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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팔리는 브랜드 경험의 법칙 - 기억이 머무는 브랜드의 비밀
호소야 마사토 지음, 김소영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4월
평점 :
뮤지컬 <캣츠>하면 떠오르는 넘버는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달빛 속에서 부르는 'Memory'다. 다른 고양이들의 외면으로 외로웠던 그리자벨라는 아름다웠던 시절을 기억해 낸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나는 무의식중에 홍차에 적셔 부드러워진 마들렌 한 조각을 티 한 스푼에 떠서 통째로 입에 가져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을 맡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마들렌 한 조각처럼 특정한 향기 또는 냄새에 자극받아 과거의 기억이 선명히 되살아나는 심리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 Proust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p. 54)'
1989년 7월 롯데월드가 개장하면서 오픈 멤버로서 들었던 생각은 메인 캐릭터인 로티&로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였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했을 때였다. 3대가 디즈니 캐릭터 옷을 입고, 웃고 즐기며 음식을 먹는 모습이 가장 부러웠고, 똑같은 모습이 롯데월드에서도 연출되기를 상상을 했다.
기업에게 장기적인 브랜드 에쿼티 brand equity는 매우 중요하고 기업은 이를 구축하려고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다. 브랜드 전략 전문가 호소야 마사토의 <계속 팔리는 브랜드 경험의 법칙>는 브랜드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즉 기억이 브랜드에 어떻게 축적되는지, 브랜드를 기억에 오래 머물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담았다.
먼저 브랜드 에쿼티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와 브랜드 스토리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그다음 뇌과학과 문화인류학까지 범위를 넓혀 기억에 관한 연구를 이야기하고, 기억에 관한 독자 인터뷰와 9개의 구체적인 브랜딩 사례를 3가지 기억 개념 모델별로 나눠 제시한다. 마지막에는 '기억에서 미래를 만들다'라는 주제로 브랜드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다네 쓰요시와 영국 크리에이티브 팀 TOMATO의 하세가와 도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즉, 자전적 기억이란 '자신의 인생에 있었던 사건에 관한 기억의 총집합이며, 사실과 주관적인 진리성을 포함한 정서적·공간적으로 특정 가능한 기억'이다. (p. 60)'
기업이 의도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우리가 기억하는 이미지는 다르다. 그 브랜드를 어디서 누구와 얼마나 경험했는지에 따른 공간적 기억, 오감이나 정서에 따른 정서적 기억, 여러 번 반복되는 개괄적 기억에 따라 자전적 기억이 형성된다. 자전적 기억을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는 오래 남기도 하고 어느새 잊혀 사라진다. 기억은 브랜드 선택에 깊숙이 관여한다.
오류 때문에 기억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뇌는 더하고 빼는 등 왜곡해서 추억을 쌓아놓는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상품이라면 품질보다는 브랜드의 매력이 우선한다.
롯데월드에서 로티&로리는 연인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고, 가족, 친구 사이에 참견하기도 한다. 외로워 보이면 위로해 주고 기쁠 때는 그 즐거움을 두 배가 되도록 한다. 간직할 추억에 오래 기억할 만한 이벤트 한 스푼을 더해주는 격이다. 로티&로리의 브랜드 전략이다. 왜? 롯데월드는 경험을... 추억이란 상품을 파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리자벨라가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듯이 로티&로리와 함께했던 스토리를 추억해야만 완성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35년 전 내가 바랬던 그리고 30대 중반에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부러웠고 했던 그 장면, 3대가 로티&로리 캐릭터 옷을 입고 웃고 즐기며 음식을 먹는 모습이 롯데월드 곳곳에서 눈에 띈다면 롯데월드는 기억이 오래 머무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내가 한때 몸담고 꿈꿨던 롯데월드라는 브랜드...
'반면 기억은 사람에 따라 점점 달라져요. 뇌란 꽤 자유롭다고 할까, 마음대로 기억을 바꿀 때가 있잖아요. 기억이 조금씩 왜곡된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 했던 이야기가 점점 달라지잖아요. 물론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튼 기억은 그 사람의 근원이 되고 원동력이 되어 그 사람의 미래를 만들어 가요. 기억이란 역시 재미있어요. (p.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