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 - 아프리카 개발협력의 혁신적 전략 10가지
로버트 칼데리시 지음, 이현정 옮김, 허성용 해제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5월
평점 :
킬리만자로산이 아프리카가 아니라 탄자니아에 있다는걸, 초록비책공방 '나의 첫 다문화 수업' 시리즈 3번째 <있는 그대로 탄자니아>를 읽고 알았다. 미시시피강이 어디 있는지 물을 때 미국이라고 하지 아메리카라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브라질 사람이라고 하지 남아메리카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프리카 사람이라고는 한다.
'아프리카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와 국가에 대해 언급할 때 더욱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지리적 용어로서의 '아프리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작가는 "아프리카 대륙은 너무 커서 묘사할 수 없다. 그곳은 별천지이고, 진정한 바다이며, 다양하고 거대한 우주다."라고 하고, 어떤 관찰자는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 영토의 네 배 이상이다. 또한 미국보다 훨씬 복잡하고, 덜 동질적이며, 그 자체로서 엄청나게 다양하고, 변동성도 더 크다."라고 했다. (p. 22, 23)'
우리가 뭉뚱그려 아프리카라고 일컫는 곳은 54개 또는 55개 나라, 다양한 민족 집단, 12억이 넘는 각기 다르고 특별한 개별적 인격체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대체로 아프리카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체하는데 그나마도 알고 있는 건 편견과 오해가 대부분이다.
<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의 저자 로버트 칼데라시, 옮긴이 이현정, 해제 허성용 이들 셋의 공통점은 모두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일했다는 점이다. 대충 아는 우리와 달리 아프리카를 바르게 이해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니 귀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 책은 2006년 집필했다. 인용한 현장 사례와 정보가 오래돼 현실성이 없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의 중요한 부의 원천이자 가계소득 향상의 핵심인 농업 분야는 지금까지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 책은 내가 경력을 거치는 동안 소농小農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념과 문화의 차이가 매우 큰 수천 명의 아프리카인과 접촉하고 대화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다. (p. 26)'
1부에서 아프리카의 문제 요인으로 보는 노예무역, 식민주의, 냉전, 부채 등을 점검하는데 회의적이다. 그보다는 자생한 독재에 더 비중을 둔다. 2부에서는 몇몇 국가의 경제 경시를 비롯한 만성적인 문제를, 3부에서는 아프리카 지원의 어려움과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살펴본다. 그리고 4부에서 저자는 아프리카를 변화시킬 열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몇 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저자의 열 가지 제시 중 고위 관리들의 부정 축재와 관련한 방안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셋이나 된다.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보는듯하다. 불법자금을 찾아내는 조치는 정치개혁의 주요 요소이다. 개인 금융기록 공개는 대중의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해외원조를 부정 축재의 원천으로 삼는 이들이 가진 헛된 희망을 버리게 하는 방법으로 50퍼센트 원조 축소를 주장한다.
네 번째도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노력하는 나라만 집중해서 지원하고, 지원 그룹에 들어오려는 국가에 대한 기준도 까다롭게 적용하자고 한다.
아프리카 원조가 작동하지 이유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저자의 생각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노예로 삼았고 식민지로 지배했다는 미안한 감정으로 원조만 늘린다고 해서 아프리카 문제가 해결된다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거다. 비효율 비효과적으로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열 가지 제안도 따지고 보면 결국 효율과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다.
독재로 자신들의 배만 채우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빌런들이 문제다. 인재들은 암울한 아프리카를 떠나버린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밝은 전망이 이들에게 보인다면 다시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올 것이다. 스스로 불쌍히 여기면서 언제까지나 원조에 기대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동정심이 점점 줄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건설할 엄청난 자원이 아프리카에 있다. 강대국들은 이 대륙이 세계의 마지막 성장 동력이란 생각으로 아프리카 투자 확대, 협력의 파트너로 모색에 나섰다. 아프리카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국제적 상황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아직 붕괴되지 않은 한 가지는 바로 '아프리카의 정신'이다. 아프리카가 가진 고집의 일부는 단순한 인간의 생존본능에서, 또 다른 일부는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꺼리는 데서 비롯되었다. (...) 지금, 아프리카는 잠시 희망이 멈춘 상황이다. 아프리카의 인간적 아름다움, 잠재력, 고통에 익숙한 이들만이 향후 10년 안에 돌파구를 희망할 수 있다. 오직 아프리카인들만이 자신들을 억압하는 테러, 가난, 평범함의 순환을 끊을 수 있음을 그들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 잘 알고 있다. (p. 358)'
우리가 아프리카를 어떤 자세로 보아야 할까? 아프리카는 원조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십 대상이다. 아프리카의 문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공동의 문제이다. 그런 이유로 아프리카 스스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
우리의 눈으로 보면, 아프리카라고 일컫는 곳에 54개 또는 55개 나라, 다양한 민족 집단, 12억이 넘는 각기 다르고 특별한 개별적 인격체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라마다 민족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와 풍습을 가진 생소한 곳, 낯선 사람을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