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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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듯하다.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를 합치기만 해도 한두 시간 대화거리가 된다. 특히 부모는 읽지 않았어도 아이들에게만큼은 욕심이 있어 삼국지 한 질을 사거나 또는 도서관에서 빌려 품에 안겨준다. 삼국지의 등장하는 인물들, 이들의 처세술을 꼭 알아야만 험한 세상을 살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적벽산을 향한다. 적벽진 마을의 가축들이 오늘도 찰랑이는 장강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장강은 진한 커피색 강물을 쏟아내고, 적벽산은 푸름을 자랑하듯 장강 위에 고고하다. 적벽산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금란산, 남병산, 적벽산이 이것인데 이를 모두 합쳐서 '적벽'이라 부른다. 적벽산 선착장에 도착하니 화려한 성곽이 눈을 가득 채운다. 없던 고성이 우뚝 하고, 거대한 성문은 오색 깃발로 가득하다. (p. 411)'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2,3학년쯤 됐으려나, 만화로 시작해서 한 질로 된 책으로 삼국지를 읽었다. 생각 외로 무척 흥미를 느꼈다. 종이를 넓게 펼쳐 나라별로 장수 이름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니 참 기특했다. 큰 인물이 될 조짐을 보였다. 게다가 책을 읽어가면서 나라별 장수를 업데이트하면서 읽었다. 이를테면 위나라의 장수가 촉나라로 넘어가면 그 나라로 옮겨 적는 식이었다. 장수가 많다 보니 어느 나라에서 배신하고 어느 나라에 가서 충성을 다했는지 헷갈렸던 모양이다.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중 첫째 아이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은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다. <삼국지연의>를 읽었으니 당연히 유비, 관우, 장비에게 호의적이고 조조는 그리 탐탁지 않아 한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조조가 재평가되고 있다. 조조와 관련된 유적지가 대대적으로 복원되는 반면, 관우의 동상은 철거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고 한다.

진수의 <삼국지>가 아니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즐겨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삼국지연의>는 역사라기보다 소설에 가까워 감동적이고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적 사실을 과장, 확대 또는 재창조까지 하면서 만들어낸 이야기다. <삼국지연의>는 팩션(Faction)이다.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삼국지 기행 1, 2>는 10년 전 출간된 <삼국지 기행>의 증보판이다. 추가로 답사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보완했고, 삼국지 유적지의 변천 과정을 초판 사진과 비교하며 살펴보도록 되어있다.

<삼국지 기행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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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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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축은 어느 한 사람이 상상해야만 시작되는 일이기도 하다. (p. 6, 여는 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의 건축 기행은 '건축계의 아인슈타인' 르 코르뷔지에의 상상에서부터 시작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상상했다. '건축이 기계가 될 수는 없을까? 과학적 기술이 그 상상을 도왔다. 열팽창 계수가 동일한 철근과 콘크리트를 새로운 재료로 코르뷔지에는 새로운 건축을 시작했다. 벽을 구조체로 하는 건축에서 기둥 중심으로 건축이 바뀌었다.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 디자인 가능해졌고, 긴 창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철근콘크리트로 집을 짓자 평평한 옥상이 생겼고 그곳에 정원을 만들었다.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려고 유럽행 시베리아 철도를 탄 안도 다다오는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프로 권투 선수 생활을 했었다. 재능의 차이를 느껴 권투 선수의 길을 포기하는 용기를 냈다. 우연히 동네 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만나 건축에 매력에 빠졌다. 그가 도착하기 전에 코르뷔지에가 세상을 떠나 만나지는 못했지만 안도 다다오는 코르뷔지에가 주로 사용했던 노출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이 십자가가 더 멋있는 이유는 하나의 존재가 이중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내부에서 보면 하얀 빛의 십자가지만, 바깥에서 바라보면 그림자로 만들어진 검정 십자가가 된다. (...) 하나의 존재가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빛이 되기도 하고 어둠이 되기도 하는 상대적 가치를 갖다니 너무 멋있지 않은가? (p. 407)'

유럽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한 상상은 동양의 안도 다다오까지 이어졌고, 서양 건축물의 벽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인 공간에 동양적인 음(어둠), 양(빛)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빛의 교회', 상상이 이어진 결과였다.


저자의 어릴 적 꿈은 발명가였다.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물질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해 새로운 창조를 하는 (p. 7)' 사람. 벽, 창문, 지붕, 계단, 문 등 오래전부터 있던 발명품을 환경과 필요에 따라 모양과 크기를 변형하고 배치하는 건축 디자인, 바로 건축가가 발명가였다. 그래서 저자는 어릴 적 꾼 꿈대로 건축가가 되었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애 소개된 30개의 건축물은 저자 유현준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충격을 준 건축물이다. 수백 년 된 전통과 발명품을 뒤집고 비틀고, 붙이고 떨어뜨린 발명가이자 건축가인 20인이 상상한 결과물이다. 또한 그 건축가 20인은 그들이 가진 1퍼센트의 영감으로 이 사회의 발전에 1퍼센트의 영감을 불어넣은 사람들이다.


그 발명가들이 만든 공간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할뿐더러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하나를 더해준다. 철학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얻듯이 말이다. 서른 개의 건축물 속에 담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생각들을 보고 읽고 생각에 잠기노라면 재미와 함께 '아~' 하며 저절로 감탄한다.

'건축의 묘미는 경험하는 자의 신체의 크기, 과거의 경험, 무의식 등에 의해서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건축 공간은 자세하게 설명된 소설이라기보다는 읽는 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와 더 비슷하다.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던 30편의 '공간의 시'가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p. 484,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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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는 마음
박지완 지음 / 유선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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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생각과 얄팍한 실수와 잘못된 행동을 한 나를 똑바로 보는 것, 반성하고 수습하는 것,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그 시간 동안 조금씩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p. 194)'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글 스물한 편, 박지완 감독은 2020년 영화 <내가 죽던 날>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카페에서 그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듯한 첫 에세이 <다음으로 가는 마음>이다.


박지완 작가는 서른이 넘어서야 불안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 불안을 달래보려고 야구장을 찾기도 하고 수영도 배워보고 책도 읽는다. 젊지 않은 나이 마흔 살이 넘어서는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을 때가 있음도 깨닫는다. 불안한 이곳을 떠나는 수단으로 외국어도 배우고 추리소설의 세계에 빠져보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아파서 느끼는 통증 역시 타인과 나눌 수 없는, 오롯이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프다는 감각과 함께 외로움까지 느끼게 된다. (p. 50)'

불안에서 도망치기보다는 불안을 인정하고 감당해 내는 것이 불안을 달래는 법임을 고백한다.


시간을 건너 미래의 나에게 가는 시간,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동네 할머니가 권하는 대로 오이지를 담그고 두릅전도 부쳐먹고, 강아지를 따라 방 너머 세계를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라이브 음악을 듣고 그 순간을 내 기억 속에 저장하는 일, 그리고 세상을 믿는 일이다.

'일단 지금은, 그것이 내가 믿는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신을) 믿지 않으면서 (믿는 사람들의 마음을) 믿는 사람. (p. 122)'


'그때 부모님은 나에게 영화를 아느냐,라고 물었다.
좋아하느냐, 재능이 있느냐가 아니라 '아느냐'는 물음은 나를 조금 당황하게 했다. (p. 145)'

그토록 만들고 싶어 하는 영화를 나는 얼마나 알고 있나. 무엇을 원하며 그 원하는 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여성 감독으로서 영화에 무엇을 담고 싶은가. 작품의 진짜 주인은 누구여야 하는가. 인생을 비롯해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진리, 그것은 비극인가? 아님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나. 바깥은 위험한가, 계속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나, 그렇지 않다면 언제 나가야 하나. 이런 고민들로 채워진 하루하루...

'그러나 매일매일의 작고 하찮은 일들이 결국 하루를 만들고, 계절을 만들고, 1년을 만든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다음으로 가는 마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p. 196)'


박지완 감독의 영화 <내가 죽던 날>을 봤다. 여주인공 셋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상처 입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그들에게 있다.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이 셋은 연대를 통해 내팽개쳤던 서로의 삶을 구원한다.

드물더라도 찾아보면 연대할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불안을 달래고 시간을 건너 다음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믿는 수밖에...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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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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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대통령에게 전달된 메시지.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p. 21)'

밝은 빛 아래서도 귀신이 글씨를 쓴 그늘져 축축한 느낌의 여덟 글자 저주.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繁萬縮高鮮 (p. 18)'

대통령실 행정관 김은하수와 그의 대학 동기 이형연, 이 둘이 협력하여 메시지와 여덟 글자 저주의 비밀을 풀어간다. 이형연에 대한 은하수의 대학 시절 기억은 고시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인문학, 과학, 예술, 종교 할 것 없이 온갖 지식을 섭렵하며 풍수 같은 신비학에 빠져있던 모습이었다.

'대통령에게 나이파 이한필베의 문자를 보냈던 사람도, 서동규를 납치했던 사람도, 장관을 납치했던 사람도 모두 동일인이라는 분석이 쉴 새 없이 전문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p. 288)'

이 세 사건의 배후는 누구이며, 왜 그런 일을 벌인 것일까? 은하수와 이형연은 그들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어떤 행동과 패기로 메시지와 저주를 해결할까?


작가 김진명은 두 가지 문제를 이 사회에 제기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다.

우선 '나이파 이한필베'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위협적인 사회문제, 인구 절벽을 작가는 국가 소멸까지 연결한다.

'"... 작년에 우리나라에 신생아가 26만 3천 명 정도 태어났어요. 여자아이는 12만 8천 명 정도 됩니다. 그러면 30년 후에 이 아이들 모두 결혼하고 아이를 1명씩 낳으면 12만 8천 명 태어나는 거예요. (p. 103)'

60년 전에 태어난 아이가 100만 명 남짓이었다. 30년 전에 70만 명, 지난해 26만 명까지 줄어 앞으로 더 뚜렷하게 하향세가 이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60년 전은 베이비붐 세대로 4~6명을 낳았다. 30년 전은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시대였고 지금 출산율은 0.78이니 인구 절벽이 불 보듯 뻔해 인구소멸국 1순위 후보라는 평가가 그리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 세 나라 인구를 합치면 5억이 넘는다. 이들 나라들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동체가 만들어 인구문제를 이들과 같이 해결하는 방안을 김진명은 제시한다.


두 번째,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繁萬縮高鮮.
'밤하늘을 찢는 천둥과 같은 그 소리는 마치 하늘에 대고 외치는 귀곡성과도 같았다.
"이 땅에 최면을 걸어라.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최면을. 그리하여 조선을 사발 안에서 끓게 하라! 이것은 묘망한 천년의 저주로다!" (p. 19)'

역사를 조작하고 우리나라 땅을 축소하는 것도 모자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저주하는 일본. 게다가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역사교육이 지금까지 이어져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왜덕산은 왜인이 덕을 베풀어서 붙은 이름이 아니라 조선인들이 왜인에게 덕을 베푼 게 유래가 되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례가 없는 거룩한 이름이지요." (p. 231)'

명량대첩이 끝나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왜병의 시체를 전라남도 진도 왜덕산에 수습해 고향 일본이 보이는 곳에 묻어주는 덕을 우리는 베풀었건만, 반성하고 용서를 빌며 화해의 길로 들어서기는커녕 왜덕산 일본인 무덤을 파헤쳐 혼령의 원한을 불러일으킨다.

이형연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우리의 정신과 의식을 침략하는 일본을 저주하며 대항한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하면서까지 화해를 기원한다.

사실은 비틀고 과장하고 침략 행위를 미화하는 궤변을 쏟아놓는 자들과 그자들을 두둔하며 부역하는 자들에게 이형연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화해 이전에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모두가 싫어하겠지. 어째서 안정을 깨느냐고. 조용히 살아갈 수는 없겠냐고.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아야만 해.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져야만 해." (p. 155)'

김진명 작가는 소설 <풍수전쟁>을 통해 우리 사회에 돌을 던진다. 조금은 귀찮고 힘들더라도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의 긍지를 지키라고. 움츠려들지 말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내가 할 일을 찾아 나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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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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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태아처럼 등을 구부린 채, 천장을 보고 물속에 잠겨 있었다. 태아와 다른 점은 성인 남성이고 머리 부분이 없다는 점이었다. (...) 마치 시체는 처음부터 그런 모양이었던 것 같은, 기묘한 조각 작품처럼 보였다. (p. 27)'

머리가 사라진 시체를 시작으로 몸통, 팔, 다리가 없는 여섯 구의 시체만 남겨진 엽기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신체를 훼손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변태, 깊은 원한, 시체 분산 세 가지다. 하지만 살인 방식이나 현장에서 원한, 애증, 광기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범인은 예정된 작업을 정확하고 수행하고 깔끔하게 뒷정리하고 돌아갔다. 범인이 노린 것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신체 부위가 사라졌을까?

'"범인이 두 사람을 살해하고 시체 일부를 잘라낸 이유는 그걸 가져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체의 나머지 부분을 남겨두고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p. 115)'

아자부주반 살인사건을 지휘하는 가부라기 데쓰오 앞으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는 죽은 사람을 뜻하는 '데드맨'으로 여섯 구의 시체에서 잘라낸 부분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 이메일 속에 미궁에 빠진 연속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가 들어있을까?


역주행 베스트셀러답다.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은 무슨 목적으로 범인이 신체 일부가 없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는지, 남겨진 시체가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거듭돼 추리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철학적 질문 하나를 독자에게 던진다.


'"... 자, 이제 퀴즈예요. 머리만 남아 되살아난 당신은 누구 것이죠?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일까요?" (p. 87)'

영화 <겟아웃>이 떠오른다. 흑인들의 우월한 신체가 탐난 백인들은 자신들의 뇌를 이식해 흑인의 몸을 빼앗는다. 그들은 흑인인가? 백인인가. 흑인 모습을 했으니 아니 뇌가 백인의 것이니...

'"어떤 남자가 병이 들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죠. 한편 몸은 건강한데 뜻하지 않은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남자가 있다고 하고요. 이때 병이 걸린 남자의 머리 혹은 뇌를 뇌사 상태인 남자에게 이식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을까요?" (p. 105)'
이식 결과 둘 중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살아남았다.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았나.

두 남자에게 아내가 있다면? 뇌의 주인인 남자의 아내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남자를 남편을 받아들이는데 불편함은 없을까? 뇌사한 남자의 부인은 어떤 남자가 남편의 모습으로 한 여자와 사는 것을 보며 남편이 죽었다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남자와 부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 아이는 몸의 주인이었던 남자의 DNA를 물려받게 될 겁니다. 그런데도 법률적으로는 뇌의 주인이었던 사람의 자식이 될 겁니다. 그 아이는 과연 어느 쪽 남자의 자식일까요?" (p. 106)'

답을 찾는 과정에서 죽음이란, 실존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물음은 어쩌면 닥쳐올지도모를, 의학과 과학이 발전하여 뇌와 신체를 자유자재로 이식하는 미래에 우리 인류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철학적 질문이 현상으로 다가올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는 상상은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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