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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방 - 내가 사랑하는 그 색의 비밀 ㅣ 컬러 시리즈
폴 심프슨 지음, 박설영 옮김 / 윌북 / 2022년 10월
평점 :
이곳에 이사 올 때, 집이 낡아 곳곳을 고친 후 이사할 요량으로 작업할 분들을 소개받았다. 작업 전에 몇 가지 결정할 일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힘들었고 시간을 들여야 했던 건 색깔 선택이었다. 바닥, 벽지, 화장실 타일, 붙박이장... 화장실 타일을 제외하고는 흰색 계열로 결정했다. 흰색 톤인 집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신경에 거슬리는 건 머리카락과 같은 먼지들이었다. 바닥이 흰색이라 눈에 너무 잘 띤다. 수시로 청소기를 돌리며 산다.
'무지개에는 얼마나 많은 색이 있을까? 아이작 뉴턴이 무지개 스펙트럼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후부터 답은 당연히 일곱이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까지. (p. 7)'
<컬러의 방>,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보라, 초록, 분홍, 갈색, 검정, 회색, 하양 열한 개 색깔의 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무지개색만큼이나 컬러풀하고 다채롭다. 열한 가지 색깔마다 예술, 비즈니스, 스포츠, 역사, 종교, 과학 등 다양한 곳에서 이들 색을 어떻게 사용했고,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풍부한 스토리가 가득하다.
'이 책은 열한 개 컬러의 방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각 컬러가 지닌 인문학적, 예술적 사유를 충분히 느끼도록 구성되어 있다. - 이소영 (미술 에세이스트, 미술 교육인)'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방을 먼저 열어보게 된다. 난 라벤더 꽃 색깔의 보라색.
3세기까지 보라색 염료 1온스를 얻으려면 약 25만 마리의 조개가 필요했으므로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1509년에는 새 법에 따라 헨리 8세와 그의 직계 가족만이 보라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 T.S.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불운한 로맨스를 암시하는 데 보라색을 사용했다. 영국과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여성의 힘을 찬양하는데 '고귀한 색' 보라색을 복장에 넣어 입었다.
벌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보라색을 볼 수 있다. 인상파 화가 대부분은 보라색을 어찌나 사랑했는지 비평가들은 그들은 '보라색광'이라고 비난했다. 보라색이 쓰이는 국기는 니카라과와 도미니카 연방 두 나라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록밴드 '딥 퍼플'. NFL의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열한 개의 방 모두 색깔에 얽힌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 방을 들여다보면 다른 방도 궁금해 기웃거리게 되는 책이다. 아직 이렇다 하게 좋아하는 색이 없다면 이방 저방 둘러보고 하나를 선택해도 좋겠다. 아니면 지금 나의 컬러를 배신하고 다른 컬러로 갈아타게 되고...
우리는 특정 색깔에 왜 더 많은 의미를 담을까? 왜 연연해할까? 신비한 컬러의 세계. 지금도 컬러를 선택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 시간은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시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열한 개의 방에 들어가 그 색깔의 이야기를 듣고, 그 컬러에 나만의 이야기를 더해보자. 컬러에 흠뻑 빠져버리게 되는 책, <컬러의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