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 - 음악이 있는 아침
조희창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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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희창은 음악 강의와 공연 해설을 하는 음악평론가이다. 저자는 365일 그날에 벌어진 음악적 사건을 이 책에 담았다. 날짜마다 네다섯 개의 사건을 추렸고 이를 바탕으로 그날의 음악을 정했다. 선정된 음악은 유튜브 QR코드로 들을 수 있다.


한 해를 시작하는 January 1,

조희창 평론가가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선정한 곡은 Amazing Grace다. 1월 1일 이 음악이 처음 발표됐다. 언제 들어도 울컥하게 만든다. 이 노래의 가사를 지은 성공회 사제 존 뉴턴은 노예무역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큰 풍랑에 휩싸여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은 존 뉴턴은 목숨만 살려달라고 기도하며 신께 매달렸다.

'놀라운 은혜 얼마나 감미로운 소리인가, 나 같은 비참한 사람을 구해주셨네. 한때 길을 잃었으나 지금은 길을 찾았네. 한때는 앞이 어두웠지만, 지금은 볼 수 있다네... (p. 22)'


그다음 날 January 2

글렌 굴드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여름, 절친이 나에게 베푼 접대 캠핑에서였다. 절친은 천재성과 더불어 그의 기행을 전해주었다. 글렌 굴드는 서른한 살 때 공연한 후 18년 동안 대중 앞에 서지 않고 녹음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완벽한 연주를 원하는 결벽증 때문이었다. 연주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가 하면, 아버지가 만들어준 의자를 평생 들고 다니며 연주했다. 의자가 낮아 건반이 눈높이에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피아노 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절친이 보여줘 처음 본 연주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1월 2일이 음악계의 변방, 캐나다 출신의 그렌 굴드가 미국 데뷔 연주를 한 날이다.
'굴드는 자신의 연주에 대해 "방해받지 않는 바람의 날개에 사뿐히 내려앉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깃털처럼 가벼운 터치와 영통한 드릴 장식, 어이없이 빠르거나 대책 없이 느린 템포가 강렬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
굴드의 연주는 인간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 다. 영상물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p. 23)'


크리스마스 December 25

히틀러는 어려서부터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에 흠뻑 빠졌다. 그런가 하면 바그너는 많은 여성에게 흠뻑 빠져 한 여자에게 머물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스트의 딸 코지마를 만나 결혼한다. 12월 25일은 코지마를 위한 33번째 생일 선물로 <지크프리트 목가>를 초연한 날이다.

'루체른 호수가 내다보이는 스위스의 트립센 별장에 있던 코지마는 새로운 음악 소리에 잠이 깼다. "잠이 깼는데도 꿈에 있는 듯했다. 곡이 끝나자 리하르트가 아이와 함께 방에 들어와서 방금 연주한 곡의 악보를 생일 선물로 건넸다. 나는 눈물이 흘렀다"라고 코지마는 적었다. (p. 396)'

바그너는 생전에 반유대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히틀러는 그의 광팬이었다. 이런 이유로 코지마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바그너의 음악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그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


어제 October 20

'그 이야기를 들은 이은상은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멋진 시를 만들었고, 시와 곡이 어우러져 가곡 <동무생각>이 탄생했다. (p. 327)'

1986년 10월 20일은 한국 최초의 가곡 <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선생이 사망한 날이다. 대구 계성학교 학생 태준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여학생을 좋아했다. 훗날 교사가 된 박태준은 같은 학교 교사인 시인 이은상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푸른 담쟁이를 뜻하는 청라 언덕을 배경으로 삼았고, 그 언덕을 다니던 여학생을 백합에 비유했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고 노래했다. (p. 327)'
어제 하루 종일 입에 맴돌았던 노래다. 이 책에서 QR코드로 소개된 음악을 아침에 들었던 탓이다. 흥얼거리며 고등학생 시절 동무(?) 생각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결심하고 평소 눈여겨 본 여학생을 버스 종점까지 쫓아갔다가 돌아올 회수권이 없어 집까지 걸어왔던... 그 여학생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루를 음악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그리고 행복한 상상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날마다 <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 한 페이지씩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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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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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옷차림을 위해 한 철의 기상을 알려주는 일기예보 보다, 내 삶을 대비하기 위한 더 큰 호흡의 '시대예보'를 시작합니다. (p. 23)'

마인드 마이너인 저자 송길영이 예보하는 미래는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의 시대다. 저자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변화해 나가는 방향을 만드는 축으로 '지능화'와 '고령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과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권위가 AI의 도움으로 '지능화'된 사회에서는 예전처럼 인정받기 어렵다. '고령화'는 나이듦, 양육과 돌봄 등 기존의 개념을 흩트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살아갈 새로운 존재가 핵개인이다. 과연 핵개인은 누구일까? 새롭게 탄생한 이들과 같이 살아가야 할 핵개인의 시대, 그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할지 저자 송길영이 예보하는 시대를 들여다보자.


핵개인 시대의 세계는 글로벌화와 가상화로 모든 경계가 희미해지는 바람에 상상의 영역이 확장된다. 선 긋기보다는 다양성을 포용한다. 권위는 혐오의 감정이 돼버리고 수평적 관계로 나아간다. 사회문화적으로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관성이 풀려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표현이 꺼려지듯 관행적 표현과 차별적 인식을 형성하는 언어가 사회에 맞추어 재정의된다.

출퇴근 없는 AI는 핵개인의 동료이자 비서이기도 하다. 근면함과 순응성은 AI를 따라갈 수 없으니 핵개인에게 불필요하다. 그보다는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낌없이 알려주는 생성형 AI, 축복일까? 재앙일까. AI를 생존의 기술로 선택한 핵개인에게는 당연히 축복이다. 핵개인에게 노동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도구를 갖춘 핵개인에게 직장은 '플랫폼 프로바이더'이고 직장인이 자신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다. 자유롭게 독립적 커리어를 만들어 나간다. 다른 분야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복수의 정체성을 갖는다. 비교하며 갈등을 겪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가치를 담는다. 채용이 아리나 영입의 대상이 된다.

핵개인은 가족의 관계성을 재정립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20년 양육의 되갚음이 더 이상 효도로 미화되기 어렵다. 뒤틀린 아버지의 권위를 바로잡고, 딸은 더 이상 엄마의 삶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돌봄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도리이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돌봄의 자원이 될 수는 없다. 가족의 역학이 재정의 과정을 거친다. 나이듦도 마찬가지다. 돌봄에 의지하지 않고 나의 삶을 잘 사는 자립으로 가족 서로의 의무를 덜어간다.

'핵개인들은 '타자'를 맞이할 때에 그 태도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들은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이 타자가 될 수 있음을 겁내지 않고, 새로운 타자를 만났을 때에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결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양성이 생태계의 희망입니다. (p. 272)'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핵개인의 시대, 자신이 쌓아둔 고유성과 진성성의 내러티브는 핵개인에게 필수 전제다. 핵개인의 문해력은 문자뿐만 아니라 숫자, 이미지, 영상을 포괄한 디지털까지로 영역이 넓어진다. 양육과 돌봄이라는 마음의 빚짐과 실천의 되갚음도 가족의 한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적용한다.

'서로가 진심을 다하고 그 성과를 존중하면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능동적 결정권을 서로 존중해 주었을 때 이 시대의 개인들은 자기 삶과 사회 모두에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으로 거듭납니다. (p. 324)'


다가올 핵개인 시대에 나의 삶이 우선 적용될 챕터는 '제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였다. 이 책에서 이슬아의 자전적 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가져와 내리사랑과 효도의 되갚음, 그 종속적 관계를 서로 존중하고 대등하게 인정하는 핵개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효도가 대를 잇는 이연된 보상 체계를 끊고 싶다. 아이들은 무엇을 원할까? 어디까지 부모에게 의존하고 어느 정도 되갚음 하고 싶을까? 아마도 부모로서 내리사랑을 끊기는 어렵지 싶다. 하지만 돌봄을 아이들에게 기대고 싶지 않다. 이런 주제로 아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나이 든 사람'이라는 단어에 따라붙는 것은 '돌봄', '노쇠', '지원' 등 힘듦이 연상되는 말들이 아이들 머릿속에 자리 잡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핵개인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에 너무 힘겨운 짐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돈 때문에 타인을 위해 시간을 써왔으니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서사를 만들며 나의 삶을 잘 살려고 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마지막에 스스로에게 고백하고 싶은 말...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멋진 사람이 나이가 든 것' (p.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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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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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해직 언론인에서 보도국장이 되어 뉴스를 재건하고 그리고 사장이 되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키기 위해 싸웠던 5년의 상세한 기록이다. MBC가 어떤 노력을 거쳐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왔는지, 좋은 뉴스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언론계 혹은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는지, 30년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언 본인으로서 소신을 담아 기록했다. (p. 7, 책머리에)'

저자인 전 MBC 사장 박성제는 언론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권력의 속성, 그리고 제대로 된 언론 역할과 공영방송이 왜 필요하고 왜 지켜야만 하는지를 이 책에 그의 바람과 함께 담았다.


권력은 입 다물지 않고 권력을 감시하며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질문하는 언론을 두려워한다. 권력이 통제하려고 하는 언론, MBC, KBS, YTN은 시민들의 판단과 상관없이 권력 입장에서 볼 때 질문하는 방송사들이다. 나머지 방송사들을 손 대지 않은 이유는 입 다물고 받아쓰고 있거나 언제라도 그렇게 할 자신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좋은 언론은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 언론은 어떤 사명을 추구해야 하는가. 많은 언론인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 나는 거기에 '인권을 수호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지향하며,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더하고 싶다. (p. 200)'

정치적 또는 기계적 중립 그리고 객관적이라면 좋은 언론일까?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만난 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누군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p. 196)'

기자 출신 언론인 전 MBC 사장 박성제는 말한다. '중립'은 그럴듯해 보이는 비현실적인 개념이라고. 그 말속에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진실 앞에 중립은 없다'라고. 진실 보도를 위해 필요한 건 중립과 균형, 객관성이 아니라 정직함, 투명성, 용기, 합리성 그리고 민주주의 신념 등이 규범과 윤리가 돼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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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4 : OLD MONEY
김용섭 지음 / 부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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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니라면 죽기 전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다 치고, 부를 대물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우리 아이들이 부자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라이프 트렌드>시리즈의 12번째 <라이프 트렌드 2024: OLD MONEY>는 13가지 트렌드 이슈를 다루었고 그 첫 번째 주제가 욕망이 된 '올드머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 '올드머니 old money'는 '번 것이 아니라 물려받은 부 wealth that has been inherited rather than earned'라고 정의한다. 올드머니는 내 의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고 상당한 유산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 올드머니다. (p. 25)'

올드머니와 상대되는 말은 신흥 부자, 벼락부자, 졸부 즉 뉴머니 New Money다. 자수성가한 이들은 자신의 가구를 자기 손으로 살만한 돈은 가지고 있지만, 올드머니의 문화와 취향, 문화 자산을 갖추지 못했다. 올드머니는 오랫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실천해왔고 그 결과 그들에겐 존경도 뒤따른다. 올드머니를 지향하는 뉴머니는 사회적 책임과 자선에 적극 나서 그들과 같은 대접을 받고자 노력한다.

2024년 기준 39세보다 나이가 더 적은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뉴머니가 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올드머니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욕망은 어려운 것에 반응하는 법, 아이들은 올드머니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올드머니는 아니더라도 패션과 취미,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건 가능하다. 2024년 비즈니스에 올드머니는 중요한 트렌드 이슈로 작용한다.


반려자를 반려하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최근 2년간(2021. 6~2023. 6) 반려자, 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로봇의 관심도 추이를 살펴봤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검색량)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반려식물이며, 이어서 반려자와 반려로봇이 엎치락뒤치락한다. (p. 98)'

반려 대상으로 사람이 가장 밀린다. 1인 가구 증가 추이를 감안하며 우연은 아니다.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우리는 반려동물이나 식물과 살아가려 결심한듯하며, 몸이 불편해 키우고 관리하기 어려운 노인에게는 반려로봇이 대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각집살이, 이상과 현실 사이 부러움 혹은 합리주의
'각집살이는 서로의 보호자일 수는 있어도 각자의 일상과 삶은 터치하지 않는다. 느슨한 연대인 셈이다. (p. 131)'

각방, 각층, 각집 살이를 이혼과 연결 짓는 부정적 뉘앙스는 의미를 잃었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불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부부라도 각자의 사생활과 공간을 보장받으려 한다. 이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중략

글로벌 보일링 2024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되었다." (...) '지구 온난화 Global Warming'라는 말도 '지구 가열화 Global Heating'로 바꾸자는 것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흐름 중 하나였다. 이 흐름의 일환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열대화 Global Boiling'라는 표현을 썼다. (p. 215)'

재생에너지 시설,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축기술 등 탈탄소 사업에 돈이 투자될 것이고 클린 테크 기업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폭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체감온도가 가장 낮은 태백과 같은 동네가 폭염 경제를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격투기 하는 리더, 강한 리더십과 노동생산성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결투 이슈가 왜 터져 나왔을까? 둘 다 강인한 리더로서 자신들은 포지셔닝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강한 리더십은 이직할 기회를 보며 안 잘릴 정도로만 일하는 '조용한 사직 quiet quitting'과 관련 있다. 일은 하지만 몰입하지 않는 않는 직원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노동생산성 혁신은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한 리더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노동생산성 회복이 트렌드가 될 것이다.

펀임플로이먼트와 자발적 프리터
기성세대는 실직을 두려워했다. 요즘 세대는 '뜻하지 않게 얻은 휴가'라 생각하며 즐거움을 찾는다. 긍정적이기도 하고 자조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생계활동만 하며 취미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프리터의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직장은 성장하는 곳이다. 성장할 만큼 성장했다 싶으면 다른 곳으로 옮긴다. 평생직장은 사라졌다.

중략

핵심 트렌드를 안다는 건 목적지에 이르는 지도를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다. 가야 할 길을 미리 살펴 정보를 안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하다. 쉴 곳도 미리 정할 수 있고, 급경사, 심하게 굽은 길, 어디서 길을 갈아타야 할지 따위를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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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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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읽는 '소설, 잇다' 시리즈 세 번째 <백룸>은 1911년생 이선희의 소설 두 편, 2015년생 천희란의 소설과 에세이 각각 한 편,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의 해설을 담았다.

작가 이선희는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나 개방적 사고를 접했다고 한다. 기자로 일하며 문단 데뷔를 했지만 한때 카바레 종업원으로 일했고, 극작가 박영호와 재취로 결혼해 전처와 갈등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 속 여주인공은 불행하다. 하지만 그 불행에서 주인공인 여성은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 가부장제로부터, 여성의 보편적 인식과 행동으로부터 탈피하려 한다.

작가 천희란이 태어나 마주한 세상은 이선희가 살던 백 년 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천희란 역시 이선희가 했던,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세계의 고통과 혼란을 어떻게 해명할까를 고민했다. 천희란에게 소설은 고민의 답을 찾는 과정이다. 문학 안에서 여성의 자리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천희란의 바람이다.


이선희의 <계산서>

주인공 '나'는 아이를 낳다가 한 쪽 다리를 잃어 절름발이가 된다. 다리가 둘인 남편과 사이에 균형이 무너졌다. 균형을 잃은 것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죽는 것보다 낫지 않소?"는 결국 나를 속이는 엄청난 사기술이었다. (p. 26)'

남편은 '나'를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기는 듯하지만, 외출하고 싶다고 할 때 '나가봤자 괜히 몸만 괴롭지 않겠냐'라는 말 그리고 그동안 한 번도 매지 않았던 새 넥타이를 매고 나가는 남편을 보며 그 안타까움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을 눈치챈다.

여성이며 신체적 장애를 가진 주인공 '나'에게 사회 관념과 남편은 가부장제의 친절한 보살핌 속에 있기를 권하며 사회적인 활동을 금한다. 주인공을 위해서라기 보다 남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두 다리를 가진 자와 절름발이 사이의 불균형이 불편한 이유다.

부부생활이 끝났으니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계산이 필요하다. 주인공이 남편에게 내민 계산서는 균형을 위해 남편도 다리 하나가 병신 되는 것이다. 아니 그것으로는 수지가 맞질 않는다. 목숨이라야 될 것 같다. 하지만 끝내 계산하지 못한다. 왜? 여성이자 아내여서다. 남성의 몫을 여성의 몫으로 감히 상쇄하지 못하도록 사회 규율이 가로막는다.

'나는 아직 살인을 하지 않은 채 이곳으로 왔다. 받을 것을 다 못 받고 그대로 주저앉는 것이 모든 아내 된 자의 약점이요, 애교인 모양이다. (p. 40)'


이선희의 <여인 명령>

​여자전문대학 학생인 숙채와 유원은 연인이다. 유원은 숙채에게 결혼 약속하며 고향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그간 비밀스러운 활동을 한 유원은 잡혀서 감옥에 들어가고, 유원을 기다리던 숙채는 지쳐 서울에 올라가 불안정한 생활을 한다. 김 의사의 집요한 청혼을 몇 번 거절하지만 결국 받아들여 결혼한 숙채는 아이를 낳고 잘 살아간다. 어느 날 남편 김 의사가 열일곱에 혼인한 여자가 고향 본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운 신여성에게 주어진 숙채의 자유연애, 즉 사랑으로 이어지는 결혼이라는 꿈은 유원(남성)의 징역살이로 끝나버린다. 주변 강요로 이루어진 김 의사와 결혼은 전해내려오는 결혼제도 속에서 본처(여성)의 등장으로 숙채는 후처(여성)가 돼버려 남편을 놓고 본처와 다투는 신세가 돼버렸다. 게다가 남편이 죽고 그를 따라 자살한 본처는 열녀가 돼 집안의 인정을 받아 자리 잡지만 숙채의 자리는 그 집안 그 어느 곳에도 없다.

병들어 죽게 된 숙채는 아이를 업고 사랑으로 선택했던 유원을 찾아가 마지막 부탁(명령)을 남긴다.

'이윽고 숙채는 이야기하기를 시작했다. 마치 홀러 가는 물과 같이 그렇게 조용히 그렇게 쉽게.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달리 온 게 아니고 저 어린애 때문에 왔어요."
숙채는 이렇게 말을 떠놓고 유원이를 쳐다봤다.
"저 애를 당신의 아들로 입적을 시켜주십시오."
유원이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떠서 숙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눈은 결코 독을 품은 눈이 아니었다.
"왜 괴로우셔요? 그러나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내 명령입니다." (p. 401)'

결국 숙채(여성)는 아이를 유원(남성)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가부장 제도, 즉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유연애를 한 숙채(여성)의 건너편에 본처(여성)가 존재한다. 남성중심주의가 전제되는 한 여성의 해방을 가로막는 것은 여성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남성에게서 벗어나면 함정은 없을까?

'유연한 능력주의는 페미니즘과도 어렵지 않게 결탁해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성의 경제력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라고 여성들을 부추긴다. 자발적인 돌봄과 사랑을 어리석은 것으로 치부하고 홀로 살아가라는 명령은 그러한 삶이 누구를 착취하고, 억압할 것인가를 회의하지 않는다. (p. 467)'


그럼 여성해방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상적인 여성 해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적어도 현재 내가 내린 답은 이렇다. 여성 해방의 유토피아는 없다. 페미니즘에 있어서 유토피아란 도래하는 순간 디스토피아일 뿐이어서, 페미니즘은 도리어 유토피아의 도래를 계속해서 후퇴시키는 동력이어야 한다고. (p. 468, 천희란의 에세이, <우리는 이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 중에서)'

백룸은 똑같거나 유사한 구조가 무한히 반복되고, 외부 세계와 연결되지 않은 폐쇄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일종의 미궁이다. 천희란의 소설 <백룸>의 주인공 '나'는 백룸 플레이어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따라 예측되는 상황임에도 깜짝 놀라는 행동을 반복한다. 반복해야만 하는 규칙에 놓인 상황은 폐쇄된 것으로 질식을 일으킬만한 요소다.

또 다른 주인공 '나'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전 애인인 연상의 변호사로부터 돌봄 받는 존재로 반복 학습되어왔다.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삶에서도 이성애를 중심으로 능력 있는 남성과 그의 가치를 보증하는 여성이란 성 규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복된다는 측면에서 여성의 삶은 '백룸' 플레이와 유사하다.

가부장제 또는 남성 중심의 규범에 놓인 상태에서 반복되는 행동을 하며 공포에 떨고 있으면 있을수록 여성의 자율성은 위험하거나, 나쁘거나, 방종하고, 공포스러우며, 미친 것으로 의미화된다.

출구는 없는 것일까? 백룸에 갇힌 여성에게 해방이란 출구는 없는 것일까? 출구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일상적 규범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취급해 출구를 지워버린다. 보이지 않을 때는 구태여 보는 것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어둠을 인정하고 만지고 더듬는 감촉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출구가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그것만이 미궁 같은 현실에 처한 여성이 출구를 찾아 나서는 동력이다.

'내게 이선희는 '지속된 한계'를 벗어던지기 위해 새로운 지옥을 찾아 나선 여성이었다고 답할 것이다. 소설을 쓰는 내내, 그저 그 지옥을 함께 걷고자 했다. (p. 470, 천희란의 에세이, <우리는 이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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