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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기하학, 문제해결의 기술 - 최소 지식으로 최대 아이디어를 만드는 수학적 사고법
박종하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평점 :
왜 수학에 흥미가 없었을까? 수학 시험을 대비하는 공부를 해서였다. 문제를 가장 빠르게 푸는 단 하나의 방법을 찾아 익히다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운 경험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계산'이란 방법만으로 수학 문제를 풀려고 했다.
유클리드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십진법을 쓰지 않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할 때도 계산이 아닌 '닮음'을 활용해 기하학적인 증명을 했다. 계산보다 상상을 더 잘해야 했다. 상상하는 과정을 시간 낭비라고 여긴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 공부는 우리에게 상상력을 경험하는 수학의 재미를 빼앗아버렸다.
'선행학습은 교육과정보다 앞서서 개념이나 공식 등을 배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개념이나 공식으로 문제에 쉽게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경험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p. 217)'
인류 최초의 수학은 어떤 것이었을까?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이 어떤 수학을 공부했을까? 답은 바로 유클리드기하학이다.
'고대 그리스 수학인 유클리드기하학은 닮음과 합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
탈레스가 이집트에서 닮음과 비례를 이용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확하게 계산했다고 합니다. 유클리드기하학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대표적인 일화네요. (p. 67)'
저자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이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이 인류 최초의 수학 푸는 모습을 상상했다. 유클리드기하학 문제 중 아이디어가 있는 문제 1,000개를 풀어보고 300개를 추린 다음, 특별한 수인 153 (1의 3승+5의 3승+3의 3승)개 문제를 선별해서 이 책에 실었다.
평면기하학만 다뤘고 초등학교 4학년 수준만 돼도 이 책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기에 호기롭게 덤벼들었다가 당황했지만,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풀면 (몇 문제 풀면서 흥미가 생겼기 때문에) 나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클리드기하학의 최소한의 지식과 유클리드식 사고법, 그리고 일곱 가지 문제 해결 기술을 알려준다.
동위각, 맞꼭지각, 엇각은 같다는 공리, 닮음과 합동, 그리고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인 피타고라스의 정리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4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까지... 수학 용어들은 학창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놓는다.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뭘까?
'사회에 나와서 수학은 절대 써먹을 일이 없다'라고 수포자들은 흔히 말한다. 이 말은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가 생각나게 한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문제해결능력은 키우는 것이고, 그 방법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찾아 문제를 다양하게 풀어보는 것뿐이다.
다만 학창 시절엔 시험을 대비하느라 여러 갈래의 길을 가보지 못했고, 지름길 한 가지만 배웠기 때문에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되지도 않는 수학 무용론을 펼친다. 자~ 이제라도 내 머릿속의 다양한 사고능력을 꺼내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유클리드 기하학, 문제해결의 기술>를 펼쳐 보시길...
'지식은 눈에 보이지만, 문제 해결 능력을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해결능력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문제해결능력도 경험을 통하여 쌓고 키워가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워보면 좋겠습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입니다. 수학 지식이나 개념도 필요하지만 그런 지식과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을 이 책으로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키워보면 좋겠습니다. (p. 343, 344)'
덧) 소설이나 에세이 읽듯 단숨에 읽는 책이 아니다. 153개 문제 중 하나씩 하나씩 초콜릿 빼먹는 꺼내 풀어보면 즐거움이 된다. 시험을 앞두고 있지 않으니 못 풀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 언젠가 생각나겠지. 걷다가, 지하철 안에서, 밥 먹다가... 깨달음, 그 순간의 쾌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