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클래식 - 나는 클래식을 들으러 미술관에 간다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4
박소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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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여행 중 당연히 벨베데레 궁전에 갔었고, 10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나지 않았다던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를 감상했다.

'남자는 여자의 뺨에 키스하고 여자는 황홀한 듯 눈을 감은 채 볼에 붉은 홍조를 띠고 있다. 꽃으로 뒤덮인 절벽 끝에서 무릎을 꿇은 채 남자의 정열적인 키스를 받는 여자는 행복해 보이지만 불안해 보인다. 사랑의 본질을 꿰뚫듯 가장 빛나는 순간에 깃든 불안을 이중적으로 묘사했다. 남녀가 입은 옷의 무늬도 각각 둥글고 직각으로 대조적으로 그려져 여성성과 남성성을 극대화했다. (p. 221, 222)'

클림트의 여성편력에 실망한 에밀리는 그를 떠나지만, 클림트의 계속된 애원에 그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에밀리는 그의 죽음을 지켰고 친자소송과 유산 문제까지 현명하게 해결함은 물론, 클림트 사후 명성에 해가 될만한 편지나 엽서들을 없애버린다.

클라라 슈만의 삶이 에밀리와 무척이나 닮았다. 슈만을 향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포기한 클라라, 브람스의 구애도 모른척하고 슈만의 아내로 남아 자신의 생을 슈만이 남긴 작품을 널리 알리는데 모두 바쳤다. 클림트의 <키스>, 슈만이 작곡해 클라라에게 바친 <헌정>에서 우리가 읽게되는 러브스토리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두 여인의 희생이다.


'"Trato de aplica colores como las palabras dan forma a los poemas, como las notas dan forma a la música (나는 단어가 시를 만들고 음표가 음악을 만들어내듯, 색을 입혀보려 한다)."
주안 미로가 남긴 말처럼 음악과 미술, 시 등 예술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연결선을 찾아 나선 여정이 행복하고 풍요로웠다. (p. 7)'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 박소연은 <미술관에 간 클래식>에 가장 사랑받는 서른 명의 화가와 음악가를 이어 그들의 작품 속에 숨겨진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아냈다.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한 리하르트 바그너의 <탄호이저> 3막 2장, 죽음을 각오한 엘리자베트의 영혼이 구원받기를 바라는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와 오버랩되는 아리아는 정신병원 창문으로 별을 바라보면서 죽음에 이른 고흐의 아름답고 슬픈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이다.


프리다 칼로의 <벌새와 가시 목걸이를 한 자화상>과 뒤 프레에게 헌정된 자크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은 어떻게 이어질까.

스물한 살의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하지만 희귀병으로 근육이 마비된 뒤 프레는 스물여덟 살의 젊은 나이에 은퇴하며 투병생활을 한다. 그 와중에 외도한 남편 바렌보임으로부터 버림받기까지 한다.

'"평생 나는 2번의 대형 사고를 겪었는데, 첫 번째는 나를 부서뜨린 전차였고 두 번째는 바로 디에고다. 두 사고 중 디에고가 더 끔찍했다."라고 회고한 칼로의 기록이 남아 있듯, 그녀는 자신의 육체에 갇혀 겪는 고통보다 2번의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했던 디에고와의 애증을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p. 260, 261)'

하반신 장애와 근육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무서운 질병으로 육체에 갇힌 프리다 칼로와 뒤 프레. 이 둘에게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버림받는 고통이 더해졌다. 두 여인은 서로 마주 보며 그 모습을 듣고 본다.


각 챕터마다 QR을 찍어 저자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서른 개의 작품이 서로 이어진 스토리를 읽는 책 <미술관에 간 클래식>,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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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챈트먼트 - 부서지지 않는 매혹의 인생에 관하여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디플롯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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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님 그리 매혹적인 삶은 아니지만 나를 둘러싼 곳은, 둘러싼 것들은 매혹적인가. 무엇에 매혹을 느끼는가. 아름다운 모습? 추억인가? 오로라 같은 자연현상? 매혹이란 무엇인가?


'그녀는 옛사람들이 지구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요소라 믿었던 4대 원소인 흙, 물, 불, 공기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 숨 쉬고 있는 매혹을 탐험하러 나선다. (p. 296)'

표지마저도 매혹적인 <인챈트먼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에세이스트 캐서린 메이가 매혹을 탐험하러 나섰다. 매혹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다. 특별한 감각의 접촉이다.

신발을 벗는 겸허한 행위는 땅과의 접촉 행위다. 맨발로, 몸의 영역으로 흙의 매혹을 탐험하는 행위이다.

발을 담그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물을 믿고 흐름에 몸을 맡길 때, 두려움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경험한다.

불의 매혹은 어두움, 이글거림, 단숨에 삼키는 파괴의 힘이다. 불이 가진 발톱과 뜨거운 입김에 압도당해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무력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역설적으로 그 혹독함에서 절대적인 생명력을 실감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낯선 물질 공기, 그래서 공기의 존재를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에 대해 믿음을 보여줄 때 비행을 경험한다. 공기가 가진 매혹은 미묘하고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 꽃은 피어 내기도 한다.


매혹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들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일 때만 드러난다. 매혹의 가치는 알아볼 때만 그 귀중한 가치를 발휘한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매혹의 의미가 생긴다.

매혹은 우리가 불러내는 것이다. 매혹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부여하는 것이다. 매혹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큰 이해로 우리를 이끄는 경험이다. 매혹은 그것을 추구하는 우리의 의지에 진귀함을 더한다.

'만약 매혹당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아주 오래도록 기다려야 할 것이다. (p. 282)' 매혹은 우리가 그 필요성을 기억해 다가오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기 때문이다.


어떤 장소를 떠올리며 나만의 매혹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일상과 현상을 음미하도록 사고의 여지를 주어 자유로운 생각을 넣어주는 문장이다. 캐서린 메이의 글은 일상을 매혹으로 가득 채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매혹을 한번 읽는 것으로 담아내기엔 부족하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의 모든 글에 밑줄을 긋게 될 것이다. <인챈트먼트> 곳곳에 매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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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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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교육을 받을 때 강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4가지 유형의 리더'였다. 사분면 세로에 똑똑함과 멍청함, 가로에 게으름과 부지런함을 적어 넣은 다음 2가지를 매칭한다. 멍청함과 부지런함, 이 2가지가 짝이 된 유형의 리더가 최악이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쿠르트 폰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 장군이 1933년에 '부대지휘교본'을 발표한다. 교본 중에 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의 '네 가지 유형의 장교(Four Type of Military Officer)'가 등장한다. '4가지 유형의 리더'가 이 교본에서 유래한듯하다.

군대에서는 유능한 장교를 뽑는 것보다 멍청한데 부지런한, 즉 무능한 장교를 걸러내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여느 조직과 달리 한 명의 지휘관에게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이 달려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승패, 한 나라의 존망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전쟁사 연구가 권성욱의 <별들의 흑역사>는 패장 12명의 이야기다. 전쟁을 하다 보면 승리하기도 하고 패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적으로 불리하거나 운이 따르지 않아 패했다면 어쩌겠나.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패배들은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것처럼 승리보다 더 위대한 패배 따위가 아니다. 전쟁이 아니라 재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처절하게 깨졌고 어마어마한 인명 손실은 물론 극심한 후유증마저 남겼을 정도다. 더욱이 주인공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낱 '잔챙이'가 아니라 최소 사단장부터 한 나라의 총사령관에 이르는 중책을 맡은 '거물급'이다. (p. 6)'


'악명 높은 일본군 장성 중에서도 대표적인 '오물' 중 한 명이 무다구치 렌야(1888~1966) 중장이었다. 그는 두 번의 큰 사고를 쳤다. 하나는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루거우차오사건(중국에서는 7. 7사변이라고 부른다) 이었다. 또 하나는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군 최악의 졸전이자 지옥을 선사한 임팔작전이었다. (p. 69, 70)'

야간 훈련 중 병사 한 명이 실종됐는데 이를 중국군의 도발로 간주하고 본국의 허락도 없이 반격해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루거차오사건의 장본인이다. 육군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특권을 누렸다. 전쟁 보급은 필요 없다며 병사들에게 식량 대신 풀을 먹는 적응 훈련을 시키는 한편, 병사들을 사지에 보내놓고 자신은 호사스러운 유흥을 즐기는 주색에 빠져있었다. 실전 경험이 없으면서 전쟁을 떠드는 군인이었다.

일본 패망 후에도 임팔작전의 실패를 부하의 무능 탓으로 돌렸고, 심지어 죽을 때 임팔작전이 자신이 잘못이 아님을 알리는 팸플릿을 만들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유언을 남긴 졸렬한 지휘관이었다.


'밴 플리트 : 유 장군, 당신의 군단은 어디 있소?
유재홍 : 모르겠습니다.
밴 플리트 : 당신의 2개 사단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은 당신네 대포와 수송 수단을 죄다 잃어버린 거요?
유재홍 : 그런 듯합니다
밴 플리트 : 유장군, 당신 군단을 해제하겠소. 정 장군에게 보고해서 새 직책을 찾으시오. (p. 515)'

한국전쟁 동안 한국군 3개 군단 중 2개 군단을 말아먹은 오명의 이름은 유재흥이다. 군단장으로서 전선을 살피는 대신 사단장에서 모든 지휘를 맡기고 사령부를 꽁무니 빼, 이를 보고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이 달아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훗날 회고록에서 이를 두고 도주가 아니었다고 핑계를 대기까지 했다.

더욱 기막힌 역사는 불명예로 끝장나야 했음에도 유재흥은 휴전회담 한국군 대표를 역임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다시 제 1군 사령관을 지냈고 군복을 벗은 후 외교관으로 활동하다가 1971년에는 국방장관까지 올랐다.


똥별 12명의 흑역사 원인으로 그들의 독선과 아집, 이기심, 우유부단함을 꼽을 수도 있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직책을 맡긴 조직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의 말처럼 조직이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을 걸러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당사자의 근면함은 그대로인데 자리가 '멍청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현실의 부조리함이다. (p. 7)'

하지만 이들 패장 12명에게 장군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 하나가 공통적으로 없었는데 바로 '용기'다. 궁색한 변명을 일삼고 실패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을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 '진정한 용기'가 없었다.

패전의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불편하다고 슬쩍 덮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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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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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여행을 통해 시대의 삶을 되돌아보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허우범 작가에게 하나의 열망이 있었다. <삼국지연의>의 영웅호걸들이 누비던 그 현장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2002년 여름 장강을 시작으로 10여 년 동안 중국 전역의 삼국지 현장을 살펴보며 그 열망을 이뤘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현장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자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삼국지 기행 1, 2>가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답사기로 삼국지 속 영웅들이 활약했던 현장을 사진과 설명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작품의 배경이었던 유적과 유물들을 살펴보고 역사적 고증을 거친 신뢰할 만한 자료를 책 곳곳에서 제공한다. 인상 깊은 구절과 적절히 등장하는 시도 꽤나 인상적이다.


그 어느 곳보다 먼저 달려가 보고 싶은 현장은 적벽대전赤壁大戰의 장강長江이다. 장강은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중국 최고의 명승지이다. 거센 물결의 삼협은 역사와 문화가 찬란한 곳이고, 영웅호걸들의 무대였다.

'장강삼협은 구당협, 무협, 서룽협을 말하는데, 사천성 봉절현 백제의 기문에서부터 호북성의 의창시 남진관까지 약 300km를 일컫는다. 그러나 장강이 절벽을 따라 흐르는 것은 사천성 중경을 지나 풍도에 들어서면서 시작되기에 풍도, 충현, 만현, 운양까지도 삼협에 포함시킨다. (p. 454)'

위, 촉, 오 삼국이 대립하던 시절, 위나라 조조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중국 대륙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오나라 손권과 촉나라 유비는 계속 세력을 확장하는 조조에 맞서 이곳 장강에서 일전을 벌인다. 적벽대전에 참전한 주요 인물은 조조,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손권, 주유 일곱 명으로 명실공히 삼국지의 주인공들이다. 그중에서 대표 주연급 영웅은 제갈공명이다.

개발의 대명사인 댐 건설로 이곳 장강의 많은 유적도 물에 잠겼다. 경제발전의 밝은 면 뒤에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겪는 문화유산의 수몰이라는 안타까운 일, 어두움이 공존한다.

'"밤낮없이 흘러가는 장강이여, 물어보자. 그대 품에 오르내리며 나라를 걱정하고 세상 돌아감을 한탄한 영웅과 선비들이 그 몇몇인가?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저 강기슭 바위 사이 피어 있는 산꽃 은 몇천 번을 피고 지었으며, 그 결실들은 다 어디로 흘러갔는가? 가는 것은 세월이고 흐르는 것은 강물이라면, 멈춘 것은 발걸음이요 애틋한 것은 마음뿐인가!" (p. 464)'


<삼국지 기행 1, 2>을 따라 걸으면 읽는 삼국지, 저자가 이끄는 대로 중원 천하를 누비며 난세를 살아간 영웅들의 지혜를 다시 한번 익힐 수 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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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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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듯하다.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를 합치기만 해도 한두 시간 대화거리가 된다. 특히 부모는 읽지 않았어도 아이들에게만큼은 욕심이 있어 삼국지 한 질을 사거나 또는 도서관에서 빌려 품에 안겨준다. 삼국지의 등장하는 인물들, 이들의 처세술을 꼭 알아야만 험한 세상을 살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적벽산을 향한다. 적벽진 마을의 가축들이 오늘도 찰랑이는 장강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장강은 진한 커피색 강물을 쏟아내고, 적벽산은 푸름을 자랑하듯 장강 위에 고고하다. 적벽산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금란산, 남병산, 적벽산이 이것인데 이를 모두 합쳐서 '적벽'이라 부른다. 적벽산 선착장에 도착하니 화려한 성곽이 눈을 가득 채운다. 없던 고성이 우뚝 하고, 거대한 성문은 오색 깃발로 가득하다. (p. 411)'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2,3학년쯤 됐으려나, 만화로 시작해서 한 질로 된 책으로 삼국지를 읽었다. 생각 외로 무척 흥미를 느꼈다. 종이를 넓게 펼쳐 나라별로 장수 이름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니 참 기특했다. 큰 인물이 될 조짐을 보였다. 게다가 책을 읽어가면서 나라별 장수를 업데이트하면서 읽었다. 이를테면 위나라의 장수가 촉나라로 넘어가면 그 나라로 옮겨 적는 식이었다. 장수가 많다 보니 어느 나라에서 배신하고 어느 나라에 가서 충성을 다했는지 헷갈렸던 모양이다.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중 첫째 아이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은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다. <삼국지연의>를 읽었으니 당연히 유비, 관우, 장비에게 호의적이고 조조는 그리 탐탁지 않아 한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조조가 재평가되고 있다. 조조와 관련된 유적지가 대대적으로 복원되는 반면, 관우의 동상은 철거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고 한다.

진수의 <삼국지>가 아니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즐겨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삼국지연의>는 역사라기보다 소설에 가까워 감동적이고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적 사실을 과장, 확대 또는 재창조까지 하면서 만들어낸 이야기다. <삼국지연의>는 팩션(Faction)이다.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삼국지 기행 1, 2>는 10년 전 출간된 <삼국지 기행>의 증보판이다. 추가로 답사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보완했고, 삼국지 유적지의 변천 과정을 초판 사진과 비교하며 살펴보도록 되어있다.

<삼국지 기행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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