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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 영화관 소설집 ㅣ 꿈꾸는돌 34
조예은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10월
평점 :
영화관 소설집 <캐스팅>은 조예은, 윤성희, 김현, 박서련, 정은, 조해진, 한정현 일곱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영화관과 연관된 일곱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캐트팅>, 조예은
세상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 큰 위기 없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엑스트라의 삶을 원하는 사람들. 영화 안쪽과 바깥쪽의 사람들 이야기.
'"이쪽 세상에서 네 세상이 영화이듯이, 우리 세상도 네가 살던 세상에서는 고작 영화일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내 생각엔, 나도 딱히 주인공은 아닐 거 같거든. 되고 싶지도 않고" (p. 18)'
<마법사들>, 윤성희
영화관에서 밤을 새운 성규 아버지가 성규의 어머니를 마법처럼 만났듯, 매직이 펼쳐지는 곳은 영화관.
'"영화관에서 밤새우자. 마지막 영화 보고 숨어 있자." 나는 성규에게 영화관에서 밤을 새운 적이 있는 사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p. 65)'
<믿을 수 있나요>, 김현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상상하기만 해도 우리는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 상상을 믿음이라 부른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죽기 전에 나는 뭘 해야 하나, 하고 싶은 게 없나, 해 놓고 가야 하는 건 없나, 되돌려 놓아야 하는 일은 없나, 머리를 굴리게 되더라고. 그 말을 갖다 붙이면 뭐든 열심히 하게 돼. 일단은 해야 하니까, 우선은 살아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달까. (p. 98)'
<안녕, 장수극장>, 박서련
피카디리, 단성사, 서울극장. 세월은 소중한 공간을 사라지게 한다. 동시에 사라진 공간의 기억과 함께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어째서 그 생각을 여태 하지 못했는지 이상할 만큼이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장수극장 마지막 영화의 주인공은 장수극장이 되어야 했다. 공동 주연으로는 장수극장이 자리 잡았던 작고 심심한 마을이 나와야 했다. (p. 144)'
<사라진 사람>, 정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매번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 속으로 사라졌다가 나왔기 때문일지도...
'"... 네가 그렇게 믿는다면 그게 실제 현실인 거야. 네가 무엇을 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무엇을 믿는지가 중요한 거야." (p. 155)'
<소다현의 극장에서>, 조해진
엄마 소다현의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 난 본 적이 없는, 엄마가 주인공인 영화. 그 영화를 보듯 엄마 곁에 '대수롭지 않게', 주인공 엄마의 페이드아웃을 지켜보는 일이 딸이 엄마를 사랑하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나에 대한 엄마의 기본적인 태도가 그 '대수롭지 않음'이었다. (p. 187)'
보호자로서, 부모로서 역할을 다해야겠지만, 아이들의 전 생애를 책임지고 부양하겠다는 태도, 그 태도를 빌미로 아이의 인생에 간섭하겠다는 자세를 접는 것도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다. 아이들도 부모에 대해 마찬가지고.
<여름잠>, 한정현
1979년 부산과 마산의 일, 1980년 광주의 일, 잠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왜 잠을 잃어버렸는지를 기억하는 일, 우리들이 할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늦더라도 반드시 잠을 돌려주는 일도.
'"이제 그 사람에게 잠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꿈을요. 잠을요." 내가 들은 것을 모두 말할 생각이에요, 기억이 나는 그대로요. (p.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