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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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50센티미터 정도의 튼튼하고 어린 커피나무 한 그루가 프랑스와 유럽의 커피 역사를 바꿔놓았다. (p. 10)'

나는 아직 커피를 왜 마시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쓰기만 할 뿐이다. 커피를 별난 음료다. 색깔도 그렇고 영양도 없는 식품이다. 처음부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듯싶다. 이런 커피가 어떻게 세계 교역량 중 석유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상품이 됐을까? 사람들의 커피 욕구를 인위적으로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그리고 커피가 세계를 어떻게 바꿨을까?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가 다루는 이야기다.

커피가 널리 퍼지기까지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교 수도사들의 활약이 컸다. 이들은 '검은 음료' 커피를 '욕망을 억제하고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 즐겨 마셨다. 하지만 이 음료는 역설적으로 유럽 상업자본가들과 정치권력자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 '커피는 원래 와인이었다'라는 말의 숨은 의미는?
- 커피가 '니그로의 땀'이라는 섬뜩한 별명으로 불리게 된 은밀하고도 잔혹한 이유는?
- '커피는 포르투갈 말을 한다'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 커피 문명과 전쟁은 왜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일 수밖에 없는가?
- 커피와 카페가 없었다면 프랑스 계몽주의 운동도 프랑스대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독일혁명의 트리거를 당긴 것이 커피였다는데?
- 프리드리히 대왕이 '커피에 독성분이 있다'는 거짓 소문을 내게 한 까닭은?
- 프로이센 시대 독일인이 반나폴레옹 해방전쟁에 나선 이유는 '진짜 커피'에 대한 강렬한 욕망 때문이었다?'

커피를 둘러싼 숱한 의문들, '검은 음료'가 '검은 욕망'이 되어 세계의 역사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거래량이 가장 활발한 검은 액체 석유와 커피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석유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원료이지만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그런 이유로 석유 산출국은 힘이 있지만 커피 산출국은 소비에 의존하기 때문에 힘이 없다. 식민 지배국의 강요로 다양한 작물을 농사짓던 땅은 대부분 커피 경작지가 돼버렸다. 커피 생산지인 나라들은 경제적으로 커피 수출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신다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왜 커피가 공정무역을 대표하는 품목인지를. 작황에 따라, 선진국의 투자에 따라 종속관계에 놓인 불평등 구조를 왜 개선해야 하는지를. '모노컬처'라는 부자연스러운 생산 시스템으로 생태계가 무너진 나라와 그 국민들은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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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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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 출신 부원들은 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 한자리에 모인다. 열세 번째 모임이었다. 술자리가 끝난 후 집으로 향하던 에이스 쿼터백 니시와키 데쓰로는 미식축구 팀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를 만났다.

미쓰키는 예전 모습과 많이 달랐다. 미쓰키는 자신의 몸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데쓰로에게 털어놓는다. '"맞아." 미쓰키가 계속 말했다. "나란 놈은 남자였어. 너희들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p. 36)'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더 이야기한다. 같은 바에서 일하던 호스티스를 스토킹하는 남자를 죽였다고.

데쓰로와 대학시절 미쓰키와 같이 팀 매니저였던 그의 아내 리사코는 미쓰키가 경찰의 수색을 피할 수 있도록 피하도록 숨겨주면서 미쓰키와 주변 인물들로부터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상하지 못할 진실을 알게 된다.


히우라 미쓰키는 남성의 마음을 지닌 여성이다. 아니, 남성이다, 여성이다 규정할 수 없는 남자이자 동시에 여자이기도 하다.
'"육체는 여자이고 마음은 남자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녀석의 마음은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해. 반대로 둘 다 아니기도 하지." (...)
"그런 표현으로는 미쓰키의 복잡한 마음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이래 남자를 검은 돌, 여자를 흰 돌이라고 하자. 미쓰키는 회색 돌이야. 둘의 요소를 다 지니고 있지. 게다가 50퍼센트씩. 하지만 어느 쪽에도 포함되진 않아. 원래 모든 인간이 완전한 검은색도 하얀색도 아니야. 검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화하는 그러데이션 속 어딘가에 있지. 미쓰키는 그 딱 중앙에 있고."
"그러데이션...이라." (p. 674, 675)'

여자의 마음이 커졌을 때 미쓰키는 데쓰로가 좋았고, 남자 쪽으로 기울었을 때는 데쓰로의 아내 리사코가 좋았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민감한 이슈인 젠더 문제를 20년 전에 다룬 추리소설 <외사랑>. 젠더 문제를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한 가지로 뭉뚱그려 접근하기 쉬운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양한 측면에서 젠더를 소설 속에 녹여냈다.

고환과 난소 모두를 가진 반음양 무쓰미의 고백이다.
'"저는 아이를 만들 수 없어요. 내가 낳을 수도 없고 여자에게 낳게 할 수도 없죠. 다른 사람과 섹스할 일도 아마 없을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아주 무섭고 힘들어요. 다들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아요. 사람이 좋아질 때마다 죽고 싶어요." (p. 271)'
미쓰키는 결혼하며 아이까지 낳아 여성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지만 실패하고 만다. 사랑도 못한다.

남성과 여성은 확실한 경계로 구분할 수 없는 인간임을 내세운다.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의 앞뒤와 같아요." (...)
"일반적인 종이의 경우 뒤는 언제나 뒤죠. 앞은 영원히 앞이고요. 양쪽이 만날 일도 없어요. 하지만 뫼비우스 띠는 앞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면 어느새 뒤가 나와요. 즉, 양쪽은 연결되어 있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p. 421)'

성전환 수술하고 호적까지 남성 또는 여성으로 바꿨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사물을 거울에 비춰 거꾸로 보이게 할 (p. 677)' 뿐이다.
'"미쓰키 본인도 아마 자신의 본성을 모르고 있을 거야." 나카오가 말을 이었다. "모르고 고통스러워하지. 자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여자라는 것에 위화감을 느껴 사실은 남자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직접 남자로 살아보니 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겠지.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남자가 되는 것을 망설이고 있어."
"하지만 우리 앞에서는 남자라고 단언했어."
"그렇게 믿으려 하지. 자신조차도 속인 결과야." 데쓰로는 수긍했다. 알 것 같았다. (p. 676)'


'그 사람들은 사람은 A, B, O. AB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일상에서 혈액형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거의 없다. (...)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성염색체에 사로잡혀 있을까. XX든 XY든 혹은 그 이외의 것이든 사람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 (p. 435, 436)'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남녀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증거라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에서 말한다. 남녀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애당초 차별이라는 개념 자체를 떠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확실히 규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하다. 하나씩 배제하면서 확실히 하려고 한다. 젠더 문제를 포함한 인종, 가난 등 여러 혐오를 해결할 답은? 배제하지 말고 모두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계를 선으로 긋지 못하는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 생각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인간! 우리 모두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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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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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소개할 수많은 전쟁이나 질병, 의약품, 인물은 관련 역사에서 미친 존재감을 자랑할 것이니 편하게 읽기를 바란다. 전쟁, 질병, 약, 이들이 펼친 기나긴 악연의 역사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p. 9)'

모르핀, 페치딘, 와파린, 헤로인, 펜타닐, 튜보큐라린, PTSD, 프로토실, 아트로핀, 페니실린, 퀴닌, 스페인독감, 괴혈병, 말라리아, 천연두, 페스트... 이 책에 등장하는 약과 질병들이다.

인기 강의 교수이자 약학자인 저자는 전쟁과 약의 관점에서 기나긴 악연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약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전쟁이 약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1940년 10월 일본군은 비행기로 중국 닝보시에 페스트균을 퍼뜨렸다. 페스트균은 직접 사람을 공격하는 생물학 무기로 전쟁에 사용됐다. 걸프전에서 미군은 이라크의 독가스 공격에 대비해 피리도스티그민 브로마이드라는 예방약으로 지급했다. 정작 이라크는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예방약을 꼬박꼬박 복용한 미군들은 '걸프전 증후군'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렸다. 약은 여러 방식으로 전쟁에 사용됐다.

전쟁은 약을 만들기도 했다. 러일전쟁 당시, 처음 가는 지역에서 군인들이 자주 설사를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은 정로환을 개발했다. 사람의 첫 번째 천적은 모기다. 매년 72만 명 이상이 모기에 물려 죽는다. 전쟁에서 열대우림의 말라리아는 항상 골칫거리였다. DDT를 만들었고 DDT를 살포하며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다.

전쟁 공포로 한국전쟁에 가기 싫었던 22세의 미국 청년은 와파린이라는 쥐약을 먹고 자살하려 했다. 자살에 실패한 덕분에 쥐와는 달리 사람에게는 혈액응고 작용을 하는 비타민K가 다량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와파린은 심장 수술 등에 사용한다. 전쟁은 우리에게 와파린 같은 선물도 주었지만, PTSD라는 청구서도 남겼다.


저자는 모든 의약품이 전쟁과 같은 우연으로 개발됐다는 생각을 경계한다. 합리적인 개발 시스템으로 만드는 의약품이 훨씬 많다고 한다. 이제는 우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만들어 간다. 빠른 속도로 개발됐던 코로나 백신, mRNA 백신이라는 개념을 예로 들면서 사전에 많은 연구개발과 준비가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전쟁과 질병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세대에서 그런 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꾸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과 질병을 넘어... (p.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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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행 간다면 사진 찍고 책도 내고 - 라오스에서
유광선 기획, 최병광 지음 / 와일즈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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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마구 사진을 찍어댄다. 아름다워서, 이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려고. 세월이 흐르면 사진을 찾지도 않을뿐더러, 갔던 그곳은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하다. 정작 눈에 담아야 했는데... 담지 못해 아쉬움만 남는다.

'이 책은 라오스를 소개하는 여행기가 아니다.
라오스라는 나라를 겨우 두 번 다니면서 느낀 소감일 뿐이다.
라오스를 여행할 그대에게 내가 느낀 향기를 전할 뿐이다.
부디 이 책을 믿지 말라.
여행은 결코 남이 만들어 주는 울타리에서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대의 여행을 가라.
이 책은 다만 옆에서 훈수 두는 아저씨의 푸념이라고 생각하라.
그대의 라오스 여행을 기대한다. (p. 5)'

사진을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보기 전에 여행할 곳을 상상하며 즐거웠던 마음(여기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여행지에서 상상이 현실이 되는 느낌, 마음과 느낌을 사진과 함께 꽂아두어야 했었다.

카피라이터 최병광의 <혹시 여행 간다면 사진 찍고 책도 내고>은 사진에 그의 마음과 느낌을 글로 꽂아둔 책이다. 여행지에서 느낀 여운이 사라질까 봐, 순간순간 찍은 사진과 생각을 표현한... 그래서 책이 된 라오스 여행기이다.


저자에게 라오스는 느긋해야 하는 곳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는 곳이다.
걷기에 딱 좋은 곳이다. 걷는 즐거움을 주는 여행지다운 여행지이다.
그런가 하면 라오스는 즐기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오는 곳이다. 자연을 만나러 오는 곳이다.

시장을 찾아 사람을 만난다.
라오스를 떠나자마자 그곳 사람들을 그리워할 만큼 정겹고 순진한 사람들을 만나러 오는 곳, 라오스다.
낡은 집, 고달플 것이라 여기고 그들 삶을 들여다보지만 걱정이 없다. 편안하다. 물론 한번 보고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내보이는 삶이 그렇다.


다음 여행엔 반드시 글을 남기리라. 나만의 여행을 하리라. 그래서 책으로 남기리라... 다짐하게 하는 책이다. 인생이란 여행을 마치전에...

'세상은 하나의 책.
여행은 세상을 읽는 독서.
풍경은 활자.
나도 그 활자가 되어갈 무렵, 여행은 끝나겠지.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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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폴리스맨
베선 로버츠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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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로 시작할까 생각해봤다. 나는 이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다. 정말로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p. 11, 첫 문장)' 매리언은 심각한 뇌졸중에 거동을 못하는 패트릭을 돌보며 그에게 편지를 쓴다.


'문가에 기대어 서 있는 톰은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 팔에 섬세하게 도드라진 근육이 눈에 띄었다. 기껏해야 열다섯 살 정도, 나랑 만 1년 차이도 나지 않을 테지만 이미 어깨가 넓게 벌어졌고 목 아래 빗장뼈 사이는 오목하게 들어가 있었다. (p. 20)'

매리언은 톰을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했다. 톰이 성소수자임을 알았지만 결혼해서 사랑을 나누고 아이도 낳으면 톰이 변하리라 여겼다. 톰은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매리언과 결혼했다. 어느 정도는 패트릭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나의 순경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빛과 기쁨이다. (p. 162)'

길가에서 톰(경찰관)을 본 순간, 패트릭도 사랑에 빠졌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자신의 지위를 잃는 것은 물론 사회적 지탄과 낙인이 두려웠지만 패트릭은 톰을 사랑한다. 패트릭은 둘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사랑을 현실로 만들고 확신하기 위해 일기로 남긴다.

패트릭과 남편 톰을 공유한 매리언은 둘이 베네치아로 여행을 간 어느 날, 이성을 잃은 나머지 세 사람 모두의 삶을 돌이킬 수 없는 보복을 실행한다. 패트릭이 동성애자임을 세상에 알린다.

이 소설은 1950년과 1999을 오가며 매리언의 편지와 패트릭의 일기로 풀어나간다. 매리언, 패트릭 모두 톰을 사랑한다. 매리언은 이성으로, 패트릭은 동성으로. 하지만 둘 다 드러내지 못하는 사랑을 했다. 매리언은 남편 톰이 동성애자여서, 패트릭은 동성 간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랑은 실패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이름만으로 충분한 법이다. 내 손이 톰의 이름을 만들어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완전히는 아니고 거의. (p. 37)'

1950년대 영국, 동성애는 범죄로서 사랑이 죄가 되는 시대에 같은 남자를 매리언과 페트릭은 맹목적으로 사랑했다. 편견, 배제를 거스르는 사랑을 시도했지만 패트릭은 투옥됐고, 매리언은 남편, 집, 가정을 이룰 기회가 날아갔다.


'당신과 나는 정말로 많이 닮았다, 안 그런가? 전에 와이트 섬에서 육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당신이 톰의 의견을 반박할 때 나는 그걸 알았다. 줄곧 알고 있었지만, 이 글을 쓰며 우리 둘 다 원하는 걸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에야 진정으로 실감한다. 사실은 별것도 아니지만 - 원하는 걸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p. 485)'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슬픈 사랑은 사회가 이들을 내려다보는 곱지 않은 눈길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사랑을 갈망했고, 실패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삶에서 매리언은 패트릭과 닮았다고 여긴다. 매리언은 진실을 밝히고 톰과 패트릭, 둘만의 시간을 마련해 주며, 늦었지만 자신의 다른 길을 찾아 떠난다.

'지금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다른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당신을 다시 들여다보지는 않겠다. 톰이 당신에게 읽어주기를 바라며 이 글을 식탁에 올려둘 생각이다. 이걸 읽으면서 톰이 당신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패트릭, 용서해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는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안다, 지금쯤이면 이미 끝까지 잘 들어주었으리라는 것을. (p. 504)'


베선 로버츠는 <마이 폴리스맨>을 영국 작가 E. M. 포스터(1879~1970)의 오랜 연인이었던 경찰관 밥 버킹엄과 그의 아내 메이 버킹엄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세 사람도 뒤얽힌 관계도 사십 년간 이어졌고 포스터의 마지막을 메이 버킹검이 지켰다고 한다.

소설 같은 현실이고 현실 같은 소설이다. 사랑에 무슨 죄가 있을까. 어떤 사랑은 죄로 규정하는 편견이 사랑에도 존재한다. 그 사랑은 좌절뿐 아니라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여느 편견과 차별, 혐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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