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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해력 - 나도 쓱 읽고 싹 이해하면 바랄 게 없겠네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5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제품설명서 읽기에 애를 먹는다. 글씨가 작아 돋보기 찾는 일도 그렇고, 무엇보다 집중이 어렵다. 긴 텍스트에 지레 질려서인데, 문해력이 부족이 그 이유다. 책 표지 카피에도 있듯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고, 10분 이상 집중이 안 된다면?'의 케이스, 바로 나다.
다섯 줄만 넘어도 읽기 힘들 정도로 짧은 글에 익숙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앞 장 내용이 가물가물하고, 인문학이나 철학의 두꺼운 책은 읽을 엄두가 나질 않고, 글을 쓸 때마다 적확한 단어를 생각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기에 여전히 역부족이다. 문해력이 부족한 까닭이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당신이 읽을 수 있는 책이나 접하는 자료의 수준도 한계가 있어 정보력이 떨어집니다.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 새로운 프레임을 얻을 기회를 놓칩니다. (p. 37)'
문해력 부족은 '왜 나만 이렇게 운이 없지?', '왜 나에게만 이런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하는 의문을 품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13년 경력의 방송작가이자 글쓰기 코치인 글밥의 <어른의 문해력>은 PT 받듯 주 3회 8주 완성의 문해력을 익히는 트레이닝 코스다. 문해력 PT에 들어가기 전 테스트를 거친 후, 기초부터 탄탄하게 어휘 근육을 키우고, 효과적으로 책을 읽는 기술 독서 근육,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구성 근육을 차례로 트레이닝 한다.
'문해력 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 더불어 이해한 내용을 내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 문해력을 키우는 과정을 세 단계로 요약하면, '들어오고, 숙성하고, 나가고'입니다. 독서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에서 얻은 정보와 지식이 머릿속으로 들어옵니다. 나의 주관, 가치관에 따라 조물조물 버무린 후 숙성합니다. 그리고 출력, 글로 나오는 것이죠. (p. 30, 31)'
문해력 체급 테스트 결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없지만 긴 글이나 두꺼운 책을 피하고 싶은' 2급 판정을 받고 당혹스러웠다. 각 회차마다 저자가 주는 연습문제인 문해력 PT 과제를 그럭저럭 잘 쫓아가다가 2장 독서 근육에 들어서면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아령 두 개 이상의 난이도에서 버거웠다. 내 문해력 실력은 거기까지였다.
김선영 작가는 실전에서 써먹기에 안성맞춤인 흥미로운 팁을 적절한 타이밍에 알려준다. 스무 고개로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 문장 짓기로 유의어 늘리기, 소리 내어 읽기, 질문하기, 글 내용은 유지한 채 대화체, 편지 등 형식을 바꿔 써보기, 비슷한 단어에 선 긋기, 거꾸로 마인드맵 꾸리기...
책을 읽다가 딴생각이 들 때 (내가 이런 경우가 많은 편인데) 저자는 딴생각을 메모하기, 물 한잔 마시기, 마감 정하기, 장소 옮겨보기를 팁으로 권한다.
독전감讀前感 제안은 생소하면서도 해봄직하다고 여겼다. 책을 읽기 전에 내용을 예상하고 느낌을 써봄으로써 독서 과정에서 몰입과 필요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효과를 주는 일종의 준비운동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몇 해 전부터 문해력 신드롬이라 할만한 일이 벌어져 문해력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지 않을까? 모두의 관심은 '어떻게 문해력을 키울까'이다.
'쓰기와 읽기, 두 근육은 함께 자라야 합니다. 글쓰기 근육은 꾸준히 써야 생기고, 문해력 근육은 꾸준히 읽어야 생깁니다. 모두 시간이 걸리는 일이에요. 끈기를 가지고 해나가야 합니다. (p. 31)'
이 책의 트레이닝에 따라 8주 만에 완성되면 오죽 좋겠냐마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하니 틈나는 대로 이 책을 반복해서 연습해야겠다고 결심해 본다. 문해력 집을 완성하는 날까지...
'어휘력으로 토대를 다지고 독서력으로 튼튼한 기둥을 세웁니다. 폭우가 쏟아져도 끄떡없는 구성력 지붕을 얹으면 아늑한 문해력 집이 완성됩니다. (p.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