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레이트 짐바브웨는 12세기부터 15세기 사이 전성기에 주민이 1만 8,000명에 달하는 대도시였습니다. 금 채굴과 무역이 주요 산업이었고, 4,000곳 이상의 금광에서 54만 킬로그램 이상의 금을 캐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에서 수 세기에 걸쳐 채굴한 금 공급량의 4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p. 173)'

1871년 서양 고고학자들이 그레이트 짐바브웨를 발견했지만 외지인들이 만든 유적일거라 믿었다. 60년이 지난 1929년에야 비로소 아프리카 원주민이 만든 유적임을 인정한다. 그래도 참 이상한 일은 대도시 그레이트 짐바브웨가 금이 풍부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미개하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꽉 채운 유럽인들이 원주민의 유적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만함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오랜 시간 침략자들도 없었고 독자적으로 문명을 유지한 이들은 역사를 글로 기록한 필요가 없었다.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만으로 충분했다.

반면 바빌론의 포로였던 유대인들은 성경을 기록으로 남겨 이들의 역사는 누구나 다 안다. 글로 기록된 역사와 그렇지 않은 역사의 차이다.

기록이 너무 많아 수수께끼로 남은 아이러니한 역사도 있다. .
'고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글을 잘 읽고 쓸 줄 아는 사회였습니다. 압도적으로 폭넓고 복잡한 문헌들을 남겼습니다. (p. 131)'

인도 역사 서사시 '마하바라타'는 무려 180만 단어에 달한다고 한다. 성경이 77만 5,000단어 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 '마하바라타'조차 인도 역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폭넓고 복잡하다 못해 문헌이 넘쳐서 인도의 역사를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의 역사 스토리텔러 톰 헤드의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는 인류의 등장부터 현재까지 6,000년에 걸친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그 시기와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다룬다.

"역사를 이야기 형태로 배운다면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 러디어드 키플링(<정글북> 저자)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등 고대 문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인도 굽타 왕국, 마야 문명, 이슬람교, 개신교와 같은 다채로운 문화와 종교의 탄생 이야기, 프랑스 혁명,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시대까지 저자는 역사를 '이야기'로 들려준다. 세계사의 얼개를 잡을 수 있는 책이다.


세계 어느 나라와도 부쩍 가까워진 시대다. 또 요즘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우리 곁에 있어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역사를 아는 건 동네 이웃집 사정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인 세상이 됐다. 국제 이슈가 우리의 이슈이기도 하다. 세계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세계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경종을 울려주기도 하고.

'빌헬름 1세를 황제로 추대하고 독일을 통일했던 비스마르크는 지도자가 어떻게 힘을 얻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반면 빌헬름 2세는 전쟁으로 어떻게 권력을 빼앗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요.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과 연이어 권력을 잡은 나치는 나라의 전망이 뚜렷하지 않을 때 기존 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p. 236, 237)'

지금 우리에게 때마침 울려주는 경종이란 생각이 들었던 독일 역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에세이스트이자 그림책 작가인 사노 요코의 <언덕 위의 아줌마>는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으로 지금까지 발견한 미수록 작품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동화, 짧은 이야기, 사노 요코가 그린 복장 변천사, 에세이, 그가 쓴 세 편이 희곡 가운데 한 편, 마지막으로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 지낸 이야기가 실려있다.

동화 <제멋대로 곰>의 주인공은 곰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잠자는 동물들을 깨우며 이것저것 참견하는 하는가 하면, 땅에 꽃을 심어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곰의 천방지축 행동이 마치 어린아이들의 행동과 흡사하다. <지금이나 내일이나 아까나 옛날이나>의 후미코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시인이란 뭔지, 같은 달걀인데 삶으면 왜 맛이 달라지는지... 엄마와 아빠에게 연신 '왜?'라는 질문을 쏟아놓는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신해 후미코가 질문하는 듯하다.

'짧은 이야기'의 초현실적이고 이상한 에피소드는 사노 요코의 삶도 이랬던 거 아닌가?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복장 변천사>는 사노 요코가 직접 쓴 글과 함께 그린 그림이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모두 순모 천이었다. 내 교복은 원숭이를 키우고 있는 바느질 가게에서 만들어서, 원숭이 냄새가 달라붙어, 3년 내내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p. 116, 나의 복장 변천사 16살)'


표제작인 희곡 <언덕 위의 아줌마>는 판타지다. 아줌마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아이까지 잃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만을 지닐 틈이 없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못한 사람들의 감정까지 챙기느라 감정이 죽 끓듯 변한다. 그럴 때마다 마을에 비가 오기도 하고, 폭풍이나 홍수가 나기도 한다.

'괴물 이상입니다. '기분'입니다. 세상에 '기분'만큼 무서운 건 없습니다. 모든 날씨는 '기분'의 기분에 따르니까요. 아시겠어요? (p. 223)'

소방서 서장의 아들 루루 덕분에 그동안 아줌마가 만들지 못했던 무지개를 만들게 되고 슬픈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마침내 무지개다리를 건너간다. 이제야 비로소 아줌마의 감정만이 남았다.


'그러니까 나는 모두를 위해서 죽을 수가 없는 거야. 모두를 대신해서 울고 웃고 화내고 있는 거야. 내 안에 많은 사람들의 기분이 꽉 차 있는 거야. (p. 246)'

지금 내 기분은 누구의 기분일까? 내 기분일까? 가족 또는 친구, 동료, 이웃의 기분을 내가 모두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언덕 위의 아줌마처럼 말이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기분이라는 괴물이 내 모습은 아닐지. 그래서 정작 내 기분대로 살지 못하고 남의 기분의 노예가 돼서 살고 심지어 그 기분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폭풍우를 쏟아붓고 있는 건 아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생처음 독서 모임 - 혼자도 좋지만, 혼자만 읽기는 좀 허전해서 난생처음 시리즈 7
김설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부 이야기를 다룬 김설 작가 에세이 <다행한 불행>에서 공통점 하나를 찾아냈었다. 성급한 결혼, 결혼 동기는 작가와 다르지만 흔치않게도 난 아내를 소개받은 지 3개월 만에 결혼했다.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재가 있는 호수'라는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책 이야기로 채워진 에세이 <난생처음 독서 모임>에서 또 하나 작가와 닮은 생각을 찾아냈다.

'모름지기 책이란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p. 5, 프롤로그)' 이런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도 독서 모임은 내 머릿속에 없었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는 게 낫지 모여서 무슨 할 이야기가 많다고... (p. 25)' 독서모임에 가는 걸 번거롭게 여겼다.


열흘 전 책으로 인연이 된 세 명의 평어 친구와 만났었다. 점심 식사만 아내가 같이 자리했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불구하고 평어를 쓰고 책 이야기하는 것이 퍽이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평어 흉내를 내며 그 모임 이야기를 지금도 한다. 부러운 눈치다. 책 이야기가 책 읽은 사람들을 이렇게 유쾌하게 엮어주는 게 좋다.

어쩌다 만나는 것이고 댓글이나 DM으로 가끔 책 수다를 떨기만 할 뿐 아직도 정기적인 모임은 왠지 꺼리게 된다. 이 책에서도 세대 간에 진영 대결을 하는 62년 생 순영 씨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이 초래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다. '내가 맞다고 우기고 (옛날 꼰대)' '니가 틀렸다고 우기고(요즘 꼰대)' 이럴까 봐~

'책은 네모라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적절하게 다정다감하다. (p. 67)'

하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지식을 나누는 게 아니라 상처와 실패를 이야기하며 함께 성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 이야기로 수다 떨 수도 있고, 모임에 함께 한 누군가의 인생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도 있고, 내가 타인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되는 등 장점이 수두룩하다고 김설 작가가 주장하니 용기를 내볼까 하는 생각도 마음속에서 비집고 나온다.


독서모임에 이야기 주제로 선정했던 책에 대한 김설 작가의 감상도 담아놓았다. 또 장바구니에 담아 놀 책이 늘어난다. 그리고 '독후감을 작성은 이렇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든다.

삶에 인사이트를 안겨 준 책과 작가가 여럿 있다는 김설 작가가 부럽다. 난 아직 그렇게 내세울 만한 책이나 작가가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 모임을 갖고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책이나 작가가 생기게 될까?


원래 책 모임을 좋아하지 않았던 김설 작가가 마음에 변화가 생겨 지금 7년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도 행여나 작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하나 추가될지도...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사람들과 평어로 책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니, 책 모임을 꺼리는 나의 못남을 충분히 덮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리텔링으로 인정받은 작가 앤서니 새틴의 <노마드>는 스키타이인, 흉노, 페르시아인, 훈족, 아랍인, 몽골족, 오스만인, 아메리카 원주민 등 1만 2,000년에 걸쳐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국과 역사를 만드어낸 유목민이라는 아웃사이더를 통해서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세계 인구 아마도 500만 명
유목민 인구 그 500만 명의 대부분
옛날 옛적에 우리 모두는 수렵채집인이었다. 인간이 수렵채집을 멈춘 것은 불과 1만 2,000년 전으로, 인간의 연표에서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p. 29)'

이야기는 1만 2,000년 전 튀르키예 유적인 괴베클리 테페로 시작한다. 기원전 9500년에 수렵채집 사회 사람들은 괴베클리 테페를 세웠다. 거주한 흔적이 없다는 점은 마을이 형성되기 전에 사원으로 추정되는 괴베클리 테페를 세웠음을 뒷받침한다.

건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다가 힘을 아끼려고 점차 가축화와 식물 재배를 하며 그곳에 머물기 시작했을 것이다. 1만2,000년 전 괴베클리 테페에서 농업과 문화의 혁명이 시작됐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이동하며 살았던 유목민이었음이 틀림없다.

유목민 유전자 이야기도 흥미롭다. 케냐 아리알 부족의 일부는 염소와 양을 치며 이동하며 살고, 다른 일부는 고지대에 정착해 작물을 재배하면 산다. 이들 부족의 5분의 1이 DRA4-7R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7R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이동하면 사는 데는 적응을 잘 한 반면 정착해 사는 데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 5명 가운데 1명은 ADHD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유목민으로 살아갔다면 오히려 우월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앤서니 새틴은 이동하며 사람들과 정착해가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추적한다. 초기에는 정착민과 유목민들이 수렵채집에서 농경과 목축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공존하며 협력한다. 유목의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이들이 세운 제국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현대에 이르러 자연을 지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해지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유목민들의 시선은 자취를 감춘다.

1만여 년에 이르는 유목민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저자는 과학, 진보, 계몽주의를 거스르는 포악한 야만인, 미개인이라는 유목민을 가리키는 이미지는 사실과 다름을 발견한다. 정착민과 서로 협력했고, 다양성을 존중하기도 했다. 타 종교에 관대했으며 여러 문화를 포용했다. 심지어 양심의 자유, 자유로운 이동, 시장 개방으로 글로벌 교역망과 문화 융성의 발판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그럼 우리는 왜 유목민의 역사를 잘못 알고 있을까. 역사가 정착민을 중심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유목민을 진보에 배치되고 정착민과 대립 관계로 보는 역사관이 문제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주류로 홀대받았던 유목민을 위한 인류학적 보고서요 역사서라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인구 78억 명
도시 인구 56억 명
유목민 인구 4,000만 명 (p. 404)'

요즘 '디지털 노마드'란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유목민은 사라져 몇 명 남지 않았지만 디지털 환경 속에서는 유목민이 활개친다. 디지털 노마드 직업군도 떠오른다. 자연에 기대어 가볍게 살아가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스콧 니어링과 같은 사람들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우리 몸속에도 DRA4-7R이라는 유목민 유전자 본능 있나 보다.

부모님의 일 때문에 12살 때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했다. 몇 번 이사를 했지만 그 동네에 살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이번엔 나의 (먹고사는) 일 때문에 서울 거여동으로 옮겨 독립했다. 결혼하기 전 서울 등촌동에 집을 마련해 이사했다. 아버님을 모시게 되면서 집을 키워 수원으로 이사했다. 아이들이 크니 방이 더 필요해 남양주시에 와 살게 됐다.

내 고향엔 그곳에서 자라 지금까지 살고 있는 동네 친구들도 있다. 작은 아버님 두 분도 그곳에서 태어나 아직도 살고 계신다. 수렵 채집인이나 초원의 유목민만큼은 아니지만, 내 고향 친구나 작은 아버님들에 비하면 나는 일 때문에 생활환경 때문에 이동하면 삶을 꾸리는 유목민의 삶을 산 셈이다.

내게도 DRA4-7R이라는 유전자가 있는 모양이다. 한편 직장은 한 곳에서 정년을 맞았으니 그 유전자가 날 완전히 지배하고 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유목민 삶의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경문제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인 요즘, 자연에 맞서지 않고 그 흐름을 따라 살아가는 유목민은 누구였는지 그 깨달음 주는 앤서니 새틴의 <노마드>, 지금 꼭 필요한 책이어서 더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쿨투라 CULTURA 2024.6 - Vol.120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4년 5월
평점 :
품절


미술,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 CULTURA> 6월 호 테마는 '재즈'다

재즈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눈에 띄는 건 유근택 목판 작품 <오직 한 사람>이다.
'작가는 그 나무파편들을 거칠게 모아 부조처럼 반입체의 얼굴 형상을 만든 후 그것을 다시 구멍 난 목판에 반전시켜 연결했다. (p. 15)'

얼굴이 무너져내린 것처럼 보인다. 미술평론가 강수미는 '자아를 박탈당한 익명적 인간의 상징'처럼 보인다고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켈시 만 감독과 마크 닐슨 프로듀서의 인터뷰도 실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를 중심으로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등이 활약을 펼쳤다면 이번엔 불안이와 당황이, 부럽이, 따분이가 더해져 라일리의 감정이 더 복잡 미묘해졌다.

'<인사이드 아웃 2>의 많은 부분이 나와 남을 비교하는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게 제가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큰 이유이기도 해요. 이 나이대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시기예요. 그리고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죠. 그래서 저는 10대에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왜 우리가 그런 일을 하도록 연결되어 있는지 많이 공부했어요. (p. 37)'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교양,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에서 재즈가 전통적인 아프리카의 노래와 기독교적인 찬송가, 그리고 유럽의 댄스 악단이 혼합된 블루스에서 발전되어 나왔다고 전한다.

''재즈'의 정의는 어렵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재즈는 배우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즈는 경험과 느낌이 함께 모여 재즈라는 음악이 아닌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 (p. 82)' 재즈를 잘 모르지만 '재즈는 느끼는 것'이란 말이 맘에 든다.

나 같은 문외한도 재즈 하면 트럼펫 부는 루이 암스트롱이 먼저 떠오른다. 그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뒤에는 불행한 어린 시절이 숨어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신문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다가 소년원에 수감됐다. 그곳에서 우연히 트럼펫을 접했고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 세월을 재즈와 함께했다.

즉흥적인 연주에 탁월했다. 그리고 스캣 scat 창법을 통해 보컬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 것은 그 어느 것보다 그의 큰 업적이다.

'"Jazz is everywhere"라는 말이 그렇듯이, 그것이 어디에나 있다면 우리는 그걸 통해 매 순간 연결의 실마리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p. 70)'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록 밴드 리드보컬로 활동하던 대학 시절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를 듣고 재즈의 길로 들어섰다. 스스로 비구니가 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웅산에게 재즈는 '좋은 친구'다. 그 이유는 재즈라는 친구가 70이 되었을 때까지도 곁에 있어줄 것 같기 때문이다.

김철수 재즈 피아니스트는 재즈에 가장 어울리는 표현은 '평양냉면'이라면서 그 맛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가수로 쳇 베이커를 꼽았다. 하지만 음악 외의 그의 삶은 평온하고 담백한 맛의 평양냉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도, 이혼 그리고 헤로인, 코카인 등 다양한 약물에 중독됐고, 1988년 호텔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내가 들은 쳇 베이커의 음악은 평온 그 자체였다. 그의 죽음과 너무 대조적인...


아직 재즈를 잘 모른다. 그러니 즐길 수준도 못된다. 하지만 재즈 느낌을 적어보자면 감상적이다. 흥겹지만 아주 흥겹지는 않다. 무겁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한적하다가도 소란스러워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소음 같기도 하다. 잡음 같아 음표가 여기저기 흩어진듯하지만 정돈돼 있고. 실패한 인생 같지만 딱히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겸연쩍다.

'마일즈 데이비스 Miles Davis는 말한다. "연주하는 그 음이 틀린 게 아니야 - 그다음에 오는 음이 그게 옳았냐 그르냐를 결정하는 거지." 또한 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다만 우리들의 삶의 연주에서 실수 같은 일들이 생길 뿐이다. (​p. 84)'

마일즈 데이비스의 말에 고개가 끄덕이는 걸 보면 나도 재즈를 좀 즐겨볼 때가 됐나 보다. <쿨투라 CULTURA 2024. 6월 호> 고맙다. 재즈를 알려줘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