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전쟁 -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만나, 삼나무, 파피루스, 밀, 양귀비, 양파, 파자마기름, 땅콩
도현신 지음 / 이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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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도현신은 가루, 전염병, 종교, 자원을 주제로 다룬 <가루전쟁> <바이러스전쟁> <신의 전쟁> <흙의 전쟁> <건축 전쟁>을 내놓았고, 이어 출간한 <씨앗 전쟁>에서는 세계사 속에 식물들에 얽힌 열다섯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골라 엮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신이 내려준 만나, 병충해나 부패에 저항력이 강해 집을 짓고 배를 만드는 데 최고의 자재인 레바논 삼나무, 찬란한 문명을 일구는 토대를 마련한 숲, 문명을 담은 종이 이전의 종이 파피루스, 전쟁을 부른 카나리아제도의 용혈수.

영국이 눈독을 들인 브라질 아마존의 파라고무나무, 조선을 지킨 판옥선의 재료 소나무, '아랍의 봄'이라는 대규모 시위를 불러온 밀, 마약 전쟁으로 이어진 '죽음의 흰 가루' 코카인, 아프간에서 미국을 물러가게 한 양귀비, 오천 년 동안 건강을 지켜준 양파.

무솔리니 추종자 검은셔츠단이 고문 도구로 사용한 파마자기름, 미국인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땅콩버터, 지구의 미래를 경고하는 모아이 석상의 이스터섬, 마니교 신자들이 퍼뜨린 오렌지 주스와 설탕 이야기.

열다섯 가지 이야기에는 생존과 투쟁, 죽음을 불러온 핏빛 전쟁이 있었으며, 이 식물들은 역사와 지도를 바꿔놓았다.


식물에 얽힌 이야기 몇 편을 소개하면,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 판옥선의 목재는 12센티미터 두께의 소나무로 내구력이 매우 견고해 일본군 조총의 탄환을 잘 막아냈다. 반면 일군 수군의 배는 삼나무를 재료로 사용했는데 잘 썩지는 않았지만 소나무에 비해 내구력이 약해 포탄의 충격을 견뎌내지 못했다. 소나무가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승자와 패자로 갈라놓았다.

2022년 3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아프리카 17개 나라는 기권했고,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안에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은 동참하지 않았다.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식인 밀 40퍼센트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밀이라는 곡물의 통제 권한이 러시아에게 있다.

미국은 양귀비 때문에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아프간은 전 세계 아편 생산량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 아편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은 탈레반 정권의 돈줄이었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 점령 후 양귀비와 아편을 없애기 위해 84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양귀비 재배는 더 늘었다. 땅이 척박한 산악지역이라 양귀비를 대신해 키울만한 작물이 없어 아프간 주민들은 양귀비 재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탈레반은 아프간 농민들의 양귀비 재배를 도와 아프간 주민들은 미군을 지지하지 않았고 탈레반의 편에 섰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일본이 초강대국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한다. 근거는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첨단과학 기술을 자랑한들 음식이 없으면 굶어죽는다. 기술보다 생존이 먼저고 생존을 위한 투쟁이 역사다. 그 역사에서 식물, 음식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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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물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 자연이 알려준 나를 사랑하는 법
래니 샤 지음, 김현수 옮김, 최재천 감수 / 드림셀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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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되돌아보면 특히 직장 생활, 늦게까지 일하다 퇴근하면 뿌듯해하던 시절이었다. 나보다, 가족보다 직장이 우선이었다. 대상포진으로 의사가 쉴 것을 권했지만 무슨 독립운동이라도 하듯 의사의 조언을 무시했다. 아파도 죽지 않을 정도면 자랑스럽게 출근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내 기억 속에 없다. 웰빙과는 거리가 멀었고, 나 자신은 물론 가족을 돌보는 데 소홀했다.

'현대적 의미의 자기 돌봄이란 균형이다. (...) 넓은 의미에서 자기 돌봄이란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 웰빙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다. (...) 자기 돌봄이란 궁극적으로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야 함을 확실히 기억하는 것이다. (p. 15)'


돈, 명예 따위를 얻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일을 멀리하는 인간과 달리, 지구의 모든 생물들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자신을 돌보는 능력을 갖췄다. <작은 생물에게서 인생을 배운다>에서 래니 샤는 18가지의 생물들이 어떻게 '자기 돌봄'을 하는지를, 동물과 식물들의 삶의 방식에서 찾아낸 소중한 지혜를 알려준다.

바다뱀에서부터 다양한 물고기들에 이르기까지 모방하는 흉내문어에게서 바라는 모습이 될 때까지 '그런 척하기'를, 거미줄의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하는 거미들로부터 목표를 이루는 방법이 다양함을, 절단된 몸을 일부를 완벽하게 재생하는 액소로틀에게서 어디에서건 기회가 있음을...

엄청난 힘의 펀치를 날리는 갯가재와 커다란 소리와 지극히 높은 온도를 방출하는 딱총새우로부터 잠재력은 왜소함과 상관없음을, 신진대사 속도를 자신의 뜻대로 조절하는 나무늘보에게선 느린 속도가 결코 약점이 아님을, 상처를 감수하며 진주를 만들어내는 굴로부터 역경 속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남을...


웰빙, 워라벨이라는 키워드를 중시하는 시대에, 자연은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사랑하는 법을, 자기를 돌보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지구의 생물들을 좀 더 사랑해야 한다는 지혜도 알려준다. 모든 생물들과 인간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진 각기 다른 존재들이기에 서로 돕는, 조화로운 삶이 우리와 자연, 지구를 돌보는 일임을.... 배울 수 있었던 책, <작은 생물에게서 인생을 배운다>였다.

'지구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고 자기 돌봄은 단독 행동일 수 없다. 자기 돌봄에는 지구와 그곳에 사는 종들의 안위가 포함돼야 한다. 우리가 지구를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의 지구 역시 번아웃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자기 개선과 마찬가지로 환경을 돌보는 일은 의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의식이다. ( p. 189,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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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 - 인간관계가 힘든 당신을 위한 유쾌한 심리학 공부
김경일.사피엔스 스튜디오 지음 / 샘터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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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생을 보낸다. 가정, 학교, 회사, 단체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서로 악영향을 끼친다. 주변인들과 갈등 없이 지내기가 만만치 않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기준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때로는 '내가 잘못된 건가?' 자책하며 고통스럽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이 모든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작동의 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마음>은 (...) 인간관계 속에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던 타인의 심리가 궁금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경일 교수님의 심리학적 통찰력으로 나와 내 주변에서 풀리지 않았던 관계와 소통의 해법과 지혜를 찾는 여정을 <타인의 마음>과 함께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p. 8)'


누군가를 조종하려 하는 사람들, 가스라이팅 하려는 사람들, 입만 열면 남과 비교하려는 사람들,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사람들...
나르시시스트들, 자기 말은 언제나 옳다는 사람들, 틈만 나면 남 욕을 하는 사람들...
집착하는 사람들, 짜증 많은 사람들,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들...

이 모든 케이스에 대해, 왜 그러는 건지,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왜 SNS는 하면서 내 연락은 씹을까?
그 이유는 내향성이 강하거나, 약간의 불편도 못 견디거나, 감정이 과장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락 안 되는 상황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거나 사정을 해명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사람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그것이 너의 결정이니?" 하고 물어봐야 한다.

왜 그 사람은 틈만 나면 욕을 할까?
고립에 대한 불안함 마음 때문이다. 제삼자에 대한 악감정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해서 자신이 고립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한다. 틈만 나면 욕하는 사람에게 제삼자가 가진 장점을 말해줘서 험담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좋은 대처 방법이다.

왜 누군가를 은근히 무시할까?
자기보다 모자라 보이거나 못나 보이는 사람을 둠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커서 무시한다. 딱 한 사람만 찍어 무시하는 이유는 여러 사람을 무시할 경우 그들끼리 결탁할 우려가 있어서이다. 무시하는 사람에게는 따지듯 "왜 저를 무시하세요?"와 같은 '기능적 언어'를 사용하기보다 '소통적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제 말을 끊지는 않으시는데 발언할 기회를 많이 안주 시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이 책의 사례를 타인으로만 한정 지을 수는 없다. 나일 수도 있다.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한다.

'얌체 같은 사람에서부터 악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모든 불편한 타인들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하고 또 대처 방법을 공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건 나 역시 이런 모습을 보일 때 누군가는 나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것과 같겠지요. (p. 13)'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나를 힘들게 만드는 주변인들의 심리를 탐구한 <타인의 마음>. 이 책은 스스로를 지킴은 물론 인간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생존력을 단단하게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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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 미스트랄 - 덜컥 집을 사 버린 피터 씨의 일 년 기록
피터 메일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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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빌 브라이슨, 21세기북스) p. 383"

빌 브라이슨이 집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나 그 포기한 안락함을 찾는 역설적인 그런 여행을 했다면, 런던의 광고쟁이 피터 메일은 프로방스의 햇살과 바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여행이 아닌 뤼베롱 마을의 일상에서 음식과 포도주를 맛보며 안락함을 찾으려 한다. 'Happy! Mistral'

'그러던 어느 날 놀랍게도 우리는 그 꿈을 이루었다.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우리는 집을 샀고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두 마리의 개를 안고 배에 올랐으며 낯선 땅의 이방인이 되었다. (p. 15)'

위트 넘치고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장착한 글에서 둘은 겹친다. 색깔이 아주 희미하게 다르긴 하지만.


피터 메일 그만의 감각적인 표현으로 프로방스 사람들의 투박하지만 살가운 성정과 1월부터 12월까지 프로방스 계절을 솔직하게 그렸다.

먹는 것에는 진심이어서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손짓으로 건강 상태, 사업 형편, 정치 문제 따위의 모든 것을 말하는 사람들. 다양하고 화려한 손동작 표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인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산불을 끄는 헬기가 바닷물과 함께 수영하던 사람까지 퍼담아 화염 속에 던져버렸다든지, 뱀이 여자를 물면 뱀이 죽는다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
세월아 네월아 일 년 내내 휘파람 불며 공사하는 사람들.
초보자처럼 보이는 게 죽기보다 싫어 사냥을 위해 무기고 수준의 총을 갖춘 사람들.

가슴을 풀어헤치고 매섭게 파고드는 프로방스 계절풍 '미스트랄'.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 라벤더, 포도밭.
항상 손에 들려있는 파스티스, 식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포도주.

시골살이의 불편함, 뜻하지 않게 만나는 괴팍한 사람들, 이 모두는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들일 뿐이다. 프로방스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다. 천천히 그들만의 속도로 맛있고 유쾌하게 살아간다.

익숙하지 않은 곳, 낯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한 달 또는 일 년 살기를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맞닥뜨릴만한 일상이 담긴 피터 메일의 일 년 기록이다.


무슨 생각으로 시골 살기 브이로그를 찾아 흐뭇하게 바라볼까? 행복한 일상이 그곳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꿈같은 삶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만 보기만 한다면...
'이런 삶은 꿈이 아니다 그저 '조그만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 옮긴이 강주헌'

'조그만 용기'에 이 책 <아피! 미스트랄>이 주는 힌트를 하나를 더한다면? 피터 메일과 그의 아내가 프로방스의 사는 방식과 자연에 녹아들려고 했던 노력!, 노력이 필수다. 그 노력이 꿈꾸는 풍요로운 삶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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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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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말이 사기라는 것을 나는 파도에서 배웠다. (...)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p. 9, 첫 문장)'

올봄 지인 찬스로 2박 3일 일정으로 양양을 갔었다. 서피 비치라는 곳을 알게 됐고 호기심에 찾아갔다. 우리나라에도 서핑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처음 알았다. 해변의 이국적인 풍경은 낯설었다. 더 이상 동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서피비치와 그리고 그곳에 있는 젊은이들과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멀리 떨어져 그곳과 그곳에 있는 이들을 쳐다만 봤다. 너무나 낯선 서핑과 나이 든 나, 간혹 너무 늦은 때라는 게 존재함을 나는 서피비치에서 배웠다.


작가정신의 '소설, 향 시리즈' 일곱 번째, 한은형의 <서핑하는 정신>은 다국적 스타트업 기업을 다니는 주인공 이제이의 서핑 도전기, 그리고 서핑 도전 과정에서 자신을 위로하며 진정한 나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바쁜 직장 일과 미치도록 무료한 일상 속에서 번아웃에 빠진 주인공은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7일간의 급행 휴가를 신청하고 양양으로 향한다. 갑작스럽게 죽은 큰이모는 유일한 가족인 제이에게 양양 해변의 아파트를 남겼다. 갑자기 아파트가 생기면 좋아할 일이지만 제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직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숙제일 뿐이다. 그 숙제 해결이 '서핑과 파도의 고장' 양양으로 가는 이유이다.

'나만은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그것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고 해야 한다. 그래서 좌절 당하고 싶어도 좌절당할 수 없는 서퍼에 가깝다고 말한 것이다. 서핑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p. 28)'

제이는 아버지가 해양학자여서 서핑의 천국인 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정작 서핑을 할 줄 모른다. 배우겠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런 제이가 양양 아파트 상가 술집에서 우연히 서핑 강사 양미를 알게 되고 서핑 강습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서핑도 그래요. 하나 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뭔가 이루어져요. 거기까지 가기가 힘듭니다.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그럴 거라서... (p. 137)'

서핑만 힘들까? 인생의 파도를 타는 삶 모두가 힘들다. 이게 사는 건가 싶다. 서핑하는 서피비치에 놓여 있는 글귀를 우리 삶 속에서도 항상 마주한다. 'THIS IS LIVING?'

환상을 갖고 서핑을 하듯, 직장이든 사업이든 내 인생이든 환상을 갖고 시작한다. 물속에서 눈 뜨는 게 누구에게나 아프듯, 삶이라는 서핑에서도 반드시 눈을 떠야 하는데 아프다. 파도를 타기 위해, 밀려갔던 파도가 다시 밀려올 때까지, 결국 돌아오게 마련인 파도를 기다리며, 계속 파도만 보고 있을 수 없으니...

패들링으로 라인업으로 가서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거다. ' 보드, 패들링, 테이크 오프, 노즈 라이딩, 그리고 파도 읽기'를 반복하는 거다.
'서핑이란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서퍼들 사이에서는 파도를 타는 것만을 서핑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파도를 타기 전, 타는 중, 그리고 타고 나서의 변화된 삶 모두를 서핑이라고 말합니다. (p. 170)'

기다리는 삶을, 제이처럼 덜 복잡하기를 원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인생을 '서핑하는 정신'으로 바꾸는 거다.
'서핑하는 정신 뭘까? (...) 스스로를 위로하는 정신. (...)
위로는… 남한테 받는 게 아니거든요. (...)
그치. 자기가 자기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위로야. 너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할 거다. 살자, 살자, 살아야겠다. (p. 223, 224)'

파도로부터 나를 지키며 서핑하듯 스스로 나를 보호하며. 이게 사는 거지. 이게 사는 거지...

'저는 제이가 자유롭길 바랐던 것 같아요. 제이와 같이 서핑을 배운 사람들도 함께요. 여기까지 쓰다 보니 떠올랐어요. 서핑하는 정신은 '자유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몸부림'이 아닐까라고요. - 작가 인터뷰(p. 307)'


잘 되는 걸 하는 건 재미없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눈이 아픈 서핑을 하듯이... 도시의 파도를 즐기며... 서핑은 원래 도시에서 하는 거다. 자신을 다독여가며 인생의 파도를 자유롭게 즐기다가 하나 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우리는 인생이라는 파도를 진정으로 즐기는 서퍼가 된다. 간혹 너무 늦은 때라는 게 존재한다는 생각마저도 떨쳐버리는 자유로운 서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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