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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 - 400일 동안 끄적인 일기
프레데릭 푸이에.수지 주파 지음, 리타 베르만 그림, 민수아 옮김 / 여운(주) / 2016년 10월
평점 :
강아지는 무서워하지만 고양이에 대해선 애정이 많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와 관련된 책들을 보면 무작정 믿고 읽곤 합니다.
이번에도 '고양이'라는 단어만으로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까칠한 들고양이의 일기.
왠지 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되었습니다.
6개월 된 아기 고양이 '에드가'.
쾌활하고 똑똑하고 착하고 겸손하고 잘 생김까지 지닌 매력 고양이.
일기 속의 에드가의 모습에서 겸손(?)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름 가족들과 잘 지내기(?) 위해 자신만의 노력을 보면 웃기기만 합니다.
'멍청이'라고 부르는 자신들의 가족들.
자신을 '아가'라고 부르면 몸서리치게 싫어하며 털 밑까지 후끈 달아오른다는 고양이 에드가는 주인을 싫어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곤 합니다.
자신에게 더 시선이 오게끔 주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 일쑤이고, 그들이 에드가를 위해 애교를 부린다고 여기며 어설프게 놀아준다는 모습은 정말이지 고양이인지 사람인지 헷갈리게만 합니다.
에드가로 산 지 303일째엔 가족 모두가 따라야 할 원칙을 알려줍니다.
* 만지거나 긁어도 되는 곳 - 엉덩이, 머리, 턱, 등, 코
* 만지거나 긁어도 참아줄 수 있는 곳.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니, 미리 물어볼 것. - 꼬리, 발(앞발과 뒷발)
* 손이 너덜너덜해지도록 피투성이가 되는 걸 감수하겠다면, 만지거나 긁어도 되는 곳 - 배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에드가의 입장에선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따라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고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인간이라고 당연시하는 것들이 사실 그들에겐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우리가 서로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막상 그 사람이 되지 않는 한 그 기분을 알 수 없음을......
그렇기에 나만의 기준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내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에드가가 점점 가족들과의 생활에서 익숙함을 느끼게 되면서 행동의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그를 내버려둔 채 파티를 하러 나갈 때 느꼈다는 배신감, 그들의 생활패턴에 대해 처음에는 비호감을 표시하지만 점점 무감각해지고 익숙해짐을 보았을 때 역시 에드가 역시도 그들과의 연결고리가 형성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400일이 되었을 때 에드가의 일기의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날 데려와 준 우리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쓸 자리만 겨우 남았네. 그렇다고 그 틈을 타, 날 함부로 쓰다듬으며 귀찮게 하지는 마. 언제나 그랬듯이, 난 인형이 아니니까!
까칠한 (척하는) 고양이 에드가.
책 속의 에드가의 일기를 읽으면서 마치 에드가가 제 곁에서 장난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고양이라는 존재는 고귀하다는 점, 인간들은 멍청하면서 거짓말을 잘 하고 게으르다는 점을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까칠하다고는 하지만 그 자존심이 존재하기에 더 귀여운 것 같은 에드가.
매력 덩어리인 그가 왠지 지금도 꾸준히 일기를 써 내려가면서 자신의 까칠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제 앞에 그의 두 번째 일기장이 등장할 듯 하여 오히려 읽고 난 뒤 더 그 후의 모습이 궁금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