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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적 일상 - 추억은 쇼와에 모인다
이주호 지음 / 디앤씨북스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책은?
* 제목 : 도쿄적 일상
* 저자 : 이주호
* 출판사 : 디앤씨 북스
* 읽은 날짜 : 2016.12.18 ~ 2016.12.20
2. 내용 :
*주요내용 :
처음에는 여행 에세이인 줄 알았습니다. 풍경과 함께 그의 이야기가 있을 듯한......
제목에서 느낀 느낌 그대로 책을 읽었었습니다.
읽다보니 이 책은 여행 에세이가 아닌 인문학적 견해도 곁들여진 여행 에세이 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신 '박우식' 영화평론가도 '여행 인문학'이라 하였습니다.
현대 대도시이지만 동경과 그리움이 묻어 있는 곳, 도쿄.
그 곳에서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과 다를 바 없었지만 왠지 다른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서울을 떠나 찾아간 도쿄에서의 일상을 내려다보며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그를 따라 유유자적한 산책을 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곤 하였습니다.
*핵심문장 및 가슴에 와 닿았던 문장들:
도쿄가 생활권인 사람들의 생존 조건, 여가의 조건은 최소 50년에서 500년 전에 형성되었다. 생활의 자잘한 변화는 늘 거듭되어 왔겠지만 결국 모두 도시가 간직해 온 수십, 수백 년의 침묵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는 취향의 묘지다. 인간이 이동하고 깨달으며 결국 닿고자 하는 장소, 내가 매일 산책을 나서고 마지막 산책을 나설 동네가 나의 묘지다. 우에노 음습한 골목의 술집에 모인 사람들은 지난 시대의 취향에 적당히 자신의 취향을 묻어두며 자신 앞에 놓인 술잔을 비운다. 본래 자신의 것인 양, 건네 받았기에 전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인 양. - page 51
생각해 보면, 디즈니가 순수의 영역으로 남은 건 디즈니의 경영 방침 때문이 아니다. 동심을 완벽하게 상업의 영역으로 제한하고 그 외부세계에서는 아이가 어른스럽고 현명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교육 방침의 공이 더 크다.
극장에 데려가 <겨울왕국>을 보여주고, 캐릭터 인형을 사주는 동안만 순수하고, 젖 뗐으니 영어 단어 외우라는 세상에서 동심과 순수가 오직 디즈니의 동물에게만 있게 된 건 당연하다. 동물들을 포켓에 가두고 다니다 일대일 결투를 벌이는 만화가 버젓이 어린이용으로 판매되는 세상이라면 단연코 그렇다. - page 101 ~ 102
"호빵맨은, 아주 특별해. 호빵맨이 사는 세상엔 악인이 없어. 세균맨이 악당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 나쁜 세균이 아니야. 항체 같은 거야. 그 아이의 행동에도 다 나름 이유가 있거든. 난 데 없이 우주 악당이 등장해서, 밑도 끝도 없이 지구를 정복하겠다, 파괴하겠다는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만화가 아니야. 그런 만화들은 있지도 않은 괴물을 등장시켜서 아이들의 분누만 키우잖아. 하지만 호빵맨의 세계는 대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조화로운 세계야. 코코를 그 세계에서 키우고 싶은 거지." - page 145 ~ 146
노동, 노동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보통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집단이 노동의 가치를 알린답시고 이벤트를 만들고, 음악인, 미술인들에게 후원금에 버금갈 노동을 헐값에 제공하도록 강요한다. 우리 연대에 머리 조아리지 않으면 '진정성' 없는 껍데기가 되는 거라 경고하면서. 시민도 소통, 국민도 소통, 회사도 소통, 소통만이 진정한 그릇이라는데, 소통이란 건 그냥 전화를 하든 만나서 맥주를 마시면 되는 일 아닌가. 그게 슬로건으로까지 내세워질 큰 일인가, 뭐 이다지도 지긋지긋한 소통이 다 있나. 진정성 있는 연대에서 떨어져 나와 그들이 말하는 껍데기가 되는 <노르웨이 숲>의 세상이 나에게는 연대를 의식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실마리다. - page 180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상징을 갖고 있지만, 스카이트리가 내세우는 상징은 도쿄타워가 만들어질 때의 상징적 기능과는 많이 다르다. 외관부터가 도쿄타워의 애잔함과는 거리가 멀다. 도쿄타워에선 아직 근대적인 애증의 가족애가 느껴진다. 돈이 부족한 아버지가 되도록 아껴가며 가족 나들이를 나와 아이들이 무서워하거나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참 좋은 아빠야, 위안을 느끼고 가는 신파가 남아 있다고나 할까. 싫으나 좋으나 추억은 다 아련한 법이라 장사는 된다. 그러나 스카이트리는 현대 도시의 산책이란 결국 돈 쓰며 즐기기라는 사실을 부끄럼 없이 드러낸다. 이 현대의 바벨에는 '신의 계시', ' 새 시대', '21세기' 같이 억지스럽게 끌어다 붙인 구호도 없고, 기술에 대한 찬사도 없다. 대규모 건설 사업에는 돈 벌기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거, 다들 알고 찾아오신 거 아닙니까? 쓰임과 목적이 명백하고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대의 건축이다. 그래서 건설 당시, 이제 스카이트리가 몇 미터까지 올라갔습니다, 하는 '고도'상황 보고가 TV 주요뉴스이기까지 했다. - page 272 ~ 273
3. 책의 견해 :
처음에는 단순히 에세이인 줄 알았습니다.
도쿄에 대한 느낌은 현대적인 도시의 느낌, 독특한 젊음이 가득 한 곳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책의 표지에서 느껴진 심플함에 책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에세이가 아님을 느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엔 그 도시의 배경이 담겨 있었고,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었고, 우리들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그 의미를 이해하고 제 생각을 정리하기에 속도가 더디게만 지나가곤 하였습니다.

저자는 서울에서 누릴 수 없었던 유유자적한 산책의 공간을 찾아 떠나온 곳이 도쿄였습니다.
유유자적이라고는 평생을 모르고 살아온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느껴진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 느껴진 한없이 슬프지만 그 슬픔을 알 수 없고, 그리워하지만 그 그리움은 지금과 조금 다른 일상이 전부라는 것.
그렇기에 도쿄적 일상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꿈과 희망의 세상과 단절되지 않은 그 곳, 디즈니랜드.
미국 디즈니랜드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을 시도하다 암암리에 해고를 당하기도 하지만, 일본 디즈니랜드 시민들은 이곳에서 내내 행복하다는 아이러니함.
그 속에서도 우리는 환상과 모험을 꿈꾸며 미키와 신데렐라 성에 환호를 하고 있는 우리는 잠시나마의 일탈을 꿈꾸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는 여행자답지 않았지만 자신은 '여행자'라 일컬었습니다.
유유자적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그의 이야기에서 왠지 모를 부러움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4. 무엇을 생각했는가?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의 끝은?
5. 하고자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
당신은 아직도 당신의 삶과 관계없는 정보들로 가득한 가이드북과 인터넷의 지시대로 여행하려고 하는가?
6.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 이 책의 마지막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나는 결국 유유자적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갈팡질팡 종종 걸음이나 치게 될까? 내가 나선 산책길에 출구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걸을 수 있는 데 까지 걸어보는 것이지만, 걸어본다고, 살아본다고, 정말 알게 되는 걸까? 길 끝에서 내가 보게 될 불꽃은 또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 page 323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책을 덮고 잠시나마 저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