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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인간 -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민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평점 :
가장 불평불만이 많은 당나귀는 제우스 신 앞에 서서 왜 나만 불행한지 따져 물었다.
'오만한 사자가 승리합니다. 잔혹한 호랑이가 살아남습니다. 모두를 속이고 모두가 비웃는 여우가 이깁니다. 게걸스러운 늑대가 남습니다. 저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모두가 저에게 피해를 줍니다. 저는 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많이 합니다. 칭찬은커녕 꾸중만 듣습니다. (p. 222)'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제우스는 '행운'을 찾아 데려오라고 했다. '행운'을 찾아 나섰다. '명령'의 집은 혼란스러울 뿐 행운은 없었다. '부'의 집에 들어가 봤더니 잠시 머물렀다가 가시덤불과 송곳 몇 자루를 남기고 바로 떠났다고 했다. '미'의 집, '현명'의 집에도 없었다. '가난'의 집에 갔더니 말하기를 아직 '행운'이 오지 않았지만 항상 '행운'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책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쇼펜하우어 編, 두행숙 譯, 도서출판 둥지)>로 발타자르 그라시안을 만났다. 간결한 글에 실린 힘과 지혜에 매료되어 책 한 권을 더 사 사무실 책상에도 놓았다. 비록 몇 년 동안이었지만,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글로 하루를 시작하며 쇼펜하우어가 그의 글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았듯이 나도 그렇게 했다. 지금도 빛바랜 표지의 그 책을 가끔 펼쳐 읽곤 한다.
17세기 위대한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예수회 신부다. 그러나 그의 글에서 종교적인 냄새를 맡기란 쉽지 않다. 그가 생각한 삶의 목표는 명예나 부를 이룩한 성공이 아니다. 개인의 성숙이다.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라는 부제의 <완전한 인간>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자신을 온전히 지키라는 것이다.
'삶의 절반은 대화를 하며 흘러갑니다. 풍부한 지식은 현명한 사람들을 위한 맛있는 식사입니다. (p. 58)'
'선택이 없는 곳엔 완벽이 없습니다. 선택할 줄 아는 능력과 선택을 잘하는 능력, 이 두 가지가 탁월한 능력입니다. 선택하지 않으면 우연이나 욕망에 따라 맹목적인 길을 가게 됩니다. (p. 104)'
'비판은 비난과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비판은 감정을 배제한 것이고 비난은 성급한 의심입니다. (p. 191)'
우리 인간에게 완전함이란 게 존재할까?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도덕 철학이 우리를 신중한 인간으로 만들고, 자연은 현명한 인간으로, 역사는 준비된 인간으로, 시는 독창적인 인간으로, 수사학은 유창한 인간으로, 인문학은 신중한 인간으로, 우주학은 박식한 인간으로, 성서는 경건한 인간으로 만들어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 수단으로 나를 성숙한 인간을 만든다는 건 결국, 우리는 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리 삶은 내 삶을 완전한 삶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이 책에서 말하는 25가지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완전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삶의 마지막은 죽음이란 생각을. 혹시 죽음에 이르러야 비로소 완전함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단 한 번 찾아오는 죽음을 잘 맞이하는 삶이 결국 완전한 인간의 삶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행운'을 찾았다.
마침내 '선'의 집에서 웃음 짓는 '행운'을 찾았다. 물론 모두를 기쁘게 하긴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왜 매일 불만을 늘어놓는 자들이 나를 찾아오는지 제우스는 '행운'에게 물었고 '행운'은 대답했다.
'"위대하신 제우스여,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그 당나귀는 대체 누구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입니까?" (p. 225)'
'행운'의 답을 듣고 제우스는 위로 대신 당나귀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행한 짐승이여, 네가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면 그토록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부터 사자의 명석함, 코끼리의 신중함, 여우의 영리함, 늑대의 주의력을 배우도록 하라. 준비물을 잘 갖췄다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멸의 운명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p. 226)'
완전한 인간은 아니더라도 완전한 인간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 운명 자체가 '행운'인 셈이다. 죽음을 잘 맞이할 운명인 삶...
'다른 이에게서는 불행이 아닌 행복만 보고 자신에게서는 행복이 아닌 불행만 보는 건 자신을 학대하는 행동이다. (p.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