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9월
평점 :
'푸른 뱀의 해' 을사乙巳년의 키워드를 <트렌드 코리아 2025>는 'SNAKE SENSE'로 정했다.
'뱀처럼 날카로운 감각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채자. (p. 14)'
'DRAGON EYES' 2024년 첫 키워드는 '분초사회'였다. 시간의 가성비, 즉 '시성비'를 추구하는 초효율주의가 트렌드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실제로 요약 콘텐츠의 증가 등 일상의 효율화가 이루어졌으며,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업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서 AI를 자유자재로 상용할 수 있는 '호모 프롬프트'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세계 경제의 침체로 불황형 소비가 두드러진 가운데, 기업은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상품이나 브랜드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그리고 서비스의 가격을 조건, 시간, 대상에 따라 바꾸는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불황기 생존 전략으로 삼았다.
크게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사라진 지루한 시간을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다양한 활동에서 도파민을 그러모으려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도파밍' 추구했으며,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육각형인간'을 욕망하며 이를 실현하는 데 시간을 쓰기도 했다.
고금리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얼어붙다 보니 실패를 피하고 확실한 선택을 위해 시그니처가 힘을 발휘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제안을 따르는 '디토소비'를 했고, 각 지역은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만이 가진 문화 시그니처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리쿼드폴리탄'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했다.
사회적으로는 정상 가족이란 틀을 벗어나 육아와 가사에 적극 가담하며 자녀와 정서적 교감을 중요시하는 '요즘남편 없던아빠'가 등장했으며, 돌봄이 사회적 논의가 되면서 돌봄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적 효과를 불러오는 '돌봄경제'가 발달했다.
'SNAKE SENSE' 2025년 첫 키워드는 '옴니보어 Savoring a Bit of Everything: Omnivores'다. 옴니보어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를 뜻한다. 길어진 수명과 세대별 인구구조의 변화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정관념과 전형성이 희미해진 결과로 빚어진 현상이다.
힘든 사회, 살아낸 것만으로도 대견한다.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 '#아보하 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를, '이주 보통의 하루'를 줄여 '#아보하'라고 이름 붙이고자 한다. (p. 161)'
남과 똑같은 것이 싫다. 나다움을 추구하는 소비의 한 방법으로 개성을 더하는 커스터마이징 시도가 심상치 않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추가적이거나 부수적 요소인 토핑이 더욱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시장, '토핑경제 All About the Toppings'가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두려움을 갖고 AI 시대를 맞이하는 인간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기업과 상품이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 얼굴과 표정을 표현하고, 읽고, 만들어내는 '페이스테크 Keeping It Human: Face Tech'는 기술이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혁신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우리를 해치려는 것들이 많아진 세상에서, 작고 귀엽고 순수한 무해함을 특성으로 가진 사물의 힘, '무해력 Embracing Harmlessness'은 우리 상처를 감싸줄 수 있으므로 생존에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퍼센트에 다다름에 따라 인구를 비롯해 문화, 시장 등 여러 영역에서 한국적인 것을 정확하게 분류하기 쉽지 않다. 이분법을 적용할 수 없는 한국적 정체성에 '그라데이션K 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 개념이 필요해졌다.
빠르게 디지털화되지만 만지고 느끼려는 우리의 아날로그 본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오히려 체험하려는 욕구가 커지기에 특성 대상에 경험 가능한 물성을 부여함으로써 매력을 높이는 '물성매력
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고, 지구가 끓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후감수성 Need for Climate Sensitivity'은 기후 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소비자, 기업, 사회 모두가 갖춰야만 한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았듯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 전략 Strategy of Coevolution' 선택은 변화무쌍한 생태계에서 필연적이다.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계속하면서, 실천 가능한 자신만의 밸류업을 시작하자. (p. 353)'
일반적인 성공 공식대로 획일적인 스펙을 쌓는 노력 대신, 나의 장점을 찾아 지금 도달 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서 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 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원포인트업 Everyone Has Their Own Strengths: One-Point-Up'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각자 가장 나다운 성공을 찾는 것 말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아보하'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지쳐서 행복은 바라지도 않는다니. 그 행복만큼 불행해질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일까?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별일 없이 산다>라는 장기하 노래의 노랫말이다. 장기하가 2009년에 발표한 노래이니 15년 전부터 별일 없이, 별다른 걱정 없이, 이렇다 할 고민 없이 사는 게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나 보다. 그때부터 우리 사회의 행복 담론은 차츰 바뀌어 2025년 트렌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무색무취 일상을 감사하게 됐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으로 수상으로 한강 작품이 베스트셀러를 독차지하기 전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등 필사하며 읽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었다. 혼자 방에서 묵묵히 하는 필사, 무탈한 하루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하루 세 줄 감사일기도 마찬가지다.
퇴직한 다음 나의 일상이 그렇다. 하루하루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며 하루를 별일 없이 지내고 잠자리에 들 때 오늘 내게 주어졌던 하루를 감사한다. 다치지도 아프지도 않았다면 그래서 불행하지 않았다면 감사할만하지 하지 않은가.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마저 소극적으로는 고통과 불쾌감이 없는 상태를 추가할 권리를 뜻한다. 물론 적극적으로야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를 추구할 권리이지만.
행복 회로를 돌려보자. 내가 별일 없이 지낸 하루에 감사하는 건, 그래서 행복했는지를 따지지 않는 건 행복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병'이나 '건강'을 이야기하지 않고, 부자는 '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듯이, 불만이 없는 사람들은 굳이 '행복'을 묻지 않는다. 간절하게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p.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