한 '지식'을 갖춰 연애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