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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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뮤지컬 전용극장이 '롯데월드 예술극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중극장 규모로 410석에 회전무대로 갖췄고, 첫 작품으로 롯데월드가 제작한 <신비의 거울 속으로>를 공연했다.

롯데월드 예술극장은 롯데 창업주였던 신격호 회장의 뮤지컬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탄생했다. 그때 당시 롯데월드 예술극장은 일본처럼 전속배우 시스템이었고,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매우 열악해 적자가 계속돼서 결국 5년여 만에 극장은 문을 닫고 영화 상영관으로 바뀌었다.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씨어터를 2006년 10월 오픈했다. 1,200석 규모로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춘春'극장을 그대로 옮기다시피했다.

이 샤롯데씨어터 역시 사업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격호 회장이 강하게 원해 탄생했다. 신 회장은 극장과 배우 모두를 갖고 운영하는 일본 극단 시키의 시스템을 부러워했고 그 시스템을 국내에 적용하면 성공해, 한국 뮤지컬 시장이 일본처럼 성장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샤롯데씨어터 첫 공연 작품으로 극단 시키의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을 택했다.


'서른 편의 뮤지컬을 다루는 이 책은 일종의 가이드이기도 합니다. 뮤지컬을 보러 가기에 앞서 작품을 미리 살펴본다면, 단순히 줄거리를 파악하는 일을 넘어 무대 장치와 조명, 의상, 안무, 연출에 이르기까지 뮤지컬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p. 6)'

뮤지컬은 대부분 노래가 대사 구실을 한다. 미리 스토리 파악이 안됐거나 장치를 모르면 다소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뮤지컬 작품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맨 오브 라만차> 등은 소설이 원작이고, 헤어 스프레이, 빌리 엘리어트, 킹키부츠 등은 영화가 원작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시카고>처럼 뮤지컬이 영화의 원작이 되기도 하지만).

맘마미아는 유명한 팝이, 아이다는 오페라가 원작이다. <마타 하리>, <드림걸즈> 등은 널리 알려진 실존 인물을 토대로 뮤지컬을 만들었다.

이렇듯 원작이 유명한 라이센스 뮤지컬과 달리 원작이 없거나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모티브가 된 창작 뮤지컬이 흥행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서른 편의 뮤지컬을 소개하는 <방구석 뮤지컬>을 뮤지컬 공연을 보기 전에 읽어본다면 한층 재미있을 것이다.


뮤지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작품을 대표하는 넘버인데, 책 속의 QR코드를 찍어 손쉬운 감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팬레터> 두 작품을 소개해 우리 뮤지컬 작품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돋운다.

서른 편의 뮤지컬을 읽으면서 한 번이라도 본 작품이라면 반가운 마음에 대표 넘버를 들으며 회상에 잠기면 되고, 아직 보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작품 내용을 미리 알아두어 설렘으로 그 작품 볼 날을 기대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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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22.10 - No.80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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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설렘을 갖고 기다리는 잡지 <Chaeg.>. 이번 주제는 '멋'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순우리말. 한국인이 미적인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미학 용어이자 문학 용어로, 외국어로 대체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이다. (p. 118)'


'팔십 번째 <Chaeg>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주목하는 패션의 이모저모부터 일상 가까이에 늘 존재하는 사유의 기폭제로서 옷이라는 물질에 관한 깊은 고찰까지 두루 살펴보고자 합니다. (p. 15)'

어릴 때 우리 집에 옷장은 따로 없었다. 이불 넣는 장롱에 옷을 차곡차곡 개켜서 넣었다. 옷장이 필요할 정도로 옷이 많지 않았다. 계절별로 한 두벌뿐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교복과 교련복이 일상복이었다. 교복이 단벌이었음에도 교회 갈 때도 교복을 입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청바지를 한 벌 사서 사계절 입었고, 상의는 학과 티, 더우면 소매를 접고, 추우면 소매를 내려 입었다. 신발은 운동화 하나로 헤질 때까지 신었다. 패션은 머릿속에 없었다.

''옷'은 참 웃긴 단어다. 몸에 무언가를 걸치는 것을 뜻하면서 정작 단어의 형상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사람의 몸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p. 39)'

옷은 멋스러움을 나타나는 수단이 됐다.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려고 옷을 고르고, 의도를 갖고 색깔을 고른다. 진정 멋진 패션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대다. <Chaeg.> 80호에서는 그 패션을 이야기한다.


미(美)의 기준은 이것이다. 말할 수 있을까? 나와 네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같을 수 없다. 다르다. 미를 말할 때 언뜻 떠오르는 건 다양성, 개성이다.

'오랫동안 굳어 있던 미의 기준은 스스로가 정한 기준을 가장 신뢰하는 새로운 세대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켰습니다. 그 영향으로 다양한 인종, 국가, 연령, 체형, 피부색 등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존중받게 되었지요. (p. 14)'

성 구분, 성 역할,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불편에서 해방된 젠더리스 패션. 문화, 취미 집단들의 패션, 체구가 큰 모델, 중년 모델 등 패션 주류에서 소외되고 바깥에 놓였던 것들이 다양성, 개성이란 이름을 앞세워 패션에 포함됐다.

20여 년 전 상당히 고가였던 100만 원이란 돈을 주고 산 고급 코트, 유행이 바뀌어 못 입게 돼 너무 아쉬워 '패션은 돌고 돈다'라는 말을 만고의 진리를 믿고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믿음은 틀렸다. 돌고 도는 것이 아니고 패션은 변화할 뿐이다.

'그 기저의 가치관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으며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패션은 성적, 문화적 다양성, 환경친화성 등의 분야에서 사회와 구성원들의 가치관 변화를 적극 반영하며 유연하게 진보하고 있다. (p. 51)'


'현재 패션 산업은 정유 산업 다음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그만큼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p. 54)'

택이 붙어있는 옷을 버리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고 재고를 소각하고, 패스트패션이 일상인 요즘이다. 다 입기도 힘들 정도로 새로운 디자인의 옷들이 쏟아져 나온다. 패션이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리라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옷을 입으면 환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밖에도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패션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까지... <Chaeg. OCT 2022 Issue #80>에 풍성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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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 세상을 움직이는 도시가 들려주는 색다른 미국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김봉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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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는 다산초당의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로 세계사, 일본사에 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김봉중 교수를 알게 된 건 tvN <벌거벗은 세계사>와 <알릴레오 북's>에서였다.

<알릴레오 북's>에서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 도리스 컨스 굿윈의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를 다룰 때 출연했고, 미국의 위대한 리더로 꼽히는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 존슨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도 '들어가는 글'에서 밝혀지만 '멀고도 가까운 나라' 1순위는 단연 미국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가까운 나라지만 지리적으로는 지구 반대편에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에서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데, 우리 모두는 미국을 많이 들어 잘 안다고 여기지만 사실 부분적으로 알뿐이다.

미국의 도시도 마찬가지다. 나도 뉴욕이나 LA 등 몇 개 도시만 어디에 있는지 알뿐 많은 도시의 위치를 몰랐었다. 도시를 연고지로 하는 미국 프로 스포츠 NFL, MLB, NBA를 좋아하고부터 자연스레 그 팀의 연고지를 찾아보게 됐고 그래서 그 도시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됐다.

역사도 워싱턴,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 등 몇몇 알려진 대통령과 소설과 영화에서 많이 다룬 남북전쟁 정도를 알고, 경제공황, 전쟁을 많이 일으켜 미국이 개발한 무기들,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그리고 성공한 기업가들... 이런 정도로 미국을 가늠할 뿐이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이루어진 만큼 역사와 문화가 다양한 나라다. 13개의 식민지가 연합해 시작한 미국은 현재 50개 주로 구성된 '미 합중국 USA'이다. 김봉중 교수는 북동부, 남동부, 중서부, 중남부, 서부, 기타 지역, 이렇게 여섯 지역으로 나누어, 그 지역을 대표해 선정된 30개 도시를 통해 이렇게 거대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미국의 역사를 알려준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도시로 읽는 미국사이다. 30개 도시를 선별해서 각각의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하면서 작게는 그 주와 인근 지역, 크게는 미합중국의 합체를 모자이크처럼 완성해 보려는 시도이다. 30개 도시를 통해서 미국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 다양함을 관통하는 어떤 미국적 가치와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자 함이다. (p. 5)'

북동부의 보스턴. 아일랜드계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로 아일랜드인들에게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인 곳이다.
남동부의 루이빌. 1930년 할랜드 샌더스는 캔더키주 노스코빈의 고속도로 주유소 식다에서 프라이드치킨을 팔기 시작해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공했다. 루이빌은 KFC 본사가 있는 KFC의 성지다.
중서부의 시카고. NBA 마이클 조던이 뛰던 시카고 불스의 연고지이자 마피아 알 카포네의 도시이다.

중남부의 휴스턴. 1961년 NASA의 유인 우주선 센터가 들어서면서 미국 우주 산업의 중심지가 된 도시이다.
극서부의 라스베이거스. 유대계 마피아 '벅시' 시걸이 1946년에 건립한 플라밍고 호텔로 시작된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최고의 휴가지이다.
기타 지역의 호놀룰루.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들의 애환이 서린 곳, 이곳은 미국 최고의 신혼부부 휴양지로 각광받은 도시이다.

이들 도시는 우리들로 하여금 미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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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가 만든 숲 - 소설 내러티브온 3
나인경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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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가장 기대되는 여덟 명의 신예 작가와 여덟 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엔솔러지 시리즈 내러티브온의 세 번째 책, <구도가 만든 숲>이다. SF, 판타지, 팬데믹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이야기가 담았다.


함윤이 작가의 판타지 소설, <자개장의 용도>

증조할머니로부터 어머니까지 전해 내려온 자개장은 신비한 능력이 있다. 자개장 안으로 들어가면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나'는 자개장을 이용해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다닌다. 욕망을 해결해 주는 장치가 있다면... 인간은 그 장치를 잘 사용할까? 절제가 가능할까? 아님 욕망의 끝까지 가게 될까? 얻는 욕망이 있다면 뭔가를 잃는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그 순간 나는 내가 아주 먼 곳으로 가게 되리란 사실을 알았다. 가장 먼 길로 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자개장 앞에 설 것이란 사실도. (p. 76)'


전하영 작가의 <시차와 시대착오>

아버지와 딸, 두 세대 간의 이야기. 명식은 딸 미루가 남자아이였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인생 후반기에 이루어진 대부분의 결정은 미루가 아들이 아니라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미루가 남자아이였다면 그는 인생에서 좀 더 모험적인 루트를 선택했을 것이다. 기회는 많았다. 그는 더 큰 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 딸과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원했던 것보다 소박한 삶을 살았다. 야망의 크기를 조절했다. (p. 132)'

딸 미루는 남자아이만큼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내기 위해 수많은 시도로 자신을 인생을 채웠다. 명식은 딸이 항상 걱정스럽다. 딸 미루는 나이 든 아빠가 미덥지 못하다. 세대 간에 시차와 시대착오가 있다.


임현석 작가의 <백허그 공모전>

정아와 영호는 백허그 공모전에 가서야 다른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백허그를 지켜보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백허그와는 달리 상당 부분 기술의 영역임을 알게 된다.

'그때 정아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커플의 마음을 상상해 보려 했다. 세상엔 백허그를 할 때 잠시나마 위안을 느끼는 커플, 백허그의 온기로 세상을 돌파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정아는 그 순간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에 공명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해 보이는 백허그였다. (p. 238)'

그렇더라도 완벽한 백허그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오직 정아 자신뿐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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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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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용맹한 함성이 나니와 연안을 가로지른다. 싸우자, 싸우자, 그것이야말로 구원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함성이 사람들을 고무한다. (p. 13, 첫 문장)'

일본 전국시대, 계속되는 전쟁, 전쟁이 없는 곳은 없다. 전쟁으로 기아와 질병이 생겨나고 온 땅은 고통으로 가득하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전진하라. 싸우다 죽으면 극락에 이른다. 전진하면 극락이요, 후퇴하면 지옥이다. 이 함성이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시대.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1578년 겨울, 공을 세우며 오다 가문으로부터 셋쓰 지방 일대의 지배를 일임 받은 아리오카성의 성주 아라키 셋쓰노카미 무라시게가 반역을 일으킨다. 오다 노부나가는 무라시게를 설득하기 위해 구로다 간베에를 사자로 보내지만, 무라시게는 오다의 뜻을 거부하고 간베에를 성의 지하 감옥인 '흑뢰성'에 가둔다.

그날 이후 아리오카성에는 기이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가뒀던 인질 지넨이 화살에 맞아 죽고, 승리한 전투에서 베어 온 적장의 머리 중 하나가 흉측한 얼굴로 변했으며, 밀사인 승려 무헨을 살해한 범인이 번개를 맞아 죽는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무라시게는 감옥에 갇힌 지략가 간베에를 찾아가 벌어진 일을 자세하게 알려준 후 지혜를 구한다. 간베에는 무라시게가 찾아올 때마다 그를 조롱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할 단초를 알려준다.

무라시게는 왜 오다에게 반기를 들었으며, 사자 간베에를 죽이지 않고 가뒀을까? 간베에는 왜 아리오카성에서 일어난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무라시게에게 알려주었을까?

'노부나가는 죽이고, 무라시게는 죽이지 않는다... 그 평판은 천하에 퍼졌으리라. 소문을 퍼뜨리고 평판을 높여 이름을 알리고 아군을 늘린다. 모든 것이 전략이었다. (p. 443)'
'"간베에, 자네... 감옥 안에서, 나를 죽이려 했나." (p. 489)'

아리오카성에서 오다에게 반기를 들고 농성 중인 아라키 무라시게와 성 아래 감옥에 갇힌 구로다 간베에, 두 사람 각자가 도모하는 것이 서로 달랐다.


무라시게는 결국 세 사건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누가 벌인 짓인지도 알아낸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런 기이한 일을 꾸몄을까?

'그것을 본 백성들은 명벌이 내린 거라고 믿겠지요.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부처님이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죽어가는 백성을 안심시켜 주려 했던 것입니다. (p. 477)'


일본 전국시대나 지금이나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근심하고 저항할 수 없는 약자는 백성들이요 국민들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 모두 그들만의 명분을 가지고 싸우지만, 백성들에게는 굶주림이란 고통만 있을 뿐이다. 전진해서 극락에 가고 싶어도 전진할 수 없다. 헛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무사가 품은 뜻일뿐, 백성들과는 상관없다.

백성들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할까. 죽음? 아니다. 죽음으로도 고통이 끝나지 않을까 봐 두렵다. 백성들은 전진할 수 없어서 극락에 갈 수 없고 후퇴할 수밖에 없어 가는 곳은 지옥뿐이기 때문이다.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함성은 명분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이 자신들의 전쟁에 백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호일 뿐이다. 백성 앞에 놓인 건, 앞으로도 고통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며 맞이하는 잔혹한 죽음뿐이다.


갖은 명분을 끌어다 대며 전쟁을 일으키고, 헛된 구호를 앞세워 전쟁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자들이여... 명심하기를... 전쟁은 국민들에게 잔혹한 고통만 안겨줄 뿐이라는 것을...

'훗날의 구로다 간베에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남겼다.
'신벌보다 주군의 벌을 두려워하라.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백성의 벌을 두려워하라.'
'신하와 백성의 마음이 떠나면 반드시 나라를 잃는 법, 기도하고 사죄해도 그 벌은 피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에 신벌,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만민의 벌이 가장 두려우니라.' (p. 523)'

국민들이 당신들에게 등을 돌리고, 마음을 돌려 내리는 벌이 가장 두려운 것임을... 그 벌을 두려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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