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조각에 담긴 세상
김계숙 지음 / 아트레이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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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자로 일하다 스위스 레더라 초콜릿을 수입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초콜릿에 각별함을 갖는다. 대부분의 초콜릿 책이 전문적 지식이나 레시피를 알려 주는 것이었고, 그런 아쉬움에 초콜릿에 대한 정보와 상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는 나 같은 애호가가 초콜릿에 관해 알고 싶을 때 펼쳐 볼 수 있도록 관련 지식을 설명하고, 품질과 맛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는 유럽의 초콜릿 브랜드, 초콜릿 토착화를 위해 애쓰는 우리나라의 전문점을 소개하고 있다. (p. 6)'


아는 만큼 보이듯, 초콜릿도 많이 안다면 그만큼 맛을 다채롭게 느끼지 않을까?

'카카오 품종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 크리오요(Grillo) 좋은 맛과 향이 뛰어난 고급 품종이나 수확량이 적어,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3% 내외를 차지한다. 포라스테로 (Fornsaero) 종은 쓴맛이 강하지만, 생산성이 좋아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트리니타 리오(Trinicario) 종은 크리오요와 포라스테로의 교배종으로, 맛과 향이 훌륭하며 생산량도 크리오요 종에 비해 많은 편이다. (p. 16)'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빈(cacao bean)도 커피처럼 로스팅 한다. 140도 정도 열을 가하는 이 과정으로 카카오 특유의 맛과 향이 깊어진다. 또 하나, 초콜릿에 열을 가했다가 식히는 결정화 작업을 템퍼링(tempering)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작업 방법에 따라 적합한 온도가 있고, 유지를 잘 해야 하는데 이때 초콜릿의 윤기와 광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성분 중 플라바놀(Havanol)은 노화 방지 및 치매를 예방하고,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은 사고력과 기억력, 집중력을 올려 주고, 리그닌(lignin)은 체내 배설 기능을 촉진시켜 대장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죄의식 없이 초콜릿을 즐길 구실이 생겼다. (딸아이에게 알려주면 무척이나 기뻐할 듯...)


오래전이긴 한데, 잠실에서 직장 생활할 때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식품관을 통해 퇴근하곤 했다. 어느 날 새로 입점한 초콜릿 매장에 대리석 모양의 판때기 초콜릿을 쌓아 놓은 모습을 보고 그동안 본 모양과 달라 충격받았다. 이 책을 읽고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임을 알았다.

저자가 발품 팔아 찾아가서 알아낸 초콜릿 본산지인 스위스 취리히,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의 유명 브랜드에 대한 달콤한 스토리도 흥미롭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토종 초콜릿 제조 매장도 소개한다.


초콜릿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답게 저자는 우리나라 초콜릿 시장의 한계에 대한 걱정과 함께 프리미엄 초콜릿이 토착화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보여준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디저트를 즐기는 '소확행'과 값비싼 옷은 사지 못해도 달고 쌉싸름한 초콜릿은 사는 '립스틱 효과'로 초콜릿 산업 종사자들의 시름이 기쁨으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p. 227)'

프리미엄 초콜릿의 소비 패턴이 선물용이지 나를 위해 사는 경우가 아직은 흔치 않다. 초콜릿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뒷걸음질하는 이유 가운데 첫 번째로 이 점을 꼽는다. 다음으로는 빨리빨리 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행 맞춰 새로운 레시피의 초콜릿을 금방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시장에서 초콜릿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이 책에 담은 저자의 바람은 '더 이상 타인에게 줄 선물이 아닌 내가 먹고 싶을 때 나를 위해 기꺼이 사는 것'이다. 그러면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들이 열정을 다해 더욱 품질이 좋은 초콜릿으로 보답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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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신들의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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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이해하고 머릿속에 간직하려 할까?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문화를 이루는 데 한 축을 담당한 헬레니즘의 토대이며, 이 신화를 빼놓고는 유럽의 철학과 예술 그 어떤 것도 논할 수 없고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럽의 지명, 바다, 섬, 꽃, 나무, 별자리 이름 그리고 사상이나 현상의 유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것들이 부지기수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암투와 패륜, 욕망과 폭력으로 얼룩진 제우스와 그 가족 및 후손들의 행위를 신화와 문학의 이름으로 미화한 우상화 작업의 결정체다. (p. 11, 들어가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쓴 주요 작가와 작품을 살펴보면, 주로 이오니아 지방에서 활동한 유랑 시인 호메로스의 두 작품을 우선 들 수 있다. 기원전 13세기경 10년 동안 벌어진 트로이 전쟁 중 51일간 일어난 사건을 서술한 서사시 <일리아스>,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 후 귀향하는 10년 동안의 모험담을 담은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그것이다.

우주의 기원부터 그리스 신들의 탄생 과정과 가계를 다룬 <신들의 계보>는 <신통기>라고도 하는데 기원전 7세기경 활동한 그리스 작가 헤시오도스의 대표작이다. 그밖에 그리스 비극의 대가 아이스킬로스, 시인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를 꼽을 수 있다. 로마의 시성 베르길리우스는 그리스 신화를 로마 신화로 전환하는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들으면 아는 이야기인데 해보라고 못하는, 헷갈리고 뒤죽박죽 복잡하게 얽힌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등장인물도 많고 가족관계는 또 얼마나 꼬여있나.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어렵게 여기는 이유다.

현재 다산학교를 설립해 대안 교육을 하는 저자 박영규는 역사, 문화, 철학, 종교 등 50여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다.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로 알려진 작가답게 복잡하고 어렵게 여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신선하고 박식하게' 정리했다.

우선 제우스와 그의 가족들이 신격화되는 과정을 서술했고, 제우스의 여인들, 제우스의 아들들. 제우스의 딸들로 구분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다음 제우스의 후손들이 이룬 왕가, 아르고호 원정대, 트로이 전쟁 이야기, 마지막으로 민간 전설에서 그리그 로마 신화로 흡수된 인물과 괴물을 다루었다.

이 책은 정리의 마법을 부리는듯하다. 여러 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어도 정리가 잘되지 않았는데 이제 좀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신들의 가계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제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로 수다 좀 떨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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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어휘 생활 - 잘못 쓰고, 오해하고, 혼동하는 생활 어휘 바로잡기
김점식 지음 / 틔움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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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확실치 않지만 그때 상황이 너무 인상 깊게 남아 문제만큼은 확실히 기억한다. 한문 시험, 향香자의 음과 훈을 써넣는 문제였다. 나를 비롯해 많은 아이들이 '냄새 향'으로 답을 적었고 답으로 해주면 안 되는지 선생님께 사정했다. 선생님의 대답은 '똥 냄새도 향기냐? 안돼!'였다.

한자를 배운 세대여서 제법 안다. 게다가 입사하고 몇 년 동안 기안을 비롯한 문서를 작성할 때 한자를 섞어 손글씨로 썼다. 한자를 많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든지 악필은 회사 생활에 애로가 있던 시절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미국에서 공부한 사원이 우리 팀에 있었는데 협조전 몇 줄 읽는데 한자어 뜻을 몰라 수없이 질문을 해댔다.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문을 제법 배운 나도 한자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한자를 사용하는 환경이 아니 곳에서 자랐거나 한자를 배우는데 등한시한 세대라면 그 어려움은 훨씬 심했지 않았을까?


한자와 인문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떤 말이나 글을 느낌대로 의미를 파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우리말에 한자어가 70퍼센트나 되는데 이를 한글로만 표기하는 하는 것도 문해력을 떨어뜨리는데 한몫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문해력을 높이는 마중물이 되도록, 흔히 쓰는 말인데 의미를 잘 모르겠거나 혼동하기 쉬운 사례 145개 뽑아 설명한다.


'개판開板이라고 쓰면 판으로 된 솥뚜껑을 열기 오 분 전이란 말이다. 한국 전쟁 당시 부산에서 피난민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개판오분전開板五分前"이라고 외치면 곧 뚜껑을 열어 배식을 시작한다는 말이다. (p. 16)'

개들이 멍멍 짖어대며 난리 난 상황을 이르는 말인 줄 알고 있었는데 개와는 아무 상관 없었다. 음식을 나누어 주기 전, 굶주린 피난민들이 마구 모여드는 데서 유래한 아픈 역사를 간직한 말이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구축'을 구조물을 쌓는다는 의미의 構築으로 알고 있었다. 영어로 살펴보면 뜻이 또렷해진다. " Bad money will drive good out of circulation." 몰아낸다는 뜻인 驅逐이다. 해군의 구축함도 같은 의미를 가진 한자 驅逐을 쓴다.

'기계체조器械體操란 결국 철봉이나 뜀틀 등의 기구를 사용하는 체조다. (p. 168)' 당연히 동력 장치가 있는, 우리 흔히 쓰는 단어인 機械인 줄 알았다.

이렇듯 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한자어인 경우 한자를 같이 써넣으면 의미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한자를 모르면 그것도 소용없긴 하다.

'미망인未亡人은 말 그대로 아직 죽지 않은(未亡) 사람이라는 뜻이다. 죽은 남편을 따라 죽었어야 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 말이 과부寡婦보다 더 품격 있는 말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p. 244)'


우리글은 표음문자이다. 그렇다 보니 한자와 같은 표의문자에 비해 의미를 전달하는 데 단점이 있다. 한자문화권에 있으니 한글만 쓰는 것도 불편하다. 그러니 한자와 한글을 같이 쓰면 서로 장점을 누리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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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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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모호한 상실>의 저자 폴린 보스는 임상심리전문가로 4,000명 이상의 가족을 상담하면서 '모호한 상실' 이론을 정립했다.

'모호한 상실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생사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실체는 없지만 심리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지되는 경우이다. (...) 두 번째 유형은, 실체는 있지만 심리적으로 부재하는 경우다. (p. 29)'

상실은 완벽하게 사라진 상태다. 죽음이 대표적이다. 실제 대상도 없고 슬픔에 잠기긴 하지만 애도의 환경 속에서 슬픔을 이해받고 위로를 얻어 심리적으로도 그 대상이 사라졌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모호한 상실'은 실체와 심리에서 상실의 경계가 모호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죽음이 확실하지 않은 실종, 이민, 입양, 알츠하이머, 기억상실, 정신질환 등이 모호한 상실의 경우에 해당한다. 나 그리고 우리와 너무도 가깝게 내 가족 또는 주변에 있는 것들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에 유독 감정이입이 계속되고 있는 건 그 배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큰 아이의 또래여서이다. 그 당시에도 자식 같은 아이들의 죽음이어서 남 일 같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작별을 고하지 못하고 불가사의하게 사라진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존자들과 그 이후 세대 사람들을 따라다닌다. (p. 67)'

해결되지 않은 슬픔이어서 유가족에게 아이들 죽음은 '모호한 상실'이다. 시체 팔이 그만하라는 모진 말을 서슴지 않는 자들, 그들이 주는 모욕을 참고 견디는 이유는 어떤 식으로라도 모호한 상실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며,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뭉개버린다. 이 모호함이 밝혀지지 않는 한 유가족의 트라우마는 계속될 것이다. 급기야 아이들의 죽음이 외부 요인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자신의 탓으로 몰아가 아픔은 더욱 깊어진다.

이들 가족들은 교육받은 대로 생각했다. 세상은 합리적이고 정의롭다고 말이다. 그런 세상이 비웃으며 이들을 조롱한다. "왜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 어느 영화의 대사를 읊조리면서... 이들 유가족들은 모호한 상실을 언제까지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나.


'상실과 모호함 모두 인간 경험의 핵심 요소이며, 이 둘이 종종 '모호한 상실'로 합쳐지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p. 302)'

'모호한 상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 폴린 보스가 제시하는 치유의 방법은 '모호한 상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확실한 건 없다. 대신 모호함 투성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세상을 공평하고 정의로운 곳으로 바라보면 모호한 상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열심히 일하고 도덕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할 거라 여기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겪는 모호한 상실의 원인이 내가 무능해서, 게을러서, 부도덕해서가 아니다.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그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면 모호한 상실에서 비롯된 트라우마 속에서 계속 세월호 유가족들은 살아가야 하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부적으로는 원인을 밝히는 노력을 하고 동시에 내면적으로는 죽음을 마주하고 받아들여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들 가족 그리고 우리에게 모호한 상실은 이어질 것이다. 일상임을 인정하고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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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신은 세계사 - 신발로 살펴보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6
태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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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신은 세계사>는 중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저자가 자칫 지루해할 수 있는 사회 과목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펴낸 여러 권의 책 중에 하나다. 신발을 주제로 한 세계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다.


신발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구두하면 유리구두, 신데렐라다. 그런데 여러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 중 그림형제의 신데렐라 이야기 속에 구두는 황금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저자는 '이야기 속에서 유리 구두는 나와 내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도구 (p. 61)'라고 해석한다. 신발을 꼭 맞아야 편안하다. 다른 사람이 주인공의 신발을 신으면 그 신발은 제 기능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구두는 신데렐라를 증명하는 도구가 된다. (계모가 친딸을 왕비로 만들려는 욕심에 딸의 발가락을 잘랐다는 이야기는 잔혹동화 그 자체다.)

나같이 올드한 사람은 구두하면 신데렐라보다 이멜다가 먼저 떠오른다. 무려 21년 동안 독재를 했던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의 부인이다. 샤넬,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의 구두를 무려 천 켤레 넘게 가지고 있었고,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다고 한다.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다고 하니 이 정도면 중독이다. 소비를 하거나 물건을 사용할 때 만족감이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순간을 한계효용이라고 한다. 이 법칙에 예외인 경우가 바로 중독되었을 때다.

중국의 전족은 미의 기준이 발이 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전족용 신발 크기가 100~130 밀리 정도였다고 한다. 전족이 시작된 여러 설 중 하나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기 위한 이유를 꼽는다. 발이 작아지면 걷기 힘들어 활동하기가 어렵다. 여성은 집 안에서 남성들을 즐겁게 해 주는 존재일 뿐이다. 이 풍습은 거의 천 년 동안 유지됐다.

신발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한열 기념관에 전시된 이한열 열사의 오른쪽 신발 한 짝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상징한다. 연세대 2학년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자리에 운동화 한 짝이 남았고, 이를 발견한 학교 선배가 주워 가족에 전달했다.


그 밖에도 하이힐, 크록스, 녹조라떼 신발, 다뉴브강의 신발 동상, 간디의 신발...

신발은 욕망을 표상하기도 하고 정체성을 증명하는 도구로도 작용한다. 차별, 혐오, 전쟁과 같은 아픈 이야기도 담고 있다. 우리 일상인 평범한 신발에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구두를 신은 세계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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