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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기후의 역사 - 1만 1700년 기후 변화의 방대한 역사를 단숨에 꿰뚫다
프란츠 마울스하겐 지음, 김태수 옮김 / 빅퀘스천 / 2025년 5월
평점 :
3년 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 토론회에서 RE100 대응을 묻는 한 후보의 질문에 20대 대통령이 된 후보가 "네? RE100이 뭐죠?"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전 국민이 RE100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게 됐다.
알다시피 RE100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전력 사용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국제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혼자 재생에너지 비율이 한 자릿수(2023년 기준 9%)다.
'20세기 기후 변화의 역사는 기후가 전문적인 과학의 문제에서 보편적인 정치적 문제로 발전해나간 긴 과정을 추적합니다. (p. 6)'
기후 역사학자 프란츠 마울스하겐의 <꿰뚫는 기후의 역사>는 기후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약 1만 2000년 홀로세 시기에 기후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변했고, 그 기후 변화로 사회, 문화, 경제 그리고 정치 체제까지 어떻게 얽히고설켰는지를 이야기한다.
'농업의 도입'은 기후 역사에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자연에 의해서도 기후가 변화했지만, 산업화 이후 온실효과로 인류는 기후 변화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토지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도 증가했다. 가축 사육 그리고 내연기관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화석 연료 연소가 증가한 것도 기후변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가별 산업화의 불균형, 원자력 에너지의 군사 전략적 이해관계는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에너지 공급 방식을 화석 연료 연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방해물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환의 역사를 연구한 몇몇 역사학자들은 화석 연료 체제를 계획적으로, 그리고 정치적, 인위적으로 이끌면서 전환하는 작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p. 253)'
국제사회도 어려워하는 기후 문제인데 개인에게 어떤 해결 방안 있을까 싶지만, 아무튼 이에 대해 카톡에서 공개토론을 했다. 그 가운데 탄소중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에코 활동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텀블러, 장바구니, 손수건 사용, 배달 줄이기, 걷기, 천연세제와 화장품 만들기, 영수증 안 받기 등등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나 한 명이 그런 활동을 한들 무엇이 바뀔까라는 생각에 무력감이 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찬물을 끼얹는 말이었지만, 누군가 안 한다고 비난하지 말자는 답글이 달렸다. 나부터 변하자는 마음으로 하자고...
RE100도 모르는 정권하에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RE100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큰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안달 났다. 구글, 애플 등 RE100을 이미 달성한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강하게 RE100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의 기업들이 나섰다. 각국 정부도 지구 온난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기후 협정을 맺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나 한 명이 나선다고 무엇이 바뀔까라는 심보로, 할 수 있는데도 RE100이 무엇인지 관심을 두지도 않을뿐더러 기후 위기 노력을 외면하는 정부가 있다면, 우리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는 계속될 것이고 지구에서 더 이상 우리 인류를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
국제적인 협력과 인류 공동체라는 인식만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인데 나 하나쯤이란 생각에 모른체한다면 그런 행동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다행이긴 하다. RE100에서 거꾸로 가는 정부가 끝나서. 국제적 협력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